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이별
by Heo Gyun · 2026-10-03
“여기 말고도 한 곳이 더 있으나, 길이 수천 리라 그것이 염려됩니다.”
길현이 말했다. “이제 수만 리라 한들, 부모님의 백골이 편히 쉴 곳이라면 멀고 가까움을 따지겠느냐.”
길동은 형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부인께 그 이야기를 아뢰었다. 부인도 못내 애석해했다.
날을 가려 대감의 영구를 모시고 섬으로 떠나기로 했다. 길동이 부인께 아뢰었다.
“소자가 돌아와서도 모자의 정을 다 나누지 못했습니다. 또 대감의 영전에 아침저녁으로 제사를 올리기도 어려우니, 이번 길에 어미와 함께 가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부인이 허락했다.
그날로 길을 떠나 서강에 이르니, 부하들이 큰 배 한 척을 대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영구를 배에 모신 뒤 따라온 종들은 모두 돌려보냈다.
그리고 형과 어머니를 모시고 끝없는 바다로 나아가니, 어디로 가는지 아는 이가 없었다.
며칠 뒤 섬에 이르러 영구를 대청에 모셨다. 날을 가려 일봉산에 올라 장례를 치르는데, 산역하는 모습이 임금의 능을 쓰는 것 같았다.
형이 너무 분수에 넘친다며 놀라자 길동이 말했다.
“형님, 의심하지 마십시오. 이곳은 조선 사람이 드나드는 땅이 아닙니다. 자식 된 자가 부모를 후하게 장사 지내는 것이 죄가 될 리 없습니다.”
장사를 마친 뒤 섬으로 돌아와 몇 달을 머물렀다. 이윽고 형이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자, 길동은 길을 차려 주며 작별을 고했다.
“형님을 다시 뵐 날이 아득합니다. 어머니는 이미 이곳에 오셨으니, 모자의 정으로 차마 떠나지 못하겠습니다.”
“형님께서는 대감이 살아 계실 때 모셨으니 여한이 없으실 것입니다. 돌아가신 뒤의 제사는 제가 받들어, 불효한 죄를 만분의 일이나마 덜고자 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산소에 올라 하직하고 내려왔다. 형은 길동의 어머니와 백씨에게도 작별을 고했고, 서로 다시 만나기를 당부하며 못내 아쉬워했다.
작은 배 한 척을 재촉해 고국으로 떠날 때, 형이 길동의 손을 잡고 말했다.
“슬프다, 이 이별이 길겠구나. 아우는 내 사정을 헤아려, 살아생전에 대감의 산소를 다시 볼 수 있게 해 다오.”
형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옷깃을 적셨다. 길동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형님께서는 고국에 돌아가 어머님을 모시고 만수무강하십시오. 다시 만날 기약조차 정할 수 없습니다.”
“남과 북으로 수천 리 갈라져 지내면 이불은 차갑고 외로운 새의 날개는 고단하겠지요. 속절없이 북으로 가는 기러기를 보며 탄식하고, 동으로 흐르는 물만 바라볼 따름입니다.”
“산 이별이 죽은 이별과 다를 바 없으니, 그 마음은 피차 한가지입니다. 아무리 쇠와 돌 같은 간장인들 어찌 견디겠습니까.”
두 줄기 눈물이 말끝을 따라 떨어지니, 참으로 만고에 애끊는 한마디였다. 강물도 그 소리에 흐르기를 멈추고, 지나가던 구름도 머무는 듯했다.
두 사람은 차마 서로 떨어지지 못하다가,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서로 위로한 뒤 배를 띄웠다.
형은 몇 달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뵙고, 산소에 얽힌 사연과 그간의 일을 낱낱이 아뢰었다. 부인도 못내 애석해했다.
형과 헤어진 뒤 길동은 부하들에게 농사에 힘쓰게 하고 군법을 익히게 했다. 그렇게 삼년상을 치르고 나니 양식은 넉넉하고, 수만 군졸의 무예와 진법은 천하에 으뜸이었다.
가까운 곳에 율도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중국을 섬기지 않고 수십 대를 이어 오며 덕으로 다스려,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넉넉했다.
길동이 부하들과 의논했다.
“우리가 어찌 이 섬만 지키며 세월을 보내겠는가. 이제 율도국을 치려 하니, 저마다 생각이 어떠한가?”
모두가 기꺼이 따르겠다고 나섰다. 곧 날을 잡아 군사를 일으켰다.
삼호걸을 선봉으로, 김인수를 후군장으로 삼았다. 길동은 스스로 대원수가 되어 중군을 총지휘하니, 기병이 오천이요 보병이 이만이었다.
북소리와 함성이 강산을 뒤흔들고, 깃발과 칼과 창이 해와 달을 가렸다.
군사를 재촉해 율도국으로 향하니 맞설 자가 없었다. 가는 곳마다 밥과 물을 내오며 성문을 열고 항복했다.
몇 달 사이에 일흔 남짓한 성을 평정하니, 그 위엄이 온 나라에 떨쳤다.
길동은 도성에서 오십 리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율도왕에게 격문을 보냈다. 그 글은 이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