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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빈 별관의 불

지은이 외인 · 2026-10-19

그레고르: 환기를 시키느라 가끔 불을 땝니다. 습기가 차면 벽지가 상하니까요.

그레고르의 대답은 한 박자 늦게 나왔다.

레티시아는 별관을 다시 봤다. 덧문이 전부 닫혀 있었다. 환기를 하려면 창부터 열어야 했다.

레티시아: 그렇군요.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쪽이 더 많은 것을 알려 줄 때가 있었다.

보리스는 다음 날 쫓겨났다.

공작은 레티시아의 첫 주간 보고를 듣다가 세 번 책상을 쳤다. 한 번은 얼음 크기에, 한 번은 칠 년이라는 말에, 마지막 한 번은 딸이 줄자로 그걸 재 냈다는 대목에서였다. 마지막 건 화가 아니라 감격이었다.

오스윈: 새 얼음 장수는 레티가 직접 골라라.

레티시아: 그건 그레고르가 할 거예요. 저는 줄자만 빌려줄게요.

문가에 서 있던 그레고르가 아주 조금 고개를 숙였다.

그날 오후, 레티시아는 장부에서 별관을 찾았다.

'별관 관리비.' 달마다 있었다. 장작 두 수레, 양초 한 상자, 세탁비. 열두 달 내내.

칠월에도 장작 두 수레였다.

한여름에 장작을 때는 빈집은 없다. 레티시아는 전년도 장부를 가져오게 해서 넘겨 봤다. 그 전해도, 그 전전해도 같았다. 장부 상자를 몇 개 더 열었다. 십 년 전부터 줄 하나가 바뀌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레티시아: 니나야. 별관에 대해 아는 거 있니?

니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니나: 거긴 들어가면 안 돼요, 아가씨. 선대 마님 유령이 나온대요.

레티시아: 유령?

니나: 밤에 불빛이 보인대요. 노랫소리도 들린대요. 마구간 아이들은 그 앞을 지날 때 눈을 감고 뛰어요.

레티시아는 장부를 덮었다.

유령은 장작을 두 수레씩 때지 않는다. 노래는 부를지 몰라도.

밤 열 시. 레티시아는 니나와 함께 본관을 빠져나왔다.

정원 보행은 4단계로 허가받은 일이었다. 밤에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일정표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가 직접 쓴 일정표였으니 확실했다.

니나는 등잔을 들고 레티시아의 소매를 꼭 붙잡았다.

니나: 아가씨, 진짜 유령이면요...

레티시아: 그럼 장작값을 받아 내야지. 십 년 치.

본관과 별관을 잇는 회랑 문은 잠겨 있었다. 레티시아는 별관을 빙 돌았다. 뒤편은 주방 텃밭과 맞닿아 있었다.

거기에 길이 있었다.

잔디가 한 줄로 닳아 맨흙이 드러난 길. 텃밭 쪽 쪽문에서 별관 뒷문까지, 똑바로 이어져 있었다. 한두 번 오간 자국이 아니었다. 매일, 몇 년을 오간 발자국이었다.

뒷문 옆에는 빈 바구니가 하나 놓여 있었다. 바구니 바닥에 행주가 깔려 있었고, 그 행주에서 냄새가 났다.

레티시아는 그 냄새를 알았다.

마늘을 한 줌 넣고 오래 곤 닭고기 수프. 월계수 잎, 마지막에 리크.

그녀가 마르타에게 가르쳐 준, 이 세계에 단 하나뿐인 레시피였다.

레티시아: 니나야. 이거 무슨 냄새 같니?

니나가 코를 킁킁거리더니 눈을 크게 떴다.

니나: 아가씨 수프요...

유령이 마르타의 수프를 먹을 리는 없었다.

뒷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복도 끝 방문 아래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소리가 들렸다.

장작 타는 소리. 카드 패를 내려놓는 소리. 누군가의 마른기침.

그리고 노랫소리. 낮고 갈라진 여자 목소리가 자장가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니나가 숨을 들이켰다. 레티시아의 소매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레티시아는 그 노래를 들으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듣는 노래였다. 그런데 몸이 알았다. 식기를 쥐는 법이나 피아노 건반처럼, 이 몸 어딘가에 그 가락이 새겨져 있었다. 목덜미가 저릿했다.

그녀는 방문 앞에 섰다.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노래가 뚝 끊겼다.

오토: ...그레고르인가? 오늘은 일찍 왔구먼.

남자 목소리였다. 레티시아는 대답 대신 문을 열었다.

방은 작고 따뜻했다. 벽난로에 불이 타고 있었다. 그 앞에 늙은이 셋이 있었다.

한쪽 다리가 무릎 아래로 없는 노인이 탁자에서 카드를 쥐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등이 굽은 노인이 패를 내려놓다 멈춘 채였다. 안쪽 침대에는 누군가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그리고 벽난로 옆 흔들의자에, 숄을 두른 노파가 뜨개질감을 무릎에 놓고 앉아 있었다.

방 안의 모든 눈이 문가를 향했다.

노파가 천천히 일어섰다. 뜨개바늘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레티시아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봤다. 땋아 내린 머리를, 지팡이 없이 선 두 다리를.

노파의 입술이 떨렸다.

베르타: ...레티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