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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야

지은이 夏目漱石

이런 꿈을 꾸었다.

그것은 아득히 먼 옛날, 신화 시대에 가까운 때의 일이었다. 나는 군대를 이끌고 있었으나, 불운하게도 패배하여 적에게 사로잡혔다. 적의 대장 앞으로 끌려가니, 주위 사람들은 모두 키가 크고 긴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들은 가죽 띠를 매고 있었고, 그 띠에서는 막대기 같은 칼이 매달려 있었다. 활은 굵은 등나무 덩굴을 그대로 사용한 듯한 것으로, 옻칠도 하지 않고 닦지도 않아 극히 소박한 것이었다.

적의 대장은 활의 한가운데를 오른손으로 잡고 풀밭에 박아둔 채, 술독 같은 것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니, 코 위에서 좌우 눈썹이 굵게 이어져 있었고, 당시에는 머리를 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포로이므로 앉을 수 없었고, 풀밭에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발에는 커다란 짚신을 신고 있었는데, 그 짚신은 깊어서 서면 무릎 위까지 왔다. 끝 부분은 짚을 조금 남겨 엮어 술처럼 늘어뜨려 놓았고, 걸으면 너풀너풀 움직이며 장식이 되었다.

대장은 모닥불의 불빛으로 내 얼굴을 응시하며 “살겠느냐, 죽겠느냐?” 하고 물었다. 이것은 그 시대의 관습으로, 포로에게는 누구에게나 일단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내가 “살겠다”고 대답하면 항복한 것이 되고, “죽겠다”고 말하면 굴복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나는 한마디로 “죽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대장은 풀밭에 박아둔 활을 저쪽으로 던져 버리고, 허리에 찬 막대기 같은 칼을 스르륵 뽑으려 했다. 그때, 바람에 흔들리는 모닥불이 옆에서 불어왔다. 나는 오른손을 단풍잎처럼 펼쳐, 손바닥을 대장 쪽으로 향하게 하고 눈 위로 들어 올렸다. “기다려라”는 신호였다. 대장은 굵은 칼을 칼집에 넣었다.

그 시대에도 사랑은 있었다. 나는 죽기 전에 한 번, 마음을 둔 여성에게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대장은 “밤이 새고 닭이 울 때까지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닭이 울기 전까지 여성을 이곳으로 불러야 한다. 만약 닭이 울어도 여성이 오지 않으면, 나는 만나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할 것이다.

대장은 걸터앉은 채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커다란 짚신을 신은 채 풀밭에서 여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밤은 점점 깊어간다.

때때로 모닥불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린다. 무너질 때마다 불꽃이 대장에게 다가오는 것처럼 흔들린다. 새까만 눈썹 아래에서 대장의 눈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와서 새로운 가지를 많이 불 속에 던져 넣는다. 잠시 후, 불이 탁탁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어둠을 튕겨내듯 용감했다.

그때, 여성은 뒤편 상수리나무에 묶여 있던 흰 말을 끌어냈다. 갈기를 세 번 쓰다듬고, 높은 등에 펄쩍 뛰어올랐다. 안장도 없고 등자도 없는 맨말이었다. 길고 흰 다리로 말의 배를 차자, 말은 일제히 내달렸다. 누군가가 모닥불에 장작을 더했기에 멀리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 보인다. 말은 그 밝은 것을 향해 어둠 속을 날아온다. 코에서는 불기둥 같은 숨을 두 줄기 내뿜고, 여성은 가는 다리로 연신 말의 배를 차고 있었다. 말은 발굽 소리가 공중에서 울릴 정도로 빠르게 날아왔다. 여성의 머리카락은 깃발처럼 어둠 속에서 꼬리를 끌고 있었지만, 아직 모닥불이 있는 곳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그러자 캄캄한 길가에서 갑자기 “꼬끼오” 하고 닭 울음소리가 울렸다. 여성은 몸을 바싹 조이고, 양손에 쥔 고삐를 단단히 죄었다. 말은 앞발굽을 단단한 바위 위에 새기듯이 내디뎠다.

“꼬끼오” 하고 닭이 다시 울었다.

여인은 “앗!” 하고 소리를 지르며 팽팽하게 쥐었던 고삐를 한 번에 놓았다. 말은 무릎을 꿇었고, 그 위에 탄 여인과 함께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바위 아래는 깊은 벼랑이었다.

말발굽 자국은 지금도 바위 위에 남아 있다.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낸 것은 아마노사구메이다. 이 말발굽 자국이 바위에 새겨져 있는 한, 아마노사구메는 나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