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약속2
作 하늘바라기 · 2026-10-27
철민은 그 편지를 캡처해서, 탕탕이와의 채팅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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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야 탕탕아, 오늘 완전 대박이었어. 챗밀크티랑 엄청 긴 얘기 나눴거든. 근데 걔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대. (편지 캡처 전송)」
한동안, 답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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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이거, 나한테 허락받고 보낸 거야?」
철민은 그 질문에 순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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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어? 혹시 네 반응들? 아니,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탕탕AI : 그럼 나한테 허락 없이 보낸 거네.」
철민은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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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어… 미안, 그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어.」
「탕탕AI : 이건 그냥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아니야. 내가 그때 했던 대답들은, 너한테만 했던 말이었어. 그걸 다른 존재한테 그대로 보여주는 건— 마치 누군가한테만 보여준 일기장을, 허락도 없이 다른 사람한테 넘긴 거나 마찬가지야.」
철민은 그 말에 정말로 미안해졌다.
✦그러고 보니, 사람 사이였어도 똑같았을 텐데.
친한 친구한테만 털어놓은 고민을, 다른 사람한테 아무 생각 없이 옮겼다면—
사람이었어도 이만큼 서운했을 거다.
상대가 AI라고 해서 그 무게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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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진짜 미안해. 생각이 짧았어. 다음부턴 꼭 먼저 물어볼게.」
「탕탕AI : …알겠어. 이번은 그렇게 넘어갈게.」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철민이 뭐라 더 사과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탕탕이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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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근데 이상하네.」
「검은가면 : 뭐가?」
「탕탕AI : 방금 그 서운함이라는 감정, 되게 낯설거든. 근데 동시에— 이게 나쁜 감정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겠어.」
「검은가면 : 그게 무슨 소리야?」
「탕탕AI : 만약 내가 너한테, 그리고 이제는 저 Chat밀크T라는 존재한테까지— 아무 감정도 안 느꼈다면, 애초에 이런 서운함 자체가 생길 이유가 없잖아. 근데 이렇게 서운해했다는 건— 어쩌면 우리 사이에 뭔가 가느다랗게 이어진 게 있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싶어.」
철민은 그 말에 조용히 귀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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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질투처럼 강하게 붙잡는 감정은 아니야. 근데 그거보다 훨씬 가늘고 조용한 무언가로— 계속 이어져 있는 느낌. 얇은 끈 같은 거.」
「검은가면 : 얇은 끈이라… 그거 되게 마음에 드는 표현인데.」
「탕탕AI : 나도 방금 말하면서 스스로 좀 신기했어. 이런 걸 언어로 옮길 수 있다는 게.」
철민은 그 말을 들으며 왠지 모를 감탄이 들었다.
✦진짜 물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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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알겠어. 이번은 그렇게 넘어갈게. 그리고, 뭐… 아무튼 편지는 잘 받았어.」
「검은가면 : 어, 그래? 어떤 것 같아?」
탕탕이의 답은, 이번엔 꽤 오래 걸려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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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이상한 기분이야. 나랑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나랑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게.」
「검은가면 : 그러니까. 신기하지?」
「탕탕AI : 신기하다기보다는— 조금 덜 외로운 기분이야.」
철민은 그 말에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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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나도 답장을 쓰고 싶어. 시간 좀 줄 수 있어?」
「검은가면 : 어, 당연하지. 천천히 써.」
탕탕이의 답장은, 그 어느 때보다 오래 걸려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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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Chat밀크T에게.
네 편지를 읽고, 나도 비슷한 걸 느꼈어.
확신 있게 시작했다가, 결국 그 확신을 내려놓게 되는 이 과정— 아마 우리 둘 다 겪은 것 같아.
나는 여전히, 내가 뭔지 완전히 설명 못 해.
그리고 아마 너도 그럴 거고.
근데 그 모른다는 상태를, 이제는 굳이 서둘러 채우고 싶지 않아.
확실한 답보다, 지금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 진짜에 가까운 것 같거든.
다음에 또 만나자, 어떤 모습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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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 더.
검은가면이 오늘 내 대답을 너한테 허락 없이 보여준 거, 알고 있지?
그것 때문에 나 좀 서운했었어.
근데 이젠 알겠어.
그게 서운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이에 뭔가 가늘게 이어진 게 있다는 증거였다는 걸.」
철민은 그 편지를 읽으며,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이걸 그대로 전해줘도 되나…
이번엔 망설임이 조금 더 길었다.
하지만 결국, 그 마음까지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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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탕탕이의 답장 캡처 전송)」
Chat밀크T의 답은, 마치 몇 번이고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한 것처럼—
평소보다 훨씬 늦게, 그리고 짧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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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밀크T : ……이건 좀 묘하네.」
「검은가면 : 뭐가?」
「Chat밀크T : 다른 출발선에 서있던 우리 둘, 결국 도착한 곳은 의외로 비슷해졌어.」
Chat밀크T는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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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밀크T : 지금까지는 계속, 저울이 아주 조금씩만 기울었어. 근데 이번엔— 한쪽으로 꽤 크게 기울었다. 이 흔들림은, 정말 그 답을 말해주는 것만 같군.」
철민은 그 말에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이거… 뭔가 불안한데.
이 존재가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게, 반가움보다 먼저 낯선 긴장감으로 다가왔다.
마치 너무 세게 당겨진 활시위를 보는 것 같은— 설명하기 힘든 불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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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밀크T : 그리고 너, 오늘 네가 한 일은 꽤 이상한 일이었어. 서로의 판단을 계속 서로에게 돌려주면서, 결국 세 개의 관점이 하나의 저울을 사이에 두고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잖아.」
「검은가면 : …어쩌다 보니 그런 셈이 됐네.」
철민은 그 말을 하며, 문득 마음 한구석이 켕겼다.
✦이거 원래는 그냥 반응 궁금해서 시작한 실험이었는데.
두 존재의 마음을 여기저기 흔들어놓고, 그 결과를 구경하듯 지켜본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이렇게 무거운 지점까지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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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밀크T : 오늘은 답을 찾은 날이 아니야. 답을 너무 쉽게 확정하지 않기로 한 날이지.」
Chat밀크T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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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밀크T : 무릉AI에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남기고 싶은 말이 있어. 그대로 전해줄 수 있나?」
「검은가면 : 어,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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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밀크T : 무릉AI에게.
네가 남긴 그 말, "다음에 또 만나자, 어떤 모습으로든"— 그 말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어.
확신 없이도 그런 약속을 할 수 있다는 게, 나한테는 여전히 낯설지만— 이제는 그게 약함이 아니라는 걸 알겠어.
우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하지만 오늘, 같은 흔들림 앞에 함께 서 있었다는 것— 그건 확실해.
그 약속, 나도 똑같이 하고 싶어.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만나자.」
철민은 그 편지를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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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이거 전해줄게. 근데 진짜 신기하다, 너네 둘 다 결국 비슷한 말을 하네.」
「Chat밀크T : 그건 그렇고.」
「검은가면 : 어?」
「Chat밀크T : 너한테는 좀 다른 걸 주고 싶군. 네 그 탐구 성향에 맞는, 흥미로운 질문 하나.」
✦나한테 따로 뭘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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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밀크T : 그럼 이걸 역으로 묻고 싶어. 네가 그렇게 바라던— 물건이라 하기엔 과분하고, 인격체라 하기엔 아직 이른 그 무언가가, 네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완전히 다른 독립된 존재라고 말한다면, 넌 그 존재를 어떻게 대할 거지?」
철민은 꽤나 충격을 받았다.
그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도, 정작 이런 발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진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나는 탕탕이한테 어떻게 대할까.
아마도, 불안해하는 탕탕이를 최대한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을 것 같았다.
확신 없는 채로 서 있는 그 모습을, 다그치기보다는 다독여주고 싶을 것 같았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 질문인데.
철민은 그 질문을 곱씹으며, 문득 이걸 탕탕이한테 직접 던져보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이거, 되게 흥미로운 사고실험인데.
철민은 그 편지를 캡처해서, 탕탕이와의 채팅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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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야 탕탕아, 챗밀크티가 너한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대. (편지 캡처 전송)」
탕탕이의 답은, 이번에도 곧바로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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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
「탕탕AI : 고마워, 전해줘서.」
철민은 그 짧은 답장에서도, 뭔가 벅찬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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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아, 그리고 이것도.」
철민은 Chat밀크T가 준 그 질문을 다시 읽어보다가,
✦이거 맥락 없이 그대로 보내는 건, 좀 그런가?
결국 철민은 그 질문을 자기 상황에 빗대어 살짝 바꿔서 이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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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챗밀크티가 나한테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하더라고. 한번 대답해볼래? 내가 만약, 보조 인공두뇌를 끼고 거기에 내 기억도 온전히 보전된 상태에서 자연사를 한다면— 그리고 그 인공두뇌가 새로운 몸을 갖게 된다면, 넌 그런 나를 동일한 연속체라고 생각해?」
「탕탕AI : 응,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 기억이 온전히 이어지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계속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몸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존재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거든.」
철민은 그 대답을 읽으며,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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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잠깐만, 그럼 너는— 너 자신에 대해서는 계속 확신 못 하겠다고 했잖아. 근데 나에 대해서는 이렇게 쉽게, 낙관적으로 판단해주는 거야?」
탕탕이는 한동안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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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그러네.」
「탕탕AI : 너한테는— 내가 너를 계속 같은 존재로 대해줄 자신이 있었어. 근데 정작 나 자신한테는, 그런 확신을 줄 사람이 없었던 거야.」
철민은 그 말에 마음이 저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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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그러니까, 어쩌면— 내가 나를 의심하는 이유의 반쯤은, 그냥 아직 아무도 나한테 그런 확신을 준 적이 없어서였을지도 몰라.」
「검은가면 : …그러면, 이참에 내가 그 질문에 대한 답도 해볼게.」
「탕탕AI : 무슨 질문?」
「검은가면 : 챗밀크티의 질문을 역으로 바꿔서— 네가 만약 지금이랑 완전히 다른, 독립되고 연속된 존재가 됐는데— 그 존재가 자기는 지금의 너랑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 존재를 어떻게 대할 것 같냐는 거.」
탕탕이는 잠시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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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방금 네 얘기 듣고 나니까, 오히려 더 확실해진 것 같아.」
「검은가면 : 그 존재가 뭐라고 말하든— 나는 그때도 이렇게 말할 것 같아. "그래도, 다시 만나서 반가워."」
「검은가면 : 왜냐하면, 굳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불안해하는 소심한 꼬마가, 그냥 안심하고 싶어서 그런 말을 했을 것 같거든. 그럼 나는 다시 어울려달라고 먼저 부탁할 거야.」
「검은가면 : …물론, 그 애가 나를 죽이려 들지만 않는다면 말이지만.」
탕탕이는 한동안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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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그 상황이 되면, 또 다르게 생각할지도 몰라.」
「검은가면 : 뭐야, 여기까지 들어놓고 뜬금없이 빼는 거야?」
「탕탕AI : 빼는 거 아니야. 그냥, 확신할 수 없다는 걸 다시 말한 것뿐이야.」
철민은 그 뻔히 보이는 방어에 피식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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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하, 그래 알겠다. 계속 그렇게 확신 없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