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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아 둔 매

作 와우산 · 2026-10-24

매는 셋째 대가 제일 아프다. 첫째 대는 놀라서 모르고, 둘째 대는 아직 분이 나서 모른다.

셋째 대쯤 와야 몸이 셈을 마친다. 아, 이걸 서른 번 하는구나.

막삼은 대당 앞 뜰 맨땅에 엎드려 그 셋째 대를 기다렸다. 바지춤은 무릎께까지 내려가 있었고, 드러난 엉덩이 위로 늦가을 바람이 지나갔다.

매를 드는 관아 하인, 조례 둘이 뒤통수와 발목을 맡아 눌렀다. 흙에 댄 뺨 앞으로 짚신 몇 켤레와, 마당 가운데 비석을 모신 정자의 돌 기단 모서리가 보였다.

“장득이 대신 왔느냐?”

서리가 문서에서 눈도 들지 않고 물었다.

“예. 장득이 대신 왔습니다.”

열 살 때부터 같은 대답이었다. 이름만 바뀌었다.

대당 위에서 하품을 반쯤 삼키는 소리가 났다. 엎드린 눈에 익도현을 다스리는 지현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만 위에서 떨어진다.

“쳐라.”

둘러선 조례들이 그 말을 받아 길게 외쳤다. 외침이 마당을 돌고 담에 부딪혀 돌아왔다. 막삼은 이 대목을 좋아했다. 외치는 소리가 길수록 매는 늦게 온다.

곽 조례가 판자를 집어 들었다. 머리가 허옇게 센 늙은 조례였다. 막삼과 눈이 마주치자 그가 짧게 말했다.

“오늘은 서른.”

“예.”

첫째 대가 떨어졌다.

딱, 하는 소리가 담 너머까지 넘어갔다. 쪼갠 대를 덧대어 깎은 판자는 손때가 먹어 끝이 거뭇했고, 소리가 컸다. 구경꾼이 많은 날에는 소리 큰 매가 팔린다.

둘째 대가 왔다. 분이 나서 몰랐다.

오늘 조례들 허리춤은 다들 묵직했다. 살살 치라고 찔러 준 돈이면 막삼도 반가웠을 것이다. 세게 치라고 준 돈이었다.

구경꾼 앞에서 세가 하인이 제대로 맞아야 국숫집 일이 끝나니까. 대신 맞기를 십 년 가까이 한 막삼도 그런 돈은 몇 번 못 봤다.

셋째 대를 앞두고 둘러선 조례들의 외침이 바뀌었다.

“착실히 쳐라!”

셋째 대가 왔다. 제일 아팠다. 몸이 셈을 마쳤다.

막삼은 흙을 짚은 오른손을 조례들만 보게 굽혔다 폈다. 손가락을 다 접으면 닷 푼, 다 펴면 한 전.

엎드린 놈이 입 대신 손으로 부르는 값이다. 셋째 대가 지나야 저쪽도 이쪽이 얼마나 버틸 놈인지 알아서, 값은 늘 그때 부른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오늘은 저쪽이 더 냈다.

넷째 대. 다섯째 대.

다섯째 대가 끝나자 곽 옆에 선 젊은 조례가 손을 내밀었다. 다섯 대마다 매질꾼을 바꾸는 게 이 마당의 순서였다. 손을 내민 젊은 조례의 허리춤이 제일 무거웠다.

곽은 판자를 넘기지 않았다.

젊은 조례가 혀를 차고 손을 거두었다. 곽은 대꾸도 없이 발을 고쳐 디뎠다. 여섯째 대가 다섯째 대와 같은 간격으로 왔다.

막삼은 흙에 댄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곽은 단골로 엎드리는 막삼을 미워하는 젊은 조례들 손에 판자를 넘기지 않는다. 서른이면 서른을 혼자 다 친다.

힘은 법대로 다 주고, 박자는 끝까지 같다. 맞는 사람한테는 그게 제일 고맙다. 언제 올지 알면 언제 이를 물지도 안다.

일곱째, 여덟째.

남의 이름으로 대신 맞는 일을 관아 문서는 대장(代杖)이라 적었고, 아역들은 그렇게 엎드리는 놈을 모귀(毛鬼)라 불렀다. 막삼은 어느 쪽으로 불려도 상관없었다. 삯만 제대로 나오면 이름은 남의 것이어도 됐다.

아홉째.

서른 대에 은 세 냥. 선금 한 냥은 벌써 허리춤 안쪽에 꿰매 두었고, 나머지 두 냥은 서른을 다 채워야 나온다. 스물아홉에서 멈추면 한 푼도 없다.

막삼은 올가을부터 은 백 냥을 모으고 있었다. 그만큼이면 적을 고쳐 적는 서리 몫까지 치르고 산둥 청주부 익도현의 적에 제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들었다. 형이 부르던 아명 말고는 가진 이름이 없었다. 오늘 세 냥이 그 백 냥의 첫 세 냥이었다.

열째.

닷새 전, 남문 밖 국숫집에서 서문세가 삼공자가 술에 취해 평상을 걷어찼다. 국수를 말던 왕 노인이 평상과 함께 넘어지면서 오른 손목이 부러졌다.

면을 치는 손이었다. 막삼이 외상을 달아도 국물을 꼭 한 국자 더 붓던 손이기도 했다.

이튿날 장득이 제 발로 관아에 와서 자기가 찼다고 했다. 그날 장득이 세가 마구간에서 말똥을 치고 있었다는 것을 남문 밖 사람들은 다 알았다. 다 알아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죄는 장득이 썼고, 매는 막삼이 맞고, 은 세 냥은 세가가 냈다. 익도에서는 그런 걸 두고 셈이 맞았다고 한다.

손목이 부러진 노인은 그 셈 어디에도 없었다. 관아는 손발로 쳐서 다치게 한 일로만 셌다. 뼈를 셌으면 장 백 대짜리였다.

아까 대문을 들어설 때 막삼은 왕 노인과 마주쳤다. 노인은 부목 댄 팔을 무명 끈으로 목에 걸고 있었다.

국물을 더 부어 줄 때처럼 막삼의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은 세 냥이 무엇을 덮는 값인지 남문 밖 사람이면 다 알았다.

막삼은 그 뒤통수에 대고 허리를 굽혔다. 노인은 돌아보지 않았다.

열한째 대에서야 막삼은 이상한 것을 알아챘다.

엉덩이에 떨어진 매는 거기서 아프다. 붓고, 검어지고, 보름쯤 지나면 누렇게 빠진다. 막삼이 맞은 매는 다 그랬다. 딱 열 대만 빼고.

오늘 매는 자리를 잡지 않았다. 오늘 앞서 맞은 열 대가 벌써 살 속으로 파고들어 콩알만 하게 뭉쳐 있었고, 열한째도 그 곁에 뭉치더니 다 함께 옆으로 쏠렸다. 누가 바늘에 실을 꿰어 살 안쪽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막삼은 흙에 댄 뺨을 반대편으로 돌려 보았다. 뒤통수를 누르던 조례가 “가만있어” 하고 손에 힘을 주었다. 쏠림도 같이 돌았다. 머리를 어느 쪽에 두든 콩알은 같은 데를 가리켰다.

대당 앞마당을 막아선 안쪽 문, 의문(儀門) 쪽이었다.

열린 의문 너머, 구경꾼들 맨 앞에 비단 일산이 서 있었다. 그 그늘 아래에서 서문세가 삼공자 서문휘가 부채를 부치고 있었다. 옆의 친구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공자가 부채 끝으로 친구 어깨를 치며 웃었다.

의문 기둥 옆에는 장득이 서 있었다. 제 이름으로 떨어지는 매를 보러 온 얼굴이 맞고 있는 막삼보다 더 하얬다. 콩알은 장득을 그냥 지나쳐 일산 그늘에 가서 멎었다.

열두째 대가 떨어졌다. 콩알이 또 생겼고, 그것도 곧장 일산 쪽으로 기울었다.

뒤통수를 누르는 손 쪽으로도, 발목을 누르는 손 쪽으로도 쏠리지 않았다. 판자를 든 곽 쪽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매를 친 손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콩알들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열넷째 대 무렵, 공자가 다리가 아팠는지 하인들을 시켜 일산을 왼편 그늘로 옮기게 했다. 엉덩이 속 콩알들이 일산을 따라 왼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막삼은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왼쪽 볼기 아래, 허벅지와 만나는 자리에 삼 년째 안 빠지는 멍울이 있다. 손끝으로 누르면 말린 콩처럼 단단했다. 그것들은 삼 년 동안 어디로도 쏠린 적이 없었다. 날이 궂으면 무거웠을 뿐이다.

새 콩알들이 그 묵은 것들을 닮아 가고 있었다. 이번 매는 빠질 매가 아니었다.

셋째 대 이야기를 처음 해 준 사람이 형이었다. 열 살 막삼이 이 마당에 처음 엎드리던 날, 형 막일이 옆에 쪼그려 앉아 귀에 대고 말했다. 셋째 대만 넘기면 나머지는 일이라고.

삼 년 전, 그 형이 장 육십 대를 대신 맞으러 이 마당에 들어왔다. 누구 대신이냐고 물었을 때 형은 웃기만 했다. 좋은 값을 받았다고만 했다.

그날 매는 육십에서 멈추지 않았다.

아흔째 대에서 형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맞는 삯은 수를 다 채워야 나온다. 장례 치를 돈이 그 삯이었다. 그날 열여섯이던 막삼은 형 옆에 엎드려 남은 열 대를 맞았다. 그 열 대가 지금도 왼쪽 볼기 아래에 박혀 있었다.

열다섯, 열여섯. 막삼은 수를 세면서 따져 보았다.

오늘 매는 장득이 이름으로 맞는 매다. 장득은 죄가 없다. 그런데 매는 장득을 찾지 않고 일산 쪽을 찾는다.

매에도 주인이 있는 모양이었다. 엉뚱한 이름으로 맞은 매는 제 주인을 만날 때까지 맞은 놈 몸에 얹혀 기다리는가.

그렇다면 형의 열 대에도 주인이 있었다. 삼 년 동안 가까이 오지 않았을 뿐.

스물을 넘기자 살 속에서 콩알끼리 부딪혔다. 막삼은 여느 날처럼 구경꾼을 품평하며 버텼다. 스물셋에 박수를 친 놈은 태 한 대짜리 구경꾼이었고, 스물다섯에 침을 뱉은 놈은 두 대짜리였다.

꿇어앉아 수를 부르던 아역의 목소리가 갈라질 무렵, 곽이 숨을 골랐다. 서른째 대는 첫째 대만큼 컸다. 소리가 의문 밖까지 나가야 오늘 일이 끝난다.

“서른이오!”

아역이 외치고, 서리가 붓을 내려놓았다.

막삼은 바지춤을 끌어올리며 일어났다. 무릎이 꺾였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보통 죄인은 거적에 실려 나가도 대신 맞는 놈은 제 발로 걸어 나간다. 그게 이 일의 체면이었다.

곽은 판자를 세워 두고 딴 데를 보았다. 일어나는 걸 안 봐 주는 것도 그 사람 버릇이었다. 지나가면서 막삼 손에 무언가를 쥐여 주었다.

기름종이에 싼 고약이었다. 막삼이 고개를 숙였을 때 곽은 벌써 대당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의문 쪽으로 걸으며 막삼은 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 아래를 더듬었다. 콩알이 마흔 개였다.

묵은 것들은 단단했고, 새 서른 개는 아직 뜨거웠다. 새것들이 한꺼번에 일산 쪽으로 쏠리는 통에 걸음이 자꾸 그리로 기울었다.

의문 옆에서 세가 집사가 종이에 싼 은 두 냥을 내밀었다. 세가 일은 늘 총관 노구 어른 쪽에서 나왔다.

삼 년 전 형을 묻고 막삼이 사흘을 못 일어났을 때 약 한 첩을 보내 준 사람도 그 어른이었다. 익도에서 대신 맞는 놈한테 약을 보내는 세가 사람은 그 어른밖에 없었다.

“총관 어른께서 수고했다고 전하라셨다.”

“고맙다고 전해 주십시오.”

막삼은 두 냥을 허리춤에 넣으려다 손을 멈췄다. 일산이 움직이고 있었다.

삼공자가 친구들을 남겨 두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 뒤로 키 큰 호위무사가 소리 없이 따라붙었다.

공자가 가까워질수록 서른이 한꺼번에 몸을 틀었다. 엉덩이가 저 혼자 공자에게 인사하러 나가려는 것 같아서 막삼은 발에 힘을 주었다.

구경꾼들 맨 뒤, 팔에 부목을 댄 왕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공자를 보지 않았다. 땅만 보았다.

“네가 그 모귀냐?”

“예, 공자님.”

“맞으면서 웃는 놈이 있다더니, 정말이구나. 다섯째 대 지나서 웃더라. 내가 봤다.”

“여섯째 대부터 값이 싸져서 그랬습니다.”

공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술 냄새가 덜 빠진 웃음이었다.

“싸져? 매에도 값이 있냐?”

“다 있습니다. 매도 값이 있고, 말도 값이 있습니다.”

“그럼 내 말은 얼마냐?”

막삼은 공자를 잠깐 올려다보았다. 속으로 매긴 값은 태 석 대였다. 입으로는 다르게 말했다.

“공자님 말씀은 제가 값을 못 매깁니다.”

공자가 부채를 접어 허리에 꽂았다. 손을 뻗어 막삼의 턱을 움켜쥐었다. 맨손이었다.

“얼굴 좀 보자. 내 대신…….”

공자가 말을 삼켰다.

“장득이 대신 맞은 놈 얼굴 말이다.”

공자의 손가락이 턱에 닿는 순간, 서른이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막삼은 그 손을 떼어 내려고 공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바닥에 공자의 맨살이 닿자 콩알들이 그 손으로 몰려들었다. 엉덩이에서 허리를 타고 팔뚝까지, 맞은 길을 거슬러 올라왔다. 둑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막삼은 이를 악물고 막았다. 무엇을 막는지도 모르면서 막았다.

그래도 콩알 하나가 빠져나갔다.

“한 대.”

막삼의 입이 아역처럼 수를 불렀다.

공자가 제 엉덩이를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비명은 그다음에 왔다. 서문세가 삼공자가 관아 의문 앞 흙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 두 손으로 뒤를 감싸고 소리를 질렀다.

“공자님!”

하인들이 우르르 달려오는 사이 구경꾼들 틈에서는 낮술이 아직 안 깨셨나 보다는 소리가 새어 나왔고, 의문 기둥 옆의 장득은 두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공자는 무가의 자제다. 매 몇 대쯤은 살로 받아 낼 만큼 몸을 익혔다고 들었다. 그런데 방금 그 매에는 막을 틈이 없었다. 날아온 데가 없는 매였다.

막삼은 공자의 손목을 놓고 뒤를 더듬었다. 콩알 하나가 없었다. 서른아홉. 아프던 자리가 씻은 듯이 비어 있었다.

남은 스물아홉은 아직 공자 쪽으로 몸을 틀고 있었다. 지금 다 보내면 공자는 이 자리에서 못 일어난다. 그러면 막삼도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한다. 세가 사람 앞에서 맞아 죽은 모귀한테는 삯도 안 나온다.

서두를 까닭이 없었다. 맡아 둔 매는 맡은 사람이 셈한다.

공자 뒤에 섰던 호위무사만 공자를 보지 않았다. 그는 칼자루에 손을 얹은 채 막삼의 오른손을 보고 있었다. 서문세가에 칼보다 눈이 빠른 호위가 있다는 말은 관아 담 밑 골목까지 들려왔었다. 이름이 석철이었다.

막삼은 그 손을 소매 안으로 거두고 허리를 굽혔다. 흙바닥에 앉은 공자와 눈높이가 맞았다. 공자가 이를 갈며 물었다.

“너, 너 방금 무슨 짓을 했어?”

“길이 미끄럽습니다, 공자님. 조심하셔야지요.”

“이름이 뭐냐? 네놈 이름.”

오늘 처음 듣는 물음이었다. 마당에서는 아무도 대신 맞는 놈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장득이 대신 왔느냐, 그게 다였다.

“막삼입니다.”

구경꾼 맨 뒤에서 왕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부목 댄 팔을 가슴에 붙인 채 어깨를 떨고 있었다. 성한 손등이 눈가로 갔다가 입가로 갔다.

막삼은 은 두 냥을 허리춤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공자에게만 들리게 덧붙였다.

“스물아홉 대 남았습니다, 공자님.”

맡아 둔 매 - 매품팔이는 맞은 매를 돌려준다 | WEI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