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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두부김치 하나, 참이슬 하나

作 루시엘 · 2026-10-19

로맨틱 코미디 · 루시엘 지음

# 《두부참이슬》

## 1화. 두부김치 하나, 참이슬 하나

밤 열한 시 삼십 분.

서울의 오래된 골목에는 아직 잠들지 않은 가게가 하나 있었다.

빨간 천막 아래 주황색 전구가 반짝였고, 비에 젖은 골목길에는 늦은 밤 특유의 냄새가 가득했다. 매콤하게 볶은 김치 냄새와 고소한 두부 냄새, 그리고 어딘가에서 풍겨 오는 술 냄새.

골목 입구에 세워진 작은 간판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두부참이슬.

이름만 들으면 두부를 파는 가게인지, 술을 파는 가게인지, 아니면 두부에 소주를 부어 파는 신종 음식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가게 주인 윤서하에게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

두부는 담백하게.

김치는 매콤하게.

술은 시원하게.

그리고 손님은 적당히 받을 것.

특히 진상 손님은 절대로 받지 않을 것.

물론 마지막 철학은 장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무너졌다.

진상도 손님이라고 돈을 내고 들어오면 내쫓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진짜…….”

서하는 계산기를 두드리다 말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게 맞아?”

화면에 찍힌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오늘 매출 십팔만 원.

재료비를 빼고, 공과금을 생각하고, 월세를 떠올리고, 카드 수수료까지 계산하자 갑자기 세상이 흐릿해졌다.

“내가 지금 장사를 하는 거야, 돈을 기부하는 거야?”

그녀는 계산기를 내려놓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스물아홉 살에 야심 차게 시작한 가게였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도 지쳤고, 매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것도 싫었다. 자신만의 가게를 열면 조금은 자유롭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현실은 달랐다.

아침에는 시장에서 재료를 사고, 낮에는 손질하고, 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손님을 받았다. 장사가 끝나면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다음 날 장 볼 목록을 적었다.

그러다 침대에 누우면 새벽 두 시.

눈을 뜨면 아침 여덟 시.

그렇게 일주일을 반복하면 통장에 돈이 쌓일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쌓이는 건 피로와 한숨뿐이었다.

“그래도…….”

서하는 주방 한쪽에 놓인 두부 상자를 바라보았다.

“두부김치는 진짜 맛있는데.”

그녀가 유일하게 자신 있는 메뉴였다.

두부를 적당한 두께로 썰고, 김치는 오래 볶아 신맛을 날린 뒤 돼지고기와 양념을 더한다. 마지막에는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깨를 뿌렸다.

별것 아닌 음식 같아도 서하는 대충 만들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의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 말해 주는 순간만큼은 장사하는 보람이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 음식을 먹으러 오는 손님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내일부터 전단지라도 돌려야 하나…….”

그때였다.

“서하야!”

천막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 깜짝이야! 언니는 맨날 사람 놀라게 하고 들어와?”

“내가 네 가게 문을 부수고 들어왔니? 종도 울렸는데 왜 놀라?”

“생각이 많아서 그래요.”

“돈 생각?”

“네.”

“남자 생각은?”

“그건 없어요.”

“그러니까 돈 생각밖에 안 하지.”

옆집 반찬가게 사장 박미자가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쉰두 살의 미자는 서하가 이 골목에 가게를 열었을 때부터 이것저것 챙겨 준 사람이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면서도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았고, 동네 소식이라면 모르는 게 없었다.

좋게 말하면 정이 많은 사람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남의 사생활을 자기 일처럼 여기는 사람이었다.

미자는 비닐봉지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김치 남은 거 가져왔어. 내일 볶아 먹든가 해.”

“어머, 언니. 사랑해요.”

“그 말은 남자한테나 해.”

“남자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서른이나 먹은 애가 맨날 가게에만 앉아 있으면 누가 데려가니?”

서하는 황당하다는 듯 미자를 바라보았다.

“언니, 제가 결혼정보회사예요? 데려가긴 누가 데려가요?”

“아이고, 말하는 것 좀 봐.”

“그리고 서른이 뭐 어때서요? 요즘 서른은 한창이거든요.”

“그래, 한창이지. 연애하기 한창 좋은 나이.”

“월세 내기 한창 좋은 나이기도 하거든요.”

미자는 입을 다물었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진짜 못 당하겠다.”

“그러니까 그만 놀리세요.”

“알았어. 대신 오늘은 손님 좀 많이 왔으면 좋겠다.”

미자가 돌아가고 나자 가게는 다시 조용해졌다.

서하는 한숨을 내쉬며 카운터에 턱을 괴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손님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딸랑.

천막 입구에 달린 작은 종이 울렸다.

서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남자가 한 명 들어오고 있었다.

검은 셔츠에 어두운 바지.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고, 젖은 머리카락은 이마에 조금 내려와 있었다.

키가 컸다.

어깨도 넓었다.

얼굴은…….

‘뭐야.’

서하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왜 이렇게 잘생겼어?’

남자는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빈자리는 많았다. 구석에도 자리가 있었고 창가에도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남자는 굳이 카운터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서하는 재빨리 표정을 정리하고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남자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혼자 왔는데요.”

“네. 보이네요.”

“혼자 먹어도 괜찮죠?”

“그럼요. 저희 가게는 혼자 오시는 분도 환영합니다.”

“다행이네요.”

남자는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서하는 주문을 기다렸다.

십 초.

이십 초.

삼십 초.

남자는 여전히 메뉴판만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메뉴판에 논문이라도 적혀 있나?’

서하의 인내심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낼 무렵,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사장님.”

“네.”

“여기 대표 메뉴가 뭐예요?”

“두부김치요.”

“그럼 두부김치 하나 주세요.”

“술은요?”

“참이슬 하나요.”

서하는 주문을 적었다.

두부김치 하나.

참이슬 하나.

지극히 평범한 주문이었다.

적어도 그다음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사장님도 하나 주세요.”

서하의 손이 멈췄다.

“……네?”

남자는 태연한 얼굴로 메뉴판을 내려놓았다.

“사장님도 하나 주세요.”

“제가 메뉴에 있어요?”

“아뇨. 메뉴판에 없어서 직접 주문하는 겁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주방에서 어묵 국물을 끓이던 미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입을 틀어막았다.

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손님.”

“네.”

“혹시 오늘 처음 술 드세요?”

“아뇨. 꽤 마셨는데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원래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서는 이럽니다.”

미자가 결국 푸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서하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손님.”

“네.”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서 그러지 마세요.”

“왜요?”

“상대방이 싫어하거든요.”

남자는 잠시 서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크게 웃었다.

“아, 진짜.”

그는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가를 손등으로 가렸다.

“사장님, 재미있으시네요.”

“저 안 재미있어요. 주문하신 거나 드세요.”

“네. 알겠습니다.”

남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돌아서는 서하의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럼 다음에는 사장님도 메뉴판에 넣어 주세요.”

서하의 걸음이 멈췄다.

“언니.”

“왜?”

“저 손님 내보내도 돼요?”

미자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아직 술도 안 나갔잖아.”

“이미 진상이잖아요!”

“진상도 돈 내면 손님이야.”

“언니, 진짜 너무 현실적이다…….”

서하는 이를 악물었다.

오늘따라 장사가 안되더니 별 이상한 손님이 다 들어왔다.

그녀는 주방으로 돌아가 두부김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강태준은 카운터에 앉아 주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를 대충 묶은 채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를 볶고, 두부를 썰고, 그릇을 꺼내는 여자.

화려하지도 않았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불친절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눈길이 갔다.

‘재미있네.’

태준은 턱을 괴었다.

사실 그는 이런 작은 술집에 올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수십억 원짜리 계약을 검토하고, 밤에는 사람들과 격식을 갖춘 식사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하루 종일 이어진 회의가 끝나고, 그는 운전기사를 돌려보낸 뒤 혼자 차에서 내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넓고 조용한 집.

불을 켜도 아무도 반겨 주지 않는 공간.

그곳에 들어가면 하루 동안 쌓인 피로보다 더 깊은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그는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걸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골목을 걷다가 빨간 천막 하나를 발견했다.

간판이 이상했다.

두부참이슬.

이름이 우스워서 웃음이 났다.

그리고 배가 고팠다.

그게 전부였다.

적어도 가게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런데 저 사장님…….’

태준은 주방 쪽을 바라보았다.

김치를 볶는 손길이 제법 능숙했다.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진지했다.

잠시 후 여자가 커다란 접시를 들고 나타났다.

“두부김치 나왔습니다.”

따뜻한 두부 위에 매콤하게 볶은 김치가 먹음직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태준의 눈이 반짝였다.

“와.”

서하가 살짝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맛있어 보이죠?”

“네.”

“맛있어요. 저희 가게에서 제일 자신 있는 메뉴예요.”

태준은 젓가락을 들었다.

두부 한 점에 김치를 올려 입에 넣었다.

그리고 잠시 멈췄다.

“……맛있네요.”

“그렇죠?”

서하의 표정이 밝아졌다.

“김치를 오래 볶아서 신맛을 날렸거든요. 두부도 매일 아침에 받아 오는 거라 부드러워요.”

말을 마친 서하는 자신이 너무 많이 설명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맛있게 드세요.”

“네. 잘 먹겠습니다.”

태준은 다시 젓가락을 움직였다.

진심으로 맛있었다.

그는 평소 좋은 음식을 많이 먹었다. 값비싼 코스 요리도 먹었고, 예약하기 어렵다는 식당에도 가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두부김치는 특별했다.

화려하지 않고, 비싸지도 않고, 대단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그저 따뜻했다.

누군가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이라는 게 느껴졌다.

태준은 문득 생각했다.

이 가게에 내일도 와야겠다고.

물론 두부김치가 맛있어서였다.

아마도.

“사장님.”

서하가 카운터를 닦다가 돌아보았다.

“또 왜요?”

“이거 매일 먹을 수 있어요?”

“네. 매일 만들어요.”

“그럼 내일부터도 와야겠네요.”

서하는 즉시 미소를 거두었다.

“아니요. 안 오셔도 돼요.”

“왜요?”

“제가 부담스러워서요.”

태준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럼 부담스럽지 않게 오겠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어요?”

“네.”

그가 환하게 웃었다.

“내일부터는 말 안 걸고 두부김치만 먹을게요.”

서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꾹 참았다.

“그 약속 꼭 지키세요.”

“네. 약속합니다.”

태준은 새끼손가락까지 내밀었다.

서하는 그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저기요.”

“네?”

“서른 넘어서 새끼손가락 약속하는 남자 처음 봐요.”

“저는 서른 넘어서 이렇게 예쁜 사장님도 처음 봅니다.”

“……술값 두 배로 받겠습니다.”

“칭찬했는데요?”

“칭찬세까지 추가할게요.”

태준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서하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대체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자신은 지금 이 남자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데.

그런데도 이상하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아니, 화가 나야 정상이었다.

그녀는 분명히 이 남자가 귀찮았다.

그런데 저렇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뭐라고 더 쏘아붙이기가 애매해졌다.

‘잘생긴 게 죄지.’

서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야. 잘생겼다고 다 용서하면 안 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런데 태준이 다시 불렀다.

“사장님.”

서하는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이번에는 또 뭔데요?”

태준이 빈 소주병을 들어 보였다.

“한 병 더 주세요.”

“네.”

“그리고 혹시 계란말이도 돼요?”

“돼요.”

“그럼 계란말이도 하나 주세요.”

서하는 주문을 적었다.

그때 태준이 덧붙였다.

“아, 그리고 사장님.”

“이번엔 또 뭐예요?”

“남자친구 있으세요?”

서하의 손에서 볼펜이 떨어졌다.

딱.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손님.”

“네.”

“제가 아까 뭐라고 했죠?”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서 그러지 말라고요?”

“기억은 하시네요.”

“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걸 어떡합니까?”

서하는 입을 다물었다.

이 남자는 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워 오는 걸까.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걸까.

아니면 원래 이런 인간인 걸까.

서하는 결국 단호하게 대답했다.

“없어요.”

태준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요?”

“네. 그런데 왜요?”

“다행이다.”

“뭐가요?”

“제가 경쟁자가 없잖아요.”

서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웃었다.

이번에는 진짜로 웃었다.

“손님.”

“네!”

“그 자신감으로 사업하시면 성공하시겠어요.”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성공했는데요.”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는 얼른 소주잔을 들었다.

서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주방으로 돌아갔다.

‘뭐야. 사업가야?’

잠깐 궁금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손님은 손님이었다.

잘생겼든, 돈이 많든, 이상하든.

그녀에게 중요한 건 음식값을 제대로 내고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만 지키면 됐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밤 열두 시 십 분.

태준은 계산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서하는 카운터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히 가세요.”

태준은 천막 입구로 향하다가 다시 돌아섰다.

“사장님.”

서하는 눈을 감았다.

‘제발.’

“네.”

“내일 몇 시에 오면 돼요?”

“안 오시면 됩니다.”

“그럼 열 시에 올게요.”

“왜 말을 못 알아들으세요?”

“사장님이 열 시에는 안 된다고 안 하셨잖아요.”

서하는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할 말이 없었다.

태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내일 봬요!”

딸랑.

종이 울리고 천막이 닫혔다.

서하는 한참 동안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작게 중얼거렸다.

“미친 사람…….”

옆에서 미자가 불쑥 끼어들었다.

“잘생겼더라.”

“언니!”

“왜. 눈은 즐겁잖아.”

“눈만 즐겁고 정신은 괴로워요!”

“그럼 내가 대신 받을까?”

서하는 미자를 돌아보았다.

“언니, 그 남자한테 관심 있어요?”

“아니. 내가 마흔 살만 젊었어도.”

“지금 쉰둘이잖아요!”

“그래서 아깝다는 거야!”

두 사람은 한참을 티격태격했다.

그리고 서하는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오늘 매출은 어제보다 조금 나았다.

두부김치도 팔았고, 계란말이도 팔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머릿속에는 매출보다 다른 것이 남아 있었다.

그 남자의 웃는 얼굴.

그리고 내일 또 오겠다는 말.

서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야. 오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야.’

그녀는 앞치마를 벗어 의자에 걸었다.

‘내일 안 오면 더 좋지.’

그렇게 생각하며 불을 끄려는 순간이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옆집 미자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미자 언니] 서하야, 내일 그 잘생긴 손님 오면 나한테도 알려 줘.

서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윤서하] 안 와요.

곧바로 답장이 왔다.

[미자 언니] 네가 어떻게 알아?

서하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러게.

자신이 어떻게 알까.

그 남자가 정말 내일 올지, 아니면 오늘로 끝일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남자가 다시 오면 이번에는 절대로 웃어 주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같은 시각.

골목을 벗어난 강태준은 비에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검은 세단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룸미러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표님, 이제 들어가십니까?”

“응.”

“전화는 왜 계속 안 받으셨습니까? 회사에서 몇 번이나 연락이 왔습니다.”

태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열두 통.

문자 일곱 개.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확인할게.”

“대표님, 내일 오전 회의가…….”

“알아.”

태준은 창밖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