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제13장. 열 기

지은이 외인 · 2026-08-26

첫 번째 마을은 산 밑에 있었다.

집이 스무 채쯤 됐다.

그중 여섯이 부서져 있었다.

베드런이 산픽 두 마리를 내려놨다.

촌장이 나왔다.

일흔쯤 된 노인이었다.

"수비대장님."

베드런: 고기입니다.

......

베드런: 두 마리요.

노인이 그것을 봤다.

그리고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안 했다.

기훈은 그 노인이 왜 말을 안 하는지 알았다.

토반이 그랬다.

받는 게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받을 때 말이 안 나온다.

두 번째 마을에서 술이 나왔다.

로아이주라고 했다.

기훈은 안 마셨다.

헤레이드가 마셨다.

그레온도 마셨다.

베드런은 한 잔만 마셨다.

헤레이드: 대장님은 왜 한 잔만 하십니까.

베드런: 돌아가야지.

아론: 오늘은 여기서 자면 되잖습니까.

베드런: 내일 돌아가야지.

세 번째 마을에서 하루가 더 갔다.

네 번째 마을에서 에라리온이 시작했다.

에라리온: 그러니까 그때 산픽이 세 마리가 동시에 나왔거든요? 저는 그때 오른쪽에 있었는데 제일 큰 놈이 딱 저를 보는 거예요. 아, 이건 저를 노리는구나 싶었죠.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느냐. 자세를 낮췄습니다. 왜냐하면 저런 짐승은 높은 것부터 인식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자세를 낮추고 있는데 그레온 님이 헬버드로 밀었는데 그게 안 밀렸어요. 두꺼워서요. 산픽 가죽이 얼마나 두껍냐 하면.

마을 사람들이 그것을 듣고 있었다.

스무 명쯤이 둘러앉아 있었다.

에라리온: 그때 아론 형이.

에라리온이 잠깐 숨을 쉬었다.

숨을 쉰 건 그게 처음이었다.

에라리온: 저기 계신 저분이.

기훈이 고개를 저었다.

에라리온: 이십 미터를 왔습니다.

아론: ......

에라리온: 이십 미터를요.

"얼마나 빨리 왔는데요?"

누가 물었다.

에라리온이 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에라리온: 한 번.

"예?"

에라리온: 제가 눈 한 번 깜빡였는데 이미 와 계셨습니다.

기훈이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아론: 그거 거짓말이에요.

에라리온: 아닌데요?

아론: 저 눈 두 번 깜빡일 시간은 걸렸어요.

마을 사람들이 웃었다.

기훈은 그 웃음소리를 오래 들었다.

그날 밤에 기훈은 마을 어귀에 앉아 있었다.

베드런이 옆에 왔다.

베드런: 아론.

아론: 예.

베드런: 안 자냐.

아론: 잘 거예요.

베드런이 그 옆에 앉았다.

베드런: 저 사람들.

기훈이 말했다.

아론: 세금 냅니까.

베드런: 내지.

아론: 오크한테 다 털렸는데요.

베드런: 그래도 내지.

아론: ......

베드런: 영주님이 안 받으시려고 하는데.

베드런이 말했다.

베드런: 그러면 나라에 낼 게 없다.

기훈은 그 계산을 잠깐 해봤다.

해보다가 그만뒀다.

답이 안 나와서였다.

아론: 형님.

베드런: 응.

아론: 저 나중에 이런 거 어떻게 하는지 배울 수 있어요?

베드런이 그를 봤다.

베드런: 너 귀족이잖아.

아론: ......

베드런: 배우고 자시고 할 게 아니라 네가 하는 거다.

기훈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셋째 날 아침에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산픽 두 마리가 남았다.

성까지 반나절이었다.

날이 좋았다.

에라리온이 계속 떠들었다.

헤레이드가 그 말에 하나씩 토를 달았다.

그레온이 앞에서 가고 베드런이 뒤에서 왔다.

기훈은 가운데 있었다.

가운데가 편했다.

정오쯤에 그레온이 말을 세웠다.

그레온: 대장님.

베드런: 응.

그레온: 저기.

앞쪽에서 먼지가 일고 있었다.

말이었다.

열 기쯤 됐다.

헤레이드: 오, 왕가 병사들 아닙니까.

헤레이드가 말했다.

헤레이드: 복장 보십시오. 왕가 문양입니다.

베드런이 눈을 가늘게 떴다.

헤레이드: ......그러네.

헤레이드: 드디어 왔네요.

헤레이드가 웃었다.

헤레이드: 25일이나 걸렸습니다.

베드런: ......

헤레이드: 공자님을 모시러 왔나 봅니다.

기훈은 그때 그들을 보고 있었다.

기훈의 눈은 백 미터 밖 나뭇가지를 봤다.

지금 거리는 삼백 미터였다.

'.......'

기훈은 세 가지를 봤다.

하나.

완전무장이었다.

투구를 쓰고 있었다.

이 날씨에 투구를 쓰고 삼백 리를 오는 기병은 없다.

둘.

수행원이 없었다.

왕자를 모시러 오는 자들에게는 짐마차가 붙는다.

셋.

무기가 이미 나와 있었다.

아론: 형님.

기훈이 말했다.

베드런: 응?

아론: 저 사람들 칼 뺐어요.

베드런이 고개를 돌렸다.

베드런: 뭐?

아론: 칼을 뺐다고요.

베드런: 안 보이는데.

아론: 보여요.

베드런이 삼 초 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베드런: 흩어져!

열 기가 이십 미터 앞에서 멈췄다.

앞의 하나가 투구를 조금 들었다.

병사: 아론 공자님 일행인가?

베드런이 말 위에서 대답했다.

베드런: 그렇소.

병사: ......

베드런: 당신들은 누구시오. 소속을 대시오.

앞의 하나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뒤를 향해 말했다.

병사: 공격하라.

베드런의 지시는 삼 초 만에 나왔다.

베드런: 헤레이드가 우측! 그레온이 좌측! 아론하고 내가 가운데를 뚫는다!

베드런: 에라리온은!

베드런: 숲으로 튀어!

에라리온이 튀었다.

그것만은 빨랐다.

기훈은 그날 처음으로 사람과 싸웠다.

몬스터는 백 마리쯤 죽였다.

늑대와 트롤과 거미와 오우거와 오크 삼백 중 상당수와 오크로드.

사람은 없었다.

첫 번째가 왔을 때 기훈은 그것을 피했다.

피하고 나서 반격을 안 했다.

'.......'

몸이 멈췄다.

두 번째가 왔다.

기훈은 그것도 피했다.

세 번째에 검을 쳐냈다.

쳐내고 나서 또 안 들어갔다.

베드런: 아론!

베드런이 소리쳤다.

베드런: 뭐 하냐!

'.......'

기훈은 자기가 뭘 하는지 알고 있었다.

저것은 오크가 아니었다.

투구 밑에 사람 얼굴이 있었다.

기훈은 그 얼굴을 봤다.

서른쯤 된 남자였다.

수염이 났고 눈이 갈색이었다.

옆에서 뭔가가 왔다.

기훈은 그것을 봤다.

매스였다.

기훈이 엎드렸다.

매스가 머리 위를 지나갔다.

엎드린 자리에서 기훈은 자기 말이 쓰러지는 것을 봤다.

검 두 자루가 동시에 들어왔고, 기훈이 몸을 굴리면서 말을 사이에 뒀다.

말이 대신 받았다.

'.......'

'미안.'

기훈이 뛰었다.

이번에는 몸이 안 멈췄다.

우두머리였다.

기훈은 공중에서 몸을 돌렸다.

돌면서 검을 뺐다.

'몸이 도는 만큼 나가는 거야.'

김 관장이었다.

검이 지나갔다.

기훈은 착지하고 나서 자기가 한 것을 봤다.

사람이 둘이 되어 있었다.

기훈은 그 자리에서 굳었다.

팔이 떨렸다.

다리도 떨렸다.

떨리는 게 아니라 안 움직였다.

'.......'

현실감이 없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평면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몇 초 사이에 헤레이드가 죽었다.

우측이었다.

헤레이드가 하나를 상대하고 있었고 그 뒤로 하나가 더 왔다.

헤레이드는 앞의 것을 보고 있었다.

등에 검이 들어갔다.

기훈은 그것을 봤다.

보고도 못 움직였다.

기훈 뒤로 하나가 왔다.

기훈은 그것도 몰랐다.

그레온이 헬버드를 던졌다.

배에 박혔다.

그 소리에 기훈이 정신을 차렸다.

기훈은 그 뒤로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검을 휘둘렀다는 것은 안다.

앞이 안 보였다.

물이 차 있었다.

기훈은 소리를 내면서 휘둘렀다.

베드런: 아론!

아론: ......

베드런: 그만해! 끝났어!

기훈이 멈췄다.

멈추고 나서 주저앉았다.

숨이 안 쉬어졌다.

팔다리가 계속 떨렸다.

기훈은 스물 두 해 동안 울지 않았다.

고아였기 때문이다.

고아는 남들보다 강해야 해서, 강해 보이려면 안 울어야 한다.

그건 열 살 때 정한 것이었다.

지금은 그게 안 됐다.

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눈물이 났다.

베드런과 그레온이 조용히 옆에 왔다.

아무 말도 안 했다.

기다렸다.

기훈이 좀 진정됐을 때 베드런이 헤레이드 쪽으로 갔다.

그리고 잠깐 있다가 땅에 주먹을 쳤다.

베드런: 제기랄!

그레온이 헤레이드 옆에 앉았다.

앉아서 그의 눈을 감겼다.

그레온: 수비대장님.

베드런: ......

그레온: 죽었습니다.

그레온의 목소리가 평소와 같았다.

그게 더 나빴다.

기훈은 땅에 앉아서 그것을 봤다.

헤레이드였다.

어제 술을 마시면서 한 마리 잡았다고 자랑한 사람이었다.

그 한 마리가 제일 컸다고 했다.

'.......'

기훈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예순 두 개 중 하나였다.

그레온이 시체를 뒤졌다.

전직 용병답게 손이 빨랐다.

그레온: 대장님.

베드런: 뭔가.

그레온: 왕가 군인이 아닙니다.

베드런이 그쪽을 봤다.

베드런: 복장은 왕가 복장인데.

그레온이 방패를 뒤집었다.

그레온: 문장이 없습니다.

베드런: ......

그레온: 하나도 없습니다.

그레온이 검을 하나 들었다.

그레온: 그리고 이겁니다.

베드런: 검이 뭐.

그레온: 이거 왕가 제식이 아닙니다.

베드런: ......

그레온: 용병들이 쓰는 겁니다.

베드런이 그 검을 받았다.

받아서 봤다.

베드런: 그럼 이것들이.

그레온: 용병입니다.

베드런: 왜 왕가 복장을 하나.

그레온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못 한 게 아니었다.

답이 마음에 안 들어서였다.

에라리온: 대장님!

에라리온이었다.

숲에서 나와 있었다.

손가락으로 성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에라리온: 저...... 저......

베드런이 그쪽을 봤다.

성문 쪽에서 군사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복장이 같았다.

지금 발밑에 누워 있는 것들과 같은 복장이었다.

베드런은 그 자리에 삼 초 서 있었다.

그리고 이해했다.

성 안에서 나왔다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베드런: 헤레이드는 나중에 수습한다.

베드런이 말했다.

목소리가 평소와 같았다.

베드런: 숲으로 간다.

기훈은 못 움직였다.

베드런이 그를 번쩍 안았다.

자기 말에 앉히고 그 앞에 올라탔다.

베드런: 가자!

넷이 숲으로 들어갔다.

기훈은 말 위에서 뒤를 봤다.

성이 보였다.

팔 미터짜리 성벽이었다.

성문 자리는 여전히 메워져 있었다.

그 위에 사람이 서 있었다.

기훈은 그 얼굴들을 봤다.

하나도 아는 얼굴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