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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3話。彼氏の条件

作 루시엘 · 2026-10-26

4화. 질투라는 이름의 감정

서울로 돌아온 월요일 아침.

윤하니는 출근길 내내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정확히 말하면, 휴대전화 화면에 떠 있는 사진 한 장을.

강릉 바다 앞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흩날리고, 한 손으로 머리를 붙잡은 채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

언제 찍힌 건지 몰랐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사진 속 자신의 표정이 낯설 만큼 편안했다.

마치 아무런 걱정도 없는 사람처럼.

하니는 사진을 확대했다가 다시 줄였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잘 찍긴 했네…….”

사진을 찍은 사람은 서도혁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업무용 사진 하나쯤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진만큼은 지우고 싶지 않았다.

계약 연애를 시작한 지 고작 며칠.

그런데 벌써 그 남자가 찍어 준 사진을 들여다보며 혼자 웃고 있다니.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건 진짜 연애가 아니었다.

월 삼백만 원의 추가 보수와 계약 종료 시 지급되는 오백만 원.

그 돈을 받는 대신 서도혁의 여자친구 역할을 해 주기로 한 것뿐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윤하니. 정신 차려.”

하니는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

그 순간 화면이 다시 켜졌다.

서도혁

출근하면 제 방으로 오세요.

하니는 눈을 깜빡였다.

“아침부터 왜…….”

잠시 뒤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커피는 마시지 말고 오세요. 같이 내려가겠습니다.

하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같이 내려가다니.

커피를?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니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

네, 대표님.

보내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

계약상으로는 여자친구인데, 회사에서는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았다. 그렇다고 사적인 자리에서도 꼬박꼬박 대표님이라고 부르면 이상할 것 같았다.

하지만 서도혁이라는 남자는 호칭 하나에도 괜히 신경 쓰이는 사람이었다.

하니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밝게 인사한 그녀에게 직원들이 웃으며 답했다.

하니는 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았다.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확인하려는데, 비서실 직원이 다가왔다.

“윤하니 씨,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네!”

하니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표실 문을 두드리자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 서도혁은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짙은 색 정장에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 언제나처럼 흐트러진 곳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하니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서류를 덮었다.

“왔습니까?”

“네. 무슨 일이세요?”

“커피 마시러 가죠.”

“……네?”

하니는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도혁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못 들었습니까?”

“아니요. 들었는데요. 갑자기 커피를 마시자고 하셔서요.”

“커피를 마시는 데도 이유가 필요합니까?”

“대표님이랑 마시는 거잖아요.”

“그게 문제입니까?”

하니는 입을 다물었다.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 남자는 가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아니요. 문제는 아닌데…….”

“그럼 갑시다.”

도혁은 먼저 문을 열었다.

하니는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침묵이 흘렀다.

하니는 숫자가 바뀌는 표시등만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대표님.”

“말하세요.”

“저번에 강릉에서 찍은 사진이요.”

도혁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사진?”

“바다 앞에서 제 사진 찍으셨잖아요.”

“아.”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왜요?”

“그거…… 왜 찍으셨어요?”

“웃고 있길래요.”

“네?”

“보기 좋았습니다.”

순간 하니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도혁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하니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다가 허둥지둥 뒤따라갔다.

보기 좋았다고?

그냥 웃고 있는 게?

그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니는 뜨거워진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했다.

‘아니야. 윤하니. 착각하지 마.’

계약 연애를 하는 남자가 여자친구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그 정도 말도 못 하겠는가.

당연히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그런데 문제는 서도혁의 표정이었다.

그는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마치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위험한 말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때였다.

하니가 사무실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안내 데스크에서 연락이 왔다.

“윤하니 씨, 손님이 찾아오셨는데요.”

“저요?”

“네. 최민석 씨라고 하시는데요.”

하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민석 오빠?”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최민석.

하니가 힘들 때마다 가장 먼저 연락하는 사람.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 온 그는 하니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을 때조차 그 뒤에 숨은 마음을 알아채곤 했다.

하니가 안내 데스크로 향하자 민석이 손을 흔들었다.

“윤하니!”

“오빠!”

하니는 반갑게 웃으며 다가갔다.

민석은 그녀를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미간을 좁혔다.

“너 얼굴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

“내 얼굴이 원래 이랬거든?”

“거짓말하지 마. 밥은 먹고 다녀?”

“먹지.”

“뭘 먹었는데?”

“……빵.”

민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그는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네가 좋아하는 샌드위치. 아침도 제대로 안 먹었을 것 같아서 사 왔어.”

하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진짜? 오빠 최고!”

“알면 좀 잘해.”

하니는 봉투를 받아 들고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

서도혁이었다.

그는 비서에게 전달받을 서류가 있어 대표실에서 나왔다가 두 사람을 발견했다.

하니가 저렇게 웃는 모습은 익숙했다.

강릉에서도 그랬다.

바다를 바라볼 때도, 빵을 먹을 때도, 사소한 이야기를 할 때도.

하지만 지금 그녀의 웃음은 조금 달랐다.

더 자연스러웠고, 더 편안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어 온 사람 앞에서만 보여 줄 수 있는 표정 같았다.

민석이 하니의 머리 위에 붙은 작은 종잇조각을 떼어 주었다.

“뭐야. 머리에 이거 붙이고 다녔어?”

“어디? 언제 붙었지?”

“아까부터 그랬나 보지.”

두 사람은 웃었다.

그 순간 도혁의 걸음이 멈췄다.

이상했다.

저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하니와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는지, 왜 저렇게 자연스럽게 그녀를 챙기는지, 하니는 왜 자신과 있을 때보다 훨씬 편안하게 웃는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도혁은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윤하니 씨.”

하니가 돌아봤다.

“아, 대표님!”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도혁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민석에게 향했던 밝은 웃음은 사라지고, 대신 조금 긴장한 표정이 자리 잡았다.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도혁은 민석을 바라봤다.

“두 분은 무슨 사이입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하니가 눈을 깜빡였다.

“네?”

민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최민석입니다. 하니랑 오래된 친구예요.”

“오래된 친구라.”

도혁은 천천히 그 말을 되뇌었다.

“얼마나 오래됐습니까?”

“거의 십 년이요.”

“십 년…….”

도혁의 시선이 다시 하니에게 향했다.

“가까운 사이인가 보군요.”

하니는 어색하게 웃었다.

“네. 제일 친한 친구예요.”

그 말이 끝나자 도혁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제일 친한 친구.

그렇다면 자신은 무엇인가.

계약서에 적힌 남자친구?

가족 앞에서만 연인인 척하는 사람?

그 이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관계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말이 귀에 거슬렸다.

“업무 시간입니다.”

도혁이 말했다.

“사적인 방문은 점심시간에 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차가웠다.

하니는 당황한 얼굴로 민석을 바라봤다.

“미안해, 오빠.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민석은 잠시 도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밥 꼭 먹고. 알았지?”

“응!”

민석은 돌아서면서도 하니를 한 번 더 살폈다.

그리고 도혁과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민석은 알아차렸다.

저 남자는 단순히 직원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상사의 표정이 아니었다.

하니를 바라보는 눈빛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민석은 아무 말 없이 건물을 나섰다.

민석이 떠난 뒤.

하니는 대표실로 불려 갔다.

문이 닫히자 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분과 자주 만납니까?”

하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민석 오빠요?”

“네.”

“친구니까요. 가끔 만나죠.”

“가끔?”

“……그런데 왜 물어보세요?”

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니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까 제가 친구를 만난 게 불편하셨어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럼요?”

“회사에서 업무와 사생활은 구분하는 게 좋겠다는 뜻입니다.”

“점심시간에 잠깐 온 건데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하니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묻어났다.

도혁은 그제야 그녀를 제대로 바라봤다.

“제가 무례했습니까?”

“조금요.”

하니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민석 오빠는 제가 힘들 때마다 옆에 있어 준 사람이에요. 제가 일자리를 잃었을 때도 도와줬고, 제가 괜찮은 척할 때도 제일 먼저 알아봐 줬어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니까…… 대표님이 제 친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는 건 이해하지만, 적어도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도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하니는 그 말을 하면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이 계약서에 적힌 남자친구라는 사실을 잊은 걸까.

아니면 애초에 그에게는 그런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도혁은 낮게 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네?”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최민석 씨에게 무례하게 대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사과였다.

하니는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니에요. 저한테 사과하셔도 돼요.”

“이미 사과했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도혁은 책상 위에 놓인 종이봉투를 바라봤다.

민석이 가져온 샌드위치였다.

“그건 먹었습니까?”

“아직요.”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먹으세요.”

“대표님은요?”

“저는 괜찮습니다.”

하니는 그를 빤히 바라봤다.

“대표님도 밥 좀 잘 챙겨 드세요.”

도혁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제가요?”

“네. 맨날 괜찮다고만 하시잖아요. 밥도 제대로 안 드시는 것 같고.”

“제가 밥을 먹는지 안 먹는지 관심이 있습니까?”

하니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왜 질문을 그렇게 하는 걸까.

“……직장 상사니까요.”

“그렇습니까.”

도혁은 고개를 돌렸다.

이상하게도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기대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나가 보세요. 오후 업무는 천천히 확인하면 됩니다.”

“네, 대표님.”

하니가 돌아서서 문을 열었다.

“윤하니 씨.”

그녀가 다시 돌아봤다.

“네?”

도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오늘 퇴근 후에 시간 있습니까?”

“오늘이요?”

“계약상 필요한 일정이 있습니다.”

그제야 하니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괜찮아요.”

“일곱 시에 기다리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돼요?”

“제가 데리러 가겠습니다.”

하니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알겠어요.”

문이 닫혔다.

도혁은 한동안 그 문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계약상 필요한 일정이라…….”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처럼 들렸다.

저녁 일곱 시.

하니는 회사 건물 앞에서 서도혁을 기다렸다.

검은색 승용차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도혁은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

“타세요.”

“오늘은 어디 가는데요?”

“저녁 먹으러 갑니다.”

“또 가족 모임이에요?”

“아닙니다.”

그는 잠시 하니를 바라보다가 덧붙였다.

“당신이 좋아하는 걸 먹으러 갈 겁니다.”

하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아세요?”

“크림치즈 허니 토스트.”

“……그걸 기억하세요?”

“한 번 들은 말은 잘 잊지 않습니다.”

도혁은 차에 올라탔다.

하니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슴 한쪽이 간질거렸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토스트.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할 때마다 하니는 조금 부끄러웠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간식일 테지만, 자신에게는 오래된 그리움이 담긴 음식이었으니까.

그런데 서도혁은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하니는 조용히 조수석에 올라탔다.

차가 출발한 뒤에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하니였다.

“대표님.”

“네.”

“저한테 잘해 주시는 이유가 뭐예요?”

도혁은 앞을 바라본 채 대답했다.

“계약 상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겁니다.”

“그렇구나.”

하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한테만 그러시는 건 아니겠네요.”

도혁의 손이 핸들 위에서 잠깐 멈췄다.

“무슨 뜻입니까?”

“계약 상대니까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똑같이 하셨을 거잖아요.”

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었어도?

정말 그랬을까.

처음부터 계약 연애라는 선택지를 제시할 생각이었다면, 누구든 조건만 맞는 사람을 찾으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사람 중 윤하니를 선택했다.

비 오는 날 부딪쳤던 여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하던 여자.

돈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기준만큼은 끝까지 지키려 했던 여자.

그리고 바다 앞에서, 오랜만에 행복했다고 말하던 여자.

그녀가 아니었다면 계약을 제안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도혁은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럴 겁니다.”

그는 결국 그렇게 말했다.

하니는 작게 웃었다.

“네. 알겠어요.”

그 웃음이 왜인지 씁쓸해 보였다.

도혁은 그 표정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먼저 선을 그어 놓고, 그녀가 그 선을 지키자 서운해하는 꼴이었다.

우스웠다.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조용한 골목 안에 자리한 작은 카페였다.

화려한 레스토랑도, 예약이 필요한 고급 식당도 아니었다.

나무로 된 문과 따뜻한 조명,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들.

문을 열자 고소한 빵 냄새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하니의 눈이 반짝였다.

“여기 너무 예뻐요.”

“마음에 듭니까?”

“네!”

하니는 안으로 들어가 메뉴판을 살폈다.

크림치즈 허니 토스트.

따뜻한 빵 위에 부드러운 크림치즈를 바르고 꿀을 얇게 두른 메뉴였다.

하니는 메뉴판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거 먹어도 돼요?”

“당신이 먹고 싶은 걸 먹으러 온 겁니다.”

“그럼 이거요!”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도혁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 알아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기뻤다.

이런 감정은 오랜만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고르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일.

그는 한동안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묻는 것조차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알아 갈수록, 잃었을 때 견뎌야 할 것도 많아진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대표님?”

하니가 그를 불렀다.

“왜 이렇게 멍하니 계세요?”

도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시 후 토스트가 나왔다.

하니는 포크를 들었다가 도혁을 바라봤다.

“같이 먹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또 괜찮다고 하신다.”

그녀는 작게 웃으며 토스트 한 조각을 그의 접시에 놓았다.

“같이 먹으려고 시킨 거예요.”

도혁은 접시를 내려다봤다.

“저는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 입만 드셔 보세요.”

“윤하니 씨.”

“네?”

“저는 아이가 아닙니다.”

“알아요. 그래서 한 입만 드시라는 거예요.”

하니가 웃었다.

도혁은 결국 포크를 들었다.

크림치즈의 부드러운 맛과 꿀의 달콤함이 입안에 퍼졌다.

그 순간,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작은 주방.

따뜻한 오후 햇살.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며 웃던 한 여자.

도혁아, 오늘도 고생했어.

그 목소리는 너무 선명해서, 순간 숨이 막혔다.

도혁의 손이 멈췄다.

하니가 눈치를 챘다.

“맛없어요?”

“아닙니다.”

“그런데 표정이…….”

“괜찮습니다.”

또 그 말이었다.

하니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대표님은 괜찮다는 말을 참 많이 하시네요.”

도혁은 그녀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