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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보고서

作 받아적는사람 · 2026-10-22

나는 외투 안주머니에서 종이 두 장을 꺼냈다.

"이게 제 보고서예요."

카시안의 눈이 종이로 내려왔다. 한 장은 글씨로 빽빽했다. 한 장은 백지였다.

"둘이군."

"빽빽한 쪽엔 다 있어요. 근위병들 젖은 옷, 기름통 마흔 개, 전하 말 발굽의 돌가루, 교대 명령서의 인장."

"백지는?"

"제가 본 것만 쓸 종이요. 아직 아무것도 안 썼어요."

바람이 불어 종이 두 장이 같이 떨렸다. 나는 손가락에 힘을 줬다.

"자정까지 둘 중 하나를 내요. 어느 쪽을 낼지는 제가 정해요."

카시안이 몸을 일으켰다. 젖은 횃불을 양동이에 꽂았다.

"그럼 정해."

"조건이 있어요."

"듣지."

"하나. 들키면 저 혼자 한 걸로 해 주세요. 동생은 아무것도 몰라요. 세탁장, 부엌, 마구간 사람들도요. 그 사람들은 제가 물어서 대답한 것뿐이에요."

"둘은?"

"다음부터 원작을 막을 땐 저한테 먼저 말해 주세요. 기름통 마흔 개를 사흘 동안 옮기셨죠. 뒷계단 사람들이 그걸 다 봤어요. 제가 먼저 안 물었으면 도라 소장이 먼저 물었을 거예요."

"도라는 하인한테 안 물어."

"이번엔 안 물었죠. 다음엔 물을지도 몰라요. 오늘 회의에서 소장 눈이 제일 오래 머문 데가 황태자궁이었어요."

카시안이 나를 내려다봤다.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셋은?"

"없어요."

"금화는. 작위는."

"연금 받고 있어요."

그가 짧게 웃었다. 그리고 손등의 잉크가 묻은 손을 내밀었다. 이번엔 무엇을 달라는 손인지 알았다. 나는 백지 쪽을 건넸다. 그가 품에서 펜을 꺼내 함께 돌려줬다.

나는 성벽 돌에 종이를 대고 썼다. 바람 때문에 글씨가 비뚤어졌다.

「황태자궁 조언역 이렌 보르, 지난 사흘 동선 보고.

회의 없었음. 서재 문 닫혀 있었음. 조언역은 그 안을 보지 못했음.」

"세 줄이군."

"전부 사실이에요. 오늘 밤 여기서 본 걸 빼면."

"빽빽한 쪽은?"

"제가 갖고 있을게요."

그의 눈썹이 올라갔다. 나는 빽빽한 종이를 접어 다시 안주머니에 넣었다.

"전하가 약속을 어기시면 그때 내죠."

카시안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고개를 저었다. 웃음을 참는 사람처럼.

"공평하군."

나는 그 종이를 낼 생각이 없었다. 거기 적힌 건 세탁장 아낙과 화부와 한스의 말이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그 사람들 목에 걸릴 말이었다.

그래도 그가 그걸 모르면 됐다.

* * *

자정 종이 울리기 직전, 등록소 정문에 닿았다.

야간 서기에게 종이를 내밀었는데 다른 손이 먼저 받았다. 검은 장갑이었다.

"세 줄."

도라가 등잔 아래서 종이를 읽었다. 짧은 글을 오래 읽었다.

"1급 보고서가 세 줄이네."

"본 게 그거뿐이라서요."

"다른 조언역들은 석 장씩 냈어. 반은 원작 얘기고, 반은 자기가 맡은 사람 흉이었지." 도라가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넌 원작 얘기가 하나도 없네."

"원작에 황태자 서재 문 얘기는 안 나와서요."

도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시험 날 복도에서 본 것과 같은 웃음이었다.

"나는 원고가 짧으면 행간을 읽어. 버릇이야."

"원고요?"

"보고서." 도라가 고쳐 말하지 않았다. "어제 불이 안 났지. 오늘 아침부터 1급 마흔한 명이 다 나한테 와서 물어. 4권은 어떻게 되느냐고. 다들 자기가 읽은 데서 한 발짝도 못 나가."

"소장님은요?"

"나?"

"소장님은 어디까지 아세요?"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1급이 소장에게 권수를 묻는 일은 없었다. 도라가 나를 오래 봤다. 그러다 접은 종이로 내 동판을 톡 쳤다.

"질문은 내가 해. 가 봐. 내일도 늦지 말고."

정문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등 뒤가 뜨거웠다. 돌아보지 않았다.

* * *

다음 날 아침 서재 문은 열려 있었다.

"다음은 뭐지. 원작 순서대로."

카시안이 지도 앞에서 물었다. 나는 스물아홉 번째 공책 마지막 장을 떠올렸다. 장교가 연재가 끊기기 직전까지 읽었다는 대목이었다.

"그믐 전날 밤이요. 황녀궁 서쪽 담 아래에서 시종장 라울 경이 찔려요."

"라울."

"범인은 안 나왔대요. 장교님은 4권에서 밝혀질 거라고 했어요. 엑스트라 하나 죽는 장면인데 황녀가 처음으로 울 뻔해서 유명하대요."

"엑스트라." 그가 그 단어를 천천히 따라 했다. "건너온 이들이 라울을 그렇게 부르더군. 무슨 뜻이지?"

"이름이 세 번쯤 나오고 끝나는 사람이래요."

카시안이 황녀궁 서쪽 담에 손가락을 올렸다.

"라울은 내가 말에서 떨어질 때마다 횟수를 셌어. 여섯 살 때. 열두 번째에는 세지 않았지." 그가 손가락을 지도에서 떼지 않았다. "그날 내가 처음 안 떨어졌으니까."

"……."

"그 세 번 사이에 사십 년을 살았어."

"막으실 거죠."

"근위대는 못 써. 근위대장은 원작대로 두자는 쪽이니까. 누가 칼을 들고 오는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제가 알아 올게요."

"어떻게?"

"아래층에 물어볼게요. 그리고 계획도 제가 짤게요."

그가 손가락을 지도에서 뗐다.

"네가?"

"전하는 북문 막을 때 사흘 걸리셨죠. 기름통 나르는 데 짐꾼 품삯을 두 배로 주셨고요. 아래층은 소문이 빨라요. 두 배 주면 더 빨라요." 나는 숨을 한 번 골랐다. "이번엔 아무도 이상한 걸 못 보게 할게요."

* * *

노라는 찻잔을 닦으며 들었다.

"황녀궁 하인장이랑은 같은 마을 출신이에요. 저녁에 물어 두죠."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은 건너온 이들이 안 해요." 노라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조심하세요. 버릇은 위층에서도 보여요."

다음 날 아침, 노라가 차를 따르며 잔 받침 밑에 쪽지를 밀어 넣었다.

「황녀궁 새 정원사. 엿새 전 들어옴. 서쪽 담 순찰 교대 시간을 두 번 물었음.」

세탁장 아낙은 빨래 방망이를 내려놓고 말했다.

"그 정원사 셔츠, 내가 빨았어. 소매에 흙이 하나도 없더라. 숫돌 가루만 잔뜩이야. 정원사가 무슨 칼을 그렇게 갈아?"

부엌 화부는 라울 경의 버릇을 알았다.

"그 양반은 매일 밤 자정 전에 서쪽 담 옆 예배당 촛불을 끄러 가요. 사십 년 동안 하루도 안 걸렀대요. 황녀 마마 어머님이 켜 두라고 한 촛불이라서."

나는 서재로 돌아가 지도 위에 종이를 폈다.

"그날 밤 라울 경은 서쪽 담에 안 가요. 노라 씨가 은식기 장부가 안 맞는다고 할 거예요. 시종장은 그런 일은 꼭 직접 센대요. 한 시간은 붙잡아 둘 수 있어요."

"촛불은?"

"누가 대신 꺼야죠. 회색 망토 입고, 등 조금 굽히고."

카시안이 나를 봤다.

"내가 끄지. 라울 걸음은 내가 제일 잘 알아."

"화부 아저씨랑 짐꾼 둘이 장작더미 뒤에 있을 거예요. 등불 들고요. 제가 부르면 나와요."

"넌?"

"뒷계단에요. 거기서 담이 다 보여요."

카시안이 지도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네 공책엔 이런 것도 있나?"

"없어요. 이건 제가 쓴 거예요."

말하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 * *

그믐 사흘 전, 황녀궁 복도에서 라울 경을 처음 봤다.

흰 수염을 짧게 다듬은 노인이었다. 은쟁반을 든 시녀가 넘어지자 그가 먼저 쟁반을 받쳤다.

"다친 데 없니?"

"네, 시종장님. 죄송합니다."

"찻잔은 또 사면 된다. 손은 못 사."

시녀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갔다. 노인이 그제야 나를 봤다. 내 가슴의 동판을 보고 허리를 굽혔다.

"황태자궁 조언역이시군요. 전하를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전하는 어릴 때 말에서 열한 번 떨어지셨지요. 열두 번째에 안 떨어지셨고요." 노인이 웃었다. "건너온 분들은 그런 얘긴 안 궁금해하시더군요."

"궁금해요."

노인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그리고 다시 웃었다. 이번엔 더 오래.

"그럼 다음에 해 드리지요. 오늘은 예배당 초를 갈아야 해서."

그가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조금 굽은 등이었다.

이름이 세 번쯤 나오고 끝나는 사람. 나는 그 등을 끝까지 봤다.

* * *

그믐 전날 밤은 달이 없었다.

뒷계단 그늘에 한스와 웅크려 앉았다. 한스가 속삭였다.

"조언역님, 무서우세요?"

"응."

"건너온 이들도 무서워해요?"

"……이 건너온 이는 그래."

자정이 가까워지자 서쪽 담 아래로 촛불 하나가 걸어갔다. 회색 망토, 조금 굽은 등. 한스가 내 소매를 잡았다. 나는 숨을 참았다.

담 그림자가 움직였다.

칼날이 촛불을 받아 번쩍였다. 망토가 옆으로 돌았다. 촛대가 떨어지고 불이 꺼졌다. 무언가 담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화부 아저씨!"

장작더미 뒤에서 등불 둘이 튀어나왔다. 불빛 속에서 카시안이 정원사 옷을 입은 사내의 팔을 꺾어 담에 누르고 있었다. 칼은 풀숲에 떨어져 있었다. 회색 망토 소매가 길게 찢어져 있었다.

"다치셨어요?"

"옷만. 라울은?"

"식기실에서 숟가락 세고 계세요."

짐꾼들이 사내를 묶었다. 사내는 입을 꾹 다물고 땅만 봤다. 화부가 사내의 품을 뒤졌다.

"동전 주머니 하나. 그리고 이거요. 글씨가 있는데 저는 못 읽어요."

누렇게 바랜 종이였다. 손만 대도 귀퉁이가 부스러질 것 같았다. 등불을 가까이 댔다.

「그믐 전날 밤, 촛불을 든 늙은 시종장이 서쪽 담 아래를 지났다. 담 그림자에서 칼이 나왔다.」

머릿속에서 쉰 목소리가 들렸다. 탁자를 두드리며 장교가 외던 그 대목.

"원작이에요."

"뭐?"

"장교님이 술만 마시면 외우던 문장이랑 똑같아요. 「담 그림자에서」까지. 토씨 하나 안 틀려요."

카시안이 종이를 받아 등불에 비췄다. 그리고 뒤집었다. 귀퉁이에 희미한 물자국 같은 무늬가 있었다. 가시 없는 장미 한 송이.

그의 얼굴이 굳었다.

"이 무늬, 황실 기록고에서 본 적 있어."

"무슨 무늬인데요?"

"증조부 때 황실 종이에 넣던 무늬야. 백 년 전에 금색 가시로 바뀌었지."

"백 년이요?"

"그래."

나는 종이를 다시 봤다. 건너온 이들이 23년 전부터 읽었다는 책. 그 책의 문장이 백 년 된 종이 위에 있었다.

"원작이에요. 그런데 이 종이는 그 책보다 먼저 만들어졌어요."

"누가 원작을 백 년 묵은 종이에 베꼈거나." 카시안이 종이를 등불에 더 가까이 댔다. "아니면 백 년 전에 누가 먼저 썼거나."

"전하. 그럼 이건 누가 쓴 거예요?"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묶인 사내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문 밑으로 금화랑 같이 들어왔어. 그 종이에 적힌 대로만 하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