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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5-1

지은이 한용운

“여보세요?”

하고 찾는 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전등 밑에서 바느질을 하고 앉아 있던 순영은, 그 소리를 듣고도 대답하지 않았다.

바늘만 멈춘 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여보세요?”

아까보다 조금 더 큰 소리였다.

순영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소리가, 얼마 전 동냥을 달라던 그 소리와 비슷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순영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은 채, 마루로 나와 앉았다.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대문 안으로 들어선 듯했다.

“누구를 찾으세요?”

순영은 그가 대철이라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물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여기 장 순영 씨라고 계십니까?”

“어째서 찾으시오? 누구세요?”

순영은 마루 아래로 내려섰다.

“나는 김 대철이라는 사람인데, 좀 뵈려고 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순영은 더 이상 안 나갈 수가 없었다.

“누구세요?”

어두컴컴한 문간에 거무스름하게 우뚝 서 있는 대철을 보며,

순영은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했다.

“나는 대철이요. 좀 들어가도 괜찮겠소.”

대철은 발을 옮기려 했다.

“아이, 이게 웬일이세요. 들어오세요.”

순영은 앞장서서 그를 인도했다.

“이런 거지가 이렇게 들어와서 미안합니다.”

대철은 방에 들어와서도 선뜻 앉지 못하고 서 있었다.

“아! 그런데 저게 웬 일이세요?”

순영은 서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죄가 많은 놈이 이렇게 되는 거지요.”

대철은 두 손을 허리에 깍지 끼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리 앉으세요.”

순영은 아랫목으로 자리를 권했다.

대철은 앉는 것조차 힘겨운 듯, 애써 몸을 낮추어 앉았다.

순영은 그의 왼편에 앉았다.

“그런데 어떻게 저 모양이 되셨어요?”

순영은 얼굴을 찡그리며 대철을 바라보았다.

“일전에 편지 보았지요?”

대철은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편지 이야기를 꺼냈다.

“보았어요.”

순영은 가엾은 기색으로 말했다.

“편지에도 썼지만, 병이 들어서 이 모양이 되었소.”

“무슨 병이기에 그렇게까지 되셨어요?”

“처음에는 울화로 난 병이, 점점 심해져서 이 모양이 되었소.

그리고 병을 고치려다가 오히려 더 병을 얻어서, 이제는 죽게 되었소.”

대철은 기운 없는 한숨을 쉬며 다리를 뻗었다.

“무슨 병이기에 그렇게 기운차고 씩씩하던 몸이 저렇게 되었을까…

술을 드시고 몸을 너무 험하게 쓰셔서 그런 거지요.”

순영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수건으로 눈을 가리며 울기 시작했다.

대철 역시 코를 훌쩍이며 울었다.

두 사람의 울음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런데 수복이는 어디 갔소?”

먼저 울음을 그친 대철이, 울음을 겨우 멈춰 가는 순영에게 물었다.

“수복이요?”

순영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죽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말보다 울음이 더 컸다.

“죽다니?”

대철은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때 바로 죽었어요.”

순영은 울음을 참고 말을 이어가며, 울고 있는 대철을 달랬다.

그리고 대철이 어느 정도 진정된 뒤, 수복이가 죽던 이야기를 대강 들려주었다.

“그럼 그것도 내가 죽인 셈이지.”

대철은 길게 한숨을 쉬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두 팔을 짚고 일어나려 했다.

“그거야 제 명이 짧아서 죽은 거지, 그렇다고 죽었겠어요?”

순영이 위로하자, 대철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가—

“에구, 가야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어디로 가세요?”

“어디로든 가야지.”

“지금 어디 계세요?”

“이 모양이 된 놈이 있을 데가 어디 있나. 가는 데가 내 집이지.”

대철은 다시 주저앉았다.

“그런데 병은 무슨 병이에요?”

순영은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던 병이었는데, 병을 고치려다가 약이 병이 되어버려서, 좀처럼 낫지 않소.”

대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러나 병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대철의 눈이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콧물이 흐르고,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조끼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자기 왼팔에 스스로 주사를 놓았다.

그의 팔은 마치 마마를 앓은 사람처럼, 빈틈없이 상처로 가득했다.

“그게 뭐예요?”

순영은 대강 짐작하면서도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이게 약이요.”

“무슨 약이 그래요?”

“이게 약은 좋은 약인데… 아편과 같은 약이요.”

“아편과 같은 약이에요?”

순영은 놀라서 되물었다.

“그렇소.”

대철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편은 사람이 먹기 시작하면 큰일 난다는데…”

“큰일은 무슨 큰일이오. 우리같이 돈 없는 사람이야 힘들지,

돈 있는 사람들은 뭐가 어렵겠소. 약이야 훌륭한 약이지.

이것 봐요. 아까는 콧물이 흐르고 기운이 없었는데,

주사 한 대 놓으니까 금세 나아졌지 않소? 약이야 선약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