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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受取人)

作 나츠하나 · 2026-10-27

부고는 새벽 다섯 시에 왔다.

잠결에도 도윤은 모르는 국제번호의 앞자리가 지난주 문석주의 것과 같은 나라라는 것부터 알아보았다. 직업병이었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영사관 소속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소속과 직책을 말하는 목소리는 훈련된 듯 아무 감정이 없었다. 그런 목소리는 한 종류의 소식에만 쓰인다. 남자는 신원 확인을 위해 몇 가지를 묻겠다고 하고는 성함과 생년월일을 차례로 물었다.

"고인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가족이십니까?" 한 달 뒤에 그렇게 될 예정이었습니다, 라고는 말하지 못하고 도윤은 대답했다.

"약혼자입니다."

전화기 저쪽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약혼자는 서류의 어느 칸에도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도윤은 그 짧은 침묵을 두고두고 잊지 못했다.

"혹시 고인의 다른 가족분 연락처를 아시면…"

"없습니다." 도윤은 말했다. "그 사람 가족은 접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지만 서류는 그렇게 쳐주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도윤이 처음 한 일은 상대의 소속과 이름을 메모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한 일은 그 번호로 다시 걸어 고인의 이름 철자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세 번을 불러 달라고 했는데 매번 같은 이름이었다. 측정값은 반복될 때 참이 된다. 그렇게, 그것은 참이 되었다.

세 번째로는 성하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갔고, 그것이 아무 증거도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도윤은 신호가 끊길 때까지 들었다. 두 번째 걸었을 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 전원을 내렸고, 그것이 절차의 일부라는 사실을 도윤은 며칠 뒤에 통역에게서 들었다.

참이 된 다음의 며칠을 도윤은 시간 단위로 기억하지 못한다. 원장에게 알리는 일은 도윤이 했는데, 신호가 가는 동안 고르고 또 고른 문장은 첫마디에 무너졌다. 소리 내어 울지 않는 원장의 침묵은 아이들을 먼저 보내 본 적이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한참 뒤에 원장이 물은 것은 단 하나였다. 도윤아, 너는 지금 어디 있니. 도윤은 집이라고 대답했고, 그 대답이 질문의 뜻과 어긋난다는 것을 전화를 끊고서야 알았다.

성하가 자란 보육원의 원장이 보증인 비슷한 것이 되어 주고 회사가 법무팀을 붙여 주었어도 절차는 쉬워지지 않았다. 사망 경위 확인은 현지 경찰의 소관이었고 사건은 목격자가 없는 노상강도로 분류되어 있어서, 도윤이 할 수 있는 일은 서류를 보내는 것뿐이었다.

서류에는 용의자 불상, 촬영 사각이라고 적혀 있었고, 도난품 목록에는 지갑 속 현금과 귀걸이 한 짝이 올라 있었다. 도윤은 '종결 예정'이라는 단어의 번역이 정확한지 세 번 확인했지만 틀린 데가 없었고, 정확한 것이 미워지기는 처음이었다.

어느 날은 관계를 증명하라고 해서, 도윤은 스캐너 위에 청첩장을 올리고, 예식장 계약서를 올리고, 두 사람이 함께 쓴, 날짜 칸만 비워 둔 혼인신고서 초안을 올렸다. 그 일을 감정사답게 빈틈없이 해냈다는 것이 그는 수치스러웠다. 항공권은 부고 다음 날 끊었다가 그다음 날 취소했다.

법무팀의 말은 논리적이었다. 지금 가셔도 하실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확인 절차는 지문과 서류로 끝났고, 인도는 대리 수령이 가능하고, 현지 체류는 절차를 하루도 앞당기지 못합니다. 오히려 유골로 모셔 오는 일정이 더 빠릅니다. 전부 맞는 말이었다. 저울 위에 확실한 것과 불확실한 것이 올라오자 서도윤은 평생 해온 선택을 했다. 그래서 도윤은 이탈리아에 가지 않았다. 그 사실이 나중에 어떤 의미가 될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화장은 현지에서 이루어졌다. 그 결정조차 도윤의 서명만으로는 부족해서 서류가 며칠을 더 돌았고, 도윤은 그동안 성하가 마지막으로 있던 도시의 일기예보를 매일 확인했다. 맑음, 맑음, 소나기, 맑음. 그 하늘이 실제로 어떤 색이었는지는 끝내 보지 못했다.

성하는 여행 가방보다 작은 상자가 되어 돌아왔다. 공항 화물 청사의 형광등 아래에서 도윤은 인수 서류에 서명했다. 수취인 란이었다. 만년필이 종이를 떠날 때 감정 의견서 위에서 났던 것과 같은 소리가 났다.

따로 한 상자로 온 유품은 목록과 실물을 대조하며 인수해야 했고, 도윤은 그 절차만은 아무에게도 넘기지 않았다. 여권과 지갑이 나왔고, 지갑에는 동전 몇 닢이 남아 있었다. 쓰다 만 립밤, 휴대폰과 충전기, 접힌 지도 한 장, 개켜진 옷가지 몇 벌이 이어졌고 마지막이 스케치북 한 권이었다.

성하는 어디를 가든 스케치북을 들고 다녔고, 피렌체의 일주일도 그 안에 있었다. 광장의 비둘기들과 창마다 색이 다른 덧창들, 젤라토 진열장 앞에 줄을 선 발들만 그린 페이지까지, 그림책 작가의 눈으로 본 도시였다. 도윤은 한 장씩 넘기다가 마지막으로 그려진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

유품의 휴대폰은 끝내 켜 보지 못했다. 비밀번호를 아는데도 그랬다. 켜는 순간 마지막 사진과 마지막 검색어와 쓰다 만 마지막 문자가 있을 것이었다. 도윤은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 때 켜기로 했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에 그려진 것은 강 위에 낮게 놓인 오래된 다리로, 아치와 난간, 다리 위에 포개진 작은 집들의 윤곽까지는 연필선이 또렷한데 물과 하늘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그리다 만 그림이었고, 성하는 그림을 그리다 마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다리인지도, 왜 이 그림이 마지막인지도, 비워 둔 물빛을 무슨 색으로 칠할 생각이었는지도 도윤은 알지 못했다. 도윤은 그 페이지를 목록 대조가 끝난 뒤에도 한참 덮지 못했다.

장례식장에서 문제가 된 것은 완장이었다.

상주는 유족이 서는 자리였고 도윤은 서류상 유족이 아니었다. 상조회사 직원은 난처해했는데, 규정이 아니라 관습의 문제라서 더 그랬다. 그때 말없이 완장을 가져와 도윤의 팔에 채운 것은 대학 때부터의 성하 친구, 성하가 도윤을 처음으로 소개한 사람이었다. 친구는 완장을 채우고 나서 딱 한마디를 했다.

"형부잖아요."

아직 아닌 호칭이었고, 이제 영영 아닐 호칭이었다. 도윤은 그 완장을 차고 이틀을 서 있었고, 그사이 원장이 왔다. 일흔의 원장은 열여덟 살의 도윤에게 회중시계를 쥐여주었던 손으로 영정 앞에 국화를 놓았고, 식장을 나서면서는 도윤의 팔을 오래 잡고 있었다. 결혼식에서는 신부 손을 잡고 들어가기로 했었다. 두 사람 다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다음의 일 년은 말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도윤은 마셨다. 정확한 사람답게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을, 효과가 없어질 때까지 마셨다. 친구들은 말없이 돕다가, 술을 끊게 하려고 성하의 친구가 현관 비밀번호를 바꿔버린 어느 날에는 화를 냈고, 결국은 그냥 곁에 있어 주었다.

성하의 작업실은 열 달 동안 잠겨 있었다. 겨울에는 출판사 편집자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어와, 마무리 단계였던 원고가 있다고, 유고집으로라도 내고 싶다고 했다. 도윤은 생각해 보겠다고 한 뒤로 계속 생각만 했다. 문을 열면 시작해야 하고 시작하면 끝내야 하는데, 끝낸다는 것이 무엇을 끝내는 일인지 도윤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감정실 책상 왼쪽 모서리의 회중시계는 그동안 태엽이 감기지 않았다. 하루 한 번, 세 바퀴 반. 그 습관이 언제 끊겼는지 도윤은 기억하지 못했다. 어차피 멈춰 있던 시계여서 바늘은 여전히 4시 17분이었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도윤은 다시 감정실로 출근했다. 물건은 정직했고 눈금은 변하지 않아서, 감정실 안에서만은 세계가 여전히 0.1밀리미터 단위로 작동했다. 회사는 그를 배려해 해외 건을, 특히 이탈리아 건을 주지 않았다. 아무도 그렇게 하자고 말한 적 없는데 모두가 그렇게 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예식장에서 전화가 왔다. 위약금 처리가 일 년째 보류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젊은 직원이 사무적으로 물었다. 구월 십이 일 예약 건이요. 그 날짜를 남의 입으로 듣는 것은 처음이어서 도윤은 잠시 수화기를 들고 서 있었다. 위약금은 규정대로 처리해 주십시오, 하고 그가 말하자 직원은 친절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목소리로 절차를 안내했다.

그 주에 도윤은 자주 우편함을 비웠다. 그 식이 있었어야 할 주간이어서,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발이 먼저 우편함 앞에 섰다. 우편함에는 고지서와 광고지와 신문 같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만 들어 있었다.

구월 십이 일이 있는 주의 어느 아침, 우편함에 편지가 와 있었다. 항공우편 스티커가 붙은, 모서리가 조금 눌린 봉투였다. 신문과 고지서 사이에서 그 봉투만 이상하게 무거웠다. 종이 몇 장의 무게 차이를 손으로 알 수는 없으니 도윤은 그 무게를 믿지 않고 봉투를 뒤집었고, 발신인 칸의 글씨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오래 움직이지 않았다.

성하의 글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