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by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2026-09-21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갓파라는 것에 대해 잠깐 설명해 두어야겠어요.
갓파는 아직까지도 정말 있는지 없는지조차 의문으로 남아 있는 동물이에요. 하지만 제가 직접 그들 사이에서 살았던 이상,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을 거예요.
그럼 어떤 동물이냐 하면, 머리에 짧은 털이 나 있는 건 물론이고 손발에 물갈퀴가 달려 있는 것도 『수호고략』 같은 책에 나오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키도 대충 일 미터를 넘을까 말까 할 거예요.
몸무게는 의사 차크의 말로는 이십 파운드에서 삼십 파운드까지…… 드물게는 오십 몇 파운드쯤 나가는 큰 갓파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머리 한가운데에는 타원형 접시가 있는데, 그 접시는 나이에 따라 점점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나이 든 바그의 접시는 젊은 차크의 접시와는 손에 닿는 감촉부터 전혀 달랐어요.
하지만 가장 신기한 건 아마 갓파의 피부색일 거예요.
갓파는 우리 인간처럼 일정한 피부색을 갖고 있지 않아요. 무엇이든 주위와 같은 색으로 바뀌어 버리지요. 이를테면 풀숲에 있을 때는 풀처럼 초록색으로, 바위 위에 있을 때는 바위처럼 잿빛으로 바뀌는 거예요.
물론 이건 갓파만 그런 게 아니라 카멜레온에게도 있는 일이에요. 어쩌면 갓파는 피부 조직에 무언가 카멜레온과 비슷한 데를 갖고 있는지도 몰라요.
저는 이 사실을 알아냈을 때, 서쪽 지방의 갓파는 초록색이고 동북 지방의 갓파는 붉다는 민속학 기록이 떠올랐어요. 게다가 바그를 쫓아갈 때 녀석이 갑자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게 된 일도 생각났어요.
게다가 갓파는 살갗 밑에 꽤 두꺼운 지방을 갖고 있는 모양이에요. 이 지하 나라의 기온은 비교적 낮은데도(평균 화씨 50도 안팎이에요), 옷이라는 걸 모르고 지내거든요.
물론 어느 갓파나 안경을 쓰거나, 궐련 갑을 지니거나, 지갑을 갖고 다니기는 하지요. 하지만 갓파는 캥거루처럼 배에 주머니가 있으니까, 그런 걸 넣어 둘 때도 별로 불편하지 않아요.
다만 제게 우스웠던 건, 허리 둘레조차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언젠가 바그에게 왜 그런 습관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바그는 몸을 뒤로 젖힌 채 언제까지나 깔깔 웃더군요. 게다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바그: 나는 당신이 그걸 감추고 다니는 게 더 우스운데요.
저는 차츰 갓파가 쓰는 일상의 말을 익혀 갔어요. 그에 따라 갓파의 풍속이나 습관도 알아듣게 되었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했던 건, 갓파는 우리 인간이 진지하게 여기는 것을 우스워하고, 동시에 우리 인간이 우스워하는 것을 진지하게 여긴다는…… 이런 엉뚱한 습관이었어요.
예를 들어 우리 인간은 정의라든가 인도라든가 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지요. 그런데 갓파는 그런 말을 들으면 배를 움켜쥐고 웃음을 터뜨려요. 말하자면 그들의 '우스움'이라는 관념은 우리의 그것과 기준부터 전혀 다른 거겠지요.
저는 언젠가 의사 차크와 산아 제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러자 차크가 입을 쩍 벌리고, 코안경이 떨어질 만큼 웃어 대는 거예요.
저는 물론 화가 나서, 뭐가 우습냐고 따져 물었어요.
차크의 대답은 대충 이랬던 것으로 기억해요. 다만 자잘한 부분은 틀렸을지도 몰라요. 어쨌든 그 무렵만 해도 저는 갓파의 말을 다 알아듣지 못했으니까요.
차크: 하지만 부모 사정만 생각한다는 게 우습잖아요. 아무래도 너무 제멋대로잖아요.
그 대신 우리 인간이 보기에는, 실제로 갓파의 출산만큼 우스운 것도 없어요.
저는 얼마 지나서 바그의 아내가 아이를 낳는 모습을 바그의 오두막으로 구경하러 갔어요.
갓파도 아이를 낳을 때는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예요. 역시 의사나 산파 같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출산을 하지요.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게 되면, 아버지가 전화라도 걸듯이 어머니의 생식기에 입을 대고 큰 소리로 이렇게 묻는 거예요.
바그: 너는 이 세상에 태어날지 말지, 잘 생각한 다음에 대답해라.
바그도 역시 무릎을 꿇고 앉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그렇게 말했어요. 그러고는 탁자 위에 있던 소독용 물약으로 입을 헹궜어요.
그러자 아내의 배 속에 있던 아이가 다소 눈치라도 보는지, 이렇게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저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우선 아버지의 유전만 해도 정신병 하나로 큰일이에요. 게다가 저는 갓파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바그는 이 대답을 듣고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어요.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산파가 즉시 아내의 생식기에 굵은 유리관을 찔러 넣고, 무슨 액체를 주사했어요. 그러자 아내는 안심한 듯 굵은 숨을 내쉬었어요. 동시에 지금껏 불룩했던 배가, 수소 가스를 뺀 풍선처럼 흐물흐물 쪼그라들고 말았어요.
이런 대답을 할 정도이니, 갓파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물론 걷기도 하고 말도 해요.
차크의 이야기로는 태어난 지 스물엿새째에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 강연을 한 아이도 있었다나 봐요. 하기야 그 아이는 두 달째에 죽어 버렸다지만요.
출산 이야기를 한 김에, 제가 이 나라에 온 지 석 달째에 우연히 어느 길모퉁이에서 본 커다란 포스터 이야기를 해 볼게요.
그 커다란 포스터 아래쪽에는 나팔을 부는 갓파며 칼을 든 갓파가 열두세 마리 그려져 있었어요. 그리고 위쪽에는 갓파가 쓰는, 꼭 시계태엽처럼 생긴 소용돌이 문자가 빽빽이 늘어서 있었지요.
이 소용돌이 문자를 번역하면 대강 이런 뜻이 돼요. 이것도 어쩌면 자잘한 부분은 틀렸을지 몰라요. 하지만 어쨌든 저는 그때 함께 걷고 있던 라프라는 갓파 학생이 큰 소리로 읽어 주는 말을 하나하나 노트에 받아 적어 두었어요.
유전적 의용대 모집!!!
건전한 남녀 갓파여!!!
나쁜 유전을 박멸하기 위하여
불건전한 남녀 갓파와 결혼하라!!!
저는 물론 그때도, 그런 일은 행해지지 않는다고 라프에게 이야기해 주었어요. 그러자 라프만이 아니라, 포스터 근처에 있던 갓파들이 모조리 깔깔 웃음을 터뜨렸어요.
라프: 행해지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당신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당신들도 역시 우리처럼 행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은 도련님이 하녀에게 반하고, 아가씨가 운전사에게 반하는 게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다 무의식적으로 나쁜 유전을 박멸하고 있는 거예요.
라프: 애초에 요전에 당신이 말해 준 당신네 인간의 의용대보다…… 철도 하나를 빼앗으려고 서로 죽이는 의용대 말이에요…… 그런 의용대에 비하면 우리 의용대가 훨씬 고상하지 않나 싶은데요.
라프는 진지하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굵은 배만은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쉴 새 없이 출렁이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웃기는커녕 허둥지둥 어떤 갓파를 붙잡으려 했어요. 제가 방심한 틈을 노려 그 갓파가 제 만년필을 훔친 걸 알아챘거든요.
하지만 살갗이 매끄러운 갓파는 좀처럼 우리 손에 잡히지 않아요. 그 갓파도 미끈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어요.
모기처럼 비쩍 마른 몸을, 넘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앞으로 숙인 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