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두 번째 밤

지은이 夏目漱石

이런 꿈을 꾸었다.

화상의 방을 나와 복도를 지나 내 방으로 돌아오니, 행등이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한쪽 무릎을 방석 위에 세우고 등심을 돋우자, 꽃 같은 정향이 붉게 칠한 받침대에 툭 떨어졌다. 동시에 방이 활짝 밝아졌다.

미닫이문의 그림은 부손의 붓으로 그린 것으로, 검은 버드나무가 농담을 가지고 그려져 있었고, 추워 보이는 어부가 삿갓을 기울이고 둑을 지나가는 모습이 있었다. 마루에는 해중문수 축이 걸려 있다. 태우다 남은 선향의 향기가 어두운 쪽에서 아직도 풍겨온다. 넓은 절은 고요했고,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검은 천장에 비치는 행등의 둥근 그림자가, 똑바로 누운 순간,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릎을 세운 채로, 왼손으로 방석을 들추고 오른손을 집어넣자, 생각했던 대로의 물건이 제대로 있었다. 안심이 되어, 방석을 원래대로 고치고 그 위에 털썩 앉았다.

“너는 사무라이다. 사무라이라면 깨닫지 못할 리가 없다.”라고 화상이 말했다. 그렇게 언제까지고 깨닫지 못하는 것을 보니, 너는 사무라이가 아니라, 그저 인간 쓰레기라고 말했다. 하하, 화났군 하고 웃었다. 분하면, 깨달음의 증거를 가져오라고 홱 등을 돌렸다. 정말로 가증스럽다.

옆방에 놓인 시계가 다음 시각을 칠 때까지는, 반드시 깨달아 보이겠다. 깨달은 후에, 오늘 밤 다시 입실하겠다. 그리고 화상의 목과 깨달음을 맞바꾸어 주겠다. 깨닫지 못하면, 화상의 목숨을 취할 수 없다. 어떻게든 깨달아야만 한다. 나는 사무라이니까.

만약 깨닫지 못하면 자결하겠다. 사무라이가 치욕을 당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깨끗하게 죽어버리겠다.

그렇게 생각하자, 다시 무의식적으로 손이 이불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붉은 칼집의 단도를 끌어냈다. 손잡이를 꽉 쥐고 붉은 칼집을 벗겨내자, 차가운 칼날이 어두운 방에서 한순간 빛났다. 엄청난 것이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고, 모든 것이 칼끝에 모여 살기를 한 점에 응축하고 있었다. 자신은 이 날카로운 칼날이 무념하게도 바늘 머리처럼 줄어들어 아홉 치 다섯 푼의 끝에서 뾰족해진 것을 보고, 문득 스스로 하고 싶어졌다. 몸의 피가 오른 손목으로 흘러들어와 쥐고 있는 손잡이가 끈적거렸다. 입술이 떨렸다.

단도를 칼집에 넣고 오른쪽 옆구리로 끌어당긴 다음, 가부좌를 틀었다. — “무(無)”란 무엇인가. 빌어먹을 중놈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더니 코에서 뜨거운 숨이 거칠게 새어 나왔다. 관자놀이가 씰룩거리며 통증이 느껴졌다. 눈은 평소보다 두 배나 크게 뜨고 있었다.

걸려 있는 그림이 보인다. 등불이 보인다. 다다미가 보인다. 스님의 주전자 머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악어 입을 벌리고 비웃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괴상한 중이다. 아무래도 저 주전자를 목에서 잘라내야만 한다. 깨달음을 얻어주마. 무다, 무라고 혀뿌리로 염원했다. 그러나 무라고 해도 향 냄새가 났다. 뭐야, 향 주제에.

자신은 갑자기 주먹을 쥐고 자신의 머리를 힘껏 때렸다. 그리고 어금니를 으드득 갈았다. 양 옆구리에서 땀이 흐르고 등은 막대기처럼 굳었다. 무릎의 접점이 갑자기 아파와서 무릎이 꺾인다고 해도 어떻게 될까 싶었다. 그러나 아프다. 괴롭다. 무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나온다고 생각하면 금세 아파진다. 화가 난다. 무념해진다. 매우 분해진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힘껏 몸을 거대한 바위에 부딪쳐 뼈도 살도 산산조각 내버리고 싶어진다.

그래도 참고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애달픈 것을 가슴에 품고 참고 있었다. 그 애달픈 것이 온몸의 근육을 아래에서부터 들어 올려 모공 밖으로 터져 나오려고 애를 쓰지만, 어디든 온통 막혀 있어서 마치 출구가 없는 듯한, 잔혹하기 그지없는 상태였다.

그러는 동안 머리가 이상해졌다. 등잔도 부손의 그림도, 다다미도, 지가다나도,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고,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적당히 앉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러자 옆방 시계가 쨍 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앗 하고 생각했다. 오른손을 바로 단도에 얹었다. 시계가 두 번째 쨍 하고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