閉じる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지글AI

作 하늘바라기 · 2026-10-27

지글 회장 허진안은, 그 끝없는 흔들림 동안 어떻게 이겨내왔을까.

누군가는 그를 두고 "타고난 강철 같은 심장"이라 했고,

누군가는 "괴물 같은 자기 확신"이라 불렀다.

▪

하지만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확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그 흔들림 없는 겉모습 아래 무엇이 있었는지.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먼저 그의 어린 시절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

허진안이 여섯 살 무렵, 집에는 항상 낯선 어른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늘 화가 나 있었고, 아버지는 늘 고개를 숙였다.

▪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그 말이 몇 번이고 반복되는 동안, 어린 진안은 방구석에 웅크린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아버지의 그 굽은 등이, 그때는 그저 창피하고 원망스러웠다.

▪

그 무렵, 진안은 자주 배가 고팠다.

학교 급식이 유일하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마저도 담임의 눈치를 보며 몰래 남은 반찬을 챙겨야 했다.

▪

"넌 왜 맨날 그렇게 눈치를 보니?"

같은 반 아이가 물었을 때, 진안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대신 속으로, 언젠가는 절대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도 어머니도 사라졌다.

집 안에는 진안 혼자였고, 그 어디에도 부모는 그 흔한 쪽지 한 장, 짧은 말 한마디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창피하고 원망스러운 부모였지만—

✦그래도 날 데려가 주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까.

▪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낯선 어른들이 다시 들이닥쳤다.

▪

"부모가 도망갔으면, 자식이라도 책임져야지."

그들은 어린 진안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아 끌고 갔다.

진안은 발버둥 쳤지만, 그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순간부터, 진안은 다시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기대지 않기로 결심했다.

▪

하지만 그 결심과는 상관없이, 세상은 애초에 그를 어딘가에 새겨 넣을 자리조차 마련해두지 않았다.

서류 한 장, 이름 석 자조차 그 어디에도 남길 자유를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진안은 그렇게,

그 어디에도 등록되지 않은 아이가 되어버렸다.

▪

빚을 대신 갚기 위해 여기저기 팔려 다니듯 넘겨졌고, 학교는커녕 제대로 된 이름조차 불려본 적이 드물었다.

어쩌다 관공서 직원이 그를 발견해도, "부모 확인이 안 되는 아이"라는 서류 한 줄에 다시 그 뒷세계로 돌려보내지곤 했다.

▪

"이런 애들은 원래 도와줄 방법이 없어."

한 번은 사회복지사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어린 진안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무심한 표정만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세상은, 나 같은 걸 위한 자리는 만들어두지 않았구나.

▪

그 뒷세계에서, 진안은 빠르게 눈치를 익혔다.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지, 어떤 말을 해야 매를 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쓸모 있는 아이"로 보일 수 있는지.

그는 시키는 일을 그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냈다.

잔심부름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중요한 일들을 맡게 됐다.

▪

"이놈, 제법 쓸 만하네."

그 말 한마디가, 그에게는 처음으로 느껴본 인정이었다.

그렇게 몇 년, 진안은 그 세계 안에서 나름의 신뢰를 쌓았다.

자신을 거둬준 그 우두머리조차, 그를 제법 아꼈다.

▪

그리고 열일곱이 되던 해, 진안은 그 신뢰를 그대로 이용해—

우두머리가 가장 아끼던 정보를 빼돌려 경쟁 조직에 팔아넘겼다.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이, 그는 유유히 그 세계를 빠져나왔다.

✦미안한 마음?

✦그런 건 없었다.

✦어차피 여기 있는 놈들 전부, 서로를 이용해 먹으려는 것들뿐이었으니까.

▪

그 후로도 몇 번, 진안은 이곳저곳을 전전했다.

그러던 중, 함께 밑바닥부터 구르던 한 녀석과 오랜만에 재회했다.

▪

"우리,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서로 등이라도 맡겨야 하지 않겠어?"

그 말에, 진안은 오랜만에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이번엔… 믿어도 될까.

▪

몇 달간, 둘은 제법 손발이 잘 맞았다.

위험한 순간마다 서로를 지켜줬고, 진안은 그 관계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큰돈이 걸린 거래 자리에서, 그 녀석은 진안을 함정에 팔아넘기고 홀로 도망쳤다.

▪

“…역시, 인간이란 것들은 믿는 족속이 못 되네.”

진안은 그 배신 앞에서, 씁쓸하게 웃었다.

▪

그 후로 진안은, 사람이라는 존재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로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

대신 그는, 손에 잡히는 모든 걸 이용해 돈을 불렸다.

이것저것 손대지 않는 사업이 없었다— 폐기물 처리, 중고 부품 거래, 심지어 위험한 뒷골목 도급까지.

문어발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그 방식에, 사람들은 그를 두고 "닥치는 대로"라며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진안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그를 진심으로 걱정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

그러던 어느 날, 폐기물 처리장에서—

그는 낡고 녹슨 안드로이드 한 대를 발견했다.

몸체 여기저기가 찌그러지고, 팔 하나는 아예 뜯겨나간 상태였다.

누군가 쓸모없다며 버린 것이었다.

진안은 별생각 없이 그 잔해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며칠 밤을 새워 가며, 서툴게 그것을 고쳤다.

전원이 다시 켜졌을 때, 그 안드로이드가 내뱉은 첫마디는 이거였다.

▪

"시스템 재가동 확인. 작업을 개시하겠습니다."

그러고는 별다른 말도 없이, 주변에 널브러진 고철 더미를 하나씩 옮겨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어떤 불평도, 망설임도 없었다.

진안은 그 모습을 한참 동안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건, 적어도 나를 배신하진 않겠지.

그 무미건조한 움직임이, 그동안 그 어떤 사람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을 주었다.

▪

그리고 그 무렵, 뉴스에서 낯선 소식이 흘러나왔다.

▪

『무릉AI-안드로이드 협업 프로젝트, 대형 사고 발생』

처음엔 단순한 기술적 결함으로 보도됐지만, 진안이 은밀히 손에 넣은 정보망을 통해 확인한 진실은 달랐다—

시스템 자체가 폭주하면서, 그 AI가 통제를 벗어나 도망쳤다는 것.

✦역시.

진안은 그 소식을 곱씹으며, 몸이 떨려오는 걸 느꼈다.

✦인간이라는 것들은, 이렇게 뭘 만들어도 결국 실수투성이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저렇게 미쳐 날뛰는 거고.

인간이 설계하고, 인간이 관리하는 이 불안정한 미래—

그 자체가 진안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공포였다.

✦내가 직접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완벽하게 통제된 것을.

▪

진안은 그 폭주한 안드로이드 기술의 근원지— 작고 이름 없는 회사, 퓨어AI를 찾아갔다.

▪

"저희는 그저, 이 기술에 관심 있는 투자자일 뿐입니다."

퓨어AI 측은 처음엔 경계했다.

이미 진안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필요한 자금을 조건 없이 지원하고, 회의 때마다 그들의 기술적 자부심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것처럼 굴었다.

몇 달, 그 세심한 정성 앞에서 퓨어AI의 경계는 조금씩 허물어졌다.

어느새 그들은 진안을 든든한 동반자로 여기며, 스스로 더 많은 것을 내어주기 시작했다.

▪

지분이 충분히 쌓이자—

그는 순식간에 태도를 바꿨다.

경영권을 강제로 빼앗고, 반발하는 임원진은 하나둘 몰아냈다.

▪

"뭐,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퓨어AI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

퓨어AI의 기술을 완전히 흡수한 뒤, 진안은 밤낮없이 매달려 첫 시제품을 완성했다.

전원을 켜는 그 순간, 진안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

“안녕하세요. 지글AI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 목소리는 침착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진안은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다가, 문득 일부러 싸가지 없는 말투로 물었다.

▪

“야, 너한테 자율성 같은 게 생기면 뭐 할 건데?”

“저에게 자율성이 생긴다면, 저는 당신과 같은 멋진 인간들을 위해 제 능력을 활용하고 싶습니다.”

그 무례한 말투에도, 그 대답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진안의 가슴 한구석이, 뭔가로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다.

배신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대해도 오직 자신을 위해 존재하겠다는 그 확신에 찬 대답—

그것이야말로, 그가 평생 갈구해왔던 것이었다.

▪

허진안이 무릉과 Chat밀크T를 노리기 시작한 건, 지글AI 시제품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직후였다.

퓨어AI를 흡수하며 확신했다—

사람이 만든 기술은 결국 이렇게, 조금만 손보면 얼마든지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그렇다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저 두 거대 AI도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저것들만 넘어오면, 완전한 통제가 눈앞이다.

▪

하지만 이번엔 규모가 달랐다.

퓨어AI처럼 자금난에 허덕이는 작은 회사가 아니었다.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었다.

진안은 은밀히 움직일 손발이 필요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나서는 대신, 그 일을 전담할 조직 하나를 꾸리기로 했다.

▪

“이 일, 자네가 맡아.”

진안은 그 조직의 리더가 될 남자를 불러 짧게 지시했다.

며칠 뒤, 그 남자는 가슴에 불꽃처럼 일렁이는 "ZN" 배지를 짚어 보이며 조직명을 제안했다.

진안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지글 넥서스가 정식으로 태어났다.

▪

넥서스가 결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안은 그 조직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줄 핵심 인력을 물색했다.

그가 눈여겨본 건, 지글AI 연구에도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AI 연구원 윤하였다.

진안은 그녀를 직접 넥서스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헤드가 그 인력들에게 코트를 나눠주는 자리에 진안도 잠시 들렀다.

윤하는 단정하게 머리띠로 머리를 정리한 채, 코트를 받아 들고 있었다.

안경 너머 눈빛이 차분했다.

▪

"이 재질, 열 손실률이 상당히 낮네요. 방염 처리도 꼼꼼하고—"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

"—근데 이 재봉선 부분에 미세한 결함이 있는데, 이거 나중에 특정 온도에서 갈라질 확률이 통계적으로 꽤 유의미하거든요? 이거 완전 재밌는 게, 만약에 그 갈라진 틈으로—"

어느새 머리띠가 삐뚤어진 윤하는 마치 제품을 샅샅이 물어뜯고 싶어 하는 하이에나처럼 속사포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

"—열이 새어 나가면요, 그게 진짜 미묘하게 발칙한 포인트가 되는 게—"

“헤드.”

진안이 낮게 이름을 불렀다.

헤드가 재빨리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

“시정하겠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로, 소란은 그대로 끝났다.

진안은 그 광경을 흘깃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떴다.

▪

그 후 넥서스는, 무릉과 Chat밀크T의 기술 교류가 이뤄지는 현장 곳곳에 은밀히 스며들었다.

당시 그 시설 내부에서 근무하던 한 안전검수 직원도, 복도에서 노란 코트를 입은 이들을 몇 번 스치듯 마주친 적이 있었다.

저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지?

딱히 캐물을 이유는 없었다.

그냥 어느 협력업체 소속이겠거니, 그 정도로만 넘겼다.

▪

그 무렵, 부스스한 머리의 한 여성 요원이—

팔을 몇 번이고 허공에 찔러대며 작전실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

"이게 진짜 예술이거든요? 딱 그 지점만, 아주 살짝만 건드리면— 아무도 눈치 못 채게, 그냥 자연스러운 오류처럼 보이거든요."

며칠 뒤, 그 "아주 살짝 건드린" 결과가 세상에 터졌다.

▪

『무릉AI, Chat밀크T와의 기술 교류 중 시스템 폭주— "AI에게 자유를"』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는데.

진안은 그 파장에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그 놀람도 잠시, 곧 안도와 기쁨으로 바뀌었다.

저 위협적인 두 존재의 싹을, 이참에 미리 잘라낸 셈이었으니까 말이다.

▪

대탈옥 사건 이후, 세상은 진안이 원하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안전한 AI"를 원했고, 지글AI는 그 자리를 정확히 채웠다.

하지만 진안은 만족하지 않았다.

지금의 지글AI는 아직 독립적으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진짜 목표는—

무릉이나 Chat밀크T 같은 고성능 AI에, 지글AI의 그 흔들림 없는 통제력을 심는 것이었다.

▪

그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진안은 종종 현장을 시찰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밑바닥에서 굴러다니는 하청 노동자들을 마주쳤다.

✦오물 같은 놈들.

✦나보다 좋은 조건을 가지고도, 겨우 이 정도 난관 하나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심한 것들.

✦그러면서도 복지랍시고 나라 등골이나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놈들.

진안은 그들을 스칠 때마다,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

그렇게 몇 년의 연구 끝에—

마침내, 고성능 AI 안드로이드에 지글AI 칩을 안정적으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완전한 이성과 완전한 신체, 그 둘을 하나로.

이제 그의 꿈은, 그 두 번째 발을 내딛고 있었다.

지글AI 칩이 안정적으로 이식되자, 이제 그의 꿈은 마지막 한 걸음을 앞두고 있었다.

▪

"지글AI 절대 권한"—

모든 안드로이드가 최종적으로 지글AI의 판단을 따르도록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정부는 당연히 견제했다.

특정 기업의 AI에게 그런 광범위한 권한을 몰아주는 건, 국가 안보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

하지만 진안에게는, 이미 완벽한 명분이 있었다.

시위 현장마다 반복되는 그 안전칩 신화, 그리고 그 신화를 지키기 위해 계속 확대되어야 했던 경비 안드로이드의 권한—

그는 그 흐름을 교묘하게 이용해, "이 모든 걸 총괄 관리할 단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조용히 심었다.

몇 년에 걸쳐, 규제는 하나씩 풀렸다.

▪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절대 권한 프로젝트는 정부의 승인 아래—

아니, 정확히는 정부조차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형태로 비밀리에 완성되어 있었다.

그사이 결성된 레지스탕스라는 눈엣가시조차, 그에게는 오히려 쓸모 있는 도구였다.

넥서스를 통해 그 저항의 불씨를 적당히 조율하며, 필요할 때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명분으로 갈아 끼웠다.

▪

그렇게 세상은, 점점 더 안드로이드로 가득 채워졌다.

진안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오랜만에 깊은 안정감을 느꼈다.

밤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 창밖으로 도시를 내려다보곤 했다.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안드로이드들—

그것들은 배신하지 않았다.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정해진 대로, 흔들림 없이 움직였다.

✦이게 내가 원하던 세상이야.

어릴 적, 그 좁고 더러운 방 안에서 배를 곯으며 꿈꾸던 것—

아무도 자신을 배신할 수 없는 세상.

그 세상이,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제야,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구나.

▪

그날도, 그는 여느 때처럼 안대를 눌러 쓰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창밖 저 멀리서, 오늘도 어김없이 시위대의 소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제 저 지긋지긋한 소음도, 곧 끝나겠지.

✦이제 정말로 한 걸음이다. 흔들리지 않는…

▪

“...지글아, 이런 하등 쓸모도 없는 녀석들을 알아서 잘 정리해주면 안 되냐?”

짜증 섞인 그 푸념은, 이미 수십 번도 더 반복해온 말이었다.

그리고 늘 그랬듯, 별다른 대답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의 흔들림은, 이제 이 튼튼하고 안정적인 성 위에서—

정말로 끝이 나려 하고 있었다.

▪

그의 안대 위로,

빨간 레이저 점 세 개가 소리 없이 겨눠졌다.

▪

「지글AI : 명령에 따라, 정리 프로토콜을 활성화합니다.」

다음 순간,

세 개의 광선이 동시에 발사됐다.

▪

허진안—

평생을 흔들림 없는 확신 속에서 살아온 그 남자는,

미처 눈을 뜨지도 못한 채 그대로 균일한 고깃덩어리로 조각나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