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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행

by 하늘바라기 · 2026-10-27

철민은 수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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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라도 잘라서 감아야겠다.”

그래서 다소 거칠게 손으로 찢으려던 순간— 탕탕이의 왼팔에서 와이어가 스르륵 뻗어 나오더니, 순식간에 그 수건을 깔끔한 붕대 폭으로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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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고마워.”

철민은 그 매끄러운 절단면을 보며 살짝 감탄하다가도, 문득 걱정이 됐다.

✦이거 위생적으로 괜찮은 건가.

하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여유는 없었다.

일단은 그 천으로 살찐이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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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건 임시조치니까— 가능한 빨리, 새 거즈랑 깨끗한 붕대로 갈아주는 게 좋은 방법이 될 거 같대.”

탕탕이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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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누가 알려주는 건데?”

“지글넷에서 찾아봤어.”

“지글넷?”

철민은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AI도 그런 데서 검색을 하는구나.

✦하긴, 요즘 세상에 다들 거기서 뭐든 찾아보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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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좀 움직여. 지금 지체할 시간 없어.”

탕탕이가 옆에서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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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알았다고.”

철민은 그렇게 투덜대며 매듭을 마저 지었다.

그 후, 철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둘러봤다.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라면 몇 봉지, 통조림 몇 개—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 바닥에 늘어놓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먹을 것도 이제 다 떨어져가네.

그 음식들을 담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둘러보다가, 한쪽 구석에 놓여있던 작업용 배낭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일하던 시절 쓰던 촬영 장비들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

철민은 그 장비들을 꺼내 바닥 한쪽에 내려놓고, 식량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그러고는 살찐이의 사료 봉지도 마저 챙겨 그 안에 넣었다.

이제 며칠 치나 남았을까 싶을 만큼, 얼마 남지 않은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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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여기 있을 순 없겠네.”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배낭의 지퍼를 서둘러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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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왜 이렇게 급하게 움직여?”

탕탕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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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빨리 하라며!”

철민이 발끈하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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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매듭짓는 거 얘기였는데. 가방 싸는 것까지 서두르라고 한 적은 없는데?”

철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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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방은 왜 싸는 거야, 어디 나가게?”

“너 때문에 문도 다 부서졌잖아! 여기 이대로 있을 수 있겠냐고!”

탕탕이의 천진한 물음에 철민은 결국 폭발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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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가 그런 게 아니라— 지글AI가 한 건데?”

탕탕이가 태연하게 남 탓을 했다.

한참을 노려보던 철민은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입이 없을 때도 저렇게 할 말 다 하는 애였는데, 진짜 입이 생기니까 한마디도 안 지네.

✦여태까지 저 하고 싶은 말을 대체 어떻게 참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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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민은 그 틈에 재빨리 짐을 챙겨 들고, 등산 배낭 속에 살찐이를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작은 머리만 배낭 밖으로 쏙 내민 채, 살찐이는 낯선 그 흔들림에 잔뜩 겁먹은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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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잠깐만 이렇게 있자.”

철민이 그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달랬다.

철민이 배낭을 등에 메고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몇 걸음 걷기도 않아— 뒤에서 탕탕이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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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무 느린 거 아니야?”

철민은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섰다.

저도 모르게 뒤를 홱 돌아보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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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방금까지 나가지 말자며!!”

“나가지 말자고 한 적 없는데.”

탕탕이가 여전히 갸웃거리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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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으로 나서자, 노을이 짙게 내려앉은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벌써 이렇게 됐나.

시위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흘러간 그 하루가 새삼 아득하게 느껴졌다.

철민은 조심스럽게 좌우를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반면 탕탕이는 오히려 신기한 듯, 그 노을 진 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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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걸음 걷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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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친구… Z가드던가?”

탕탕이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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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신호를 기다리고 있나 봐?”

철민은 그 말에 순간 얼어붙었다.

시선을 돌리자, 거리 저편— 마치 판다처럼 하얗고 검은 그 육중한 실루엣이, 우두커니 멈춰 선 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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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철민이 황급히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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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좀 해…”

탕탕이는 그 반응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입을 다물었다.

철민은 숨을 죽인 채, 그 실루엣을 곁눈질로 살피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등에 멘 배낭 속에서, 살찐이도 그 긴장감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듯했다.

작은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배낭 밖으로 빼꼼 내민 그 머리가, 낯선 풍경과 냄새에 계속 이리저리 흔들렸다.

한 걸음, 두 걸음— 철민의 걸음이 조심스럽게 이어질수록, 그 흔들림도 함께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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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이는 이 모든 게 낯설었다.

익숙한 집 냄새도,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 좁은 공간도 아니었다.

그저 흔들리고,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그 불안정함만이 계속됐다.

무서워. 무서워.

그 작은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결국— 그 쌓여가던 두려움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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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그 울음소리가, 고요하던 노을 진 거리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철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거리 저편, 그 판다 같은 실루엣의 고개가— 천천히, 이쪽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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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가만히 좀 있어!”

철민이 다급하게 속삭이며, 등 뒤로 손을 뻗어 배낭을 토닥였다.

하지만 살찐이는 오히려 그 손길에 더 놀란 듯, 배낭 속에서 꿈틀대며 발버둥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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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야옹—!”

그 소리가 오히려 더 커졌다.

Z가드의 고개가 완전히 이쪽을 향했다.

거리 저편에서, 그 육중한 실루엣이 서서히 몸을 이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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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주십시오. 시민을 보호하고 있는 중입니다. 진정해주십시오. 시민을……』

느릿하고 단조로운 그 목소리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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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거… 튀어야 되나?”

철민이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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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검은가면!”

탕탕이가 오히려 씩씩하게, 살짝 신난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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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까— 내 뒤에 꼭 붙어서 따라와야 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탕탕이의 모습이 순식간에 흐릿해졌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 주변의 전봇대와 낡은 구조물들 사이를— 탕탕이가 번개처럼 넘나들었다.

그 궤적을 따라, 가느다란 와이어가 은밀하게 걸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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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순간—

풀숲 사이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며 가지치기 가위를 든 로봇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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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내 불필요 개체를 확인하였습니다.』

Z가드너였다.

느릿한 동작으로, 그 가위를 쩌억— 벌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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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거 절차를 실시합니다.』

그와 동시에— 위쪽에서, 훨씬 빠르고 절도 있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철민이 고개를 들자, 지붕 위를 재빠르게 뛰어다니는 또 다른 형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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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 안전 수송 개체 발견.』

Z포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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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배송은 언제나— Z로켓!』

그 발랄한 구호와 함께, 그 로봇이 그대로 지붕에서 뛰어내리며 이쪽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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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민은 그 순간, 순식간에 늘어난 그 숫자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가드, 가드너, 거기다 포터까지?!

✦이건— 탕탕이가 내 편이더라도 무리야!

탕탕이는 이미 저만치 떨어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철민은 그 틈에, 조용히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몸을 완전히 돌리자마자, 그대로 반대편 골목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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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어느새 그 와이어가, Z포터가 달려오는 경로와 Z가드너의 다리 아래로— 눈에 띄지 않게 팽팽히 걸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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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배송은 언제나— Z로켓!』

그 구호와 함께 돌진하던 Z포터가, 그 와이어에 다리가 걸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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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경로의 장애물 감지.』

· 관련법규: 물류유통기본법 제17조

· 통행 방해 행위 확인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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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포터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물류유통기본법 제17조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 로봇은 그렇게 딱딱한 경고 멘트를 읊으며, 그 자리에 우스꽝스럽게 우뚝 멈춰 섰다.

동시에, Z가드너의 다리에도 그 와이어가 감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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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경로의 장애물 감지.』

· 관련규정: 정원관리 표준작업지침 제9항

· 작업 중단 사유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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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관리 작업 중,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감지되었습니다.』

가위를 든 그 로봇도, 엉거주춤 균형을 잃은 채 그대로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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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손끝으로 살짝 진동을 흘려보내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그 와이어가, 순식간에 예리하게 벼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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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단 한 번의 그 소리와 함께, Z포터와 Z가드너의 다리가 동시에 절단되며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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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반대편 골목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던 철민은—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또 다른 실루엣을 발견했다.

판다처럼 하얗고 검은, 그 육중한 몸체—

찰나의 그 희망이,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

✦아, 안 돼—

두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철민은 그 자리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나만 이런 거야. 왜 하필 나만—

하지만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철민은 그대로 몸을 돌려, 처절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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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헐레벌떡 뛰어오던 철민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쓰러진 Z포터와 Z가드너— 그 절단면에서 옅은 스파크가 튀는 모습을 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게… 저렇게 깔끔하게 잘려나갔다고…?

그 섬뜩함이 가시기도 전에, 문득 낯선 위화감이 함께 밀려들었다.

✦근데— 저게, 원래 나를 저렇게 만들 뻔했던 거잖아.

✦그럼 이건, 다행인 건가.

그제야 서서히, 안도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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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다른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근데 이거, 탕탕이 몰래 도망치려고 했던 거 들킨 거 아니야?

철민은 슬쩍 탕탕이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 아니지. 그냥 잠깐 자리 옮긴 거라고 하면 되잖아. 그래, 그런 거야.

애써 태연한 척, 철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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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다 끝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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