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무적텐트
作 自由 · 2026-10-27
1화 무적텐트
나는 꿈을 꿨다. 그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꿈이었다.
영화 메타버스의 니오처럼 하늘을 나는 꿈, 초능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꿈.
그 꿈속에서 나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그 자유는 잠시뿐이었다. 눈을 뜨자 그 모든 것은 사라지고 평범한 나의 삶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어느 날 뜻밖의 순간에 그 꿈이 현실이 되었다.
내 손에는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무적의 텐트가 있었고, 나는 메타버스의 깊은 곳 미지의 세계로까지 발을 들였다.
이 이야기는 나, 일반적인 가난한 사람에서 시작하여 메타버스의 주인이 된 이의 여정이다.
어떻게 나는 돈보다, 명예보다, 어쩌면 사랑보다도 더 가치 있는 '자유'를 찾아내었는지 그 비밀을 들려드릴까 한다.
자유와 노트북 그리고 스마트폰. 이 세 가지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싱글 침대 하나만 한 공간을 가진 텐트는 내게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주었다.
한국 사회를 자기 손 위에 올려둔 남자 윤유준의 힘을 빌려 나 문자용은 여느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자유를 손에 넣었다.
나는 주변을 돌아봤다. 원터치 방식의 설치가 쉬운 2, 3인용 주황색 텐트 안이었다. 그것이 내가 가진 무적의 텐트였다.
마치 동물의 섬이라는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임시거처로 쓰는 텐트 같았지만, 그 안에 있는 한 나를 아무도 못 건드렸다.
그 공간에서의 자유를 허락한 윤유준이라는 자마저 자신도 나를 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약속만으로는 사실 부족하다. 사회엔 약속이란 걸 너무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내가 가진 자유의 상당 부분은 나의 물주인 윤유준이라는 자유컴퍼니 사장의 엄청난 자금력에서 나왔다.
텐트 안의 나 문자용은 텐트 안에서의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웹소설 쓰기와 게임을 선택했다.
자유는 얻었지만 사실 돈은 그다지 없었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일단 돈이 필요했다.
나는 노트북 키보드에 손을 올려 분주하게 타이핑했다. 예전에 이미 웹소설을 써서 약간의 용돈을 번 기억이 있었다.
웹소설이란 건 종이책에 비해서 제법 반응이 빨라서 운과 재능이 따르면 푼돈 정도는 빠르게 벌 수 있었다.
노트북 속의 론이란 이름의 캐릭터는 일국의 왕자였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미 파일 하나에 써둔 상태였다.
엄청난 돈과 권력으로 검술과 마법을 익힌 주인공이 고향에 돌아가, 자신의 왕국을 타락시킨 악의 세력을 하나하나 단신으로 물리치고 마침내는 복수에 성공한다는 단순한 줄거리였다.
그것은 당장 내 배고픔을 해결해 줄 현재에 해당했다.
그리고 나의 미래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이 내 손안에 있었다. 나는 가상화폐, 간단히 코인이라고도 하는 주식과 비슷한 투자 수단의 그래프와 가격을 빠르게 읽어 들였다.
돈이 조금만 모여도 나는 코인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사실 내가 집을 떠나 그 텐트 안에 들어가 살게 된 것도 코인 때문이었다.
말해 뭐 하겠는가. 당연히 도박과도 비슷한 코인 때문에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잃고 한순간에 노숙자와 비슷한 신세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텐트를 친 곳은 캠핑장도 다리 밑도 아니었다. 자유컴퍼니 본사 1층에서 처마처럼 돌출된 구조물 아래, 그늘이 드리운 공터였다.
겉으로는 사람들이 오가는 건물 앞의 빈자리처럼 보였지만, 그곳 역시 자유컴퍼니 본사에 딸린 공간이었다.
그 공터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커피 자판기가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건물 안의 콘센트도 가까이 있어서 긴 케이블을 연결해서 나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창작, 투자 두 가지 일은 정해졌다. 하지만 두 가지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윤유준은 엄청난 재력과 인맥으로 내게 보통의 한국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유를 준다고 약속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전엔 겁이 나서 못했던 일도 할 수 있겠지.
이를테면 코인보다 더 단시간에 반응이 오는 돈을 가지고 노는 일이라든가, 매력적인 여자와 시간을 보낸다든가, 금기시되는 약물에 손을 댄다든가,
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이라 완전히 블루오션인 분야에서 거금을 번다든지, 혹은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해 버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무적의 텐트, 한 평 남짓한 그 공간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내가 그 텐트에 눌러앉게 된 사정부터 이야기해야겠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자. 아직 오피스텔에서 살던 때였다.
스마트폰을 든 남자가 말했다.
“키티코인 200 가겠다.”
“뭐? 200만원?”
“아니, 200원.”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을 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걸 들었다. 나는 1+1 행사하는 아이스크림과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손에 든 상태였다.
나는 순간 편의점에서 산 물건들이 든 봉지를 떨어뜨렸다. 그 봉지와 함께 내 돈도 나락으로 가는 중이었다.
평균 단가 500원대에 사서 점점 오르는 걸 보고 추가 구매하여, 평균 단가가 행운의 700원대가 된 키티코인 때문이었다.
2만 원을 찍는 기염을 토했던 키티코인은 어느새 200원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했을 때 팔았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할 때 팔았어야 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고양이 첼시는 끄응 하는 소리를 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키티코인을 팔지는 않고 코인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 많은 이들은 그저 버티자면서 존버라고 외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존나게 버티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폭락한 키티코인의 배후에는 코인 발행자의 음모가 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름하여 자유컴퍼니. 그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가 키티코인 하나로 국가를 흔들 만한 기업으로 급부상한 회사였다. 빚까지 내서 투자한 사람이 수백만 명에 달했고, 폭락의 충격은 금융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회사 앞에 가서 1인 시위를 하며 인증샷을 올렸다.
나도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예전에 낚시를 하며 캠핑을 하기 위해 사둔 작은 텐트를 들고 자유컴퍼니로 향했다. 다른 손에는 내 고양이 첼시가 들어 있는 이동장을 든 상태였다.
1인 시위를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났다. 많은 이들은 떠나고 텐트를 가진 나만 남았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비스킷과 커피를 먹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께서 보고 싶어 하십니다.”
나는 남은 커피를 한 번에 다 마시고는 “알겠습니다.” 하고 답하며 그들을 따라갔다. 언제고 겪어야 할 운명의 순간이 온 것이었다.
긍정적인 상황이든 부정적인 상황이든 어쨌든 사장의 부름을 이끌어낸 것부터 잘된 것이었다.
돈으로 타협을 볼 것인가 아니면 겁을 줘서 내쫓을 생각인가. 나는 혼자 생각하며 양복쟁이들을 따라갔다.
책상과 노트북 그리고 소파만 있는 방에 들어갔다. 30대 중반 정도일까? 나와 나이가 비슷한 한 남자가 엷은 미소를 띠고 나를 맞이했다.
나의 초라한 행색과는 다르게 부티가 흐르는 모습이었다. 남자가 말했다.
“문자용 씨, 내 이름은 윤유준입니다. 당신에 관한 건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신용 정보까지도 말이죠. 예전에 신용카드를 쓴 기록이 없기에 2금융권에서의 대출도 어려워 보이더군요.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어떤 제안인가요? 난 원금만 돌려받으면 충분합니다. 골치 아픈 거 몰라요.”
그가 말했다.
“원금은 장난이죠. 그 정도 푼돈은 지금 내 앞에서 엉덩이로 이름 쓰기만 해도 바로 드릴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하나의 게임을 해보죠. 아마 특별한 제약은 없이 원래 하던 대로 살면 될 겁니다. 다만 그렇게 사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줘야 할 수는 있죠. 카메라가 설치될 거니까요.”
유준은 창문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말했다.
“저기 보이는 당신 텐트 있죠. 지금부터 저 텐트는 무적 텐트가 될 겁니다. 내가 가진 법을 초월하는 돈의 힘으로 저 텐트 안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요. 이를테면······.”
유준은 자신의 태블릿으로 내게 기사 하나를 보여줬다.
“유명 가수 김무명 상습 도박, 성매매, 대마초 혐의로 구속”
기사의 사진엔 김무명이 하얀 야구 모자에 후드까지 뒤집어쓰고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는 모습이 나왔다.
자유컴퍼니의 사장 윤유준은 사진의 김무명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 씩 웃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설마 나를 가수로 만들 생각인가?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기사에 나온 가수와 유준을 번갈아 쳐다봤다.
“내겐 최고의 법률 전문가와 엄청난 돈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운명이 내 손에 달려 있죠.”
유준은 서랍에서 500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더 큰 동전을 꺼내 들었다. 그 동전에는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다.
"이 코인 때문에 지금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란 거죠. 나는 정부와 거래를 했습니다. 키티코인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을 제가 구제해 주는 조건으로 저희 본사 건물을 치외법권 구역으로 만드는 걸로요."
유준은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그 공간 안에는 문자용 씨가 텐트를 친 본사 앞의 공터도 포함이 된단 말입니다. 법적으로는 제 사유지이기도 하면서 공공의 공간이기도 하죠. 그래서 누군가 제 사유지인 공터를 불법적으로 점거하면 치울 수가 있지만 저는 또한 남들이 통행하기 쉽도록 함부로 길을 막을 수는 없죠."
유준은 이어서 말했다.
“다만 여기 들어왔다고 누구나 치외법권을 누리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는 나와 우리 직원들, 그리고 내가 허락한 사람에게만 적용돼요. 건물을 드나드는 것과 그 권리를 가지는 건 별개입니다.”
유준은 창밖의 텐트를 가리켰다.
“당신에게는 저 텐트 안에서 그 권리를 누리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텐트 안에 한해서는 당신이 허락한 사람도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어요. 누구를 받아들일지는 당신이 정하면 됩니다.”
“그 사람을 본사 안이나 텐트 밖으로 데려가도요?”
“거기까지 허락할 권한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그때는 내 허락이 필요하죠.”
‘치외법권이라······.’
학교에서 배운 것 같기도 했다. 특정 외국인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의 법이 적용되지 않는 특별한 권리 같은 거였다.
그렇다면 나를 가수로 만들겠단 것이 아니라 유명 가수가 저지른 범죄 같은 걸 행해도 불법이 아닌 그런 공간을 내게 준다는 말 같았다.
유준이 말했다.
"당신은 저 텐트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자유컴퍼니란 나라에 속한 외국인과 비슷한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법에 의해 심판받지 않을 수 있어요. 치외법권 때문이죠."
유준이 메모 하나를 꺼내서 읽으며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영토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대한민국 법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정부와 자유컴퍼니가 맺은 특별협약에 따라, 본사 구역과 허가받은 사람에게는 국내법 적용이 제한됩니다. 일반적인 치외법권보다 훨씬 넓은 특례라고 법률 전문가가 설명하더군요.”
“그런데 대체 왜 저한테 그런 기회를 주는 거죠?”
“그걸 가릴 처지가 아닐 텐데요? 당신이 하기 싫으면 할 사람은 널렸습니다.”
“아뇨, 당연히 하겠습니다. 뭔가 필요한 조건 같은 게 있나 해서 물어본 겁니다. 하지만 사실 어떤 조건이 있다고 해도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긴 하네요.”
“당신의 일상에 일일이 간섭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계약서의 긴급 중단 조항은 읽어두세요.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피해가 지정 구역 밖으로 번지면 보호보다 구조가 우선합니다.”
나는 계약서보다 창밖의 텐트를 먼저 봤다.
죽을 생각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그때의 나는 그 조항이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나는 더는 길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똑 부러지는 유준의 목소리 때문이기도 했고 경호원인지 비서인지 모를 사람이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밖으로 안내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나는 그때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텐트 옆에는 카메라가 설치됐다.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이 방송되던 트루라이프 쇼란 영화가 생각났다. 내 일상이 모두 누군가에게 공개되는 삶.
나는 유료로 올린 웹소설의 조회수를 확인했다. 조회수 15. 그래서야 당장 비스킷 하나도 먹기 힘들었다.
당장 급한 건 돈을 버는 것이었다. 그 돈 많은 유준은 왜 나에게 텐트 안의 자유를 주면서 돈은 주지 않은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