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의 기차표 (3)
作 미야자와 겐지 · 2026-10-03
조반니: 그럼 지금 저기서 피리를 불고 있는 걸까?
다다시: 지금은 바다에 가 있어.
가오루: 아니야. 벌써 바다에서 올라오셨어.
다다시: 맞다, 맞다. 나 알아. 내가 얘기해 줄게.
그때 강 건너편이 갑자기 붉게 물들었다. 버드나무 같은 것들이 검게 떠올랐고, 보이지 않는 은하수의 물결도 이따금 바늘처럼 붉게 번쩍였다.
건너편 들판에서 새빨간 불길이 크게 타오르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높이 솟아, 차가워 보이는 도라지꽃 빛 하늘을 그을릴 듯했다. 그 불은 루비보다 붉고 맑았으며, 리튬보다도 아름답게, 취한 듯 타올랐다.
조반니: 저건 무슨 불일까? 저렇게 붉게 빛나는 불은 대체 뭘 태워야 나오는 걸까?
캄파넬라: 전갈의 불이야.
캄파넬라가 지도를 보며 대답했다.
가오루: 아, 전갈의 불이라면 저도 알아요.
조반니: 전갈의 불이 뭔데?
가오루: 전갈이 불에 타서 죽은 거예요. 그 불이 지금도 타고 있다고 아빠한테 여러 번 들었어요.
조반니: 전갈은 벌레잖아.
가오루: 네, 전갈은 벌레예요. 그래도 착한 벌레예요.
조반니: 전갈은 착한 벌레가 아니야. 박물관에서 알코올에 담가 둔 걸 본 적 있어. 꼬리에 이런 갈고리 침이 있는데, 거기 찔리면 죽는다고 선생님이 그러셨어.
가오루: 맞아요. 그래도 착한 벌레예요. 아빠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가오루: 옛날 발도라 들판에 전갈 한 마리가 살았대요.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살았는데, 어느 날 족제비 눈에 띄어 잡아먹힐 뻔했어요.
가오루: 전갈은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지만 결국 족제비에게 붙잡힐 지경이 됐어요. 그때 앞에 우물이 있어서 그만 거기 빠지고 말았대요. 아무리 해도 기어오를 수가 없어서, 전갈은 물에 빠져 죽어 가기 시작했어요. 그때 전갈이 이렇게 기도했대요.
“아아,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목숨을 빼앗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막상 내가 족제비에게 잡아먹히게 되자 그토록 기를 쓰고 도망쳤다. 그래도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아아, 무엇 하나 믿을 것이 없구나.
어째서 나는 내 몸을 잠자코 족제비에게 내주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족제비도 하루는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느님, 부디 제 마음을 보아 주세요. 이렇게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 말고, 다음번에는 부디 모두의 행복을 위해 제 몸을 써 주세요.”
가오루: 그랬더니 어느 날 전갈은 제 몸이 새빨갛고 아름다운 불이 되어 타오르며 밤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걸 보았대요. 지금도 타고 있다고 아빠가 그러셨어요. 정말 저 불이 바로 그 불이에요.
캄파넬라: 맞아. 저기 봐. 저 근처 삼각표들이 꼭 전갈 모양으로 늘어서 있어.
조반니는 정말로 그 큰 불 너머에 삼각표 세 개가 전갈의 팔처럼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다. 이쪽에는 삼각표 다섯 개가 전갈의 꼬리와 갈고리 침처럼 늘어서 있었다. 새빨갛고 아름다운 전갈의 불은 정말로 소리 없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이 차츰 뒤로 멀어지자, 뭐라 말할 수 없이 흥겨운 온갖 악기 소리와 풀꽃 향기 같은 것, 휘파람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바로 가까이에 마을이 있고, 거기서 축제라도 열리는 것 같았다.
다다시: 켄타우로스 축제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조반니 옆에서 잠들어 있던 다다시가 갑자기 창밖을 보며 소리쳤다.
아아, 그곳에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새파란 가문비나무와 전나무가 서 있었다. 그 속에 꼬마전구가 수없이 달려 있어, 마치 반딧불이 천 마리가 모여 앉은 것 같았다.
조반니: 아, 맞다. 오늘 밤은 켄타우로스 축제지.
캄파넬라: 응, 여기는 켄타우로스 마을이야.
캄파넬라가 곧바로 말했다.
다다시: 공 던지기라면 나는 절대 안 빗나가.
다다시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가정교사: 이제 곧 남십자성입니다. 내릴 준비를 하세요.
가정교사가 모두에게 말했다.
다다시: 나, 기차 좀 더 타고 싶어요.
캄파넬라 옆에 앉아 있던 가오루는 안절부절못하며 일어나 내릴 채비를 했다. 그래도 조반니 일행과 헤어지기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가정교사: 여기서 내려야 합니다.
가정교사는 입을 꾹 다물고 다다시를 내려다보았다.
다다시: 싫어요. 나는 기차를 좀 더 타고 나서 갈 거예요.
조반니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조반니: 우리랑 같이 타고 가자. 우리는 어디까지든 갈 수 있는 표를 갖고 있어.
가오루: 그래도 우리는 여기서 내려야 해요. 여기서 하늘나라로 가는 거니까요.
가오루가 쓸쓸하게 말했다.
조반니: 하늘나라 같은 데 안 가도 되잖아. 우리는 여기서 하늘나라보다 더 좋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우리 선생님이 그러셨어.
가오루: 하지만 엄마도 거기 가 계시고, 하느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는걸요.
조반니: 그런 하느님은 가짜 하느님이야.
가오루: 그쪽 하느님이야말로 가짜 하느님이에요.
조반니: 그렇지 않아.
가정교사: 그럼 당신의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인가요?
가정교사가 웃으며 물었다.
조반니: 사실 저도 잘은 몰라요.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단 하나뿐인 하느님이에요.
가정교사: 참된 하느님은 물론 단 한 분이지요.
조반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단 하나뿐인, 정말로 정말인 하느님이요.
가정교사: 그러니까 바로 그 하느님 아닙니까. 나는 여러분이 언젠가 그 참된 하느님 앞에서 우리와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가정교사가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가오루도 똑같이 손을 모았다. 모두 정말로 헤어지기 아쉬운 얼굴이었고, 얼굴빛도 조금 창백해 보였다. 조반니는 하마터면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가정교사: 자, 준비는 다 됐나요? 곧 남십자성이에요.
아, 바로 그때였다. 보이지 않는 은하수의 저 먼 하류에, 푸른빛과 주황빛, 온갖 빛으로 수놓인 십자가가 한 그루 나무처럼 강물 속에서 솟아올라 빛나고 있었다. 그 위로는 푸르스름한 구름이 둥근 고리처럼 걸려 후광 같았다.
객차 안이 술렁였다. 모두 북십자성을 지날 때처럼 똑바로 서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참외에 달려들 때 같은 기쁨의 소리와, 뭐라 말할 수 없이 깊고 경건한 한숨이 들려왔다.
십자가는 점점 창 정면으로 다가왔다. 사과 속살처럼 푸르스름한 고리 구름이 천천히 소용돌이치는 것도 보였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밝고 즐거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저 하늘 먼 곳, 차가운 하늘 너머에서 맑게 비치는 듯한, 뭐라 말할 수 없이 상쾌한 나팔 소리를 들었다.
기차는 수많은 신호등과 전등 불빛 사이를 지나며 점점 느려지더니, 마침내 십자가 바로 맞은편에 완전히 멈춰 섰다.
가정교사: 자, 내립시다.
가정교사가 다다시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오루와 다다시는 서로의 옷깃과 어깨를 매만져 주며 천천히 저쪽 출구로 걸어갔다.
가오루: 그럼, 안녕.
가오루가 돌아보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조반니: 안녕.
조반니는 울음을 참는 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가오루는 괴로운 듯 눈을 크게 뜨고 한 번 더 이쪽을 돌아보더니, 아무 말 없이 나가 버렸다.
객차 안은 벌써 절반 넘게 비어, 갑자기 텅 빈 듯 쓸쓸해졌다. 바람이 휑하니 불어 들어왔다.
내다보니 사람들은 경건하게 줄을 지어 십자가 앞 은하수 강가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은하수의 물을 건너, 환하게 빛나는 흰옷의 사람이 손을 내밀며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때 벌써 유리 호루라기가 울리고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은빛 안개가 하류 쪽에서 스르르 흘러와, 그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호두나무 여러 그루가 잎을 반짝이며 안개 속에 서 있었고, 황금빛을 두른 전기 다람쥐들이 귀여운 얼굴을 빼꼼빼꼼 내밀 뿐이었다.
그때 안개가 조금 걷혔다. 어딘가로 이어지는 가도처럼, 작은 전등이 한 줄로 늘어선 길이 보였다. 그 길은 한동안 선로를 따라 이어졌다. 두 사람이 그 불빛 앞을 지날 때면 콩알만 한 작은 불은 인사라도 하듯 톡 꺼졌다가, 두 사람이 지나가면 다시 켜졌다.
돌아보니 아까의 십자가는 아주 작아져서, 그대로 가슴에 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까 그 여자아이와 가정교사 일행이 하얀 강가에 아직 무릎을 꿇고 있는지, 아니면 어딘지 모를 하늘나라로 가 버렸는지, 아득해서 분간할 수가 없었다.
조반니는 후, 하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조반니: 캄파넬라, 다시 우리 둘만 남았어.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같이 가자. 나는 이제 저 전갈처럼, 정말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 따위 백 번 불태워져도 괜찮아.
캄파넬라: 응. 나도 그래.
캄파넬라의 눈에 맑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조반니: 그런데 진짜 행복이란 대체 뭘까.
캄파넬라: 나도 모르겠어.
캄파넬라가 멍하니 대답했다.
조반니: 우리, 꼭 해내자.
조반니는 가슴 가득 새 힘이 솟는 듯 후, 하고 숨을 내쉬며 말했다.
캄파넬라: 아, 저기 석탄자루야. 저게 하늘의 구멍이야.
캄파넬라가 그쪽을 조금 피하듯 하며 은하수 한 곳을 가리켰다.
그쪽을 본 조반니는 그만 흠칫 놀랐다. 은하수 한 곳에 커다랗고 새까만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이 시큰시큰 아플 뿐이었다.
조반니: 나는 이제 저렇게 큰 어둠도 무섭지 않아. 꼭 모두의 진짜 행복을 찾으러 갈 거야.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우리 같이 가자.
캄파넬라: 응, 꼭 갈 거야. 아, 저기 들판은 어쩜 저렇게 아름다울까. 다들 모여 있네. 저기가 진짜 하늘나라야. 앗, 저기 있는 건 우리 엄마야!
캄파넬라가 갑자기 창밖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들판을 가리키며 외쳤다.
조반니도 그쪽을 보았지만, 그곳은 뿌옇게 하얀 연기가 낀 듯할 뿐이었다. 아무리 봐도 캄파넬라의 말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쓸쓸한 마음으로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건너편 강가에 전신주 두 개가 양쪽에서 팔짱을 낀 듯 붉은 가로대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조반니: 캄파넬라, 우리 같이 가자.
조반니가 그렇게 말하며 돌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캄파넬라가 앉아 있던 자리에 이제 캄파넬라는 없었다. 검은 벨벳 같은 자리만 반들반들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