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큐
by Ensemble
제2부 기준의 충돌
제3화. 원칙은 공평하지 않을 때가 있다
금요일 저녁, 민호가 태성당구장에 들어섰을 때는 평소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카운터 앞에 서 있던 성철이 벽에 붙은 종이를 바라보고 있었고,
정호는 그 옆에서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재식은 당구대 한쪽에서 큐를 정리하고 있었으며,
박인수는 의자에 앉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민호가 다가가자 성철이 먼저 말을 꺼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민호 씨도 이걸 한번 보세요.”
성철이 가리킨 종이에는 다음 주 토요일에 친선경기를 진행한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참가자는 여덟 명으로 제한하고,
경기 방식과 점수는 참가자들의 실력에 맞춰 정하기로 되어 있었다.
참가비와 경기 시간, 간단한 시상에 관한 내용도 적혀 있었다.
민호는 종이를 읽은 뒤 물었다.
“친선경기를 하는 겁니까?”
태성이 카운터에서 나왔다.
“그렇습니다. 예전부터 가끔 하던 건데,
이번에는 새로 오신 분들도 함께해 보려고 합니다.
정식 대회처럼 복잡하게 하지는 않고,
서로 경기하면서 실력을 확인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호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참가하고 싶습니다.
아직 잘 치지는 못하지만, 다른 분들과 경기하면 배울 게 많을 것 같아서요.”
성철은 종이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런데 참가자를 여덟 명으로 제한한다면, 누가 나가느냐가 중요하겠네요.
실력 차이가 너무 크면 경기가 재미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인수가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고 실력이 좋은 사람만 참가하면 친선경기라는 의미가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성철은 인수를 바라보았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초보자도 참가할 수는 있지만, 경기 방식은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아무런 기준 없이 진행하면 누구는 너무 쉽게 이기고,
누구는 한 번도 제대로 경기해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동의합니다. 다만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문제겠지요.”
민호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종이를 다시 읽었다.
참가 인원은 여덟 명. 실력에 맞는 경기 방식. 친선경기라는 목적.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조건을 실제로 적용하려면 누군가는 참가자를 정하고, 경기 방식을 결정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태성이 말했다.
“오늘은 우선 참가할 사람을 확인하고, 경기 방식은 그다음에 정해 보려고 합니다.
아직 신청이 확정된 것은 아니니 관심 있는 분들은 말씀해 주세요.”
정호가 곧바로 손을 들었다.
“저는 참가하겠습니다.”
성철도 참가 의사를 밝혔다.
재식과 인수 역시 참여하기로 했다.
민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실력이 다른 사람보다 부족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력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물러나고 싶지는 않았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실제로 경험해 보면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태성은 신청 명단을 확인했다.
“아직 세 자리 남았군요. 주말까지 신청을 더 받아 보겠습니다.”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선경기는 다음 주 토요일이었다.
그때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연습을 해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구장을 나서기 전, 성철이 다시 말을 꺼냈다.
“태성 씨, 참가자 명단은 실력도 어느 정도 확인해서 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초보자와 숙련자가 무작위로 붙으면 경기가 한쪽으로 기울 수 있으니까요.”
정호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럼 초보자는 참가하기 어려운 건가요?”
성철은 당황한 듯 손을 내저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실력에 맞게 점수를 조정하거나 조별로 나누자는 거지요.”
정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민호는 그 짧은 침묵을 놓치지 않았다.
성철의 말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지만,
정호에게는 자신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하는 것처럼 들렸을 수도 있었다.
민호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했다.
누구의 말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오해가 그대로 남을 수 있었다.
그는 정호를 바라보았다.
“실력이 다르면 경기 방식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참가할 자격까지 달라지는 건 아니겠지요.
중요한 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성철은 민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도 그 기준을 정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정호는 조금 편안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제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참가해서 다른 분들이 치는 걸 가까이서 보고 싶습니다.”
태성이 웃으며 답했다.
“그럼 참가하시면 됩니다. 경기 방식은 우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정해 보지요.”
대화는 일단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민호는 마음 한구석에 남은 불편함을 느꼈다.
같은 말을 해도 듣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었다.
기준을 정하자는 말은 합리적으로 들렸지만,
그 기준이 누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까지 살피지 않으면
누군가를 의도치 않게 밀어낼 수도 있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규정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해서
언제나 공평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업무 경험이 다른 직원들에게 똑같은 기간과 조건을 주면,
어떤 사람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현실적으로 부족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기준을 없앨 수도 없었다.
민호는 그 문제를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
다음 날 저녁, 민호는 당구장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태성은 카운터에서 참가 신청 명단을 정리하고 있었다.
민호는 옆에 서서 물었다.
“참가 신청은 더 들어왔습니까?”
“두 분이 더 신청하셨습니다. 이제 한 자리만 남았네요.”
“경기 방식은 정하셨습니까?”
태성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아직입니다. 참가자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 확인하고 나서 정하려고 합니다.
무조건 같은 점수로 치는 방법도 있고,
실력 차이를 고려해서 점수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민호는 잠시 생각했다.
“점수를 조정하면 초보자도 경기를 더 오래 이어 갈 수 있겠지만,
숙련자 입장에서는 불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두 같은 점수로 치면 경기의 공정성은 단순해지지만,
실력 차이가 너무 큰 경우에는 결과가 일찍 결정될 수도 있지요.”
태성은 민호를 바라보았다.
“민호 씨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민호는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자신은 친선경기라는 목적을 생각하면
초보자에게도 기회를 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력을 시험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비슷한 수준의 상대와 긴장감 있는 경기를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민호는 대답했다.
“우선 참가자들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확인하는 게 좋겠습니다.
점수 조정이 필요한지, 아니면 실력별로 나누는 편이 나은지 의견을 들어 보고요.”
태성은 웃었다.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민호는 당구대 쪽으로 이동했다.
그때 재식이 다가왔다.
“민호 씨,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네. 무슨 일이십니까?”
재식은 당구대 위에 공을 놓았다.
“다음 주 친선경기를 생각해서 몇 가지 배치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같이 한 게임 하면서 경기 방식을 어떻게 정하면 좋을지도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민호는 웃으며 큐를 들었다.
“좋습니다.
다만 제가 재식 씨에게 경기 방식을 가르쳐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재식이 웃었다.
“저도 배우려는 겁니다.
어떤 방식이든 실제로 경기해 봐야 장단점을 알 수 있으니까요.”
두 사람은 당구대 앞에 섰다.
“열심히 치겠습니다.”
가볍게 인사한 뒤 뱅킹을 했다.
재식이 먼저 초구를 치게 되었다.
재식은 첫 공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공에서도 좋은 위치를 만들었지만,
다음 공에서는 수구가 예상보다 짧게 움직였다.
민호의 차례가 돌아왔다.
그는 당구대 옆으로 이동해 각도를 살폈다.
수구가 제1적구를 맞힌 뒤 쿠션을 돌아 제2적구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가 보였다.
다만 속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민호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경로를 선택했다.
수구가 움직였다.
이번에는 득점에 성공했다.
민호는 기분이 좋았지만 다음 공을 앞에 두고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경기의 목적이 친선경기라고 해도 공을 대충 칠 이유는 없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더욱 진지하게 공을 살펴야 했다.
그는 다음 공에서 실패했다.
재식이 다시 득점에 성공하며 점수 차가 벌어졌다.
경기 중반이 되자 민호는 자신이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재식은 안정적으로 득점했고, 민호는 몇 차례 기회를 놓쳤다.
예전 같으면 점수 차를 만회하려고 어려운 경로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았다.
자신이 실행할 수 있는 공을 선택하고, 실패하면 이유를 확인했다.
경기는 재식의 승리로 끝났다.
민호는 점수판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역시 실력 차이가 있네요.”
재식은 큐를 정리하며 대답했다.
“오늘은 제가 조금 더 잘 풀렸습니다. 민호 씨도 좋은 공을 몇 개 치셨습니다.”
“그렇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지요.”
“그렇죠. 다만 결과가 같다고 해서 경기 내용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민호는 그 말을 곱씹었다.
같은 패배라도 무엇을 시도했고, 어떤 판단을 했으며,
무엇을 배웠는지에 따라 다음 경기에 남는 것이 달라질 수 있었다.
친선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실력 차이를 고려하는 방식이 필요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점수를 조정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같은 실력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점수를 조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초보자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경기의 목적과 참가자들의 기대를 함께 고려해야 했다.
***
경기를 마친 뒤 민호는 정호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았다.
정호는 같은 배치에서 여러 차례 스트로크를 반복하고 있었다.
공은 매번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정호는 처음에는 답답한 표정을 지었지만, 점차 결과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민호는 다가가 물었다.
“어떤 공을 연습하고 계십니까?”
정호가 당구대를 가리켰다.
“옆돌리기입니다. 지난번보다 나아진 것 같다가도 다시 안 됩니다.”
“어느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까?”
정호는 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각도는 어느 정도 알겠는데, 수구가 쿠션을 맞고 나오는 방향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조금 세게 치면 길게 나가고, 약하게 치면 제2적구에 못 미칩니다.”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성공한 공과 실패한 공의 차이를 조금 더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느 정도 속도에서 결과가 달라지는지요.”
정호는 다시 공을 놓았다.
첫 번째 시도는 짧았다. 두 번째 시도는 길었다.
세 번째 시도에서는 제2적구에 닿았지만
수구가 다음 공을 치기 어려운 위치에 멈췄다.
정호는 웃으며 말했다.
“들어가긴 했는데, 다음 공이 더 어렵네요.”
민호도 웃었다.
“득점과 다음 공을 남기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요.”
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들어가기만 하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다음 공도 신경 쓰입니다.”
민호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이 당구를 시작한 뒤 겪었던 변화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공 하나를 맞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제는 득점한 뒤 수구가 어디에 멈추는지까지 살피게 되었다.
실력이 조금씩 늘어날수록 눈에 들어오는 것도 달라졌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호는 정호의 속도로, 민호는 민호의 속도로 배워 가고 있었다.
민호는 정호의 연습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때 성철이 다가와 말했다.
“정호 씨도 친선경기에 참가한다고 하셨죠?”
“네. 경험 삼아 해 보려고요.”
성철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경기 전에 기본적인 규칙이나 점수 계산을 다시 확인해 두는 게 좋겠습니다.
긴장하면 평소에 알던 것도 헷갈릴 수 있으니까요.”
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성철은 민호를 바라보았다.
“민호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력보다 규칙을 정확히 알고 경기하는 게 먼저일 때가 있습니다.”
민호는 웃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성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제가 어제 했던 말 때문에 정호 씨가 불편했다면 미안합니다.
실력 차이가 있으면 경기 방식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초보자는 참가하면 안 된다는 말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정호는 조금 놀란 듯 성철을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저도 제가 아직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참가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과 경기하는 게 부담스러웠으니까요.”
성철은 쑥스럽게 웃었다.
“그렇다고 너무 쉽게 지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으니,
경기 방식은 잘 정해 보자는 뜻이었습니다.”
정호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민호는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성철은 처음부터 정호를 배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전달하려던 뜻과 상대가 받아들인 의미는 달랐다.
그 차이를 인정하고 설명하자 대화는 훨씬 부드러워졌다.
민호는 자신도 비슷한 실수를 자주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좋은 뜻으로 한 말이라도 상대에게는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었다.
그럴 때 자신의 의도만 강조하면 오해는 풀리지 않았다.
상대가 왜 그렇게 받아들였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자신의 표현을 바로잡아야 했다.
그것은 당구에서 공의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선택을 바꾸는 일과 닮아 있었다.
***
토요일 친선경기의 참가 신청은 그날 저녁 모두 마감되었다.
참가자는 여덟 명이었다.
재식과 인수, 성철, 민호, 정호 외에 태성당구장을 오래 이용해 온 두 사람과
최근 이곳을 찾기 시작한 한 사람이 추가되었다.
태성은 참가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경기 방식을 설명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실력별로 참가를 제한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참가자들의 실력 차이를 고려해 경기 점수를 조정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점수 조정이 불편한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
오늘은 각자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습니다.”
한 참가자가 물었다.
“점수를 조정하면 초보자에게 유리해지는 것 아닙니까?”
태성이 대답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수 조정의 목적은 누군가에게 승리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실력 차이가 큰 경기에서도 서로 경기할 기회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조정 폭이 적절한지는 따로 살펴야겠지요.”
재식이 의견을 보탰다.
“저는 점수 조정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정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인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그리고 점수를 조정하더라도 경기 중에는 모두 같은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상대의 실수를 봐주거나,
반대로 점수 차가 크다고 서둘러 끝내려고 해서는 안 되겠지요.”
성철이 말했다.
“그럼 실력에 따라 점수를 정하되,
경기 규칙과 태도는 모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민호는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점수는 조정할 수 있었다.
경기 방식도 참가자들의 수준과 목적에 맞게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정직하게 경기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까지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할 필요는 없었다.
초보자라고 해서 상대의 실수를 이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좋다고 해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아니었다.
태성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경기는 두 조로 나누어 진행하고,
실력 차이를 고려해 점수 조정 기준을 사전에 공개하기로 했다.
경기 중에는 모든 참가자가 같은 규칙을 따르며,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져도 각자 정해진 점수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동의했다.
정호는 조금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민호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친선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람들은 이미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기준의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기준이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은 뒤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수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민호는 자신이 처음 당구장에 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공을 어떻게 쳐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제는 공을 치는 기술뿐 아니라,
사람들이 왜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지도 궁금해졌다.
당구장에서는 모든 사람이 같은 공을 치지만, 같은 이유로 큐를 잡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이기고 싶어서 왔고, 누군가는 실력을 키우려고 왔다.
누군가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왔으며,
누군가는 오랫동안 놓았던 취미를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
그 차이를 모두 없앨 수는 없었다.
다만 그 차이가 누군가를 밀어내는 이유가 되지 않도록 기준을 세울 수는 있었다.
민호는 당구대 위의 공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아직 친선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실력 차이가 큰 상대를 만나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긴장해서 쉬운 공을 놓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참가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않았다.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과,
도전할 가치가 없다는 판단은 서로 다른 것이었다.
민호는 큐를 집어 들었다.
경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당구장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들과 함께 경기를 하게 될지 조금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에는 그 궁금증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