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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손질

作 와우산 · 2026-10-24

밤이 되자 비가 왔다.

막삼은 형의 방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숨을 들이쉬면 가슴께까지만 들어왔고, 그 아래는 꽉 차 있었다. 콩알 백 개가 서로 어깨를 밀며 누울 자리를 찾고 있었다.

두 번째 관인도 땀에 번져 있어서, 소완이 미지근한 물에 적신 천으로 닦자 금방 지워졌다. 여든이 다시 동북쪽 세가 담장 쪽을 보았다. 별채였다.

소완이 화로에서 두부를 건져 갈아 끼웠다. 곽이 쥐여 준 고약을 펴 바르고 종이를 덮었다. 고약 기름종이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소완이 읽었다.

“청량염통고. 터진 데 바르는 거예요.”

“곽 영감 글씨냐?”

“약방 글씨예요.”

막삼은 엎드린 채로 웃었다. 곽은 글씨도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침에 네 손바닥에 그은 거. 그거 뭐냐?”

소완이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묻어 있지 않은 손바닥이었다.

“행랑에서 맞으러 가는 사람한테 해 주는 거예요. 셋까지만 세면 된대요. 셋째가 제일 아프고, 그다음은 일이라고.”

막삼은 거적에 턱을 괸 채 한참 있었다.

“형도 그 말을 했다. 이 마당에 처음 엎드리던 날.”

“형님은 누구한테 배웠대요?”

“몰라. 물어본 적이 없다.”

빗소리가 처마를 때렸다. 소완은 두부를 하나 더 소금물에 넣고 바깥 소식을 전했다.

“소가주님은 별채에 엎드려 계세요. 의원이 다녀갔는데, 매 자국이 마흔 줄이래요. 스무 줄은 회초리 자국이고요. 판자 근처에도 안 가신 분 엉덩이에요.”

“반가 둘째 어른은?”

“남은 비녀 한 짝하고 후원 우물을 보여 달라셨어요. 가주님이 안 된다고 하셨고요. 둘째 어른은 혼사를 할지 말지 내일 새벽에 정하신대요.”

“가주는?”

“혼례는 한대요. 신랑을 가마에 태워서라도요. 새벽에 사당 문을 열고 조상님께 먼저 고하신대요. 총관 어른이 집사를 서시고요. 예복은 제가 오늘 낮에 다렸어요. 조상님 앞에 서는 옷이라 실밥 하나 다른 걸 못 대게 하세요.”

막삼은 그 말을 들으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관인은 기장을 막는다. 오늘 아침 막삼은 그걸 엉덩이로 배웠다. 등허리에 붉은 것이 찍히자 매들이 갈 길을 알면서 고개를 못 들었다.

그런데 삼 년 동안 고개를 못 든 매가 막삼에게 있었다.

날이 궂으면 무거웠던 묵은 콩알들. 그것들은 날이 맑아도 무거운 날이 있었다. 늙은이가 형의 걸상에 앉아 있던 날, 손바닥에 선금을 올려놓던 날.

그때마다 묵직하기만 하고 아무 데도 가리키지 않았다. 그 늙은이 곁에서는 늘 인주 냄새가 났다.

겁 많은 늙은이들은 관인 찍은 종이를 옷깃 안에 꿰매고 다닌다더라. 매가 길을 잃으라고. 채 서리가 웃으며 한 말이었다.

오늘 아침 조례 허리춤의 돈주머니에는 약 꾸러미와 같은 매듭이 묶여 있었다.

“소완아.”

막삼이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소완이 두부를 들던 손을 멈췄다.

“총관 어른 도포 깃 안에 종이가 들어 있지?”

“예. 예복 말고, 늘 입으시는 도포요. 깃 안에 꿰매져 있어요. 빨래할 때도 그 깃은 손대지 말라세요.”

소완은 대답하고 나서야 막삼을 보았고, 이어 화로 옆 약탕기로 눈을 옮겼다.

“오늘 밤에 오실까요?”

“오신다. 삼 년 전에도 오셨다.”

막삼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알았다. 삼 년 전 막삼이 사흘 동안 눈을 못 뜨고 있을 때, 머리맡에 약을 두고 간 사람을 막삼은 본 적이 없었다. 형의 걸상이 기우는 쪽으로 몸을 맞춰 앉던 늙은이를 생각했다.

빗소리가 굵어졌을 때 문밖에서 헛기침이 났다.

노구는 우산을 접어 처마 밑에 세웠다. 도포 어깨가 젖어 있었다. 젖은 깃이 목에 달라붙어, 깃 안의 누런 것이 비단 너머로 비쳤다. 기름에 결은 종이라 빗물이 배어들지 않았다. 손에는 기름종이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같은 종이, 같은 삼끈 매듭. 감고, 꼬고, 또 꼬아 끝을 안으로 접어 넣은 매듭이었다. 노구는 늘 앉던 형의 걸상에 기우뚱하게 앉았다.

묵은 콩알들은 묵직했다. 그뿐이었다.

“백을 다 맞고 걸어 나갔다지? 곽이 일으켜 줬다며.”

“다 맞았습니다.”

“대단하구나.”

노구가 꾸러미를 막삼의 머리맡에 놓았다.

“대성탕이다. 오늘 매는 속으로 깊이 들었을 게다.”

소완이 화로에서 약탕기를 들었다. 김이 오르는 약탕을 사발에 따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노구 앞으로 갔다. 무릎을 꿇고 사발을 내미는데, 사발이 기울었다.

검은 약탕이 노구의 무릎과 소매로 쏟아졌다.

“아이고, 이를 어째요.”

소완이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붙였다. 목소리는 떨렸는데 바닥을 짚은 손끝은 가지런했다.

“괜찮다.”

“말려 드릴게요. 화로에 대면 금방 말라요. 이대로 두시면 빗길에 한기 드세요.”

노구는 젖은 소매를 내려다보았다. 잠깐, 아주 잠깐 머뭇거렸다. 젖은 도포를 입은 채 비 오는 밤길을 걸을 늙은이는 없다. 하녀 앞에서 그걸 마다할 까닭도 없다. 노구는 도포 옷끈을 풀었다.

소완이 도포를 받아 들었다. 방 저쪽 화로 옆 횃대에 깃이 바깥으로 가게 걸었다. 노구에게서 다섯 걸음 떨어진 자리였다.

묵은 콩알들이 고개를 들었다.

삼 년 만이었다. 왼쪽 볼기 아래, 허벅지와 만나는 자리에 박혀 꿈쩍 않던 말린 콩들이 한꺼번에 형의 걸상 쪽으로 몸을 틀었다. 홑옷 차림으로 앉은 늙은이 쪽으로.

막삼은 거적 끝을 쥐었다. 얼굴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게 했다. 십 년 가까이 맞으면서 해 온 일이었다.

형이 아흔에서 움직이지 않던 날, 열여섯 살 막삼이 형 옆에 엎드려 받은 열 대. 그 매의 주인이 삼 년 동안 막삼의 머리맡에 약을 두고 갔다. 막삼은 그 약을 받을 때마다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혀뿌리에 쓴맛이 다시 고였다.

“막삼아.”

노구가 홑옷 소매를 털며 말했다. 목소리는 늘 같았다.

“요술이 무서운 게 아니다. 셈이 무서운 거지. 너는 셈을 할 줄 안다. 오늘 아침 마당에서 다들 소가주가 쓰러진 걸 봤지만, 나는 네가 몇 대에서 기절했는지를 봤다.”

“그래서 관인을 찍으셨습니까?”

“그래서 관인을 찍었지.”

노구는 감추지 않았다. 감출 까닭이 없다는 투였다.

“내일 새벽 사당이 열리면 이 일은 정리된다. 소가주께 요술을 건 놈은 요사한 놈이다. 요사한 놈은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가 둘째 어른도, 지현 나리도 그런 놈 목 매다는 데는 반대하지 않을 게다.”

노구가 품에서 접은 종이를 꺼내 바닥에 놓았다.

“숭산에 무림맹이 있다. 이름난 문파들이 맹을 맺고 집법당을 두어 제자들 죄를 다스리는 곳이지. 그 집법당에 아는 이가 있다. 명문 정파도 제자들 볼기 값은 산다. 거기 가면 익도보다 몇 곱절은 번다. 오늘 밤 성문 닫히기 전에 이걸 들고 나가거라. 백 냥은 금방 모은다.”

막삼은 종이를 보지 않았다. 노구를 보았다.

“어르신. 삼 년 전 제 형이 누구 일을 받았는지 정말 모르십니까?”

빗소리만 들렸다. 화로 옆에서 도포가 김을 올렸다. 소완은 횃대 옆에 무릎을 꿇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노구가 손주 고집을 보는 늙은이처럼 한숨을 쉬었다.

“네 형은 셈이 빨랐다. 남의 장부를 넘겨다보는 버릇이 있었지.”

묵은 콩알들이 노구 쪽으로 한 치 더 기울었다. 막삼은 거적 끝을 더 세게 쥐었다.

“그다음은요?”

“그다음은 묻지 마라. 대신 맞는 일은 이름을 묻지 않아서 값이 붙는다고 했지?”

“약은요? 삼 년 전 약은요. 오늘 약은요?”

노구는 머리맡의 꾸러미를 손끝으로 막삼 쪽으로 조금 밀었다.

“다음 매를 맞을 몸에 주는 거다. 연장은 손질해서 써야 오래 간다.”

노구는 그 말을 다정하게 했다. 약을 들고 오던 날과 같은 목소리로.

“대신 맞는 놈이 셈을 시작하면 이 장사는 끝난다. 너는 너무 좋은 연장이었다. 그게 탈이었지.”

노구가 일어났다. 횃대로 가서 도포 깃을 만져 보았다. 반쯤 말라 있었다. 노구는 도포를 걸치고 옷끈을 맸다.

묵은 콩알들이 고개를 숙였다. 삼 년 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묵직하기만 하고 아무 데도 가리키지 않는 콩알로 돌아갔다.

막삼은 그것까지 확인했다.

노구가 우산을 펴며 문지방에서 돌아섰다.

“잔금 일곱 냥은 세가가 줄 게다. 셈 바른 집이니까. 내일 새벽 사당 앞에서 가주께서 주실 게다. 올 놈이면 와서 받아라.”

노구는 빗속으로 걸어갔다.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이 골목 끝까지 이어지다 끊겼다.

막삼은 형이 마지막으로 웃던 얼굴을 떠올렸다. 이 마당에 들어가던 날 아침, 형은 좋은 값을 받았다고만 했다.

그 값을 매긴 손이 방금 이 걸상에서 일어나 빗속으로 나갔다. 형의 걸상은 노구가 앉았던 쪽으로 아직 기울어 있었다.

한참 뒤에 소완이 입을 열었다.

“일부러 쏟았어요.”

“안다.”

“그 사람이에요?”

막삼은 대답 대신 엉덩이 아래에 손을 넣었다. 묵은 콩알들이 다시 묵직했다. 아무 데도 안 보았다. 깃 안의 종이가 삼 년 동안 형의 매를 붙잡아 두고 있었다.

“그 사람이다.”

소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은 두부를 꺼내고 뜨거운 두부를 넣다가 소금물을 손등에 튀겼다.

바닥에 노구가 두고 간 편지가 있었다. 소완이 집어 들고 겉봉을 읽었다.

“숭산, 집법당, 장로님께.”

“버리지 마라.”

“가실 거예요?”

“남의 이름 적힌 종이다. 언젠가 값이 나간다.”

소완은 편지를 두부 바구니 밑에 접어 넣었다. 두부 물이 번지지 않게 마른 행주로 다시 쌌다.

자정이 지나 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서문휘였다. 하루 사이에 얼굴이 핼쑥했다. 하인에게 우산을 받치게 하고, 엉거주춤 문지방을 붙잡고 서 있었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자세였다. 스물넷을 받은 엉덩이가 그 자세를 시켰다.

“새벽에 사당 앞에서 아버지께 말하겠다.”

공자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국숫집 일. 지현 나리도 오시라고 해 놨다. 반가 둘째 어른도 오신다. 아버지 입으로 혼사를 어쩔지 들으러.”

“왜 사당 앞입니까?”

“우리 집에서 아버지가 거짓말을 못 하시는 데가 거기뿐이다.”

공자가 막삼을 내려다보았다.

“너도 와라. 네 잔금, 그 자리에서 받아 내라. 우리 집은 셈을 떼먹지 않는다. 떼먹으면 내가 떠들 거다.”

막삼은 엎드린 채로 공자를 올려다보았다. 어제 대청에서 막삼에게 술잔을 내밀던 손이 지금 문지방을 붙잡고 떨고 있었다.

“장득이도 데려간다. 내 이름으로 판결 다시 받으러 같이 가자고 했다. 그놈이 울더라.”

공자가 문지방을 고쳐 잡았다.

“국숫집 영감은 열이 내렸다. 저녁에 우리 집 의원을 보냈다. 아버지가 보내라고 하셨다. 내 목이 걸렸다는 걸 아시니까.”

세가의 의원이 남문 밖 국숫집 문지방을 넘은 것이다. 막삼은 거적에 이마를 대고, 국물을 한 국자 더 붓던 손을 생각했다.

“형님은 일어나지도 못한다. 의원 말이 매 자국이 마흔 줄이래. 회초리 자국까지 섞여서.”

공자가 웃으려다 말았다.

“너, 형님한테 남은 거 있냐?”

“여든 있습니다.”

빗소리가 문지방 너머로 들이치는 동안 공자는 문지방만 붙잡고 서 있었다.

“……그건 형님 몫이구나.”

공자가 돌아갔다. 하인이 받친 우산이 골목 끝에서 흔들리다 사라졌다.

새벽이 되자 비가 그쳤다.

막삼은 형이 쓰던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려다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장 백 대를 맞은 다음 날이었다. 맡아 둔 백이 몸을 비틀었다.

소완이 두부 장수에게서 손수레를 빌려 왔다. 막삼은 그 위에 엎드렸다. 두부 비린내가 밴 널판이었다.

소완이 손잡이를 잡고 아직 어두운 골목을 밀었다. 돌부리에 바퀴가 걸릴 때마다 막삼은 이를 물었다. 소완은 몇 번이나 멈춰 숨을 골랐다.

서문세가 서쪽 쪽문 앞에서 막삼은 수레에서 내렸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간다.”

“못 걸으세요.”

“대신 맞는 놈은 제 발로 간다.”

쪽문 안쪽 그늘에 석철이 서 있었다. 석철은 막삼의 지팡이와 떨리는 다리를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비켜섰다가 앞장섰다. 걸음을 막삼의 걸음에 맞춰 늦췄다.

마구간을 지나고, 행랑 마당을 지나, 높은 담이 따로 둘러쳐진 곳에 닿았다. 늘 큰 자물쇠가 걸려 있던 문이 오늘은 열려 있었다.

담 안 앞뜰에 등이 몇 개 걸려 있었다. 향 냄새가 났다. 막삼은 그 냄새 속에서 다른 냄새를 찾았다. 인주 냄새는 나지 않았다.

사당 안쪽 문 앞에 노구가 서 있었다.

등을 이쪽으로 하고, 사당 안을 향해 두 손을 모은 예복 차림이었다. 소완이 어제 낮에 다린 그 예복이었다.

막삼의 삼 년 묵은 자리에서 무엇이 움직였다.

사당 앞에 선 노구의 등을 향해, 삼 년 묵은 콩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연장 손질 - 매품팔이는 맞은 매를 돌려준다 | WEI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