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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소

作 미야자와 겐지 · 2026-09-19

조반니가 교문을 나서자, 같은 반 아이들 일곱여덟 명이 캄파넬라를 중심으로 교정 한쪽 벚나무 아래에 모여 있었다. 오늘 밤 별 축제 때 쓸 푸른 등불을 만들어 강에 띄우려고, 오이풀을 따러 갈 계획을 세우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조반니는 팔을 크게 흔들며 성큼성큼 교문을 나섰다. 마을 곳곳에서는 오늘 밤 은하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집집마다 주목나무 잎으로 만든 구슬 장식을 매달고, 노송나무 가지에는 등불을 달아 놓았다.

조반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골목을 세 번 돌아 큰 인쇄소로 향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복도 끝의 커다란 문을 열었다.

아직 한낮인데도 안에는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수많은 인쇄기가 덜컹거리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머리에 천을 동여매거나 전등갓 같은 것을 쓰고, 무언가를 노래하듯 소리 내어 읽거나 숫자를 세어 가며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조반니는 곧장 입구에서 세 번째 높은 작업대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그 사람은 잠시 선반을 뒤지더니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여기 적힌 것들만 골라 오겠니?”

조반니는 작업대 아래에서 작고 납작한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전등이 환하게 켜진 벽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작은 핀셋으로 좁쌀만 한 활자를 하나씩 골라 상자에 담기 시작했다.

푸른 앞치마를 두른 사람이 조반니의 뒤를 지나가며 말했다.

“어이, 돋보기 군. 안녕?”

그러자 근처에 있던 네댓 명이 조반니를 보며 피식 웃었다.

조반니는 몇 번이나 눈을 비벼 가며 계속 활자를 골랐다.

여섯 시를 훌쩍 넘겨서야 상자가 활자로 가득 찼다. 조반니는 종이에 적힌 내용과 하나하나 맞춰 본 뒤, 상자를 아까 그 작업대에 있던 사람에게 가져갔다.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상자를 받아 들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반니는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문을 나서 계산대로 갔다. 흰옷을 입은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작은 은화 하나를 건넸다.

은화를 받아 든 조반니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그는 힘차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탁자 아래 두었던 가방을 집어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신이 난 조반니는 휘파람을 불며 빵집으로 달려갔다. 빵 한 덩이와 각설탕 한 봉지를 사 들고는 다시 힘차게 길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