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두부참이슬
지은이 루시엘 · 2026-10-26
# 《두부참이슬》
루시엘 지음
## 30화. 두부참이슬
마지막 회
### 1. 사장님, 저 여기서 일하면 안 돼요?
“사장님.”
“왜요?”
“저 여기서 일하면 안 돼요?”
윤서하는 두부를 자르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강태준.
태성그룹 대표이사이자 자신의 남자친구, 그리고 며칠 전부터 자꾸만 미래의 남편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남자.
그 남자가 지금 두부참이슬의 주방에 서서 앞치마를 두른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하는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뭐라고요?”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요.”
“강태준 씨.”
“네, 사장님.”
“혹시 머리 아파요?”
“아니요.”
“열은요?”
“없습니다.”
“그럼 왜 이래요?”
태준은 억울하다는 듯 웃었다.
“왜 자꾸 제가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말씀하세요?”
“이상한 사람이 맞잖아요!”
서하가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도마 위에 내려놓았다.
“태성그룹 대표이사님이 왜 우리 가게에서 일을 해요? 회사는 어떡하고요?”
“회사에는 할 일이 많죠.”
“그런데요?”
“그래서 회사 일은 회사에서 하고, 여기서는 여기 일을 하면 되죠.”
“말은 쉽네요.”
“주말에만 도와드릴게요. 평일에는 회사에 있고요.”
서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세상에, 내가 살다 살다 이런 사람을 다 보네.”
태준은 주방 한쪽에 걸린 앞치마를 가리켰다.
“저번에 설거지도 해 봤잖아요.”
“접시 깼잖아요.”
“이번에는 안 깨뜨릴게요.”
“파도 엉망으로 썰었잖아요.”
“연습하면 됩니다.”
“두부도 제대로 못 고르잖아요.”
“이제는 압니다. 찌개용이랑 부침용이 다르다는 거.”
서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짜 왜 이러는 거예요?”
태준은 잠시 웃음을 거두었다.
그리고 서하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사는 세상을 더 알고 싶어서요.”
서하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다.
“…….”
“당신이 매일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 때문에 웃고, 어떤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지요. 저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당신이 살아온 시간을 전부 아는 건 아니잖아요.”
태준은 앞치마 끈을 고쳐 묶었다.
“당신이 제 세상에 와서 제 일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준 것처럼, 저도 당신의 세상을 더 가까이에서 알고 싶어요.”
서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태준이 자신의 가게를 찾아오는 건 이제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일상에 직접 들어오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달랐다.
자신이 얼마나 바쁘게 사는지, 작은 가게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손님 한 명의 말에 얼마나 기뻐하고 때로는 상처받는지.
그 모든 것을 알고 싶다는 뜻이었다.
서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좋아요.”
태준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대표이사라고 특별 대우 없어요.”
“네.”
“손님들한테 친절하게 해야 해요.”
“네.”
“설거지하다가 접시 깨뜨리면 월급에서 빼는 건 아니고…….”
서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그냥 제가 잔소리할 거예요.”
태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그리고 제 말 안 들으면 바로 퇴근이에요.”
“명심하겠습니다, 사장님.”
태준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서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못 말려.”
그런데도 그녀는 태준의 앞치마 끈이 비뚤어진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 다시 묶어 주었다.
태준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서하 씨.”
“왜요?”
“저 잘 어울려요?”
“앞치마가요?”
“아니요. 여기요. 당신 옆에 있는 거요.”
서하는 잠깐 손을 멈췄다.
그리고 수줍게 웃었다.
“……네. 생각보다요.”
태준은 그 한마디에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웃었다.
### 2. 대표이사님의 첫 출근
토요일 저녁 여섯 시.
두부참이슬의 문이 열렸다.
딸랑.
“어서 오세요!”
서하가 평소처럼 인사했다.
그런데 손님들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발걸음을 멈췄다.
주방 앞에 낯익은 남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깔끔한 앞치마를 두른 강태준이 손님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몇 분이세요?”
손님 한 명이 눈을 크게 떴다.
“어? 저기…….”
태준이 웃으며 물었다.
“네?”
“혹시…… 강태준 대표님 아니세요?”
순간 가게 안이 조용해졌다.
서하는 이마를 짚었다.
아, 시작됐다.
태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아니, 대표님이 왜 여기서…….”
태준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오늘은 아르바이트 중입니다.”
“……예?”
“안쪽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손님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서하는 태준을 주방으로 끌고 갔다.
“강태준 씨!”
“네?”
“손님들 놀라잖아요!”
“제가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표이사님이 아르바이트 중이라고 하면 누가 믿어요!”
태준은 잠시 생각했다.
“그럼 다음부터는 그냥 사장님 남자친구라고 할까요?”
“그것도 너무 당당하잖아요!”
“왜요? 틀린 말도 아닌데.”
서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아, 정말!”
그때 옆 가게 반찬집 사장인 박미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서하야! 오늘 장사가 잘되나 싶어서 구경 왔더니…….”
미자는 주방 앞의 태준을 발견하고 입을 벌렸다.
“어머나!”
태준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미자는 서하와 태준을 번갈아 보았다.
“이 총각이 왜 앞치마를 두르고 있어?”
서하가 한숨을 쉬었다.
“오늘부터 주말 아르바이트한대요.”
“뭐어?”
미자는 태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세상에! 재벌 총각이 우리 동네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네!”
“재벌 총각이라기보다는 서하 씨 남자친구입니다.”
태준의 대답에 미자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어머, 어머! 말도 예쁘게 하네!”
서하는 얼굴이 빨개졌다.
“아주머니, 그만하세요!”
“왜? 좋은데 뭘!”
미자는 태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총각, 우리 서하가 쉬운 애가 아니야. 고집도 세고, 혼자 다 하려고 하고, 속상해도 잘 말 안 할 때도 있어.”
태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더 잘 듣고, 더 많이 물어보려고요.”
미자의 표정이 잠시 부드러워졌다.
“그래. 그럼 됐어.”
그녀는 서하를 바라보았다.
“서하야, 잘 만났다. 네가 웃는 거 보니까 나도 좋다.”
서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자는 더 놀리지 않고 가게를 나갔다.
문이 닫힌 뒤, 서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태준이 조용히 다가왔다.
“괜찮아요?”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왜 그래요?”
“그냥요.”
그녀는 작게 웃었다.
“제가 혼자 사는 게 익숙해지면서, 누군가가 제 편이 되어 준다는 게 가끔 낯설어요.”
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낯설어도 괜찮아요.”
“…….”
“천천히 익숙해지면 되죠.”
서하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네.”
그날 저녁, 태준은 손님들에게 물을 가져다주고, 테이블을 닦고, 주문을 받았다.
물론 실수도 많았다.
“사장님, 손님이 두부김치 하나랑 계란말이 하나 주문하셨습니다!”
“네, 알았어요!”
“그리고 참이슬 두 병이요!”
서하가 주방에서 대답했다.
“네!”
잠시 뒤 태준이 다시 나타났다.
“사장님.”
“왜요?”
“손님이 두부김치에 김치를 더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더 드리면 되죠.”
“네!”
태준은 신나게 주방으로 돌아갔다.
서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
이 남자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또 달랐다.
그는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려 하지 않았다.
서툴러도 배우고, 실수해도 다시 해 보려고 했다.
그 모습이 서하에게는 무엇보다 고마웠다.
### 3. 우리가 결혼하면
밤 열한 시.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가게 문을 닫았다.
서하는 의자들을 정리했고, 태준은 바닥을 쓸었다.
한참을 청소하던 태준이 허리를 두드렸다.
“아이고…….”
서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힘들어요?”
“생각보다 힘드네요.”
“그러니까요. 저는 매일 이걸 하는데요.”
태준은 빗자루를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하 씨는 정말 대단해요.”
“갑자기요?”
“매일 이 일을 하면서도 손님들한테 웃어 주잖아요. 힘든 날에도 가게 문을 열고요.”
서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태준은 자신이 지나쳐 온 일상의 무게를 알아봐 주었다.
“……고마워요.”
서하는 작게 웃었다.
“그런데 태준 씨.”
“네?”
“오늘 일당은 얼마를 줘야 하죠?”
태준은 잠시 생각했다.
“음…….”
“최저임금으로 계산할까요?”
“아니요.”
“왜요?”
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일당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뭔데요?”
“잠깐 같이 걸어요.”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가게 문을 잠그고 골목으로 나왔다.
늦은 밤의 골목은 조용했다.
가게 앞 작은 화분에는 며칠 전 태준이 선물한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서하 씨.”
“네.”
“저는 요즘 자꾸 상상하게 돼요.”
“뭘요?”
“우리가 결혼하면 어떨까 하고요.”
서하는 걸음을 조금 늦췄다.
태준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아침에 같이 일어나고, 출근 준비하고, 저녁에는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요.”
“…….”
“가끔은 제가 늦게 들어올 수도 있고, 서하 씨가 가게 때문에 피곤할 수도 있겠죠. 그럼 서로 밥을 챙겨 주거나, 힘든 날에는 그냥 옆에 앉아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같이 장을 보러 가는 거예요. 제가 두부도 잘 고르고, 파도 제대로 썰고, 접시도 안 깨뜨리면서요.”
서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언제 가능할까요?”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한 십 년은 걸릴 것 같은데요?”
“그럼 십 년 동안 연습하면 되죠.”
서하는 웃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태준의 얼굴은 진지했다.
“서하 씨.”
“네.”
“저는 당신이 제 아내가 되더라도 지금처럼 살았으면 좋겠어요.”
서하의 미소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지금처럼요?”
“네. 당신이 좋아하는 가게도 계속하고, 하고 싶은 일도 계속하고요. 제가 당신의 남편이라는 이유로 당신의 삶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물론 우리 둘 다 조율해야 할 일은 있겠죠. 하지만 그건 서로를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서하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저도 그래요.”
“…….”
“저는 태준 씨를 사랑하지만, 제 자신도 잃고 싶지 않아요. 태준 씨도 마찬가지고요.”
“알아요.”
“그리고 저는 태준 씨가 힘들 때 기대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도 힘들 때 태준 씨한테 기대고 싶고요.”
태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하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결혼이 완전히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에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네.”
“그런데 이제는 무섭다고 무조건 피하고 싶지는 않아요.”
태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서하는 미소를 지었다.
“저도 태준 씨랑 미래를 생각하고 있어요.”
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지, 서하는 아마 다 알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서하도 그의 등을 감싸 안았다.
“고맙긴요.”
“저랑 미래를 생각해 줘서요.”
서하는 그의 품에서 작게 웃었다.
“대신 약속 하나 해요.”
“뭐든지요.”
“앞으로 중요한 일은 꼭 같이 이야기하기.”
“네.”
“힘들다고 혼자 숨기지 않기.”
“네.”
“그리고 싸우더라도 도망가지 않기.”
태준은 그녀를 조금 더 꼭 안았다.
“약속할게요.”
서하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제 알고 있었다.
사랑은 한 번의 고백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매일 서로를 선택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는 걸.
그리고 자신은 그 과정을 이 남자와 함께 걸어가고 싶었다.
### 4. 두 분은 결혼하세요?
며칠 뒤.
두부참이슬은 평소처럼 손님들로 북적였다.
태준은 회사 업무 때문에 출근했지만, 저녁이면 가게에 들러 서하를 도왔다.
물론 주방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서하가 아직도 그에게 칼을 맡기는 것을 불안해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단골손님 한 명이 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총각.”
“네, 손님.”
“사장님하고 결혼할 거야?”
태준은 잠시 멈췄다.
서하는 주방에서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
손님은 껄껄 웃었다.
“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
태준은 서하를 바라보았다.
서하는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 대답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태준은 웃으며 손님에게 말했다.
“네. 언젠가는요.”
서하의 손이 멈췄다.
손님은 무척 기뻐했다.
“아이고, 잘됐네! 사장님, 축하해!”
“아직 축하할 일 아니거든요!”
서하는 얼굴이 빨개져 주방으로 들어갔다.
태준은 웃음을 참으며 손님에게 물을 따라 드렸다.
잠시 후, 서하가 주방에서 나와 그를 불렀다.
“강태준 씨.”
“네, 사장님.”
“잠깐 이리 와 봐요.”
태준은 순순히 그녀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서하는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대답했어요?”
“뭐가요?”
“결혼할 거냐고 물어봤잖아요.”
“네.”
“그런데 왜 언젠가는 한다고 해요?”
태준은 잠시 생각했다.
“하고 싶으니까요.”
“…….”
“서하 씨랑 결혼하고 싶어요.”
서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도 태준 씨랑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태준의 눈이 커졌다.
서하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고 당장 하자는 건 아니고요. 우리 아직 이야기해야 할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잖아요.”
“맞아요.”
“그러니까 천천히 준비해요. 서로 충분히 이야기하고, 우리한테 맞는 방법으로요.”
태준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리고 결혼한다고 해서 제가 가게를 그만두는 건 아니에요.”
“알아요.”
“태준 씨가 회사 일 때문에 바빠도 서로 연락하고, 중요한 결정은 같이 하는 거예요.”
“네.”
“그리고…….”
서하는 잠시 망설였다.
“저는 결혼식도 너무 화려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태준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사람들을 많이 초대하고, 비싼 예식장에서 하는 것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 몇 명만 불러서 서로 축하해 주는 그런 결혼식이 좋을 것 같아요.”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정말요?”
“네. 서하 씨가 원하는 결혼식으로 하고 싶어요. 물론 저도 원하는 게 있으면 이야기할게요.”
서하는 웃었다.
“그래요. 서로 이야기하기로 했으니까.”
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럼 결혼 준비는 오늘부터 시작하는 건가요?”
“아니요!”
“왜요?”
“오늘은 장사부터 해야죠!”
태준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서하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가 놓았다.
“자, 나가서 일해요.”
“네, 미래의 아내님.”
“강태준!”
“네!”
그는 웃으며 주방을 나갔다.
서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작은 기쁨이 피어나고 있었다.
결혼.
예전에는 그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겁이 났다.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고 나면 자신에게 무엇이 남을지 두려웠다.
누군가를 믿었다가 상처받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걱정됐다.
그런데 이제는 달랐다.
태준이 자신을 절대 상처받지 않게 해 줄 거라고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약속은 누구도 할 수 없으니까.
다만 자신이 상처받거나 힘들 때, 태준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자신도 그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 5. 아버지의 허락
그날 밤, 태준은 아버지 강현석 회장의 서재를 찾았다.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현석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냐?”
태준은 의자에 앉았다.
“저는 서하 씨와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석은 잠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느냐?”
“네. 아직 날짜를 정한 건 아닙니다. 서로 충분히 이야기하고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구나.”
현석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네가 그 아이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태준은 조용히 들었다.
“너는 지금까지 일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네가 어떤 사람을 만나든, 그 사람이 네 생활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구나.”
현석은 아들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