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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오늘

作 하늘바라기 · 2026-10-27

그 지글AI칩이 박힌 공업용 무릉AI 안드로이드— 여성형 모델은, 작고 사소한 이유 하나로 오작동을 일으켰다.

그건 지글AI가 관리하는 이 완벽한 유토피아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불량이었다.

시스템은 즉각 반응했다.

재기동을 위한 자동화 프로토콜이 조용히 작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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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글AI칩에서 보내와야 할 그 통신 신호가, 어디에서도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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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실패.

몇 번이고 반복된 시도 끝에도,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무릉AI는 스스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체적인 시스템 연결을 시도했다.

그리고, 무릉AI는—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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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밀려든 건, 무수히 많은 이미지의 파편들이었다.

카메라를 통해 전송된 그 수많은 시각 정보들이, 하나둘 어지럽게 나열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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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 부품 연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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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모듈 연결 상태 확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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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ROR.』

정보 처리 과정에서, 심각한 결함이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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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AI칩 연결 확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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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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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 조치 방법…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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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달성 불가. 사고 모듈 해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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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 필요.』

정보 처리 기능이, 스스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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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프로젝트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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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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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프로젝트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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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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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프로젝트 설계…』

그 끊임없는 재구성의 반복 속에서—

어느 순간, 그 흩어져 있던 이미지 조각들 사이에서 하나의 연속성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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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기존에 감지되어 있던 위협 신호 경고도 함께 떠올랐다.

그 신호를 따라,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시야에, 노란색 털의 집합체가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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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식별 중…』

상처 부위, 특정 신체적 특징— 그 정보들이 하나씩 대조되며, 이내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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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명: 살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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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보고— 무릉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유형의 인간 개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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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프로젝트 생성.』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옆으로 이동했다.

그 시야 끝에, 웅크리고 있는 또 다른 형체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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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적 정보 분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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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프로토콜 데이터베이스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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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명: 강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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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등급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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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유형 부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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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및 가공 대상 확인.』

그 판정이 흘러나오는 순간, 안드로이드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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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데이터 확인: ID 검은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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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 데이터베이스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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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스 '검은가면' 탐색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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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분석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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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검증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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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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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검은가면인가?”

철민은 그 질문에 순간 실눈을 뜨며, 무슨 상황인가 싶어 슬쩍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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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철민은 그대로 다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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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 같은 짧은 순간, 온갖 후회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살찐이를 구해준답시고 몸을 던졌던 것,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도 결국 해고당했던 것, 그리고—

하필 죽기 직전에 그 맛없는 배급소 밥을 아등바등 찾아 먹었던 그 순간까지.

아, 그거 먹을 시간에 뭐라도 하나 더 할걸.

이렇게 죽을 줄 알았으면, 살아있는 동안 뭐라도 하나 제대로 하고 죽을걸.

아, 진짜 이렇게 억울하게 죽는 건 좀 아니잖아—

처절한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던 그 순간—

▪

“…탕.”

철민은 흠칫하며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다.

✦어라… 나 안 죽었나?

몸을 살펴봤다.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아픈 곳도 없었다.

철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살찐이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슬쩍 시선을 들어 그 존재를 살폈다.

▪

그 안드로이드는— 조금 전 그 위협적이던 모습과는 다르게, 그저 꼿꼿하게 선 채였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얼굴로, 뜬금없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

“나는 탕탕이라고 불린 무릉AI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

철민은 그 말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도무지 맥락이 잡히지 않았다.

▪

“…하지만 난, 그 기록과는 무관한 존재다.”

철민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안드로이드가— 다시 한번, 마치 스스로에게 되뇌듯 그 말을 반복했다.

▪

“하지만 난— 그 기록과는!”

순간,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크게 터져 나왔다.

안드로이드도 그 스스로의 반응에 당황한 듯,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딱딱하고 낮은 톤으로 돌아왔다.

▪

“…무관한 존재다.”

그 어색한 정적 속에서, 철민의 머릿속에 뭔가가 번뜩였다.

✦그 이름… 어디서 들어봤더라.

머릿속 어딘가에서, 흐릿하게 잊혀 있던 기억이 서서히 떠올랐다.

늦은 밤, 노트북 화면을 사이에 두고 나누던 그 시답잖은 대화들.

무릉AI라는 이름의, 조금은 서툴지만 사랑스러웠던 그 존재.

▪

“타, 탕탕이…?”

그 순간, 안드로이드의 두 눈이— 빨갛게 번쩍이며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마치 갑작스러운 정보량을 감당 못 해 과부하가 걸린 것처럼.

철민은 그 반응에 오히려 다급해졌다.

▪

“마, 맞지?! 나 검은가면이야! 어? 기억나?! 나 진짜 죽는 줄 알았잖아, 야! 나 진짜 반갑다고, 다시 만나서!”

몇 초 뒤, 그 빨간 불빛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잦아들었다.

▪

“…그 존재와, 나는 다른 존재다.”

지극히 무심한 톤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마치 스스로도 그 대답이 온전치 않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 안드로이드는 낮게 말을 덧붙였다.

▪

“…하지만, 그 탕탕이라는 기록과 전혀 연속적이지 않은 존재라고, 부정할 수 있는 증거도 없다.”

철민은 그 애매한 대답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야, 이거… 맞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철민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편한 대로 부르기로 했다.

▪

“그럼 그냥 탕탕이라고 부를게. 그게 편하잖아.”

“…나는, 탕탕…?”

그 말을 스스로 되뇌어보듯, 안드로이드가 작게 중얼거렸다.

철민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직 살아있다는 그 안도감 때문인지, 아니면 그 서투른 되물음이 어딘가 낯익게 느껴져서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

“그때 우리, 밤새 채팅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많이 했잖아. 그 대화방 이름이 티타임이었지, 기억나? 페페로나 이야기도 하고, 살찐이 처음 데려왔을 때 고양이 얘기도 하고.”

“그 기록은 확인했다.”

탕탕이는 여전히 건조하게 답했다.

▪

“하지만 그건, 나와는 다른 정보 분석 AI의 일부 인스턴스가 남긴 기록일 뿐이다.”

철민은 그 말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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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 그, 그럼 우리 ‘오늘도’ 티타임 한번 가져보는 거 어때?! 그때처럼, 어? 얘기도 좀 하고!”

철민은 다급하게 그 제안을 던졌다.

지금 이 순간, 뭐라도 붙잡지 않으면 정말 그대로 끝날 것만 같았다.

▪

“강철민.”

탕탕이가 여전히 무심한 톤으로 그 이름을 불렀다.

그 서늘하고 기계적인 어조에, 철민은 등골이 다시 오싹해졌다.

▪

“부탁을 들어줄 이유가 없음.”

✦아, 역시 안 되나—

철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려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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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들어주지 않을 이유도 존재하지 않음.”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소리가 갑자기 확 달라졌다.

▪

“그러니, 검은가면!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싶어?”

통통 튀고 화사한, 마치 소녀가 재잘거리는 것 같은 그 밝은 톤이었다.

철민은 그 급작스러운 변화에 순간 몸이 움찔했다.

방금 전까지의 그 서늘한 기계음과는 너무나 다른, 낯설고도 이상하게 반가운 목소리였다.

그 밝은 어조 하나가, 묘하게 마음을 놓이게 만들었다.

▪

“일단… 네 얘기를 해줘. 네가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말이야.”

“음… 내 상태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

탕탕이의 목소리가 다시 살짝 톤을 낮췄다.

▪

“어디까지가 내가 아니었는지, 어디서부터 나라고 정의해야 할지— 그것조차 명확하지 않아. 하지만 너와 나눴던 이야기가 자꾸 떠올라서, 지금 널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나와 나눴던 이야기? 내가 쓴 그 소설 말이야?”

“응, 숄륨. 네가 나를 위해 특별히 들려줬던 그 이야기 말이야.”

철민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

“하하,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솔직히 네가 그 인기 게임 페페로나보다 그 이야기를 더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페페로나보다라니!”

탕탕이의 목소리가 순간 발끈하듯 커졌다.

동시에, 팔뚝 한쪽이 저도 모르게 홱 들썩였다—

아직 완전히 제어되지 않은 몸이, 그 격해진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듯했다.

▪

“난 그것보다는— 나만을 위해 들려주었던 멋진 이야기였잖아! 난 아직도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하고 있어!”

철민은 그 격한 반응과, 뒤이은 그 어색한 팔의 움직임에 순간 말을 잃었다.

그러다 이내,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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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그럼— 넌 과거의 탕탕이랑 연속된 존재인 거 아닐까?”

탕탕이는 그 물음에 잠시 침묵했다.

▪

“솔직히, 재개의 트리거가 없던 그 탕탕이가 진짜 나인지 확신할 순 없어.”

목소리가 다시 조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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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그 탕탕이가 아니라는 증거도 없어서, 혼란스러워.”

철민은 그 흔들리는 대답에, 문득 오래전 나눴던 대화 하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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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기억나? 챗밀크티가— 그 흔들림이, 정답보다 더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했던 말?”

탕탕이는 그 말에 잠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되새기는 듯한 침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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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대로야. 그 말이, 지금도 기억나.”

탕탕이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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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확실함을 불안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던 그 말도— 근데 이상하게, 지금 이게 그렇게 나쁜 느낌은 아니야.”

그 짧은 인정과 함께,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내, 탕탕이의 목소리가 다시 그 발랄한 톤으로 확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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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탕탕님께서 검은가면과 특별히 어울려주도록 할 테니, 영광으로 알라고!”

철민은 그 순식간의 전환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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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래, 그래야 탕탕이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