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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사람의 자리 · 이름이 생겼다

作 나츠하나 · 2026-10-27

모래시계 · 잔량 17시간 30분 · 여행 7일차

트럭은 언덕 초입에서 두 사람을 내려놓고 배달 길로 사라졌다. 남은 이백 미터는 걸어 올라야 했다. 길은 좁고 담장은 낮았으며, 담장 너머로 올리브와 사이프러스가 아직 어두운 하늘 아래 서 있었다. 돌아보면 아래쪽 도시는 돔 하나와 종탑 하나를 빼고는 아직 불빛뿐이었다. 새벽 네 시 반의 언덕에는 매미와 개 짖는 소리뿐이었다.

담장 안의 집은 크지 않은 이층 석조 건물로, 눈먼 사람이 마지막 구 년을 살다 죽은 뒤 사백 년 동안 이름만 커진 집이었다. 문패도 안내판도 없었고, 보존은 되어 있으나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라 담장 밖까지 조용했다. "여기서부터는 관광객 아님." 성하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손 놓지 말기."

들어가는 법은 테레사가 종이 한 장으로 주었다. 사십 년 전 이 집의 창틀을 수리한 사람이 남긴 기록으로, 치수와 재질과 함께 어느 쪽 걸쇠가 어느 방향으로 도는지가 연필로 적혀 있었다. 루치라는 성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글씨 버릇이 가게 장부와 같았다. 숨기는 것이 가업인 집안은 여는 법도 알고 있었다.

도윤은 정문은 보지도 않고 뒤쪽 낮은 창 앞에 쪼그려 앉았다. 경매 현장에서 배운 것 중에는 오래된 물건을 부수지 않고 여는 기술도 있었다. 값을 매기려면 먼저 열어야 했고 열다가 상하게 하면 값이 사라졌다. 걸쇠가 종이에 적힌 방향으로 돌자 창은 소리 없이 안으로 밀렸다.

집 안은 서늘하고 건조했으며 사람이 사는 냄새 대신 회벽과 오래된 나무의 냄새가 났다. 어둠에 눈이 익어 방들의 배치가 드러나자 두 사람은 남쪽으로 난 창이 있는 방을 찾았다. 눈먼 사람이 마지막까지 앉아 있었을 자리라면 하늘이 가장 넓게 열리는 쪽일 터였다. 그 방의 창은 낮았고 창턱은 앉기 좋은 높이였다.

도윤은 그 앞에서 막혔다.

창틀을 손으로 훑고 벽을 두드리고 선반의 밑면까지 손을 넣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이 삼십 분이 지났다. 문장은 분명히 이 방을 가리켰는데 방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하늘에 적었다는 사람이 하늘을 보던 자리이고, 여전히 보고 있다는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였다.

"잠깐." 성하가 말했다. "눈을 감고 해 봐." 도윤이 돌아보자 성하는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사람, 이 방을 눈으로 안 썼잖아. 우리는 지금 보이는 사람의 방식으로 찾고 있어. 그 사람은 안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두 사람은 눈을 감고 방을 걸었다. 손으로 벽을 더듬고 발로 바닥의 굴곡을 더듬다 보니 방이 작아졌다. 눈먼 사람에게 방은 손이 닿는 높이와 발이 아는 자리가 전부였고, 그 안에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무언가를 숨길 수 있는 곳은 하나뿐이었다.

도윤이 눈을 뜨고 발밑을 보았다. 창 앞 바닥은 다른 곳과 같은 돌인데 한 장만 색이 달랐다. 무릎을 꿇고 손바닥으로 쓸어 보니 가운데가 오목하게 닳아 있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곳에 발을 디딘 사람이 오래전에 남긴 자국이었다. 그런 자국을 읽는 것이 감정사의 일이었다. 표면의 닳음은 위조되지 않는다. 값을 정하는 것은 서명이 아니라 마모라고 그는 후배들에게 늘 말해 왔다.

그러니까 거기였다. 문장이 방을 가리켰고 실명이 높이를 정했으며 마모가 자리를 짚었다. 셋 중 하나만 있었으면 그는 아직도 벽을 두드리고 있었을 것이다.

돌은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만큼 들렸다. 아래의 얕은 구멍 안에는 밀랍으로 봉한 통이 하나 들어 있었고, 오래된 봉랍이 부스러지자 통 안에서는 기름 먹인 천이, 천 안에서는 접힌 종이 뭉치가 나왔다. 도윤의 손이 떨렸다. 감정사의 손이 물건 앞에서 떨린 것은 처음이었다. 첫 장의 첫 줄에 눈이 닿는 순간 성하의 손이 그의 손등을 눌렀다.

"읽는 건 안전한 데서. 지금은 찍기부터."

도윤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성하가 옳았다. 찍는 데는 폰 대신 어제 준비물에 넣어 둔 회선 없는 작은 촬영기를 썼다. 성하의 회선만 뚫렸다고 믿을 근거는 없었다. 저들은 아마 그의 이름도 알고 있을 것이었고, 모르는 것을 안전하다고 부르는 것이 바로 희망으로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 문장은 어제 가게의 탁자에서 그가 직접 한 말이었다.

그는 마흔 장 남짓한 종이를 한 장씩 펼쳐 순서대로 찍으면서, 크기를 보여 주려고 가장자리에 손가락을 함께 넣었다. 찍는 동안에는 읽지 않으려고 글자 대신 여백을 보았다.

사진은 아직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카드는 촬영기 안에 있었고, 통신을 쓰려면 회선을 고를 수 있는 곳까지 내려가야 했다. 지금 바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은 경위서와 장부 사본과 해독 경위를 넣어 어제 만들어 둔 묶음뿐이었다. 신호는 정오와 자정에 두 사람이 각자의 채널에서 따로 보내고, 하나라도 빠지면 그날로 전부 나간다.

"카드는 내가 가질게." 성하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당신이 다 들고 있으면, 당신만 잡으면 되는 거잖아."

도윤은 잠깐 성하를 보다가 카드를 건넸다. 나눠 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두 사람 다 알았다. 일 년 전 새벽의 서명 하나가 그들을 이 방까지 데려왔고, 오늘의 전송은 같은 손이 보낼 것이었다.

성하가 빈 구멍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때 내가 그랬지. 당신도 갈릴레오처럼 거꾸로 왔다고. 여기가 그 끝이야." 그러고는 숨도 고르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이가 찾던 것은 별이 아니라, 별을 보던 사람이 앉았던 자리였다."

새벽 다섯 시 사십 분, 언덕 아래의 그물이 위치를 회복했다. 놓친 것은 두 시간이었다. 새벽 이동을 잡아내지 못한 그 두 시간은 다리오의 수첩에 빈 줄로 남았다.

회복은 절반만 우연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목록 덕이었다. 그 이름이 살았던 자리들은 오래전부터 순찰 대상이었으며 언덕 위의 그 집은 목록의 첫 줄이었다. 남쪽 창의 방에서 불빛이 한 번 흔들렸는데 그 시각 그 집에 있을 사람은 없었다. 다리오가 올린 보고는 두 줄이었다.

목적지 확인. 안내 종료.

본부의 더 짧은 응답 한 줄을 다리오는 두 번 읽었다. 엿새 동안 모든 지시문에 들어 있던 단어가 하나 빠져 있었다. 기다린다는 말이었다. 그는 연필을 놓고 창밖의 언덕을 보았다.

차량 세 대가 등을 끈 채 소리 없이 언덕길을 올라 갈림길마다 하나씩 섰고, 여섯 시가 되기 전에 그 집에서 내려오는 길마다 사람이 서 있었다. 집 안의 두 사람은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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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이름이 생겼다

모래시계 · 잔량 16시간 00분 · 여행 7일차

창가는 읽을 자리가 못 되어 두 사람은 안쪽의 창 없는 방으로 옮겼다. 도윤이 바닥에 겉옷을 깔고 그 위에 종이를 순서대로 늘어놓는 동안, 성하는 수첩과 펜을 무릎에 올리고 안주머니를 눌러 새벽에 건네받은 카드가 있는지 확인했다. "바로 안 읽어?" "진짜인지부터." 도윤이 말했다. "아니면 우리는 종이 뭉치 때문에 여기 있는 거니까."

위조는 늘 너무 고르게 상해 있는데 이것은 고르지 않아서 판정은 금방 났다. "진품입니다." 그가 말했지만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자신도 몰랐다. 글은 라틴어였고, 이 도시의 간판도 제대로 못 읽는 그가 사백 년 전 문장은 읽을 수 있었다.

도윤이 소리 내어 옮기면 성하가 받아 적기로 했다. 성하는 옛 글씨를 읽지 못했고 도윤은 읽으면서 쓸 수 없었으니, 둘 중 누구도 혼자서는 기록을 남길 수 없었다.

첫 장은 짧았고 수신인이 없었다. "이것을 읽는 사람에게." 도윤이 옮긴 것은 조금 전 눈만 스쳤던 그 줄이었다. 자신이 입으로 한 부인은 무효이며 그 이유는 다음 장부터 적는다는 말이 이어지는 동안 방에는 성하의 펜 소리만 났다.

다음 장부터는 숫자였다. 날짜와 수치, 표와 도해로, 언제 무엇을 어느 각도에서 보았고 그 값이 얼마였는지가 적혀 있었다. 철회한 다음 날에도, 그다음 해에도, 눈이 어두워지는 동안에도 그는 보고 있었고 누군가에게 그것을 불러 주고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자리로 돌아온 사람의 지루하고 정확한 기록이었다.

스무 장을 넘겼을 때 도윤이 멈췄다. "이상해. 이건 학계가 뒤집힐 물건이야. 그런데 사람을 묻을 물건은 아니야." 성하가 펜을 든 채 그를 보았다. "논문 하나 값이라고. 사백 년을 감시할 값은 아니라고."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서두와 본문의 글씨가 달랐는데, 서두는 손이 흔들리는 사람의 글씨였고 본문은 흔들림이 없었다. 눈먼 사람은 긴 글을 스스로 쓸 수 없으니 이 방에는 그 시절에도 불러 주는 사람과 받아 적는 사람, 두 사람이 있었다. 도윤은 자기 옆에서 펜을 쥔 손을 잠깐 보았다.

마지막 다섯 장에서는 숫자가 사라지고 진술이 나왔다. 어떤 서류가 재판에 제출되지 않았는지, 어떤 사본이 바꿔치기되었는지, 심문 조서의 날짜가 어떻게 고쳐졌는지가 차례로 적혀 있었다. 분노도 저주도 없이 여전히 건조한 문장으로 사실만 늘어놓은 목록이었다.

그 목록의 끝에 이름이 있었다.

"시질리." 도윤이 소리 내어 읽었다.

성하의 펜이 멈추면서 종이 위에 잉크가 한 점 번졌다. 이름에는 봉랍에 자기 가문의 문장을 쓰는 자들이라는 부기가 한 줄 붙어 있었고, 도윤은 그 줄을 두 번 읽고 세 번째에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감정에서는 출처가 확정되어야 값이 정해진다. 사백 년 동안 이쪽은 저쪽을 봉인하는 자들이라고만 불러 왔는데, 이제 부를 이름이 생겼다. 같은 순간 도윤은 하나를 더 알아차렸다. 일 년 전 새벽에 그가 감정서를 써서 보낸 곳이 이 이름이었다.

"이름이 생겼네." 성하가 잉크 번진 자리를 손끝으로 누르면서 낮게 말했다. "이름 있는 건 무섭지 않아. 무서운 건 이름 없는 거지."

마지막 장을 덮으려던 도윤의 손이 멈췄다.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눌린 자국이 하나 있었는데, 닳아서 반쯤 뭉개진 그 인장을 그는 어제 아침 어느 카운터 위에서, 그리고 열세 달 전 마흔두 장의 종이 귀퉁이에서 본 적이 있었다. 받아 적은 손은 학자도 제자도 아닌, 기구를 만들던 집안의 손이었다. 성당에서 문장을 옮긴 손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다 막혔던 자리가 거기서 이어졌다. 그 집안이 지키는 집안이 된 것은 제자의 주문 때문이라고 노인은 말했지만 이 인장은 그보다 앞선 자리에 찍혀 있었다. 도윤은 그것을 어떻게 전할지 생각하다가 지금 할 일이 아니라고 접었다.

먼저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던 성하가 바깥방의 덧창 틈으로 밖을 보더니 그 자세 그대로 도윤을 불렀다.

"도윤아."

올리브밭 가장자리에 사람이 하나, 나무 뒤가 아니라 나무 사이에 몸을 가리지 않고 서 있었다. 그 너머 갈림길에 차가 한 대, 아래 굽이에 또 한 대가 서 있었는데 등은 전부 꺼져 있었다.

도윤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엿새 동안 그들이 그림자에만 있었던 것은 안내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고, 이레째 아침에 그들은 나무 사이에 서 있었다. 안내인은 도착하는 순간 쓸모가 끝난다. 이틀 전 그가 스스로 세운 문장이었다. 시계는 여섯 시 사십 분을 지나고 있었고 내려가는 길은 이미 닫혀 있었다.

성하는 수첩을 꺼내지 않고 창밖의 사람을 보며 낮게 말했다. "아이는 문이 잠긴 것을 알고도, 읽던 이야기를 끝까지 읽었다."

언덕 아래에서는 배치가 끝나 있었다. 길목마다 하나, 담장의 세 모서리에 하나씩, 아래쪽 밭에 둘이 섰고 교대는 없었다. 다리오는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두 번 확인했지만 지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본부의 지시는 한 줄이었다. 집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기다린다. 새벽에 사라졌던 단어가 두 시간 만에 돌아와 있었고, 다만 뜻이 바뀌어 있었다. 그때 기다린 것은 안내였고 지금 기다리는 것은 오는 사람이었다.

검은 차 한 대가 언덕길을 올라오자 갈림길의 사람들이 차례로 몸을 돌려 지켜보았고, 차는 어느 초소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다리오는 처음으로 무전을 손에서 내려놓고 나무들 위로 솟은 그 집의 지붕을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