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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수업

作 미야자와 겐지 · 2026-09-17

선생님은 칠판에 걸린 커다란 별자리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곳에는 위에서 아래로 하얗게 흐릿한 은하 띠가 그려져 있었다.

캄파넬라가 먼저 손을 들었다. 뒤이어 네댓 명이 더 손을 들었다. 조반니도 따라 손을 들려다가 문득 멈췄다.

은하수가 수많은 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잡지에서 분명 읽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조반니는 수업 시간마다 졸음이 쏟아졌고, 책을 펼쳐 볼 틈조차 없었다. 예전에는 알던 것들도 이제는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뒤섞이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그런 조반니의 모습을 바로 알아차렸다.

선생님: 조반니, 네가 한 번 말해볼래?

조반니는 얼결에 일어섰지만, 서고 보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자네리가 뒤돌아 조반니를 보고 픽 웃었다. 조반니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선생님은 다시 말했다.

선생님: 큰 망원경으로 은하를 자세히 살펴보면, 은하는 대체로 무엇일까요?

역시 별이라고 조반니는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바로 답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잠시 난처한 듯했지만, 눈을 캄파넬라 쪽으로 돌리며,

“그럼, 캄파넬라.” 라고 지목했다.

아까 자신 있게 손을 들었던 캄파넬라도 막상 지목을 받자 머뭇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 역시 대답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조금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캄파넬라를 바라보다가, 이내 직접 별자리 지도를 가리켰다.

선생님: 이 희미하고 하얀 은하수를 큰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별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보이죠. 조반니, 그렇지?

조반니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래, 나는 알고 있었어. 물론 캄파넬라도 알고 있어.

그건 전에 캄파넬라의 아버지인 박사님 댁에서 둘이 함께 읽었던 잡지에 나와 있었다. 캄파넬라는 잡지를 다 읽자 아버지의 서재에서 커다란 책을 가져와 은하에 관한 페이지를 펼쳤다. 새까만 바탕에 수없이 많은 하얀 점이 박힌 아름다운 사진을 둘이 함께 보았었다.

캄파넬라가 그걸 잊었을 리 없어. 그런데도 바로 대답하지 않은 건, 요즘 내가 아침저녁으로 일하느라 지쳐 있고,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캄파넬라와도 거의 이야기하지 않게 된 걸 알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를 생각해 일부러 대답하지 않은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조반니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은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자, 이 은하수가 정말 하나의 강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렇다면 저 수많은 별 하나하나는 강바닥에 깔린 모래나 자갈 같은 것이겠지요.

이번에는 은하수를 커다란 우유의 흐름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사실 이쪽이 은하수라는 이름에는 더 잘 어울립니다. 수많은 별은 우유 속에 아주 작은 지방 방울들이 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

그렇다면 강물이나 우유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별과 별 사이에 펼쳐진 진공입니다. 빛은 그 진공을 가로질러 나아가고, 태양과 지구도 그 안에 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역시 이 거대한 은하수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지요.

그 안에서 사방을 바라보면, 깊은 물일수록 더 짙푸르게 보이는 것처럼 아주 멀리까지 별이 겹쳐 있는 곳은 수많은 별빛이 한데 모여 하얗고 희미하게 보입니다.

자, 이 모형을 한번 보세요.”

선생님은 반짝이는 모래 알갱이가 가득 든, 가운데가 볼록한 커다란 렌즈 모양의 모형을 가리켰다.

“은하수는 대략 이런 모습입니다. 여기 반짝이는 알갱이 하나하나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우리 태양은 이 가운데쯤에 있고, 지구는 그 바로 곁에 있다고 해보죠.

여러분이 밤에 이 안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쪽은 렌즈가 얇으니까 눈에 들어오는 별의 수가 적습니다. 하지만 이쪽과 저쪽은 렌즈가 두껍지요. 그만큼 훨씬 많은 별이 겹쳐 보이고, 아주 멀리 있는 별들은 하나하나 구별되지 않은 채 희미하고 하얀 빛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은하수가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이 은하수가 얼마나 큰지, 또 그 안에는 어떤 별들이 있는지는 다음 과학 시간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오늘은 은하 축제가 열리는 날이니, 밖에 나가면 밤하늘을 한번 자세히 바라보세요.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책과 공책을 정리하세요.”

교실 안은 책상 뚜껑을 여닫고 책을 챙기는 소리로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이윽고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뒤 교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