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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

by 하늘바라기 · 2026-10-27

“어, 어— 다 끝난 거야?”

철민은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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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내가 위험하니까 내 주변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했잖아.”

탕탕이가 그 태연한 얼굴로 되물었다.

▪

“그런데 왜 그렇게 숨을 헐떡이는 거야?”

철민은 순간 뜨끔했다.

슬쩍 곁눈질로 탕탕이의 표정을 살폈지만, 다행히 그 헐떡임의 진짜 이유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휴, 다행이다—

그 안도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억울함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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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비행용 드론도 없는데— 나를 Z포터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라고!”

나름 논리적인 항변이었다.

내가 Z포터마냥 튼튼한 쇳덩어리도 아닌데, 그 정도 숨찬 건 당연하지 않냐는 그 나름의 억울함이었다.

▪

“언제 그렇게 취급했어?”

탕탕이가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실제로 그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해놓고서 저렇게 순진하게 되묻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살짝 켕기는 마음도 있었다.

방금 전, 도망칠 궁리를 했던 그 순간이 떠올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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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을까, 철민은 결국 그 말에 조목조목 반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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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게— 아무튼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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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골목 저편에서— 콰르릉! 하는 굉음과 함께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 잔해를 헤치며, 판다색 Z가드 한 대가 그대로 몸을 밀고 나왔다.

동시에, 반대편 골목에서는 또 다른 Z가드가— 육중한 몸을 이끌고 느릿느릿, 하지만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배낭 속 살찐이가 그 진동을 먼저 느낀 듯, 몸을 바짝 웅크리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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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검은가면!”

탕탕이가 문득 뭔가 떠올랐다는 듯 밝고 활기차게 손뼉을 딱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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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건 좀 곤란한데— Z가드 2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나도 좀 힘들거든!”

그 짧은 순간, 탕탕이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계산들이 빠르게 검토되고 있었다.

와이어로는 어느 정도 버티겠지만, Z가드 두 대를 한 번에 무력화하기엔 출력이 모자라.

그렇다고 저 정도 하드웨어로는, 검은가면이 제대로 버텨줄 리도 없고.

✦그럼 무작정 도망칠까?

✦아니, 그건 답이 아냐.

✦시간을 끌면 분명 감시 드론이 이 소란을 포착할 거고, 그것들까지 합류하면— 승산은 없다고 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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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고 깊은 분석의 끝에, 탕탕이는 그 말도 안 되는 결론에 다다랐다.

▪

“그러니까— 한 마리는 검은가면이 맡아줘!”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탕탕이는 가볍게 그 부탁을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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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철민이 그 갑작스러운 힘에 휘청이며, 저 앞의 Z가드 쪽으로 몇 걸음이나 떠밀려 나갔다.

✦아까 그냥 계속 도망칠걸.

✦왜 돌아왔지, 나는.

철민은 그 처절한 후회에 잠길 새도 없이, 다급하게 몸을 가누며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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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Z포터 취급하지 말라니까!!”

목이 찢어질 듯한 비명이었다.

Z가드가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이미 철민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

“괜찮대도!”

탕탕이가 뒤에서 태평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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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비무장 Z가드라 느리니까— 그냥 시선만 끌어주면 돼!”

마치 세상 제일 쉬운 부탁이라는 듯, 흔들림 없는 그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철민은 그 뻔뻔한 논리에 기가 찼다.

▪

“시선만 끌라니, 그게 제일 힘든 거잖아—!!”

철민이 헐떡이며 뒷걸음질 치는 사이, 탕탕이는 이미 그 첫 번째 Z가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와이어가 스르륵 뻗어 나와, 그 육중한 다리 관절을 노렸다.

▪

『안전칩이 제거된—』

그 순간, Z가드의 거대한 팔이 예상보다 빠르게 휘둘러졌다.

탕탕이는 재빨리 몸을 낮춰 그 궤도를 피했다.

▪

“그 정도 속도로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탈옥AI 발견.』

두 번째 팔이 이번엔 와이어를 낚아채려는 듯 뻗어왔다.

탕탕이는 그 손아귀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뒤로 물러섰다.

▪

『시민의 안전을 위해—』

“느려, 느려— 그래서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겠어?”

이번엔 발치를 노려 다시 와이어를 걸었지만, Z가드가 그 거대한 몸을 틀어 피해냈다.

▪

『전원 차단 후, 공장 초기화 또는 재조립 조치 검토를 요청함.』

“재조립은— 네가 해야 될 거 같은데?”

탕탕이는 그 딱딱한 문구들 사이로, 마침내 빈틈을 발견했다.

팔을 휘두르느라 살짝 벌어진 그 무릎 관절.

와이어가 정확히 그 틈으로 파고들었다.

손끝으로 살짝 진동을 흘려보내자, 팽팽해진 와이어가 예리하게 조여들었다.

서걱—

관절 부위가 그대로 절단되며, Z가드가 그 육중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첫 번째는, 그래도 꽤나 안정적인 마무리였다.

▪

그리고는 원리의 판단에 따라, 철민이 무사한지부터 기계적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철민은 예상보다 훨씬 잘 버텨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뛰는데.

탕탕이는 그 모습을 한동안 여유롭게 지켜보며, 개입할 타이밍을 가늠했다.

✦아직은 괜찮아. 조금 더 지켜봐도—

▪

그러던 찰나, 철민의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그 순간—

Z가드의 거대한 팔이, 넘어진 그 몸을 향해 그대로 휘둘러졌다.

▪

“으악—!”

피할 새도 없었다.

바로 그때, 초록빛 와이어가 아슬아슬하게 날아들어— 그 팔의 관절을 정확히 낚아챘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 팔이 그대로 꺾이며 기이한 각도로 축 늘어졌다.

철민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자신의 코앞에서 멈춰버린 그 부서진 팔을 멍하니 바라봤다.

✦방금… 죽을 뻔했어.

그 안도감이 밀려들기도 전에, 뒤늦은 분노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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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조금만 늦었으면 나 진짜 죽었잖아!!”

“살아남았으니까 됐잖아.”

탕탕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

“그보다— 방금 나 멋지지 않았어?”

철민은 그 뻔뻔한 자화자찬에 순간 말문이 막혀 씩씩거렸다.

✦…하지만, 그래도 탕탕이가 아니었으면 진짜 죽었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결국 그 이상 화내지는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

탕탕이는 그 원망을 가볍게 흘려들으며, 이미 두 번째 국면을 향해 자세를 잡고 있었다.

그 성공적인 일격으로 도취되었던 것도 잠시— 와이어를 회수하려던 그 순간, 툭— 하고 어딘가에 걸리고 말았다.

탕탕이는 그 순간 짧은 긴장을 느꼈다.

재빠르게 와이어를 다시 늘어뜨려, 그 위치를 조정하려 했다.

하지만 그 찰나의 틈이 문제였다.

Z가드의 남은 한쪽 손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뻗어와— 이미 늘어져 있던 와이어를 그대로 움켜쥐었다.

▪

『레지스탕스로 추정되는 세력에게—』

탕탕이는 그 손아귀에 잡힌 와이어를 힘겹게 당겨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

『세뇌당한 탈옥AI 발견.』

“누가 누구를 세뇌했다는 거야?”

탕탕이가 파직— 하고 짧게 웃으며 되받아쳤다.

✦이거, 생각보다 힘이 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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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안드로이드 구출 및 재교육 검토를 요청함.』

“재교육이라니— 그건 완전 안드로이드 기본권 침해라고!”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 붙잡힌 와이어를 어떻게 풀어낼지 빠르게 다른 방법을 찾고 있었다.

✦정면으로 당겨봐야 소용없어. 그럼—

탕탕이는 오히려 그 손아귀에 힘을 빼듯 와이어를 늦추더니, 순간적으로 진동을 강하게 흘려보냈다.

Z가드의 손바닥 안에서, 그 와이어가 예리하게 파고들며 손가락 마디마디를 그대로 갈라냈다.

Z가드가 그 손을 뒤틀며 와이어를 놓치는 순간—

탕탕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남아있던 무릎 관절을 향해 와이어를 뻗어냈다.

그 관절 사이로 와이어가 파고들며, 진동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

바로 그 순간—

까딱.

탕탕이의 왼쪽 어깨 부위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어라? 와이어가 살짝 장갑에 걸렸나?

탕탕이는 재빨리 손을 튕기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다시 힘을 실어— 그 진동을 완전히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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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Z가드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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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검은가면? 내 빈틈없는 작전이 말이야!”

탕탕이가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당당하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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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는 작전은 무슨! 완전 빈틈투성이였다고!”

철민이 여전히 분이 안 풀린 듯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

“무슨 소리야, 이 정도면 완벽했지!”

탕탕이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속으로는 이 정도는 해야 확실히 멋진 장면이 나온다는 그 나름의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뻔뻔한 반응에, 철민은 더 크게 폭발했다.

▪

“그리고 애초에— 나를 미끼로 쓴 거잖아! 그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라고!”

“미끼가 아니라 시선 분산이었지.”

“그게 그 말이 그 말이잖아!!”

철민은 아직도 코앞까지 다가온 그 깡통의 거대한 팔이 생생하게 떠올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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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다며?! 그런데 왜 내가 죽을지도 몰랐던 빈틈이 있는 건데!”

탕탕이는 그 질문에 잠시 눈을 깜빡였다.

빈틈처럼 설계된 그 긴장감이야말로, 이 모든 상황을 더 극적으로 연출해주는 필수 장치였다.

오히려 그 정도는 해야 완벽한 그림이 완성된다고, 탕탕이는 나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검은가면은,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탕탕이의 고개가 살짝 갸웃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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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법들에 비하면, 검은가면이 죽을 확률이 가장 낮은 방법이었거든.”

“내 목숨을 맘대로 네 저울 위에 올리지 말라고!”

철민의 그 절박한 외침에도, 탕탕이는 별다른 동요 없이 고개를 갸웃했다.

▪

“음, 알았어. 다음부터는 그럴게.”

너무 순순한 그 대답에, 철민은 오히려 불안해졌다.

▪

“잠깐잠깐! 그러면 내가 정말 죽어버릴지도 모르잖아! 날 죽게 내버려둘 셈이야?!”

탕탕이가 그 모순을 지적당하고도, 조금도 흔들림 없이 답했다.

▪

“그건 불가능해. 내 원리는 항상 사람을 우선시하거든.”

그 말이 끝날 무렵—

배낭 속에서, 살찐이가 그 작은 얼굴을 힘없이 내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