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지은이 太宰治
어느 날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 구절에는 어딘가 여성적인 감각이 감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흐트러지게 피어나는 소녀의 마음 같은 들국화'라는 기묘한 구절도 역시 어딘가 수상했다. 그것은 마아보나 누군가의 조수가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열 편의 하이쿠가 모두 의심스럽게 느껴졌다. 정말이지, 형편없었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 이슬 같은 세상의 구절도, 이 코스모스 구절도, 벚꽃 사이의 명예에 관련된 일이라고 과장된 말은 하지 않겠지만, 캇포레의 인격 문제로서,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될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캇포레와 마아보의 대화를 듣고 안심했고, 마음이 편해졌다.
“코스모스 구절이 어떤 거였더라? 잊어버렸네.” 마아보는 느긋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래? 그럼 내 구절이었나?” 담담한 대답이었다.
“카쿠란의 구절 아니야? 당신, 언젠가 카쿠란이랑 하이쿠를 주고받았잖아. 와아, 다.”
“그렇다면 카쿠란의 구절일지도 모르겠군.” 차분한 어조로 그가 말했다. 담백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 태도는 형용할 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카쿠란의 구절치고는 너무 잘 지었어. 저 녀석, 훔쳤군.” 이쯤 되면 그야말로 천의무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나는 그 구절을 낼 생각이야.”
“위안 방송? 내 구절도 같이 내줘. 봐, 언젠가 당신에게 가르쳐줬잖아? ‘흐트러지게 피어나는 소녀의 마음’이라는 구절.”
과연 그대로였다. 하지만 캇포레는 전혀 개의치 않고,
“응. 그건 이미 넣어뒀어.”
“그래. 잘 해줘.”
나는 미소 지었다.
이것이야말로 나에게 있어서의 ‘현대의 새로운 발명’이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작가의 이름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하루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았다. 예술과 민중의 관계는 원래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베토벤에 집착하고 리스트는 이류라고, 이른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논쟁하는 동안, 민중은 그 논쟁을 내버려두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곡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 작가란 전혀 고마운 존재가 아니었다. 잇사가 만들든, 캇포레가 만들든, 마아보가 만들든, 그 구절이 재미없으면 무관심한 것이다. 사교상의 에티켓이나 취미 향상을 위해 억지로 예술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에 닿은 작품만을 자신의 방식대로 기억해 둔다. 그것뿐이다. 나는 예술과 민중의 관계에 대해 마치 새롭게 가르침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편지는 묘하게 이치에 맞게 되었지만, 캇포레의 작은 에피소드가 너의 시 수련에 뭔가 ‘새로운 발명’에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편지를 찢지 않고 그대로 보내기로 했다.
나는 흐르는 물이다. 모든 강둑을 어루만지며 흘러간다.
나는 모두를 사랑한다. 젠체하는군.
9월 26일
늘 그대에게 이렇게 서투르고 시시한 편지를 쓰다 보면, 가끔 민망한 마음에 사로잡혀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편지를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오늘 어떤 분의 실로 위대한 서한을 접하고는, 세상에는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탄하며, 세상에는 이런 바보 같은 편지를 쓰는 분도 계시니, 내가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정도는 아직 죄가 가벼운 편이라고 조금 안도했다. 아무래도 그대, 세상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다. 그분이 그렇게 무서운 편지를 쓰다니, 마치 신인가 악마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쨌든 정말 너무하다.
그럼 오늘은 그 위대한 서한에 대해 조금 써보겠다.
오늘 아침 도장에서는 가을 대청소가 있었다. 청소는 점심 전에 거의 끝났지만, 오후에도 일과는 쉬고 이발사 두 명이 출장 와서 학원생들의 이발 날이 되었다. 다섯 시쯤 나는 이발을 마치고 세면대에서 삭발한 머리를 감고 있는데, 누군가 스윽 옆으로 다가왔다.
“히바리, 잘 지내?”
마아보였다.
“잘 지내, 잘 지내.” 나는 비누를 머리에 바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요즘 이 정해진 인사말에 답하는 것이 귀찮고 성가셔서 견딜 수가 없다.
“힘내.”
“야, 그 근처에 내 수건 없냐?” 나는 ‘힘내’라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마아보 쪽으로 양손을 내밀었다.
오른손에 엽서 같은 것이 가볍게 얹혔다.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편지였다.
“이게 뭐야?”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히바리 심술쟁이.” 마아보는 웃으며 나를 노려봤다. “왜 ‘좋아’라고 말하지 않아? ‘힘내’라고 하면 ‘좋아’라고 대답하지 않는 사람은 병이 더 나빠지고 있는 거야.”
나는 기분이 나빴다. 더욱 토라져서,
“그럴 때가 아니야. 머리를 감고 있잖아. 이 편지는 뭐야?”
“츠쿠시에게서 온 거야. 마지막에 노래가 쓰여 있지? 그 의미를 풀어줘.”
비누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양쪽 눈을 찌푸리며 그 엽서 마지막 부분의 노래를 읽어보았다.
서로 보지 못한 지 오래되었으니 요즘은 어떻게 잘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내 사랑하는 그대여.
츠쿠시도 멋 부린다고 생각했다.
“이런 걸 모르겠어? 이건 만요슈에서 따온 노래임이 틀림없어. 츠쿠시가 지은 노래가 아니야.” 약간 비꼬는 투로 말했다.
“무슨 뜻이야?” 낮은 목소리로, 묘하게 바싹 다가왔다.
「시끄러워. 머리 감고 있잖아. 나중에 알려줄 테니까 편지는 그쪽에 두고, 내 수건 좀 가져다줄래? 방에 두고 온 것 같아. 침대 위에 없으면 침대 머리맡 서랍 안에 있을 거야.」
「심술쟁이!」 마아보가 내 손에서 편지지를 낚아채더니 종종걸음으로 방 쪽으로 달려갔다.
타케 씨의 입버릇은 「야하다」였고, 마아보의 그것은 「심술궂다」였다. 예전에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딘가 서늘한 기분이 들곤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져서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자, 마아보가 없는 동안, 아까 그 노래의 「어찌 잘 가시나」라는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그 부분이 조금 어려웠기 때문에, 수건을 핑계 삼아 즉답을 피한 것이다. 나는 「어찌 잘 가시나」의 해석을 생각하며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자 마아보가 수건을 가져와 진지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건네주고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최근의 나는 약아빠진 건지 마비된 건지, 어느새 이 도장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곳에 처음 왔을 때의 긴장감을 잃고 있었다. 마아보가 말을 걸어도 예전 같은 흥분을 느끼지 못하고 마치 둔감해져 버린 것 같았다. 조수가 학원생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특별한 호의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까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무뚝뚝하게 수건을 가져오라고 말해버렸으니, 마아보가 화를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얼마 전, 타케 씨에게 「히바리는 요즘 영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최근의 나는 조금 「영 아닌」 부분이 있다. 오늘 아침 대청소 때, 학원생 전원이 실내의 먼지를 피하기 위해 신관 앞마당으로 나간 덕분에, 오랜만에 흙을 밟을 수 있었다. 가끔 몰래 뒤편 테니스 코트에 내려가 보기는 했지만, 당당하게 외출 허락을 받은 것은 이곳에 온 이후 처음이었다.
나는 소나무 줄기를 쓰다듬었다. 소나무 줄기는 살아있는 것처럼 따뜻했다. 쪼그리고 앉아 발밑 풀 향기의 강렬함에 놀랐고, 두 손으로 흙을 움켜쥐고 그 촉촉한 무게에 감탄했다. 자연은 살아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몸에 스며들듯 느껴졌다. 그러나 그 놀라움도 십 분쯤 지나자 사라졌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마비되어 버린 자신을 깨달았다. 인간의 길들여지는 성질과 변화무쌍함, 그리고 자신의 미덥지 못함에 기가 막혔다.
처음의 그 신선한 전율을 어떤 일에서든 계속 간직하고 싶다고 강하게 생각했지만, 이 도장 생활에 대해서도 슬슬 건성으로 대하는 마음을 품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마아보에게 화를 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마아보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제비꽃 같은 작은 자존심일지 모르지만, 그런 가련한 자존심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지금 나는 마아보의 우정을 무시하고 있는 꼴이 되었다.
츠쿠시에게서 온 비밀 편지를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마아보가 지금은 츠쿠시 이상으로 나에게 호의를 보내고 있다는, 그의 아까운 심정을 드러내준 몸짓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자만하지 않아도, 분명 나는 마아보의 신뢰를 배신한 것이다. 예전만큼 마아보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은 나의 제멋대로인 행동이다. 사람의 호의에조차 익숙해져 버렸다. 담배 케이스를 받은 것조차 잊고 있다. 좋지 않다. 정말 나쁘다.
「힘내라.」라고 격려받으면, 그 호의에 감격하여 큰 소리로 「좋아, 알았어!」라고 대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