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키스는 술김에 하는 게 아닙니다
지은이 루시엘 · 2026-10-26
# 《두부참이슬》
## 14화. 키스는 술김에 하는 게 아닙니다
### 1. 이상하게 신경 쓰이는 사람
윤서하는 요즘 이상했다.
정확히 말하면, 강태준 때문에 이상해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태준에게 메시지가 와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났고, 메시지가 없으면 바쁜가 싶어 한 번 더 확인했다.
가게 문을 열 때도 마찬가지였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울릴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손님이 들어오면 평소처럼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그런데 태준이 아니면 괜히 아쉬웠다.
‘내가 미쳤지.’
서하는 행주로 테이블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정신 차려, 윤서하.”
“누구한테 그렇게 혼내고 있어?”
옆 가게 미자가 반찬통을 들고 들어왔다.
서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 이모! 언제 오셨어요?”
“방금. 그런데 너 왜 혼자 중얼거려?”
“그냥요.”
미자는 서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태준 씨 생각했지?”
“아니거든요!”
“아이고, 목소리 커지는 것 좀 봐. 맞네, 맞아.”
“진짜 아니라니까요!”
“그래. 아닌 걸로 하자.”
미자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반찬통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너 요즘 얼굴이 좋아졌다?”
서하의 손이 멈췄다.
“제가요?”
“응. 예전에는 혼자 장사하느라 힘들다고 맨날 투덜거렸잖아. 요즘은 웃는 날이 많아졌어.”
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그랬다.
태준이 나타난 뒤로 가게에서 웃는 일이 많아졌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그의 장난을 떠올리며 웃었고,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그게 싫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 무서웠다.
“이모.”
“응?”
“사람 좋아지는 건 원래 이렇게 무서워요?”
미자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럼. 좋아하면 잃을까 봐 무섭고, 가까워지면 상처받을까 봐 무섭지.”
“…….”
“그런데 무섭다고 마음을 닫아 버리면, 좋은 사람이 와도 못 알아볼 수 있어.”
서하는 고개를 숙였다.
미자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너무 서두르지 마. 네가 편한 만큼만 다가가면 돼.”
“……네.”
“대신 하나만 기억해.”
“뭔데요?”
“네가 좋아하는 마음까지 부끄러워하지는 마.”
미자는 그렇게 말하고 가게를 나갔다.
서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무심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마침 메시지가 도착했다.
강태준: 서하 씨, 오늘 저녁에 가게에 가도 될까요?
서하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윤서하: 손님이 오시는 걸 제가 어떻게 막아요.
강태준: 그럼 오늘도 두부김치 하나 부탁드립니다.
윤서하: 알겠습니다. 대신 설거지는 직접 하세요.
강태준: 네. 오늘은 그릇도 깨뜨리지 않겠습니다.
서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바보야.”
그런데 그 목소리는 세상 누구보다 다정했다.
### 2. 오늘은 조금 다른 밤
밤 아홉 시.
두부참이슬에 태준이 찾아왔다.
“사장님, 저 왔습니다.”
서하는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왔어요?”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마치 그가 오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태준은 그 짧은 인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네. 오늘은 조금 늦었습니다.”
“회사 일이 많았어요?”
“네. 회의가 길어졌습니다.”
“피곤하겠네요.”
서하는 그에게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오늘은 술 말고 물부터 마셔요.”
태준은 컵을 받아 들었다.
“사장님이 주시는 물은 특별하네요.”
“그냥 생수거든요.”
“그래도 특별합니다.”
서하는 눈을 흘겼다.
“말은 진짜 잘해요.”
태준은 웃으며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오늘은 어딘가 평소와 달랐다.
태준은 장난을 많이 치지 않았다. 서하가 말을 걸면 웃으며 대답했지만, 가끔씩 생각에 잠긴 듯 그녀를 바라보곤 했다.
서하는 그 시선을 느낄 때마다 괜히 마음이 간질거렸다.
‘왜 저렇게 봐?’
그녀는 주방에서 두부김치를 볶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신경이 쓰였다.
접시를 들고 나갈 때도 태준의 시선을 의식했고, 테이블을 닦을 때도 그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결국 서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태준 씨.”
“네?”
“오늘 무슨 일 있어요?”
태준이 고개를 들었다.
“아니요. 왜요?”
“오늘따라 조용해서요.”
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그냥 사장님을 보고 있었습니다.”
“……왜요?”
“예뻐서요.”
서하는 들고 있던 행주를 떨어뜨릴 뻔했다.
“아, 진짜!”
태준이 웃었다.
“왜요? 사실인데요.”
“그런 말 아무렇지 않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가 조용히 덧붙였다.
“오늘은 조금 더 예뻐 보이셔서요.”
서하는 입을 다물었다.
오늘 특별히 꾸민 것도 아니었다. 평소처럼 머리를 묶고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태준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서하는 고개를 돌렸다.
“……두부김치나 드세요.”
“네, 사장님.”
태준은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꼭 말해야겠다.
더는 장난처럼만 넘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서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녀의 웃음 하나에 얼마나 기뻐지는지.
그리고 때로는 그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까지.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3. 술 한잔의 용기
밤 열 시가 넘었다.
마지막 손님이 계산을 마치고 나간 뒤, 가게에는 태준만 남았다.
서하는 테이블을 정리하며 물었다.
“오늘은 더 안 드세요?”
태준은 소주병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병만 더 마실까요?”
“많이 피곤하다면서요.”
“오늘은 조금 마시고 싶습니다.”
서하는 그를 잠시 바라봤다.
“그럼 딱 한 병만이에요.”
“네.”
서하는 소주 한 병과 작은 접시를 가져다주었다.
태준은 잔에 술을 따랐다.
평소처럼 서하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지금 말할까?’
아니, 조금 더 기다려야 할까.
서하가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도, 아직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가끔은 욕심이 났다.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그리고 한 번쯤은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싶었다.
태준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서하가 다가왔다.
“태준 씨.”
“네?”
“오늘 진짜 무슨 일 있어요?”
그녀는 맞은편에 앉았다.
“아까부터 자꾸 한숨 쉬잖아요.”
태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웃었다.
“……제가 그렇게 티가 납니까?”
“네. 엄청요.”
서하는 턱을 괴었다.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누가 괴롭혀요?”
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대표인데 누가 저를 괴롭히겠습니까.”
“그럼요?”
“그냥…….”
태준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사장님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서하의 눈이 커졌다.
“제가요?”
“네.”
“제가 뭘 했는데요?”
“아무것도 안 하셨습니다.”
“그런데 왜요?”
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안 하셔서 더 문제입니다.”
서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태준도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물었다.
“서하 씨.”
“네.”
“제가 가까이 다가가면…… 부담스러우십니까?”
서하의 표정이 달라졌다.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요?”
“그냥 궁금해서요.”
태준은 손가락으로 잔을 천천히 굴렸다.
“제가 좋아한다고 자주 말하잖아요. 그런데 혹시 서하 씨가 부담스러워하는데 제가 눈치 없이 구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서하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태준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서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태준의 손이 멈췄다.
“……그렇군요.”
“그런데 싫은 건 아니에요.”
그가 고개를 들었다.
서하는 조금 부끄러운 듯 웃었다.
“가끔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누가 저한테 그렇게 솔직하게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별로 없거든요.”
“…….”
“그래서 당황스럽고, 부끄럽고…… 조금 무섭기도 해요.”
태준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서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런데 태준 씨가 오지 않으면 허전해요. 연락이 없으면 궁금하고요.”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너무 멀리 가지는 말아요.”
태준은 숨을 멈췄다.
그 말은 짧았지만, 그에게는 어떤 고백보다 크게 들렸다.
그는 천천히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너무 멀리 가지 않겠습니다.”
서하도 웃었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작은 테이블이 전보다 조금 좁게 느껴졌다.
### 4. 키스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태준은 소주를 천천히 마셨다. 평소보다 술기운이 조금 올라왔지만, 정신이 흐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서하는 그에게 따뜻한 국물을 가져다주었다.
“이거 먹어요. 빈속에 술 마시지 말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많이 마시지 마요.”
“네.”
서하는 맞은편에 앉아 그를 바라봤다.
“태준 씨.”
“네.”
“아까 하려던 말, 아직 안 했잖아요.”
태준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이요?”
“저 때문에 고민이 많다면서요.”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결국 웃었다.
“……맞습니다. 아직 못 했네요.”
태준은 잔을 내려놓았다.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서하를 바라봤다.
“서하 씨.”
“네.”
“저 지금 조금 취했습니다.”
서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알아요. 그래서 그만 마시라고 했잖아요.”
“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태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 술 때문만은 아닙니다.”
서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태준은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저는 지금 서하 씨에게 키스하고 싶습니다.”
순간.
가게 안의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서하의 눈이 커졌다.
손에 들고 있던 컵이 테이블에 살짝 부딪혔다.
“……네?”
태준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서하 씨에게 입을 맞추고 싶습니다.”
서하는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는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걸까.
강태준이 자신에게 키스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한 얼굴로.
서하는 입술을 달싹였다.
“……태준 씨.”
“네.”
“지금 술 마셨잖아요.”
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래서 지금은 하지 않겠습니다.”
서하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태준은 잔을 테이블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술기운 때문에 용기를 낸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하 씨가 제 마음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제가 먼저 다가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는 작게 웃었다.
“제가 맨정신일 때 다시 물어볼게요.”
서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가 문 쪽으로 향하자 서하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안도감이 들었다.
동시에 아쉬웠다.
그가 자신에게 키스하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그가 그냥 돌아가는 게 조금 서운했다.
서하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태준 씨.”
태준이 멈춰 섰다.
“네?”
서하는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맨정신일 때도…… 정말 그러고 싶어요?”
태준의 표정이 멈췄다.
서하는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게…… 그냥 물어본 거예요.”
태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그녀에게 돌아섰다.
“네.”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진지했다.
“맨정신일 때도 그렇습니다.”
서하는 숨을 멈췄다.
태준은 한 걸음 다가오다가 멈췄다.
“하지만 서하 씨가 원하지 않으시면 하지 않을 겁니다.”
서하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대답을.
서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알겠어요.”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태준은 부드럽게 웃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사장님.”
“……태준 씨도요.”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딸랑.
문이 닫혔다.
서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미쳤나 봐.”
가슴이 너무 빨리 뛰었다.
그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저는 지금 서하 씨에게 키스하고 싶습니다.
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도 싫지는 않았는데.”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 역시 태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사실을.
### 5. 잠 못 드는 두 사람
그날 밤, 태준은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넥타이를 풀어 놓고 물을 한 잔 마셨다.
머리는 맑아지고 있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복잡했다.
“……내가 너무 빨랐나.”
그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서하가 놀란 표정을 지었을 때가 자꾸 떠올랐다.
혹시 부담스러웠던 걸까.
자신이 너무 성급했던 걸까.
태준은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메시지를 보낼까 하다가 멈췄다.
괜히 또 부담을 줄까 싶었다.
그때 도윤에게 전화가 왔다.
“대표님, 들어가셨습니까?”
“응.”
“오늘은 일찍 들어가셨네요.”
“……도윤아.”
“네.”
“나 오늘 사고 쳤다.”
도윤이 잠시 침묵했다.
“무슨 사고요?”
“서하 씨한테 키스하고 싶다고 했어.”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몇 초 뒤 도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술 마시고 말했어.”
“대표님.”
“알아. 내가 잘못했어.”
“아니요. 그게 아니라…….”
도윤은 헛기침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태준은 천장을 바라봤다.
“아무 일도 없었어. 술 마셨으니까 지금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
“잘하셨습니다.”
태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서하 씨가 물어봤어.”
“뭐라고요?”
“맨정신일 때도 정말 그러고 싶냐고.”
도윤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래서요?”
“그렇다고 했지.”
태준은 눈을 감았다.
“나 정말 그 사람에게 키스하고 싶어.”
도윤은 이번에는 장난치지 않았다.
“그럼 술기운 없이, 맨정신으로 다시 이야기하세요.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면서요.”
“…….”
“대표님이 기다려 주겠다고 하셨잖습니까.”
태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다릴 거야.”
전화를 끊은 뒤 태준은 창밖을 바라봤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것을 빠르게 얻어 왔다.
하지만 서하의 마음만큼은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다가와 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았다.
자신이 한 걸음씩 다가가면 됐다.
언젠가 그녀가 편안한 얼굴로 웃으며 자신의 손을 잡아 줄 때까지.
같은 시각, 서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이불을 끌어당겼다가 다시 걷어찼다.
“아, 진짜!”
베개를 끌어안고 몸을 뒤척였다.
태준이 했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저는 지금 서하 씨에게 키스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떻게 그런 말을 그렇게 해…….”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 말이 싫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것.
그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것.
서하는 이불 속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나 진짜 좋아하나 봐.”
이번에는 부정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많이 좋아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태준과의 대화창을 열었다.
마지막 메시지는 저녁에 나눈 짧은 대화였다.
서하는 한참 동안 입력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