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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부인전

지은이 장지연 · 2026-08-25

연설장에서 백성들이 다투어 약 원수의 군사가 되기를 자원했다.

원수가 그들에게 일렀다.

“그대들이 이제 군중에 들어와 나라를 위해 싸움터로 나가려 한다면,”

“마땅히 죽기를 함께 맹세하고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적을 깨뜨려야 한다.”

“오늘부터 대오를 갖추어 군령에 따르고, 기율을 어지럽히지 말라.”

그날 행군을 시작하자, 가까운 마을과 먼 마을의 백성들이 군량과 무기를 지고 나왔다.

원수의 진영에 바치는 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원수는 아리안 성에서 십 리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적진을 살폈다.

산과 들을 가득 메운 것이 온통 영국 군사였다.

깃발과 창칼이 햇빛을 가리고, 북소리와 함성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 가운데 외로운 성 하나만이 참담한 살기에 잠겨 있었다.

원수가 장수들을 불러 의논했다.

“지금 영국군의 형세가 몹시 굉장하다.”

“하나같이 날래고 잘 싸우는 군사인 데다 병기도 잘 갖추었으니, 형세만 놓고 보면 이길 수 없다.”

“우리는 다만 나라를 사랑하는 뜨거운 피와 맨주먹뿐이다.”

“죽기를 무릅쓰고 일제히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다.”

“칼과 창이 수풀 같고 화살과 탄환이 비 오듯 하더라도, 한 걸음도 물러설 생각을 말라.”

“오직 앞으로 나아가자.”

그리하여 저마다 군장을 단속하고 적진으로 달려들었다.

사람마다 나라를 사랑하는 뜨거운 피가 끓어올라, 죽을 마음만 있고 살 생각은 없었다.

날랜 기운이 하늘을 찔러 한 사람이 백 사람을 당할 듯했다.

영국 군사가 아무리 많고 날래다 한들, 죽기로 싸우는 사람을 어찌 당하겠는가.

원수가 밀고 들어오는 형세가 밀물이 밀려오는 듯했다.

영국 군사는 저절로 한쪽으로 갈라지며 어지러이 흩어졌다.

한편 아리안 성이 포위된 지도 어느덧 일곱 달이었다.

다른 곳의 군사는 구원하러 오지 않고, 군량이 들어오는 길마저 끊겼다.

장수와 군졸이 모두 굶주려 지쳤으니 형세가 몹시 위태로워, 하루아침에 무너질 지경이었다.

비호로 공작은 근심을 이기지 못하고 홀로 성루에 올라 적진을 살폈다.

그때 문득 한 장수가 눈에 들어왔다.

금빛 투구와 은빛 갑옷을 입고 흰 말에 높이 앉아, 오른손으로 긴 칼을 두르고 왼손으로 깃발을 짚었다.

군사를 몰아 나는 범처럼 들이닥치니, 영국 군사가 가을바람에 낙엽 지듯 흩어지고 물결처럼 갈라졌다.

공작은 크게 놀라 의심했다.

‘저렇듯 영웅다운 장수가 대체 누구인가. 혹시 꿈이 아닌가.’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니 분명 여장군이었다.

한창 의아해하는 사이 원수는 벌써 성문에 이르렀다.

공작이 급히 문을 열어 원수를 맞이하고 앞뒤 사정을 낱낱이 들었다.

성안 사람들이 모두 원수의 애국 충의에 감탄했다.

“원수는 천고에 다시없을 여인 영웅이요, 세상에 둘도 없는 호걸이십니다.”

“원수가 아니었다면 아리안 성 사람들은 모두 도마 위의 고기가 되었을 것이요, 프랑스도 멸망했을 것입니다.”

“하늘이 원수를 보내시어 우리 프랑스를 구하신 것입니다.”

그러고는 손을 잡고 술을 내어 군졸들을 먹였다.

원수가 말했다.

“적병이 아직 성 밖에 있소.”

“내 마땅히 힘을 다하여 적을 쓸어내고 강토를 되찾은 뒤, 국왕을 받들어 임금과 신하가 함께 기뻐하게 하겠소.”

곧 황금 갑옷을 입고 흰 말에 올라 오른손에 칼을, 왼손에 깃발을 들었다.

군사를 지휘하여 성문을 열고 달려 나가 좌충우돌했다.

영국 장군은 군사를 나누어 좌우 날개를 펴고 맞아 싸웠다.

원수가 기병을 몰아 그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갔다.

영국의 장사들이 다투어 원수를 사로잡으려 사방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원수의 몸은 나는 제비 같아서, 동쪽에 번뜩였다가 서쪽에 번뜩였다.

칼빛이 번쩍일 때마다 적병의 머리가 낙엽처럼 떨어졌다.

영국의 장수와 군졸은 정신이 아득해져 진이 흐트러지고 대오를 잃었다.

원수는 그제야 기병을 돌려 좌우를 치고, 보병을 불러 앞뒤로 몰아붙였다.

영국군은 크게 패하여 어지러이 달아났다.

원수는 그들의 군량과 무기를 모두 빼앗아 성안으로 들였다.

오래 굶주리던 성안의 장졸들이 산더미 같은 양식을 보고, 또 영국군이 패한 것을 보았다.

만세를 부르는 소리가 우레처럼 일어나고 용맹이 백 배로 더했다.

이튿날 원수는 다시 영국군과 싸워 수십 합 만에 또 이겼다.

영국군이 달아나자 원수는 장수들을 거느리고 뒤를 쫓아 들이쳤다.

그때 별안간 복병이 일어나며 화살이 비 오듯 쏟아졌다.

원수는 겁내지 않고 좌우로 베어 나갔다.

그러다 화살 하나가 날아와 왼팔에 꽂혔고, 원수는 말에서 떨어졌다.

영국 장수가 원수의 깃발을 빼앗아 달아났다.

원수는 몸을 솟구쳐 다시 안장에 뛰어올랐다.

오른손으로 화살을 뽑아 던지고 금빛 겉옷 자락을 찢어 팔을 동여맸다.

그리고 나는 듯이 말을 몰아 영국 장수를 베고 깃발을 도로 빼앗아 본진으로 돌아왔다.

양쪽 군사가 이를 바라보고 모두 입을 모았다.

“원수는 귀신이지 사람이 아니다.”

영국의 새가로 장군은 프랑스에게 여러 번 패하자 끝내 이길 수 없음을 알았다.

남은 군사를 거두어 라아로 강을 건너 달아났다.

때는 1429년 오월 팔일이었다.

마침내 아리안 성의 포위가 풀렸다.

프랑스 사람들은 약 원수의 공을 기려 그 별호를 아리안이라 불렀다.

큰 비석을 세워 그 공을 새기고 천추만세에 기념했다.

서로 손을 잡고 술을 빚어 사흘 동안 잔치를 벌이며 만세를 불렀다.

이때부터 원수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하루아침에 나라를 다시 일으킬 업을 심었고,

만세토록 잊지 못할 비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