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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네 번

지은이 와우산 · 2026-10-25

서정모는 운전을 험하게 했다.

올림픽대로에 올라서자마자 차선을 몇 번 바꾸고, 앞차 꽁무니에 바짝 붙어 경적을 눌렀다. 조수석의 나는 손잡이를 잡은 채 곽 영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감님. 반포 바지선이요. 2공대 A급이 쓰러졌습니다. 줄 좀 풀어 주세요.”

전화 너머에서 영감이 짧게 숨을 뱉었다.

“간다.”

그게 다였다. 라디오에서는 중계 음성이 그대로 흘러나왔다. 캐스터는 아까의 비명을 수습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돌아와 있었다. 태성 의료팀이 즉시 대응 중이고, 체질 탈락 여부는 협회 판정을 기다린다고.

나는 손목시계를 봤다. 쓰러지고 10분이 지나 있었다. 물에서는 두 시간 안에 누르면 거의 다 낫는다. 늦어도 듣긴 하지만, 빠를수록 많이 돌아온다.

전화를 내려놓자 서정모가 핸들을 쥔 채 말했다.

“제 수첩에도 귀환 시간이 있어요.”

나는 그를 봤다. 그는 앞만 보고 있었다.

“제가 판정한 사람들 중에, 직접 본 사람들 것만요. 몇 시에 나왔고 몇 시에 쓰러졌는지. 이상하다 싶어서 적기 시작했는데, 판정서에는 그걸 쓸 칸이 없었어요. 칸이 없으니 근거가 안 되고, 근거가 안 되니 계속 수첩에만 있었죠.”

“몇 명이나요.”

“열여섯. 다 빨리 나온 사람들이었어요.”

차가 반포 나들목으로 꺾였다. 서정모가 덧붙였다.

“통계가 틀린 줄 알았으면 진작 말했겠죠. 통계는 안 틀렸으니까.”

반포 바지선 위는 토요일과 똑같은 꼴이었다. 드론, 현수막, 둔치를 메운 사람들. 다른 건 갑판에 쓰러진 사람이 늘었다는 것뿐이었다.

장검을 차고 있던 A급은 갑판에 누워 있었다. 2공대장 백승호. 셔츠 자락이 들린 옆구리에 보랏빛 그물이 번져 있었고, 손으로 허벅지를 쥐었다 놓았다 했다.

저리다고, 다리에 개미가 기어간다고 중얼거렸다. 그 옆에 앉은 젊은 A급 유건은 오른쪽 어깨를 왼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는데 무늬는 없었다.

“어깨 어떻게 아파요.”

“깊은 데서…… 둔하게요. 움직여도 안 움직여도 똑같아요. 아까부터요.”

태성 의료팀이 백승호 가슴에 손을 얹고 있었다. 초록빛이 막 손바닥에 고이던 참이었다. 내가 입을 열기 전에 서정모가 먼저 나섰다.

“힐 넣지 마세요.”

힐러가 고개를 들었다. 서정모가 가슴의 명찰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협회 지정의 지시입니다. 넣지 마세요. 키웁니다.”

토요일에 내가 한 말이었다. 서정모는 그 말을 제 입으로 하고서, 바로 협회 부스로 가서 출입 일지 클립보드를 떼어 왔다. 길드명, 인원, 현장 책임자, 감시인.

의사가 이름을 쓸 칸은 없었다. 그는 칸 바깥 여백에 볼펜으로 적었다. 의료 입회, 협회 지정의 서정모. 그리고 클립보드를 나한테 내밀었다.

나는 현장 책임자 칸에 이름을 썼다. 사흘 만에 두 번째였다.

구 실장이 갑판 끝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전화기를 귀에 대지 않았다. 협회 의사가 서명한 일지를 그가 막을 길은 없었다. 그보다 먼저 움직인 건 2공대 탱커였다.

큰 방패를 등에 멘 B급이 구 실장 앞을 가로막고 서서 낮게 말했다. 우리 공대장이에요. 토요일에 서하가 걸어 나오는 걸 갑판에서 본 사람이었다.

구 실장의 선글라스가 그와 나 사이를 오갔다가, 바다 쪽으로 돌아갔다. 여기는 강인데도.

곽 영감이 한강수중 트럭을 몰고 둔치에 닿은 건 그로부터 몇 분 뒤였다. 영감은 생명줄 사리를 어깨에 메고 바지선 사다리를 올랐다.

뒤따라 오철이 올라왔다. 오늘도 입구 대기조였다. 서하도 있었다. 협회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따라왔다.

들어갈 사람을 정해야 했다.

백승호가 누운 채 나를 올려다봤다. 허벅지를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다시 들어가면, 진짜 나아요?”

“토요일에 누가 걸어 나왔는지 보셨잖아요.”

그가 갑판 끝의 서하 쪽으로 눈을 돌렸다. 서하는 모자를 벗어 들고 있었다. 그 다리로 택시에서 내려 바지선 사다리를 올라온 참이었다. 백승호가 숨을 길게 뱉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모가 내 가슴 끈의 잠수판에 손을 내밀었다. 내가 판을 풀어 건네자 그는 토요일에 적은 줄을 수첩에 그대로 베꼈다.

연필로 쓴 숫자 옆에 볼펜으로 날짜를 붙이고, 그 아래에 「확인: 윤서하, 보행」 한 줄을 달았다.

“유건 씨도 백승호 씨도 들어갑니다. 유건 씨는 걸을 수 있고, 백승호 씨는 부축하면 돼요.”

“나도 가.” 서하가 말했다.

“4층까지만이에요. 치료받은 지 이틀이라. 그 아래로는 2주 동안 안 됩니다.”

“알아. 거기까지만.”

곽 영감은 생명줄을 갑판에 풀어놓다 말고 오철을 불렀다. 손짓 하나였다. 오철이 다가가자 영감이 그의 손을 잡아 손바닥을 위로 펴게 했다. 그리고 엄지로 그 손바닥을 눌렀다.

꾹.

“한 번은 괜찮냐. 받는 쪽도 똑같다.”

영감이 다시 눌렀다. 꾹, 꾹, 꾹, 꾹.

“네 번은 올라와.”

이번에는 끊어 가며 세 번을 눌렀다. 꾹꾹꾹꾹, 꾹꾹꾹꾹, 꾹꾹꾹꾹.

“이건 당장.”

영감이 하루에 하는 말을 거기서 다 쓰는 것 같았다. 그는 오철의 손을 놓고 생명줄 끝을 그 손에 쥐여 주었다. 두 환자가 두 층에 갈라 설 수도 있는 날이었다.

“연습해 봐.” 내가 말했다. 나는 바지선 끝에 서서 줄의 다른 쪽을 쥐었다. “나한테 괜찮냐고 물어봐.”

오철이 줄을 당겼다.

당기고, 잠깐 쉬었다가, 끝을 지그시 더 눌렀다.

반 박자 늦은 한 번이었다.

줄을 쥔 내 손이 멈췄다. 강바람이 귀를 때렸다. 갑판 위의 소리가 한꺼번에 멀어졌다. 그 반 박자를 나는 7년 동안 잊은 적이 없었다.

“누구한테 배웠어.”

오철이 나를 봤다. 그는 대답을 고르지 않았다.

“형이요. 오동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줄을 잡았다. 짧게 당겨 보냈다. 괜찮다. 그리고 마스크를 썼다.

물은 토요일보다 더 차가웠다.

하강줄을 타는 동안 머릿속에 동수의 휴대폰 화면이 떠올랐다. 남해 바지선에서 점심을 먹다가 그가 사진 하나를 내민 적이 있었다. 교복을 입은 덩치 큰 놈이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 막내, 이번에 각성 검사 받는대. 동수는 그 말을 하며 웃었고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얼굴을 지금은 기억하지 못했다. 덩치만 기억났다.

문턱 안 기둥에 생명줄을 한 바퀴 감고, 백승호를 굴뚝 사다리 앞에 앉혔다. 유건은 제 발로 섰다. 서하가 백승호 반대편 어깨를 받쳤다.

2층. 백승호의 다리는 그대로였다. 유건이 어깨를 돌려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4층에서 유건이 먼저 말했다.

“어. 덜 아파요.”

“얼마나요.”

“거의 안 아파요. 이상하다, 방금까지…….”

아픈 어깨를 감싸 쥐고 있던 손이 내려와 있었다. 무늬도, 저림도 없이 통증만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 건 얕은 데서 풀린다. 물에서도 그렇다.

나는 잠수판을 꺼냈다. 토요일에 적은 줄 아래에 연필로 새 줄을 적었다.

아픔만. 풀린 층에서 10에 등급 곱하기. 4층이면 바로 나감.

“유건 씨는 여기서 25분이에요. A급이니까 두 배 반. 끝나면 서하 씨가 데리고 나가요. 여기서 풀린 사람은 더 설 데가 없어요.”

“나는.” 서하가 물었다.

“이 사람 옆에 있어요. 저 위 굴 어귀에서 뭐가 내려오면 불 끄고.”

“아저씨는?”

“이분 데리고 더 내려가요.”

서하가 백승호를 내려다봤다. 그의 옆구리 무늬는 그 층에서도 꼼짝하지 않았다.

“아저씨 혼자 더 내려가?”

“8층까지는 줄이 있어요. 영감님도 있고.”

그녀는 더 묻지 않고 유건 옆 벽에 등을 댔다. 손등에 볼펜으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유건이 풀린 시각이었다.

백승호를 부축해 6층으로 내려갔지만 그대로였다. 8층에 닿자 생명줄이 다시 팽팽하게 섰고, 백승호는 바닥에 앉자마자 무릎을 감싸 쥐었다가 천천히 손을 뗐다.

“……힘이 들어가요.”

8층 홀은 토요일처럼 반들반들했다. 반대편 벽의 목 어귀를 헤드랜턴으로 훑어봤다. 그날 던져 넣은 화학봉이 빛을 다 잃고 굴러 있었다.

뻘게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다른 데를 청소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랜턴 빛을 바닥 쪽으로 낮췄다. 굳이 불러들일 이유가 없었다.

그가 무릎을 세웠다. 다리를 폈다 굽혔다. 저린 것도 가셨다. 헤드랜턴 아래에서 무늬가 한 톤 가라앉아 있었다. 토요일 서하와 같은 층이었다.

“여기서 37분 30초요.”

“30초는 왜요.”

“A급이시라서요. 반을 곱하면 끝에 반 분이 붙어요.”

백승호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웃음이 가라앉자 그가 천장을 보며 말했다.

“오늘 3시에 뛰라고 한 거, 위에서 정한 거예요.”

“위에서요.”

“원래는 목요일이었어요. 아침에 갑자기 오늘로 당기더라고요. 청문회 하는 시간에 맞춰서, 쉬지 말고 뛰라고. 기록 나오면 바로 협회 화면에 띄운다고.”

그가 제 옆구리를 내려다봤다. 무늬가 남은 자리를 손바닥으로 덮었다.

“멀쩡한 거 보여 주라고 뛴 건데.”

나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변호사가 손목시계를 보던 손놀림이 떠올랐다. 미리 받아 둔 일정표. 그 일정표 끝에 이 사람의 무릎이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셈을 하나 더 했다.

마스크를 들고 던전 공기를 몇 모금 마셨다. 귀 뒤가 뜨거워졌다. 토요일 이 층에서 느낀 것과 같은, 소주 한 잔에 조금 못 미치는 기운이었다.

서하의 입술은 7층에서 떨렸고, 6층까지는 괜찮았다. 물속에서 순산소를 물려도 되는 한계가 9미터다. 6층이 그 한계 언저리라면 한 층은 1.5미터쯤이다.

그러면 이 층은 12미터쯤 된다. 잠수사들 우스갯소리로 마티니 한 잔이 15미터쯤이니, 한 잔에 조금 못 미친다. 우스갯소리치고는 내 머리와 맞았다.

잠수판 맨 위 귀퉁이에 적었다.

1층 1.5.

그 옆에 작게 한 낱말을 더 적었다. 층압. 기압계에는 안 잡히는 압이 층마다 쌓인다면, 그 말밖에 붙일 이름이 없었다.

그 숫자 하나로 나머지가 줄줄이 따라왔다. 40층이면 60미터. 공기를 마시는 잠수사가 일하러 내려가는 끝이 그 근처다. 1공대는 거기서 쉬지 않고 뛰어 올라왔다. 나는 연필을 쥔 채 그 숫자를 오래 봤다.

기다림이 찼다. 6층에서 백승호에게 예비 마스크를 물렸다. 위에서 흘려보내는 공기가 쉭 소리를 냈다. 5분을 섰다. 4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아무도 없었다. 굴 어귀 바위에 분필 글씨가 남아 있었다. 둘째 나감, 4시 31분, 윤. 서하의 글씨였다.

남은 시간을 백승호와 둘이서 섰다. 마스크 안에서 그가 물었다.

“이걸 다 어떻게 아세요.”

“다 몰라요. 오늘 적는 거예요.”

그가 내 손에 들린 잠수판을 봤다. 줄이 둘 적혀 있었다.

밖으로 나왔을 때 해가 기울고 있었다. 강물이 붉게 일렁였고, 바지선 그림자가 둔치 쪽으로 길게 누웠다.

백승호는 바지선 사다리를 혼자 올랐다. 갑판 위에서 유건이 그를 끌어안았다. 유건 옆에 서하가 서 있었다. 그녀가 내 쪽으로 손등을 들어 보였다. 볼펜 글씨가 아까보다 늘어 있었다.

유건이 풀린 시각, 나간 시각, 그리고 그 아래 작게 「4층 이상 없음」. 그녀는 그걸 보여 주고는 손을 내렸다. 확인을 받으려는 눈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둔치가 토요일만큼 시끄러웠다. PD가 마이크를 들고 나한테 달려왔다가, 곽 영감이 그 앞에 생명줄 사리를 툭 내려놓는 바람에 걸음을 멈췄다.

영감은 아무 말 없이 줄을 사리기 시작했다. PD는 줄을 넘어올 생각을 못 하고 그 자리에서 마이크만 내밀었다.

오철이 내 옆에 와서 섰다.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손에 아직 줄 끝을 쥐고 있었다.

“나중에 얘기하자.” 내가 말했다. “길게.”

오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줄 끝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풀렸다.

서정모가 둘의 다리를 차례로 두드려 보고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출입 일지 여백에 또 적었다. 협회 지정의 입회하에 재압 처치 완료. 시각과 서명.

협회 의사가 서명한 첫 구조였다.

갑판 사다리 쪽에서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둔치로 내려오는 게 보였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었다. 왼쪽 다리를 조금 끌었다. 그가 바지선에 오르자 협회 사람들이 일제히 허리를 폈다.

헌터협회장이었다. 은퇴한 A급이라는 것만 뉴스로 알고 있었다.

협회장은 갑판을 가로질러 곧장 내 앞으로 왔다. 내 젖은 잠수복과 가슴 끈의 잠수판을 차례로 훑고, 잠수판 귀퉁이의 숫자에서 눈을 멈췄다.

“30층 아래로 내려가 본 적 있나.”

“없습니다.”

“청솔 길드 열한 명이 아침부터 30층에서 안 올라오고 있네. 통신석을 몇 개나 이어서 겨우 말이 올라왔어.”

협회장이 휴대폰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렸다. 중계 기사가 받아 적은 문장이 떠 있었다.

올라가면 끓는다며. 그 잠수부 불러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