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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방 · 각자의 자리

by 나츠하나 · 2026-10-27

모래시계 · 잔량 14시간 00분 · 여행 7일차

두 시간 동안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저들의 뜻은 충분히 전해졌다. 여덟 시에 마당에서 자갈 밟는 소리가 났는데, 한 사람의 발이 다가오고 그 뒤로 여러 발이 멈춰 섰다. "열어 주자." 성하가 말했다. "문 부수고 들어오게 하지 말고." 도윤이 안에서 문을 열었다.

여름 정장을 입은 노인이 모자를 벗어 든 채 문지방에서 두 걸음 떨어진 자갈 위에 서 있었고, 언덕을 올라온 사람치고 숨이 차지 않았다. 수행 둘은 마당 가장자리에서 더 오지 않았다. 노인의 반보 뒤에는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선 동양인 남자가 한 사람 더 있었는데, 도윤이 광장에서 한 번 스쳤고 그보다 먼저 목소리로 알았던 얼굴이었다.

문이 열려 있는데도 노인은 들어오지 않았고, 문 앞에 선 채 안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서도윤 씨." 성과 이름이 정확했고 발음도 어색하지 않았다. 저쪽이 오래전부터 이쪽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도윤은 그 두 마디로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채성하 씨." 노인은 성하 쪽으로 모자를 살짝 기울였을 뿐 동행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는 이름을 안다고 보여 주는 것이 인사였고, 도윤은 대답 대신 그를 똑바로 보았다.

"시질리 씨."

마당이 조용해지고 노인의 손이 모자챙 위에서 반 박자 멈췄다. 놀라거나 부정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예정보다 일찍 온 손님을 문간에서 맞은 사람의 표정에 가까웠고, 그 반 박자가 사백 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 마당에 셋뿐이었다. 그가 되묻지 않은 것으로 대답은 충분했다.

"그 이름을 아신다면," 노인이 모자를 고쳐 들며 말했다. "이야기가 짧아지겠군요." 마당 가장자리의 수행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만한 목소리였고, 성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부인하지 않으시는군요." 도윤이 말했다.

"제 선조들이 했습니다. 그 종이에 적힌 그대로." 노인은 담담했다. "서류를 빼고, 사본을 바꾸고, 날짜를 고쳤지요. 저는 사실을 다투러 온 게 아닙니다." 그는 안개가 걷히는 언덕 아래를 잠깐 내려다보았다. "다투고 싶은 건 그 사실의 뜻입니다."

"우리가 지킨 건 거짓이 아닙니다. 시간입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설득하려 들지도 않았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집니다. 저희 집안이 한 일은 그 '언젠가'를 고른 것뿐이에요. 유예는 파괴가 아닙니다."

"그 유예를 왜 당신이 정합니까." "제가 정하지 않았습니다." 노인의 말에 처음으로 사람의 기색이 스쳤다. "저도 물려받았을 뿐이에요. 서도윤 씨도 아시지 않습니까. 알고 나면 이미 서명은 되어 있지요." 도윤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일 년 전 새벽에 만년필을 내려놓은 것도 그의 손이었다.

"사백 년 전에 죽은 사람은 오늘 살아나지 않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오늘 사는 사람들은 다치고요. 그 종이가 세상에 나가면 무엇이 좋아집니까, 서도윤 씨. 정확히, 무엇이."

"그럼 제안을 하시죠." 도윤이 말했다. "여기까지 오신 이유가 있을 테니까." "세 가지입니다." 노인은 손가락을 세지 않았다. "원본과, 그 종이를 옮긴 모든 것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두 분은 오늘 안에 이 언덕을 내려가 예정대로 비행기를 타십니다. 다음은 가게의 노인입니다. 저희 사람이 골목 건너편 창에서 그분의 셔터가 오르내리는 시각을 적고 있지요. 저희 재단은 사람을 잘 씁니다. 오늘 이후로는 그 사람을 다른 데 쓰겠습니다." 세 번째를 말하기 전에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 "세 번째는 그 가게입니다. 산토 스피리토의 그 집은 사백 년 동안 저희 목록에 있었습니다. 오늘 이후로 그 목록에서 지우겠습니다."

협박은 한 문장도 없었다. 셔터의 시각을 적는다는 말과 목록이라는 단어가 있었을 뿐이다. 도윤은 자기 숨이 걸리는 것을 느꼈고, 노인도 그것을 보았으리라고 생각했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제 쪽에도 이미 걸려 있는 게 있어서요." 그러고는 감정서를 읽듯이 말했다. 어제 만들어 둔 묶음이 있는데 경위서와 장부 사본과 해독 경위가 들어 있고, 여러 곳으로 동시에 나가게 예약되어 있다. 오늘 정오와 자정에 두 사람이 각자의 채널에서 신호를 보내야 하루가 미뤄지며, 둘 중 하나만 없어도 그날로 전부 나간다. "저를 잡으면 나갑니다. 이 사람을 잡아도 나갑니다. 둘 다 잡으면 가장 빨리 나가고요."

노인은 말없이 셈을 했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문장이 짧아져 있었다. "묶음에 그 종이의 사진은 없군요." "없습니다. 아직은."

"그렇다면," 노인이 말했다. "정오까지는 시간이 있군요."

반보 뒤에서 손을 모은 자세 그대로, 문석주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정오까지 세 시간입니다. 감정사님은 늘 정확하시니까요." 도윤은 일 년 전 새벽 전화기 너머에서 하룻밤 일이라고 하던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사과도 변명도 없는 그 얼굴은 도윤 자신이 될 뻔한 얼굴이었다.

그때 성하가 앞으로 반 걸음 나와 도윤의 뒤가 아니라 옆에 섰다. "아까부터 들으니까," 성하가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 두려울 때 서두르지 않는 것이 그 사람의 오래된 방식이었다. "물건 사러 오신 분 같지가 않아요."

"그럼 무엇으로 보입니까." "결말을 사러 오셨죠." 성하는 노인을 똑바로 보았다. "이야기 만드는 게 직업이라 아는데요, 결말은 파는 게 아니에요. 쓰는 거지." 노인의 눈이 도윤에게서 성하에게로 옮겨 가 머물렀다. "그리고 하나 정정할게요. 할머니를 목록에서 지우는 건 거래 조건이 아니에요. 그건 우리랑 얘기할 자격이에요. 그것부터 하고 오세요."

"…채성하 씨." 노인이 그 이름을 부르는 데는 아까보다 시간이 걸렸고, 이어진 문장도 아까보다 길었다. "저는 오늘 아침 이 언덕을 오르면서, 대화 상대가 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왔습니다."

"둘인데요." 성하가 말했다.

노인의 시선이 성하의 코트 앞섶에서 아주 짧게 멎었다. 그는 안주머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몰랐지만, 무언가를 나눠 가진 사람들의 자세는 오래 보아 왔다. "정오에 다시 얘기하죠." 도윤이 한 그 말은 승낙도 거절도 아니었다. "그러시지요." 노인은 모자를 썼다. "저는 내려가지 않겠습니다. 여기가 조용해서요."

문이 닫히자 성하는 문에 등을 대고 숨을 길게 쉬고는 수첩에 한 줄을 적어 도윤에게 내밀었다. 읽어 달라는 뜻이어서 도윤이 소리 내어 읽었다. "문 앞에 선 어른은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는 그것이 예의가 아니라 규칙이라는 걸 알았다."

담장 밖에서 마당을 보고 있던 다리오에게는 문 앞 사람들의 입이 움직이는 것까지 보였지만 말은 들리지 않았다. 엿새 동안 그가 한 일은 듣는 일이었는데, 오늘 아침 일을 정하는 대화는 그에게 들리지 않게 되어 있었다. 그는 시간만 적었다. 08시 12분 진입. 08시 54분 종료. 그 사이의 칸은 비워 두었다. 위에서 내려온 말은 오늘 한 줄도 없었고, 어젯밤 그가 올려 보낸 두 번째 줄에도 아직 답이 없었다. 답이 없는 보고가 쌓이면 조직은 조용해진다. 조용한 것들의 버릇을 그는 알고 있었다.

노인이 마당을 나오자 차 문이 열렸고 그가 탔다. 차는 언덕을 내려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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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각자의 자리

모래시계 · 잔량 6시간 00분 · 여행 7일차

오후 네 시, 정오는 이미 지나 있었다. 두 사람이 열두 시 정각에 각자의 채널에서 신호를 보내 발송이 하루 미뤄진 뒤로 네 시간 동안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마당에는 사람이, 언덕길에는 차가 서 있었지만 문지방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정리해 보자." 성하의 말에 두 사람은 창 없는 방에서 등을 벽에 대고 앉아 계산을 맞췄다. 저들은 우리를 죽일 수 없다. 죽으면 자정에 신호가 안 가고, 안 가면 전부 나간다. 그렇다면 저들이 원하는 건 우리가 살아서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 우리 문제는," 도윤이 이었다. "어떻게 안 죽느냐가 아니야." "어떻게 자정까지 저 사람들 손 밖에 있느냐." 성하가 말을 맺으며 안주머니를 눌러 카드를 확인했다. 도윤은 그것을 보았지만 이번에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오후 네 시 사십 분, 자갈 소리가 다시 났다. 노인은 아침과 같은 자리, 문지방에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섰고 넘어올 생각은 여전히 없어 보였다.

"오전에 제가 잘못 말씀드렸습니다." 그가 말했다. "물건을 달라고 했지요. 그건 이제 부수적입니다." 도윤은 기다렸다.

"죽이면 나간다는 건 이해했습니다. 그러니 죽이지 않습니다." 노인은 모자를 벗어 손에 들었다. "신호를 보내는 손을 저희 옆에 두면 됩니다. 두 분은 매일 정오와 자정에 두 번, 아주 짧은 일을 하시면 되고요. 나머지 시간에는 편안하실 겁니다."

문장이 짧고 부연이 없어서 뜻은 더 분명했다. 평생 매일 두 번, 시키는 대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삶을 노인은 내밀고 있었다. 영구 인질을 이보다 정중하게 말하기는 어려웠다.

도윤은 거절할 말을 고르면서 그 제안이 어떻게 짜였는지 보았다. 거절하면 저들에게 남는 선택지가 줄고, 선택지가 줄어든 사람들이 마지막에 무엇을 고르는지는 그도 이미 알았다.

오후 다섯 시 반, 노인이 처음으로 방향을 바꿨다. "채성하 씨." 아침에 두 번 부른 이름을 세 번째로 부르고는, 도윤에게 하던 조건을 이번에는 그녀에게 직접 말했다. 재단이 준비할 수 있는 것들, 서울과 이곳 사이의 왕래, 그림책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조건이 차례로 나왔다. 문장이 아침보다 길었고 시선은 도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성하는 끝까지 들은 뒤 짧게 답했다.

"제가 셈에 들어왔네요."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그렇게 긍정한다는 걸 이제 셋 다 알고 있었다. 성하의 목소리는 떨리는 채로 끝까지 나왔다. 그녀 앞을 막아서면 저들의 계산이 맞아떨어지니 도윤은 앞으로 나서지 않고, 뒤로 반 걸음 물러나 그녀 옆에 나란히 섰다. 성하가 수첩을 겉옷 안쪽으로 옮겨 넣는데 뜯긴 자리가 손끝에 걸렸다.

"밤에 다시 오겠습니다." 노인은 오늘 한 말 중 가장 짧은 그 말을 하며 모자를 썼다.

오후 일곱 시, 문을 닫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을 때 먼저 말한 쪽은 도윤이었다. "여기 있으면 안 돼."

가게가 아직 목록에 있었다. 언덕에 갇혀 있으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모르고, 자정 신호를 보내려면 회선을 고를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이 언덕은 저들의 손바닥 안이었다. 일을 하며 도윤이 배운 것도 있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연 문서는 값이 없고, 공개는 사람이 많은 데서 해야 한다.

"그럼 내려가자." 성하가 말했다. "그리고 갈라지자."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신호가 둘이면 자리도 둘이어야지." 성하는 이미 다 생각해 둔 얼굴이었다. "한 방에서 둘 다 보내면, 저 사람들은 그 방 하나만 닫으면 돼. 그거 우리가 만든 구조잖아. 그럼 구조대로 살아야지."

도윤은 세 번 반대했고 번번이 말에서 밀렸다. 마지막에 그가 한 말은 항복이었다. "…무섭지 않아?" "무서워." 성하가 말했다. "그래서 천천히 말하고 있잖아."

그다음 한 시간 동안 두 사람은 계획을 세웠다. 추상적인 말은 하나도 쓰지 않았고 종이에 적지도 않았다. 적은 것은 태워야 하는데 태울 시간이 없을지도 몰랐다.

하나, 자리. 도윤은 늦게까지 열려 있고 회선이 여럿인, 사람이 가장 많은 데로 가고 성하는 가게 쪽으로 간다. "왜 하필 거기야." "가게가 목록에 있으니까 누군가는 그쪽에 있어야 하고," 성하가 말했다. "할머니가 얼굴 아는 사람이어야 하잖아."

둘, 시각. 자정 신호는 각자 열한 시 오십 분에 준비해서 열두 시 정각에 보내고, 서로 보냈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확인하려 들면 서로를 찾게 되고, 찾으면 한자리에 모이게 되니까.

셋, 연락. 이동 중에는 통화하지 않고, 아홉 시 오십 분에 각자 도착했다는 것을 아무 뜻도 없는 짧은 문장 하나로 알리는 통화만 딱 한 번 한다. 들어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말이어야 한다.

넷, 판단. 이것이 가장 중요했다. 붙잡히거나 갇히면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보내는 순간 저들에게 하루가 생기니 협박을 받아도 보내지 않고, 반대로 안전하면 반드시 보낸다. "우리가 못 보내는 게 우리 카드야." 성하는 도윤이 따라 하게 하려고 그 문장을 두 번 말했다.

다섯, 카드. 사진이 든 카드는 성하가 계속 가진다.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을 거야. 자정 전에 내가 정한 데 놓고, 어딘지는 당신한테도 말 안 해." "왜." "모르는 사람은 못 꺼내니까."

도윤은 감정서를 검토하던 버릇대로 다섯 가지를 순서대로 다시 말해 보았고, 틀린 데는 없었다.

오후 여덟 시 이십 분, 두 사람은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막지 않았다. 막으면 자정에 신호가 끊기고, 끊기면 전부 나간다. 차 두 대가 호위처럼 보이는 거리를 두고 천천히 따라왔지만, 호위가 아니라는 것은 네 사람 모두 알았다.

도시에 닿았을 때 하늘은 아직 완전히 어둡지 않았다. 아홉 시 오 분, 강 이쪽의 갈림길에서 두 사람은 멈췄다.

"길게 하지 말자." 성하의 그 말은 도윤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밤에 성하가 정해 둔 규칙의 연장이었다. 성하는 수첩을 꺼내 한 줄을 적더니 이번에는 읽지 않고 적은 자리를 도윤 쪽으로 반 뼘 돌려놓았다. "아이는 길이 둘로 갈라지는 곳에서, 두 길을 다 외워 두었다." 그러고는 수첩을 덮고 도윤의 손을 한 번 잡았다가 놓았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향으로 걸었다.

뒤따르던 차 두 대도 한 대는 도윤 쪽으로, 한 대는 성하 쪽으로 갈라졌고, 성하 쪽 차가 골목 입구에서 속도를 줄이더니 지금까지와 다른 거리를 잡았다.

그 차에는 명령이 내려오지 않았다.

21시 45분, 무전에는 두 개의 목소리가 겹쳐 있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것과 현장에서 올라가는 것이 서로를 기다리느라 빈 구간이 생겼고, 그사이에 다리오는 수첩에 한 줄을 적었다. 지시받지 않은 줄이었다. 일 년 동안 그가 배운 것은 기다리는 일이었는데, 기다림이 끝나면 아무도 지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지막에야 알았다.

서재의 그분에게서는 오늘 저녁 내내 한 줄도 오지 않았고, 어젯밤 파손 보고의 답도 여전히 없었다.

다리오는 연필을 접고 창밖을 보았다. 골목 하나 건너에서 여자가 혼자 느리게 걷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는 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