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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7. 마지막 밤

지은이 외인 · 2026-08-21

8일째였다.

수비대는 이백일곱이었다.

지금은 백열아홉이었다.

베드런은 그 숫자를 종이에 적지 않았다.

적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백일곱 명의 이름을 전부 알았다.

수비대장이 된 첫해에 외웠다.

이 성에 오려는 기사가 없어서 평민이 대장이 됐고, 평민이 대장 노릇을 하려면 뭐라도 하나는 남들보다 나아야 했다.

베드런이 고른 것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여든여덟이 죽었을 때 베드런은 여든여덟 번 이름을 알았다.

첫날에 성문이 버텼다.

둘째 날에도 버텼다.

셋째 날에 오크가 나무를 가져왔다.

베드런은 그날 처음으로 오크가 뭔가를 배운다는 것을 알았다.

넷째 날에 문이 부서졌다.

부서진 문 안쪽에 흙과 돌과 수레를 채웠다. 밤새 채웠다. 성 안의 모든 사람이 나왔다.

빵 굽는 사람이 나왔고 대장장이가 나왔고 예순 넘은 여섯이 나왔다.

다섯째 날에 벨리스톤이 스크롤을 처음 썼다.

불이었다.

성문 앞 스무 걸음이 통째로 탔다.

오크가 물러났다.

벨리스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에라리온이 그를 부축했다.

에라리온: 스승님!

벨리스톤: ......

에라리온: 스승님, 대단하십니다! 진짜로.

벨리스톤: 에라리온.

에라리온: 예!

벨리스톤: 다섯 장 남았다.

여섯째 날에 두 장을 썼다.

일곱째 날에 한 장을 썼다.

8일째 저녁에 벨리스톤이 상자를 열었다.

두루마리가 두 개 남아 있었다.

벨리스톤: 대장.

베드런: 예, 선생님.

벨리스톤: 둘 남았네.

베드런: 압니다.

벨리스톤: 언제 쓸까.

베드런은 대답하지 않았다.

벨리스톤: 내가 묻는 이유는.

벨리스톤이 상자를 닫았다.

벨리스톤: 내가 정할 수가 없어서일세.

베드런: ......

벨리스톤: 나는 마법사고, 마법사는 언제 쓰는지를 배우지 않네.

베드런: ......

벨리스톤: 어디에 쓰는지만 배우지.

베드런이 상자를 봤다.

베드런: 내일 새벽에 쓰십시오.

벨리스톤: 둘 다인가.

베드런: 둘 다.

벨리스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벨리스톤: 자네.

베드런: 예.

벨리스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나.

베드런: 압니다.

베드런이 말했다.

베드런: 내일이 마지막이라는 뜻입니다.

의무실은 8일째에 방이 모자랐다.

에다는 복도까지 사람을 눕혔다.

물이 모자랐다.

에다는 물을 세 번에 나눠 썼다. 상처를 씻은 물을 받아서 천을 빨고, 그 물로 바닥을 닦았다.

아이: 선생님.

돕던 아이가 물었다.

열넷이었다.

아이: 이거 더러운데요.

에다: 더럽지.

아이: 근데 왜 써요.

에다가 그 아이를 봤다.

에다: 내일 쓸 게 없어서.

카린은 여섯째 날에 다쳤다.

왼쪽 어깨였다. 오크의 도끼가 갑옷을 타고 미끄러지면서 살을 뜯어갔다.

에다가 그것을 꿰맸다.

에다: 부관.

카린: 예.

에다: 팔 못 씁니다.

카린: 쓰는데요.

에다: 부관.

카린: 안 아픈데요.

에다가 바늘을 놨다.

에다: 내가 사십 년을 여기 있었어.

카린: 압니다.

에다: 안 아프다는 말은.

카린: ......

에다: 안 아픈 사람이 안 해.

카린은 그날 저녁에 성벽에 올라갔다.

왼팔은 안 썼다.

오른팔로만 활을 당겼다.

영주가 8일째 저녁에 갑옷을 꺼냈다.

베드런이 그것을 봤을 때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

그레이슨은 예순여덟이었다.

갑옷은 그가 마흔 살 때 맞춘 것이었다.

베드런: 영주님.

영주: 오, 베드런.

베드런: 그거 안 맞으실 텐데요.

영주: 안 맞아.

영주가 말했다.

영주: 배가 안 들어가.

베드런: ......

영주: 그래서 여기 끈을 풀었네.

베드런이 그 앞에 섰다.

베드런: 영주님.

영주: 응.

베드런: 안 나오셔도 됩니다.

영주가 투구를 들었다.

들고 잠깐 봤다.

영주: 베드런.

베드런: 예.

영주: 내가 여기서 마흔 해를 아무것도 안 했네.

베드런: ......

영주: 수로도 못 팠고 시장도 못 넓혔고.

베드런: ......

영주: 그런데 사람은 안 줄었어.

영주가 투구를 썼다.

영주: 내가 아무것도 안 해서 안 줄었지.

베드런: ......

영주: 그것도 하나 한 거라고 치자고.

베드런: 영주님.

영주: 응.

베드런: 고양이는 어쩌실 겁니까.

영주가 잠깐 멈췄다.

영주: ......부관한테 맡기지.

카린이 그날 밤에 고양이 두 마리를 받았다.

받아서 관사에 넣고 문을 닫았다.

닫고 나서 문 앞에 잠깐 서 있었다.

에라리온은 8일째 밤에 조용했다.

베드런은 그게 이상해서 찾아갔다.

에라리온은 계단에 앉아 있었다.

베드런: 에라리온.

에라리온: ......예.

베드런: 왜 앉아 있어.

에라리온: ......

베드런: 에라리온.

에라리온이 고개를 들었다.

에라리온: 대장님.

베드런: 응.

에라리온: 저 오늘 마나를 느꼈습니다.

베드런이 그 옆에 앉았다.

에라리온: 진짜로 느꼈습니다.

에라리온이 말했다.

에라리온: 손끝이 아니고요. 여기 등이요.

베드런: ......

에라리온: 성문 쪽에서 스승님이 스크롤을 펴셨는데, 펴시기 전에 알았습니다.

베드런: ......

에라리온: 뭐가 오는지 알았습니다.

베드런: 잘했네.

에라리온: ......

베드런: 그거 재능 아닌가.

에라리온이 웃었다.

웃는데 소리가 안 났다.

에라리온: 대장님.

베드런: 응.

에라리온: 그런데 제가 그걸 느끼고 나서.

베드런: ......

에라리온: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베드런: ......

에라리온: 그냥 서 있었습니다.

베드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베드런: 에라리온.

에라리온: 예.

베드런: 나도 아무것도 못 하고 서 있던 날이 있었어.

에라리온: 언제요.

베드런: 열여섯 때.

에라리온: ......지금 저 위로하시는 겁니까.

베드런: 아니.

베드런이 일어섰다.

베드런: 자랑하는 거야. 나는 지금 서 있잖아.

에라리온이 이번에는 소리 내서 웃었다.

밤에 베드런은 성벽에 올라갔다.

동쪽을 봤다.

산이 있었다.

밤에는 산이 그냥 검은 덩어리였다. 하늘보다 조금 더 검었고 별이 그 위로 잘렸다.

8일 전과 똑같았다.

카린: 대장님.

카린이 올라왔다.

오른손에 활을 들고 있었다.

카린: 안 주무십니까.

베드런: 응.

카린: 뭐 보십니까.

베드런: 산.

카린이 그 옆에 섰다.

카린: 대장님.

베드런: 응.

카린: 전에 물어보셨죠.

베드런: 뭘.

카린: 저 산에서 사람이 나온 적 있냐고.

베드런이 카린을 봤다.

베드런: ......그랬지.

카린: 그때 제가 웃었습니다.

베드런: 기억나.

카린: 죄송합니다.

베드런: 뭐가.

카린이 산을 봤다.

카린: 그때는 그게 웃긴 얘기였는데.

베드런: ......

카린: 지금은 아닙니다.

베드런은 성벽 돌에 손을 얹었다.

팔 미터짜리 성벽이었다.

성문은 없어졌다.

병사가 백열아홉이었고 그중 여섯은 환갑이 넘었다.

마법사가 하나 있었고 스크롤이 두 장이었다.

이번에는 계산을 끝까지 했다.

답이 나왔다.

베드런은 그 답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내려가기 전에 그는 전서구를 하나 더 준비했다.

종이에 이렇게 썼다.

'쎄톤. 8일째. 성벽 있음. 사람 있음.'

쓰고 나서 한참 봤다.

그리고 날리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날릴 생각이었다.

아침에 날려야 그 두 줄이 사실이니까.

새벽이 왔다.

오크가 움직이는 소리가 먼저 왔다.

땅이 울렸다. 성벽 돌이 아주 조금 떨렸다.

병사들이 자리로 갔다.

벨리스톤이 상자를 열었다.

두루마리가 둘이었다.

에라리온이 그 옆에 섰다.

에다는 의무실 문을 열어놨다.

영주는 갑옷을 입고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카린은 오른손으로 활을 들었다.

베드런이 성벽 위로 올라갔다.

동쪽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베드런은 그쪽을 봤다.

산 위에 뭔가가 있었다.

처음에는 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좀 컸다.

카린: 대장님.

카린의 목소리였다.

카린: 저거.

베드런: ......

카린: 저거 뭡니까.

베드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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