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희귀질환
作 自由 · 2026-10-27
10화 희귀질환
케이가 내 텐트에서 잔 날이었다. 그녀는 옷을 다 벗은 채로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그녀의 오른쪽 어깨 뒤쪽에 있는 문신이 보였다.
실제 고양이 발바닥과 거의 똑같이 생긴 고양이 발바닥 문신이 있었다. 나는 말했다.
“이 문신은 뭐예요? 고양이 발바닥 같네요.”
“맞아요. 당신 고양이와 똑같은 브리티시 쇼트헤어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어요. 그 고양이는 심장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10살 됐을 무렵에 심장 문제로 죽어버렸어요. 그래서 기억하기 위해서 새긴 문신이에요.”
“나도 한번 문신을 해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회한대요. 나는 괜찮지만요.”
“잃을 것도 없는 인생이니 하나쯤 해도 될 것 같아요. 거기다 금고엔 현금과 금괴가 가득하니 내가 어딘가에 취직할 일도 없을 것 같고요. 손목에 글자를 새기거나 작은 그림을 그리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요.”
“내가 아는 타투이스트가 있는데 한 명 소개시켜 줄까요? 그리고 내 문신을 한번 만져봐요.”
나는 그녀의 문신에 손을 댔다. 손끝에 울퉁불퉁한 자국이 느껴졌다. 수술로 봉합한 흔적 같았다. 케이가 말했다.
“나 어깨를 다친 적이 있어요. 예전에 사귀던 남자가 있었는데 오토바이 타는 걸 좋아했죠. 어느 날 내가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게 문제였어요. 헬멧은 하나뿐이었고 남자친구는 저에게 헬멧을 씌웠죠. 그러다 사고가 났어요. 남자는 머리를 다쳐서 그 자리에서 죽었고 저는 어깨를 다쳤죠. 그 흉터를 가리기 위해서 문신을 새겼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케이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있었다.
그녀는 오토바이 사고 이후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귀질환을 가지게 되어 가끔씩 어깨에 엄청난 통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통증이 있다고 늘 같은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일을 할 수 있는 날도 있었고, 옷이 어깨에 닿는 것조차 견디기 힘든 날도 있었다.
케이가 일하는 시간을 짧게 잡고 다른 사람들과 일을 나눠 맡은 이유도 그제야 이해됐다.
병원에서 마약성 패치와 진통제를 처방받아서 쓰지만 항상 진통제가 충분한 건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한 가지 확실하게 효과가 있는 건 내가 준 대마초였다. 그녀가 내 텐트에 머무르다가 고통을 호소한 적이 있었다.
나는 치통을 앓다가 대마초를 피운 뒤로 고통이 전혀 안 느껴졌던 경험이 있어서 그녀에게 대마초를 권했다. 그러니 씻은 듯이 고통이 사라졌다고 그녀가 말했다.
다솜과의 관계는 계속 유효했지만 케이가 내 텐트에서 자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다솜을 묶어 두진 않았다.
다솜도 원한다면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내가 최우선이어야 했다. 내가 돈을 주는 입장이니 그 정도는 요구할 수 있었다. 대신 나 역시도 자유로웠다.
나는 뉴츄브와 인터넷 방송 콘텐츠로 타투를 새기는 걸 생각해 냈다. 방송 제목은 이거였다.
“의사 면허 없는 타투이스트가 합법적으로 문신을 새기는 텐트”
당시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문신을 새기는 것은 불법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방송 콘텐츠를 생각하며 자료조사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이었다.
알고 보니 타투이스트 또한 케이와 같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였다. 해당 질병의 커뮤니티를 통해 케이와 타투이스트는 만나게 된 것이었다. 졸지에 나는 대마초 팔이가 돼야 했다.
타투이스트는 나를 알게 된 뒤로 가끔씩 찾아와서는 대마초를 피웠다. 나는 물건을 밖으로 가져가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머무는 동안의 비용이라며 돈을 놓고 갔다. 처음에는 내게 문신을 새겨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슬롯머신 장사가 주수입인 내게 푼돈 따위는 필요가 없었지만 한사코 타투이스트는 얼마간의 돈을 지불했다.
아마도 일을 하느라, 병 때문에 여유가 없어서 나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걸지도 몰랐다. 그저 노숙하는 불쌍한 미친놈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텐트에서 살며 자주 씻지도 않고 텐트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마초를 피워대니 완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쯤으로 아는 걸지도 몰랐다. 나도 굳이 내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비록 대마초 팔이였지만 아무에게나 대마초를 판 건 아니었다. 어느 늦은 밤 남자 두 명이 텐트로 찾아왔다.
그 둘은 아마 밤에는 텐트에 경호원이 없겠거니 생각하고 찾아온 듯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경호원과 실랑이하는 소리를 듣고는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갔다.
“뭡니까? 이 밤중에 잠이나 깨우고.”
“저희 좀 도와주세요. 제가 병이 있어서 몸이 엄청 아픕니다. 그 약이 필요해요.”
“약이라뇨? 난 약장수가 아닙니다.”
“대마초 말이에요. 지금 CRPS 환자들 사이에 소문이 다 났어요.”
“당신이 환자란 걸 어떻게 증명할 건가요. 의사한테 받은 진단서는 가지고 왔나요?”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온 사람 중에서 내가 대마초를 준 상대는 케이와 그녀의 타투이스트 친구뿐이었다. 그 이상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새에게 먹이를 주면 그 새뿐만 아니라 온갖 가족, 친구, 이웃집 새들까지 찾아오는 게 이치였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힘을 쓸 수밖에 없어.”
두 남자는 경호원을 붙잡아 쓰러뜨리려고 했다. 경호원은 온갖 무술을 배운 격투기 선수 출신이었다.
문제는 남자 중 한 명이 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두 사람에게 불행인 것은 경호원 또한 삼단봉과 전기충격기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 내가 본 적은 없지만 자유컴퍼니 본사와 그 앞 공터까지가 치외법권이었으므로 진짜 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마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총을 꺼내 들기도 전에 경호원의 삼단봉은 괴한이 칼을 바닥에 떨어뜨리도록 만들었다.
그때는 나도 달려들어서 칼을 멀리 차버리고는 한 명을 붙잡아 제압했다. 무에타이 선수 신기루에게 빰클린치 특훈을 받았기에 목을 잡고 쓰러뜨리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붙잡아서 경찰에 넘기고 보니 그저 그런 마약 전과자일 뿐이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니 하는 건 다 헛소리였다.
그 무렵 나는 또 괴한이 쳐들어올까 봐 두려워하곤 했다. 그래서 유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물론 항상 그렇듯이 윤유준과 소통할 때만 쓰는 물리 자판이 달린 스마트폰을 썼다.
“모든 비용은 내가 지불할 테니 컨테이너 박스를 옮겨다 놓으면 안 될까요?”
사실 그때까지 내가 유준에게 요구한 것들 중에서 가장 과한 요구였다. 유준의 대답은 이거였다.
“불가능.”
내가 그때 마침 대마초를 피워서 그 기운이 가시지 않은 데서 나오는 용기로 보낸 메시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나의 그런 과한 요구를 유준은 들어주지 않았다. 왜인지도 물론 말해주지 않았다. 실험용 쥐는 그저 원래 살던 케이지에서 계속 살면 되는 것이었다.
내가 한 가지 추측해 보면 컨테이너 박스를 가져다 놓고 그 안에서 생활하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안에는 카메라를 설치해서 자유컴퍼니 사람들이 24시간 감시할 테지만 말이다.
다만 텐트 안에서 살면 항상 외부의 사람들과 연결된 기분이었다. 텐트 안에서 직통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도 있었고 밖에서 나는 소란을 즉각 알아차릴 수도 있었다.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나의 실루엣을 통해서 내가 텐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유준이 아닌 보통 사람들도 대충 알 수 있었다.
나를 외부와 소통하는 실험용 쥐로 놔두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유준은 내가 혼자 골방에서 대마초나 피워대고 스테이크를 먹은 다음 게임이나 하다가 잠드는 쥐가 되긴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무슨 실험일까? 나는 생각하는 걸 멈췄다. 쥐는 그저 쳇바퀴를 열심히 굴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낮에는 슬롯머신으로 장사를 하고 저녁엔 비키니바를 열면서 돈을 모으며 쳇바퀴를 열심히 굴리고 있을 때 안경 쓴 지적인 이미지의 여자가 찾아왔다.
물론 쳇바퀴 굴리는 삶을 사는 중간에 텐트에서 AV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가고는 했다. 그때 찾아온 여자도 AV와 관련이 있었다.
“인터넷에 야동을 올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업로드를 해서 돈을 버는 건가요?”
“아닙니다. 야동은 미끼고 제 사이트에 접속하게 한 다음 도박을 하게 해서 돈을 법니다. 당신과 같죠. 다만 난 합법이 아닐 뿐. 저는 온라인 카지노와 토토 사업을 합니다. 일명 토사장이죠. 당신처럼 합법적으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 업계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보통 조직과 관련이 있어요. 그네들은 쪽수가 많아서 계속해서 상대방 업체를 신고하고 저는 사이트가 닫히면 다시 열고 하는 식이죠.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는 혼자거든요.”
“그래서 제가 뭘 해드리면 될까요?”
“텐트 안에 서버를 보관하게 해주세요.”
“서버만 여기 둔다고 밖에서 하는 일까지 허용되지는 않아요.”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럼 자유컴퍼니와 정식으로 협의하고 싶어요. 허용되는 사업 범위와 접속 대상을 정해서 다시 제안하죠. 서버만 옮기면 끝날 거라고 생각한 건 제 착각이네요.”
나는 곧바로 승낙하는 대신 유준에게 검토를 요청했다.
“항상 하는 질문입니다만 그래서 제가 얻는 건 뭘까요? 아마 제가 당신보다 돈을 더 많이 벌 것 같습니다만.”
“당신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어요. 나는 몸매가 좋지도, 예쁘지도 않습니다. 돈은 제법 많지만 당신이 이야기한 대로 당신에겐 얼마 안 되는 돈일 수도 있어요. 저는 컴퓨터라면 모르는 게 없죠. 그리고 유능한 해커입니다. 당신 뉴츄브 채널도 아무도 모르게 해킹할 수 있죠.”
“물론 그런 사람은 제게 필요하죠. 그리고 적으로 두면 아주 귀찮아지고요. 서버는 언제 가져올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