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월기 (2)
지은이 中島敦
어느 날 밤, 차가운 달빛 아래 백로가 땅을 적시고, 나무 사이를 스치는 찬 바람이 새벽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사람들은 이미 이 시인의 불행을 잊고 조용히 그의 운명을 한탄하고 있었다. 이징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진다.
“내가 왜 이런 운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생각해 보면 전혀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었을 때 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려고 노력했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오만하다, 거만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것이 거의 수치심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물론, 한때 고향의 재능 있는 자로서 이름을 날렸던 나에게 자존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소심한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 것이었다. 시로 명성을 얻으려 하면서도 기꺼이 스승에게 배우지도 않았고, 시 친구들과 서로 연마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속물들 속에 몸을 두는 것도 깨끗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소심한 자존심과 거만한 수치심 때문이었다. 내가 보석이 아닐까 두려워 노력하여 갈고닦으려 하지도 않았고, 또한 내가 보석이라고 반쯤 믿고 있었기 때문에 허름한 기와에 섞일 수도 없었다. 점차 세상과 멀어지고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인해 더욱 내면의 소심한 자존심을 살찌웠다. 인간은 누구나 맹수 조련사이며, 그 맹수에 해당하는 것이 각자의 성정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 이 거만한 수치심이 맹수였다. 호랑이였던 것이다. 이것이 나를 해치고, 처자식을 괴롭히고, 친구들을 상처 입혔으며, 마침내 나의 외모를 이처럼 내면에 어울리는 것으로 바꾸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나의 보잘것없는 재능을 낭비해 버렸다. 인생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기에는 너무 길지만,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 짧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재능의 부족을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두려움과 노력을 싫어하는 게으름이 나의 전부였다. 나보다 훨씬 부족한 재능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한마음으로 갈고닦았기 때문에훌륭한 시인이 된 자들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호랑이가 된 지금, 나는 비로소 그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타는 듯한 후회를 느낀다. 나는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생활을 할 수 없다. 설령 지금 머릿속으로 아무리 뛰어난 시를 지었다 한들, 어떻게 발표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나의 머리는 날마다 호랑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낭비한 과거는? 나는 참을 수 없게 된다. 그럴 때 나는 저쪽 산꼭대기에 올라 공허한 골짜기를 향해 포효한다. 이 가슴을 태우는 슬픔을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싶은 것이다. 어젯밤에도 저기서 달을 향해 포효했다. 누군가 이 고통을 알아주지 않을까 하고. 그러나 짐승들은 내 목소리를 듣고 그저 두려워하며 엎드릴 뿐이다. 산도 나무들도 달도 이슬도 그저 한 마리 호랑이가 노발대발하며 포효하고 있다고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하늘에 춤추고 땅에 엎드려 탄식해도 그 누구도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자는 없다. 마치 인간이었을 때 나의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았던 것처럼. 내 털가죽이 젖어 있는 것은 밤이슬 때문만은 아니다.
이윽고 주위의 어둠이 옅어졌다. 나무들 사이를 타고 어디선가 새벽의 뿔피리가 슬프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제 작별을 고해야만 한다. 취해야 할 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라고 이징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러나 헤어지기 전에 한 가지 더 부탁이 있다. 그것은 나의 처자식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아직 살아 있다. 물론 나의 운명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그대가 남쪽에서 돌아오면 내가 이미 죽었다고 그들에게 전해 줄 수 없을까? 결코 오늘 일만은 밝히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뻔뻔스러운 부탁이지만 그들의 고독을 불쌍히 여겨 앞으로도 길에서 굶주리고 얼어 죽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 준다면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은혜는 없을 것이다.
말을 마치자, 덤불 속에서 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원도 또한 눈물을 글썽이며 이징의 뜻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징의 목소리는 이내 아까의 자조적인 어조로 돌아와 말했다.
“실은, 먼저 이 일을 부탁해야 했다. 내가 인간이었다면. 굶주리고 얼어 죽으려는 처자식보다 자신의 보잘것없는 시업을 걱정하는 남자이니, 이런 짐승으로 몸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원이 영남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결코 이 길을 지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때는 내가 취해서 옛 친구를 알아보지 못하고 덮쳐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또한, 지금 헤어진 후, 앞쪽 백 보 거리에 있는 저 언덕에 오르면, 이쪽을 돌아봐 달라고 했다. 나는 지금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주겠다고. 자랑하려 함이 아니다. 나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서, 다시 이곳을 지나 나를 만나려는 마음을 그대에게 일으키지 않기 위함이라고 했다.
원은 덤불을 향해 정중히 작별 인사를 하고 말에 올랐다. 덤불 속에서는 또다시 참을 수 없는 비통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원도 몇 번이나 덤불을 돌아보며 눈물 속에서 출발했다.
일행이 언덕 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말한 대로 뒤를 돌아 아까의 숲속 초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한 마리의 호랑이가 풀 덤불 속에서 길 위로 뛰쳐나왔다. 호랑이는 이미 하얗게 빛을 잃은 달을 올려다보며 두세 번 포효하는가 싶더니, 다시 원래의 덤불 속으로 뛰어들어 다시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