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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중엔 S급도 기다린다

지은이 와우산 · 2026-10-25

속공팀은 넷이었다. 맨 앞에서 뛰어내린 남자가 팀장이었다. A급, 서른 중반, 경량 갑옷 가슴판에 태성 로고와 「속공」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뒤따라 내려온 셋은 B급이었다. 넷의 어깨에서 빨간 불이 깜빡였다. 저 불빛이 지금 강 위 전광판으로 올라가고 있을 것이다.

“태성 구조대입니다. 협회 허가 받았고요. 지금부터 이 구역은 태성이 맡습니다. 다들 올라가세요.”

팀장이 손을 휘저었다. 사다리 쪽으로, 위로. 청솔 사람들이 나를 봤다. 손목의 띠를 쥐고서.

“정지 중입니다.” 내가 말했다.

“정지?” 팀장이 내 얼굴에 랜턴을 들이댔다. “아, 그 잠수부. 토요일 그분이시구나. 여긴 입구 바로 밑이에요, 아저씨. 여기서 뭘 정지해요.”

“제일 오래 서는 데가 여깁니다.”

팀장이 웃었다. 뒤의 B급들도 웃었다. 그가 D급 청년의 손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테이프에 적힌 숫자가 랜턴 빛에 드러났다.

“이게 뭐예요. 띠? 체질 탈락 놀이 하세요?”

청년이 팔을 빼려 했지만 A급의 손아귀를 이기지 못했다. 나는 베젤을 봤다. 24분.

“2분만 기다려요.”

“2분?”

“네. 그 사람은 그때 나가요.”

팀장이 나를 노려보다가 청년의 손목을 놓았다. 그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속공팀 B급 사내가 무전기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위쪽 목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26분.

“D급, 나가세요.”

D급 청년과 다른 D급이 서로를 봤다. 청년이 내 앞에 와서 손목을 내밀었다. 나는 띠의 숫자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리고 사다리를 가리켰다.

“문턱 넘을 때 숨 참고. 위에 나가면 물 마시고, 뛰지 말고.”

청년이 사다리를 잡았다. 몇 칸 오르다가 뒤를 돌아봤다. 아직 남은 사람들 쪽을. 그리고 다시 올라갔다. 다른 D급이 뒤따랐다.

속공팀 B급들이 서로를 봤다. 그중 누군가 제 손목을 내려다봤다. 띠가 감겨 있을 리 없는 손목이었다. 그는 그 손목을 뒤로 감췄다.

그들도 토요일 중계를 봤을 것이다. 걸어 나오는 서하를, 체질 탈락 판정을 받고도 제 발로 선 S급을.

속공팀장의 얼굴이 이상하게 굳었다.

“약한 애들부터 내보내요?”

“약한 사람이 제일 빨리 다 뱉어요. 센 사람은 오래 걸리고.”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가 말을 끊고 공대장 쪽으로 걸어갔다. 붕대 감은 어깨를 벽에 기대고 선 A급. 손목에는 「A 65」.

“공대장님. 청솔 대표 얼굴이시잖아요. 이런 데서 잠수부 시계 보고 계실 분이 아니죠. 위에 화면 다 기다립니다. 같이 올라가시죠.”

팀장이 공대장의 다치지 않은 팔을 잡았다.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공대장의 발이 사다리 쪽으로 반 걸음 끌려갔다.

나는 하네스 고리에서 카라비너를 풀었다. 아까 C급을 물었던 그 카라비너였다. 공대장의 하네스 고리에 걸고, 다른 쪽을 내 하네스에 물렸다. 철컥.

팀장이 내려다봤다. 공대장과 내가 쇠고리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데려가려면 둘 다 데려가요.”

“뭐 하는 겁니까, 이게.”

“A급이시니까 저 하나쯤은 끌고 올라가실 수 있죠. 사다리에서 제가 좀 부딪히겠지만.”

팀장의 손이 공대장 팔에서 멈췄다. 어깨의 빨간 불이 나를 정면으로 비추고 있었다. 지금 이 장면이 강 위 전광판에 그대로 떠 있다는 걸 그도 알았다.

비각성자 잠수부를 사다리에 패대기치며 올라가는 태성 구조대. 팀장의 눈이 제 어깨의 카메라로 갔다가 돌아왔다.

그때 위쪽 목에서 누가 내려왔다.

사다리를 타는 소리치고는 너무 빨랐다. 목 안을 미끄러지듯 떨어지다가 4층 바닥 바로 위에서 멈추는 소리. 랜턴들이 일제히 위를 향했다.

서하였다.

젖은 머리, 젖은 셔츠. 강을 맨몸으로 건너온 차림이었다. 그녀는 4층 목 어귀 바로 아래에 섰다. 사다리 앞. 속공팀이 올라가려면 그녀를 지나야 하는 자리였다.

그녀의 숨이 아직 거칠었다. 둔치에서 물로 뛰어들어 7미터를 숨 참고 내려와 문턱을 넘고, 굴뚝을 단숨에 타고 내려온 몸이었다. S급이면 그쯤은 숨 한 모금이다. 다만 사흘 전 그 몸으로 이 굴을 업혀 내려갔다.

“서하 씨. 치료받은 지 사흘이에요.”

“알아. 규칙대로 4층까지는 돼.”

그녀가 나를 보고, 속공팀장을 봤다. 팀장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태성 에이스였던 사람이었다. 사흘 전까지 그가 화면에서 올려다보던 등급이었다.

“윤서하 씨, 이건 태성 작전입니다. 비켜 주세요.”

“나 해지됐어. 태성 아니야.”

서하가 목 어귀 사다리를 등지고 팔짱을 꼈다. 속공팀 B급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그들 어깨의 빨간 불이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사흘 전 바지선 갑판에서 쓰러지던 얼굴이, 지금 4층 사다리 앞에 서서 그 불빛을 마주 보고 있었다. 저 화면을 보는 사람들은 그 얼굴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서하가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지 중엔 S급도 기다려.”

조용해졌다. 랜턴 빛 속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토요일에 내가 그랬어. 여기 이 벽에 등 대고. 다 나았다면서 올라간다고 떼쓰다가 30분 섰어. 그래서 지금 걸어 다니는 거고.”

베젤을 봤다. 30분째였다.

팀장이 공대장의 팔을 놓았다. 무전기를 입에 대고 낮게 말했다. 철수. 그리고 뒤의 B급들에게 손짓했다. 서하가 사다리 앞에서 한 걸음 비켜섰다. 속공팀이 차례로 그녀 옆을 지나 사다리를 올랐다.

팀장이 마지막으로 사다리를 잡다가 무전기에 대고 물었다.

“부팀장 쪽은. 아직 응답 없어?”

무전기에서 잡음 섞인 대답이 왔다. 알아들을 수 없었다. 팀장이 혀를 찼다.

“됐어. 알아서 올라오겠지.”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목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그때는 몰랐다.

서하가 사다리 앞에 다시 섰다. 이번에는 등을 벽에 붙이고, 남은 사람들 쪽을 보고.

“왜 왔어요.”

“철이가 전화했어. 영감님이랑 바지선에서 쫓겨났다고. 줄이 끊긴 것 같다고.”

“영감님은요.”

“몰라. 트럭 몰고 어디 갔대.”

39분.

“C급, 나가세요.”

C급들이 손목을 들어 서로의 숫자를 확인했다. 아까 내 하네스에 물려 있던 사내가 맨 먼저 사다리를 잡았다. 그가 오르기 전에 내 어깨를 두드렸다. 한 번. 나도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가 웃었다.

C급들이 올라가자 4층이 넓어졌다. B급 넷과 공대장, 서하, 그리고 나. 공대장은 여전히 내 하네스에 물려 있었다. 나는 카라비너를 풀지 않았다.

“이거 안 풀어요?” 공대장이 물었다.

“65분까지는요.”

공대장이 피식 웃었다.

“청솔이 생긴 지 6년인데.” 그가 벽을 보며 말했다. “내가 우리 애들보다 늦게 나가는 건 처음이네요. 들어갈 때는 내가 맨 앞이고, 나올 때도 내가 맨 앞이었어요. 공대장이 앞에 서야 애들이 따라오니까.”

“들어갈 때는 그게 맞죠.”

“나올 때는요?”

“나올 때는 제일 무거운 사람이 맨 뒤예요. 물에서는 그래요.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이 제일 천천히 올라와요.”

공대장은 대꾸 없이 붕대 감은 어깨를 벽에 더 깊이 기댔다.

시간이 흐르자 B급 사내가 무릎을 주물렀다. 다른 B급이 그 사람 손목의 띠를 들여다보고 제 손목과 맞대 봤다. 52. 같은 숫자였다. 둘은 아무 말 없이 다시 벽에 등을 붙였다.

50분을 넘겼을 때 위쪽 목에서 무언가가 내려왔다.

이번에 내려온 건 검은 고무 호스였다. 굴뚝 안에서 뱀처럼 늘어지며 내려오고 있었다. 끝에 무언가가 묶여 있었다. 쇠로 된 결합구. 그리고 그 끝에서 쉭쉭 소리가 났다.

공기였다.

나는 손을 뻗어 호스 끝을 잡았다. 차갑고, 손안에서 떨렸다. 위에서 압축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호스 결합구에 테이프로 감은 종이쪽지가 붙어 있었다. 젖어서 글씨가 번졌지만 읽을 수 있었다.

0층 기둥에 감음. 곽.

결합구에 감긴 매듭을 보고 알았다. 영감은 줄 끝을 마무리할 때 꼭 한 바퀴를 더 돌려 끼운다. 남해 바지선에서 내 생명줄 끝에 늘 그렇게 매듭을 지었다. 이 강에서 매듭을 저렇게 짓는 손은 영감 손밖에 없다.

“영감님이……” 서하가 쪽지를 들여다봤다. “거기까지 어떻게?”

“숨 참고 왔겠죠.”

예순일곱이었다. 각성도 안 한 몸이었다. 압축기를 청솔 보트에 싣고 호스를 등에 감은 채, 맨숨으로 7미터를 내려와 문턱을 넘었을 것이다. 기둥에 호스를 감아 굴뚝으로 늘어뜨린 데까지가 쪽지 한 장에 다 들어 있었다.

52분.

“B급, 나가세요.”

B급들이 차례로 올랐다. 무릎을 주물렀던 사람이 사다리 중간에서 호스를 손으로 쓸어 보고 올라갔다.

남은 건 공대장과 서하와 나였다. 나는 허벅지 주머니에서 갈래 밸브를 꺼냈다. 8층에서 끊긴 호스 끝을 풀어 넣어 둔 것이었다.

새 호스 결합구에 밸브를 물리고, 목에 걸고 다니던 예비 마스크를 밸브에 끼웠다. 쉭. 마스크 안으로 바람이 들어갔다.

“쓰세요.”

공대장이 마스크를 받아 썼다. 나는 베젤을 봤다.

“위에서 흘려보내는 공기예요. 이걸 물면 남은 13분이 반으로 줄어요. 6분 30초.”

“반?”

“어제 이 층에서 다른 A급이 그렇게 나갔어요.”

공대장이 마스크 안에서 길게 숨을 쉬었다. 서하가 그 옆에서 팔짱을 낀 채 호스를 눈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위로, 문턱으로, 물로, 그 위의 보트로 이어진 호스.

그 시간은 짧았다. 이 던전에서 내가 센 시간 중에 제일 짧았다.

58분 30초.

나는 카라비너를 풀었다. 공대장이 마스크를 벗어 내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내 앞에 섰다. 키가 커서 나를 내려다보는 자세였는데, 그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위에 가서 물 드세요. 뛰지 말고.”

공대장이 사다리를 올랐다. 서하가 그 뒤를 따랐다. 4층에 나 혼자 남았다.

그때 호스가 당겨졌다.

꾹, 꾹, 꾹, 꾹.

네 번. 올라와.

위에서 영감이 부르고 있었다. 다 나갔으니 이제 너도 나오라고. 나는 호스를 쥐고 한 번 당겨 보낸 뒤 사다리를 잡았다.

굴뚝 네 층을 올라 0층에 서자, 마른 바닥에 영감이 앉아 있었다. 기둥에 감긴 호스를 두 손으로 쥔 채였다. 온몸이 젖어 있었고 입술이 파랬다.

공대장도 서하도 그 옆을 지나 나갔을 텐데, 영감은 거기 그대로 앉아 있었다. 영감이 내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영감의 팔을 내 어깨에 걸고 문턱을 넘었다. 물로 나서자 귀가 아팠다. 코를 쥐고 숨을 밀며 둘이 같이 물을 타고 올랐다.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었을 때 눈앞에 작은 보트가 있었다.

청솔 길드 조끼를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철이 먼저 손을 뻗어 영감을 끌어올렸다. 보트 바닥에서 한강수중 압축기가 덜덜 돌고 있었다. 영감은 담요를 두른 채 뱃전에 기대 앉았고, 오철이 그 등을 문질렀다.

보트가 둔치로 붙는 동안 서정모가 휴대폰을 들고 달려왔다. 화면에는 청솔 길드 채널이 떠 있었다. 검은 바탕에 숫자가 크게 돌아가고 있었다. 정지 타이머였다.

그 아래로 이름과 등급과 남은 시간이 차례로 지워져 있었다. D, D, C, C, C, C, B, B, B, B. 마지막 줄 A만 방금 0이 되어 있었다.

“영감님이 아침에 받은 표를 청솔 사람들한테 넘겼대요. 그걸로 타이머를 띄운 거예요.” 서정모가 말했다. “태성 중계보다 사람이 더 붙었어요. 아까 4층 장면부터.”

둔치에서 청솔 사람들이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 D급 청년이 담요를 두른 채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의 손목에는 아직 띠가 감겨 있었다. 떼어 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바지선 쪽을 돌아봤다. 갑판 끝에 구 실장이 서 있었다. 선글라스를 쓴 채 이쪽 보트를 보고 있었다.

그 옆에서 속공팀장이 무전기를 귀에 대고 있었는데, 무전기는 잡음만 토했다. 팀장이 무전기를 내렸다가 다시 귀에 댔다. 몇 번이고 그랬다.

서하가 둔치 계단에 앉아 젖은 머리를 짜고 있었다. 오철이 그 옆에 수건을 놓고 돌아왔다. 서하는 수건을 집지 않고 바지선 쪽의 무전기를 보고 있었다. 나와 같은 데를 보고 있었다.

나는 잠수판을 꺼냈다. 아침에 흐리게 적어 둔 줄이 젖은 판 위에 그대로 있었다. 연필에 힘을 주어 그 위를 덧썼다. 30층 줄 하나에, 옆으로 등급 칸 넷. 그리고 옆에 붙여 둔 「표 밖」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지웠다.

그날 밤 곽 영감은 컨테이너 난로 앞에서 담요를 두른 채 보리차를 마셨다. 손이 아직 떨렸다. 예순일곱의 몸으로 시월 말 한강을 맨숨으로 오르내린 대가였다.

오철은 컨테이너 문가 바닥에 앉아 있었다.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몇 번 입을 열었다가, 결국 아무 말도 안 하고 영감의 빈 컵에 보리차를 다시 따랐다.

나는 텔레비전을 켰다.

태성길드 대표 태진석이 기자회견장 연단에 서 있었다. 회색 양복, 반듯한 가르마. 화면 아래 자막이 흘렀다.

「비각성자의 무리한 작전으로 태성 속공팀원 2명 실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