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잡는 사람
作 미야자와 겐지 · 2026-10-03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걸걸했지만 친절하게 울리는 목소리였다.
새잡이: 여기 앉아도 될까요?
돌아보니 붉은 수염을 기른 남자가 서 있었다. 낡아서 조금 해진 갈색 외투 차림이었고, 흰 천으로 싼 짐 두 개를 양쪽 어깨에 나누어 메고 있었다.
조반니: 네, 앉으세요.
조반니는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인사했다. 붉은 수염의 남자는 수염 속에서 빙그레 웃으며 짐을 천천히 그물 선반에 올렸다.
조반니는 말할 수 없이 쓸쓸하고 슬픈 마음으로 정면의 시계만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때 저 멀리 앞쪽에서 유리 피리 같은 소리가 울렸다. 기차가 소리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캄파넬라는 객실 천장을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등불 하나에 검은 딱정벌레가 앉아 있어서, 그 그림자가 천장에 커다랗게 비쳤다.
붉은 수염의 남자는 어딘가 그리운 듯 웃으며 조반니와 캄파넬라를 바라보았다. 기차는 점점 빨라졌다. 창밖으로 억새와 강물이 번갈아 반짝였다.
붉은 수염의 남자가 조금 머뭇거리며 두 아이에게 물었다.
새잡이: 두 분은 어디까지 가십니까?
조반니: 어디까지든 갈 거예요.
조반니가 조금 멋쩍게 대답했다.
새잡이: 그거 좋군요. 이 기차는 정말로 어디까지든 가니까요.
캄파넬라: 아저씨는 어디로 가세요?
캄파넬라가 불쑥 묻는 바람에 조반니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맞은편 자리에 앉은, 뾰족한 모자를 쓰고 허리에 커다란 열쇠를 찬 사람도 힐끗 이쪽을 보며 웃었다. 캄파넬라도 얼굴이 빨개져서 따라 웃었다.
하지만 붉은 수염의 남자는 조금도 언짢아하지 않았다. 뺨을 씰룩이며 대답했다.
새잡이: 나는 바로 요 앞에서 내립니다. 새 잡는 일을 하거든요.
캄파넬라: 어떤 새요?
새잡이: 두루미나 기러기요. 백로도, 백조도 잡지요.
조반니: 두루미가 많이 있어요?
새잡이: 있고말고요. 아까부터 울고 있잖아요. 못 들었어요?
조반니: 아뇨.
새잡이: 지금도 들리잖아요. 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두 아이는 눈을 들고 귀를 기울였다.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와 억새를 스치는 바람 소리 사이로, 도르륵도르륵 물이 솟아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조반니: 두루미는 어떻게 잡아요?
새잡이: 두루미 말인가요, 백로 말인가요?
조반니: 백로요.
조반니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새잡이: 그거야 간단하지요. 백로는 전부 은하수의 모래가 엉겨서 생겨나는 거라, 언제나 강으로 돌아오거든요. 그러니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백로가 다리를 이렇게 하고 내려올 때 땅에 닿을락 말락 하는 순간 딱 눌러 잡으면 됩니다.
새잡이: 그러면 백로는 마음을 놓고 그대로 죽어 버리지요. 그다음이야 뻔한 일이고요. 나뭇잎 누르듯 납작하게 눌러 말리기만 하면 됩니다.
조반니: 백로를 눌러 말린다고요? 표본으로 만드는 거예요?
새잡이: 표본이 아니에요. 다들 먹는 거지요.
캄파넬라: 이상하네요.
캄파넬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새잡이: 이상할 것 하나 없어요.
남자는 일어나 그물 선반에서 꾸러미를 내리더니 재빠르게 돌돌 풀었다.
새잡이: 자, 보세요. 방금 잡아 온 겁니다.
조반니: 정말 백로네!
두 아이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새하얀 백로 열 마리쯤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 저 북십자성처럼 빛나는 몸은 조금 납작해져 있었고, 검은 다리를 오므린 채 돋을새김처럼 줄지어 있었다.
캄파넬라: 눈을 감고 있네.
캄파넬라가 손가락으로 백로의 초승달 같은 흰 눈을 살며시 만졌다. 머리 위의 창끝 같은 흰 깃털도 고스란히 붙어 있었다.
새잡이: 그렇지요?
새잡이는 보자기를 겹쳐 다시 돌돌 싸고 끈으로 묶었다. 조반니는 대체 누가 이런 곳에서 백로 같은 걸 먹을까 생각하며 물었다.
조반니: 백로는 맛있어요?
새잡이: 그럼요, 날마다 주문이 들어와요. 하지만 기러기가 더 잘 팔리지요. 기러기 쪽이 훨씬 때깔이 좋고, 무엇보다 손이 덜 가거든요. 자, 이것 봐요.
새잡이는 이번에는 다른 꾸러미를 풀었다. 노란빛과 푸르스름한 흰빛이 얼룩덜룩 섞인 기러기들이 무슨 등불처럼 빛나고 있었다. 아까의 백로처럼 부리를 가지런히 맞추고, 조금 납작해진 채 나란히 누워 있었다.
새잡이: 이건 바로 먹을 수 있어요. 어때요, 좀 들어 보세요.
새잡이가 노란 기러기의 다리를 가볍게 잡아당기자, 다리는 초콜릿으로 만든 것처럼 똑 하고 깨끗하게 떨어졌다.
새잡이: 어때요. 조금 먹어 보세요.
새잡이는 그것을 둘로 쪼개 건넸다. 조반니는 조금 맛을 보았다.
뭐야, 역시 이건 과자잖아. 초콜릿보다 더 맛있긴 하지만, 이런 기러기가 날아다닐 리 없어. 이 사람은 어느 들판의 과자 장수인 거야. 그런데 이 사람을 바보 취급하면서 이 사람 과자를 먹고 있자니 어쩐지 미안하네.
조반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우물우물 그것을 먹었다.
새잡이: 좀 더 드세요.
새잡이가 다시 꾸러미를 내밀었다. 조반니는 더 먹고 싶었지만 사양했다.
조반니: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그러자 새잡이는 이번에는 맞은편 자리의, 열쇠를 찬 사람에게 꾸러미를 내밀었다. 그 사람은 모자를 벗었다.
등대지기: 이런, 파는 물건을 얻어먹어서 미안하구려.
새잡이: 천만에요. 그래, 올해 철새 경기는 어떻습니까?
등대지기: 아이고, 대단하지요. 그저께 밤 두 시쯤에는 등대 불빛을 왜 규칙에도 없이 자꾸 끊기게 하느냐고, 여기저기서 전화로 고장 신고가 빗발쳤다오.
등대지기: 뭐, 내가 그러는 게 아니라 철새 떼가 새까맣게 뭉쳐서 등불 앞을 지나가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래서 내가 그랬지요. 제기랄, 그런 불평은 나한테 가져와 봐야 소용없다, 너덜너덜한 망토를 걸치고 다리랑 부리가 터무니없이 가느다란 대장한테나 가져가라고. 하하.
억새가 끊기자 저편 들판에서 환한 빛이 확 쏟아져 들어왔다.
캄파넬라: 백로는 왜 그렇게 손이 많이 가요?
캄파넬라가 아까부터 궁금하던 것을 마침내 물었다. 새잡이가 이쪽으로 돌아앉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새잡이: 그건 말이에요, 백로를 먹으려면 특별한 손질이 필요해서지요. 은하수의 물빛에 열흘 동안 매달아 두거나, 모래에 사나흘 묻어 둬야 하거든요. 그래야 수은이 다 날아가서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캄파넬라: 그건 새가 아니에요. 그냥 과자 같은걸요.
캄파넬라가 큰마음을 먹고 말했다. 새잡이는 무엇에 놀란 듯했다.
새잡이: 그래그래, 여기서 내려야지.
새잡이는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짐을 챙기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조반니: 어디 갔을까?
두 아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등대지기는 히죽히죽 웃으며 몸을 조금 내밀어 창밖을 내다보았다.
두 아이도 그쪽을 보았다. 아까의 새잡이가 노랗고 파란 빛을 아름답게 내뿜는 떡쑥 위에 서 있었다. 진지한 얼굴로 두 팔을 벌린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조반니: 저기 가 있어. 참 신기하다. 분명 또 새를 잡으려는 거야. 기차가 지나가 버리기 전에 얼른 새가 내려오면 좋겠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하늘에서 눈이 내리듯 아까 본 백로들이 꽥꽥 울며 춤추듯 내려왔다. 새잡이는 기다리던 대로 됐다는 듯 흡족한 얼굴로 두 다리를 단단히 벌리고 섰다. 그러고는 내려오는 백로의 검은 다리를 닥치는 대로 붙잡아 자루 속에 넣었다.
자루 속 백로들은 반딧불처럼 파랗게 빛났다 꺼졌다 했다. 그러다 이윽고 모두 희뿌옇게 하얘지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붙잡히는 백로보다 무사히 은하수의 모래 위에 내려앉는 백로가 더 많았다. 지켜보니 발이 모래에 닿자마자 눈이 녹듯 오그라들며 납작해졌다. 한동안은 모래 위에 새의 모양이 남아 있었지만, 두세 번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사이에 주위와 같은 빛깔이 되어 버렸다.
새잡이는 스무 마리쯤 자루에 넣더니, 갑자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꼭 총에 맞아 쓰러지는 병사 같은 자세였다. 다음 순간 그곳에서 새잡이의 모습이 사라졌다. 대신 귀에 익은 목소리가 조반니의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새잡이: 하아, 시원하다. 딱 제 몸에 맞을 만큼만 버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지요.
돌아보니 새잡이는 벌써 잡아 온 백로를 가지런히 추려 한 마리씩 다시 포개고 있었다.
조반니: 어떻게 저기서 단번에 여기로 오셨어요?
조반니는 당연한 일 같으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듯한, 묘한 기분으로 물었다.
새잡이: 어떻게라니요, 오려고 하니까 왔지요. 그런데 두 분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새잡이가 가볍게 되물었다. 조반니는 곧바로 대답하려 했지만, 정말로 어디서 왔는지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캄파넬라도 얼굴을 붉힌 채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 애쓰고 있었다.
새잡이: 아아, 먼 데서 오셨군요.
새잡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