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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5

지은이 夏目漱石

K의 과단성 있는 성격은 나에게는 잘 이해되고 있었다. 그가 이 사건에 관하여 우유부단한 이유도 나는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즉 나는 일반적인 것을 이해한 위에 예외적인 상황을 확실히 잡고 있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각오’라는 그의 말을 몇 번이나 머릿속으로 되씹는 동안에 나의 자신은 차차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혹시 그에게 있어서 이 경우도 예외가 아닌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마음속에 모든 의념과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시점에서 ‘각오’라는 말을 다시 바라본 나는 놀라움을 느꼈다. 그 순간 만약 내가 이 놀라움을 가지고 그의 입에서 나온 ‘각오’의 내용을 공평하게 재검토하였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나는 한쪽 눈으로밖에 보고 있지 않았다. 나는 다만 K가 그녀에게 나아간다는 의미로 그 말을 해석해 버린 것이다. 과단성 있는 그의 성격이 연애에 있어서 발휘되는 것이 그의 각오라고 한결같이 믿어 버린 것이다.

나도 또한 최후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마음속으로 들었다. 그 소리에 응하여 나는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K보다 먼저, 게다가 그가 모르는 동안에 일을 처리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나는 조용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틀, 사흘이 지나도 그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K가 없을 때나 그녀가 집에 없을 때를 기다려 부인에게 이야기를 꺼내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이 방해를 한다는 날들이 계속되어 ‘지금이다’ 하고 생각되는 호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초조함을 느꼈다.

일주일 뒤, 나는 마침내 참을 수 없게 되어 꾀병을 부렸다. 아내와 그녀, K 자신도 나에게 일어나라고 재촉했지만, 나는 건성으로 대답만 할 뿐, 열 시쯤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어 있었다. K도 그녀도 없어지고 집 안이 조용해진 틈을 타,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얼굴을 본 아내는 곧바로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식사를 머리맡으로 가져다줄 테니 더 자는 게 좋겠다고 충고해 주었다. 하지만 몸에 이상이 없는 나는 전혀 잠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얼굴을 씻고 평소처럼 거실에서 식사를 했다. 그때 아내는 긴 화로 건너편에서 시중을 들어주었다. 나는 아침 식사라고도 점심 식사라고도 할 수 없는 밥그릇을 손에 든 채, 어떻게 문제를 꺼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실제로 기분이 좋지 않은 병자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내가 일어서지 않으니 아내도 화로 곁을 떠나지 못한다. 하녀를 불러 밥상을 치우게 한 뒤, 찻주전자에 물을 붓거나 화로 가장자리를 닦으며 나에게 맞춰주고 있다. 나는 아내에게 특별한 용건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아니요"라고 대답했지만, 이번에는 "왜요?"라고 되물었다. 나는 사실 할 이야기가 좀 있다고 말했다. 아내는 "뭔데요?" 하고 내 얼굴을 응시했다. 아내의 말투는 마치 내 기분에 공감할 수 없는 듯 가벼웠으므로, 나는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말을 빙빙 돌린 끝에, K가 최근에 무슨 말을 한 적이 없었느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뜻밖이라는 듯 "뭘요?" 하고 다시 되물었다. 그리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당신에게는 뭔가 말씀하셨어요?" 하고 물었다.

K에게 들은 고백을 아내에게 전할 생각은 없었던 나는, “아니요”라고 대답한 후, 곧바로 내 거짓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특별히 아무것도 부탁받은 기억은 없으니, K에 관한 용건은 아니라고 정정했습니다. 아내는 “그렇습니까”라고 말하며, 내 말을 기다렸습니다. 나는 어떻게든 말을 꺼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아내분,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내 예상보다 놀란 기색도 보이지 않았지만,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하는 듯, 말없이 내 얼굴을 응시했습니다. 일단 말을 꺼낸 나는, 아무리 얼굴을 보아도 신경 쓸 수 없었습니다. “주십시오, 꼭 주십시오”라고 반복했습니다. “내 아내로 꼭 주십시오”라고도 말했습니다. 아내는 나이가 있는 만큼, 나보다 훨씬 침착했습니다. “주어도 좋지만, 너무 급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내가 “갑자기 갖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하자, 그녀는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잘 생각했습니까?”라고 재차 물었습니다. 나는, 말을 꺼낸 것은 갑작스러웠지만, 생각한 것은 갑작스럽지 않다는 이유를 강한 말로 설명했습니다.

그 후, 두세 번의 문답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잊어버렸습니다. 남자답고 분명한 면이 있는 아내는, 보통 여성과는 달리, 이런 경우에는 매우 이야기하기 쉬운 사람이었습니다. “좋습니다,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드린다고 할 만큼 거만한 말을 할 처지는 아닙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아시다시피, 아버지가 없는 불쌍한 아이입니다”라고 나중에 그녀 쪽에서 부탁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하고도 명료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 15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부인은 아무런 조건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친척과 상의할 필요도 없고, 나중에 거절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명확히 말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학문을 한 제가 오히려 형식에 얽매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친척은 몰라도 당사자에게 미리 이야기해서 승낙을 얻는 것이 순서라고 제가 주의를 주었을 때, 부인은 "괜찮아요. 본인이 싫어하는 곳에 제가 그 아이를 보낼 리가 없으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제 방으로 돌아온 저는 일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을 생각하며 오히려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하는 의구심이 어느새 머릿속에 스며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제 미래의 운명은 이것으로 결정되었다는 생각이 제 마음을 새롭게 했습니다.

저는 오후에 다시 거실로 나가 부인에게 오늘 아침 이야기를 따님에게 언제 전해줄 생각인지 물었습니다. 부인은 자신이 승낙했으니 언제 이야기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왠지 저보다 상대방이 더 남자답게 보여서 저는 더 이상 끌어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부인이 저를 붙잡고, 만약 빠른 것이 좋다면 오늘이라도 상관없으니, 연습에서 돌아오면 바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편이 좋다고 대답하고 다시 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제 책상 앞에 앉아 두 사람의 소곤거리는 이야기를 멀리서 듣고 있는 저를 상상하니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언덕 아래에서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씨는 저를 보고 놀란 듯했습니다. 제가 모자를 벗고 “지금 돌아오세요?”라고 묻자, 그쪽에서는 벌써 병이 나았는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왔습니다. 저는 “네, 나았습니다, 나았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성큼성큼 수도교 쪽으로 꺾어 걸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