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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큐

作 アンサンブル

제2부 기준의 충돌

제5화. 첫 공부터 흔들리는 사람

토요일 오후 두 시.

태성당구장에는 평소보다 일찍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벽에 붙은 친선대회 참가자 명단에는 여덟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민호는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큐 가방을 내려놓았다.

대회라고 해 봐야 동네 당구장에서 여는 친선경기였다.

상금도 없고,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는

태성이 준비한 작은 트로피와 참가자들의 축하 정도였다.

그런데도 민호는 평소 연습하러 올 때와는 다른 긴장감을 느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 며칠 동안 그는 대회에서 어떤 공을 만나게 될지 상상했다.

잘 치던 공을 놓쳤을 때 어떻게 마음을 추스를지,

상대가 연속 득점을 할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마지막 한 점이 남았을 때 평소처럼 판단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당구장에 들어서니

그런 준비가 별 소용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는 머릿속에서 치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공이 놓여야 했고, 큐를 잡아야 했고, 자신의 차례가 돌아와야 했다.

“민호 씨, 벌써부터 표정이 심각하네요.”

태성이 다가오며 말했다.

“생각보다 긴장됩니다.”

“아직 경기 시작도 안 했는데요?”

“시작하기 전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태성이 웃었다.

“그럼 시작하면 좀 나아질 수도 있겠네요.”

“반대일 수도 있죠.”

“그건 직접 확인해 봐야죠.”

민호는 피식 웃었다.

태성의 말은 별다른 위로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부담이 없었다.

긴장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긴장하는 자신이 잘못된 것 같았다.

하지만 긴장하는 것도 경기의 일부라면, 굳이 없애려고 애쓸 필요는 없었다.

그는 큐를 꺼내 초크를 발랐다.

오늘은 자신의 긴장까지 포함해서 경기를 해 볼 생각이었다.

***

경기 시작 전, 태성은 참가자 여덟 명을 모아 안내문을 다시 확인했다.

“오늘은 미리 정한 점수 조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합니다.

경기 도중에 목표 점수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득점이나 파울에 이견이 있으면 먼저 서로 확인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저를 부르세요.

그리고 상대가 초보자든 숙련자든 자기 차례에는 최선을 다해 치는 겁니다.

그게 친선대회라고 생각합니다.”

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철은 참가자들을 한 번 둘러본 뒤 말했다.

“경기 결과에 불만이 생길 수도 있겠죠.

그럴 때 기준부터 탓하기 전에 자신이 놓친 공도 돌아봅시다.

반대로 기준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건 대회가 끝난 뒤 이야기하면 되고요.”

인수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다들 시작하기도 전에 반성할 준비부터 하는군요.”

“지는 사람이 반성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재식이 되물었다.

“아니요. 이기는 사람도 반성해야죠. 이겼다고 다 잘 친 건 아니니까.”

인수의 대답에 몇 사람이 웃었다.

민호는 그 대화를 들으며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다들 진지했지만, 그렇다고 대회 자체를 무겁게 만들지는 않았다.

태성이 대진표를 공개했다.

첫 경기에서는 성철과 정호가 맞붙었다.

다음은 민호와 인수였다.

재식은 다른 참가자와 경기를 치르고, 나머지 두 사람도 차례로 당구대에 섰다.

대회는 단판으로 끝나는 토너먼트 방식이었다.

이긴 사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고, 진 사람은 탈락했다.

점수 조정은 사전에 정한 목표 점수에만 적용되었다.

경기 도중 상대의 점수를 따라잡기 위해 조건을 바꾸는 일은 없었다.

정호는 대진표를 확인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첫 경기가 저네요.”

성철이 큐를 들며 말했다.

“준비됐습니까?”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준비가 됐는지 확인해 봅시다.”

두 사람은 당구대 양쪽에 섰다.

“열심히 치겠습니다.”

“열심히 치겠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뱅킹이 시작됐다.

***

정호는 초구를 앞두고 평소보다 오래 공을 살폈다.

수구와 제1적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제2적구까지 연결할 경로를 생각했다.

연습할 때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

큐를 잡은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다.

그는 큐를 내려놓고 손바닥을 바지에 가볍게 문질렀다.

다시 자세를 잡았다.

첫 번째 쿠션을 맞고 돌아온 수구는 제1적구를 스쳤지만, 제2적구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정호의 어깨가 내려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구경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누가 웃거나 고개를 젓는 것은 아니었다.

성철은 다음 공을 살피고 있었고,

민호는 당구대 옆에서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호는 방금 실수가 자신에게만 크게 보이는 것 같았다.

성철은 차례가 돌아오자 별다른 동작 없이 공을 살폈다.

잠시 뒤 큐를 내밀었고, 수구는 세 번의 쿠션을 거쳐 두 목적구를 차례로 맞혔다.

득점이었다.

정호는 큐 끝에 초크를 문지르며 그 공을 떠올렸다.

자신도 비슷한 공을 연습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성철은 수구가 첫 번째 목적구를 맞힌 뒤

어느 방향으로 진행할지까지 고려해 속도를 정한 듯했다.

그는 조금 전 자신의 샷과 성철의 샷이 무엇이 달랐는지 생각했다.

단순히 성철이 더 잘 쳤다는 말로 끝내면 배울 것이 없었다.

경기가 이어졌다.

성철은 무리한 공격을 하지 않았다.

득점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공에서는 자신이 익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경로를 택했다.

때로는 그 선택이 득점으로 이어졌고, 때로는 수구가 예상보다 짧게 멈췄다.

정호도 기회가 올 때마다 진지하게 시도했다.

연습 때보다 큐의 속도가 빨라지는 순간이 있었고,

반대로 지나치게 조심하다가 수구를 목적구에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차례 정호가 어려운 옆돌리기에 성공하자

구경하던 인수가 가볍게 큐에 초크를 두드렸다.

“좋은 공이네요.”

정호는 놀란 듯 웃었다.

그 짧은 반응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다음 차례에는 평소 연습하던 두께를 떠올리며 공을 쳤다.

이번에는 득점하지 못했지만,

수구의 진행 방향은 자신이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는 성철의 승리로 끝났다.

정호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처음처럼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성철이 먼저 인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생각보다 많이 서둘렀네요.”

정호가 말했다.

성철은 잠시 그를 보다가 대답했다.

“서두른 공도 있었고, 너무 조심한 공도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그 공은 처음 생각한 경로를 끝까지 믿지 못한 것 같더군요.”

정호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보였습니까?”

“큐를 잡았다가 다시 놓는 걸 봤습니다.

공을 다시 살피는 건 좋은데,

처음 판단이 왜 바뀌었는지 자신도 모른 채

자세만 여러 번 잡으면 더 흔들릴 수 있어요.”

정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패배했지만, 다음 연습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는 조금 분명해졌다.

민호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경기에서 지는 일과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일은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패배한 사람에게 무조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정호에게 오늘 경기가 도움이 되려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그것은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었다.

***

두 번째 경기에서 민호는 인수를 만났다.

며칠 전 연습 경기에서 인수에게 패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민호는 이번에는 조금 더 침착하게 치고 싶었다.

하지만 대진표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고,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는 평소에 하지 않던 생각까지 떠올랐다.

이번에는 이겨야 하지 않을까.

지난번에 졌으니 오늘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들자 그는 스스로에게 당황했다.

경기를 앞두고 마음을 다잡겠다고 했지만,

막상 승부가 눈앞에 놓이니 다시 결과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 뱅킹을 했다.

민호가 먼저 초구를 쳤다.

수구는 첫 번째 쿠션을 맞고 방향을 바꾸었다.

민호는 예상한 두께로 제1적구를 맞혔지만,

수구가 다음 쿠션을 돌아 나오는 속도가 충분하지 않았다.

제2적구를 맞히기 직전에 경로가 짧아졌다.

아깝게 놓친 공이었다.

민호는 큐를 들고 한 걸음 물러났다.

‘조금만 더 길게 보냈으면 됐을 텐데.’

그 생각이 들자마자 그는 입술을 다물었다.

조금만 더 길게 보냈으면 됐다는 것은 결과를 본 뒤에야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칠 때는 속도를 더 주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는 공이 멈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처음 판단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수구가 마지막 쿠션을 돌아 나오는 속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인수의 차례가 왔다.

인수는 잠시 공을 바라보다가 큐를 움직였다.

수구는 민호가 방금 놓친 공과 비슷한 경로를 따라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지막 쿠션을 돌아 나온 수구가

제1적구를 맞힌 뒤 제2적구까지 연결했다.

득점이었다.

민호는 무심코 큐에 초크를 가볍게 두드렸다.

“좋은 공입니다.”

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 한 점이 민호의 마음을 흔들었다.

같은 형태의 공이었다.

자신은 놓쳤고 인수는 성공했다.

그 사실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차이가 실력 전체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수가 더 정확하게 속도를 조절했을 수도 있고,

민호가 수구의 경로를 잘못 읽었을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민호는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평소보다 오래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도도 생각하고, 속도도 생각하고,

방금 놓친 공도 떠올리고, 상대의 득점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

생각이 많아진다고 판단이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큐를 내려놓았다.

당구대 옆으로 물러나 공의 배치를 처음부터 다시 살폈다.

이번에는 자신이 치려는 공 하나에만 집중했다.

수구가 어느 쿠션을 거쳐 목적구에 도달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두께가 필요한지,

자신이 실제로 구사할 수 있는 속도는 어느 정도인지 차례로 확인했다.

다시 자세를 잡았다.

큐가 수구를 밀어 보냈다.

수구는 세 번의 쿠션을 거쳐 두 목적구를 차례로 맞혔다.

득점이었다.

민호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방금 공이 들어갔다고 해서 긴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음 공에서도 실수할 수 있었다.

다만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분명히 정한 뒤 쳤다는 점은 만족스러웠다.

경기는 팽팽하게 이어졌다.

인수는 경험이 묻어나는 경로를 선택했고,

민호는 한 번씩 자신이 익숙한 공에서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민호가 두 점을 연속으로 놓치면서 흐름이 다시 인수 쪽으로 기울었다.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민호는 점수판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시야 한쪽에 점수가 들어왔다.

인수가 목표 점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번 공을 놓치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민호는 그 생각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았다.

대신 공의 위치를 살폈다.

어렵지만 시도할 수 있는 공이었다.

자신이 잘 구사하지 못하는 경로를 무리하게 선택하기보다,

성공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길을 택하기로 했다.

수구가 쿠션을 돌아 나왔다.

제1적구를 맞힌 뒤 제2적구로 향했다.

이번에는 득점하지 못했다.

수구가 제2적구를 비껴가며 멈췄다.

민호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곧바로 큐를 내려놓았다.

자신이 선택한 경로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다만 실제로는 두께가 조금 더 필요했거나

속도를 미세하게 조절했어야 했을 것이다.

인수가 다음 공에서 득점에 성공하면서 경기가 끝났다.

민호는 잠시 당구대를 바라보다가 인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공은 충분히 시도해 볼 만했어요.”

인수가 말했다.

민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실제로 치고 나니 제가 예상한 것보다 조금 얇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공이 나오면 확인해 보면 되겠죠.”

인수는 그렇게 말하고 큐를 정리했다.

민호는 이번에도 패배했다.

그러나 지난번과는 조금 달랐다.

단지 졌다는 사실보다

어떤 상황에서 판단이 흔들렸는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다음 경기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

민호가 물을 마시며 잠시 쉬고 있을 때 재식이 다가왔다.

“경기는 어땠습니까?”

“졌습니다.”

“그건 결과고요. 경기는 어땠느냐고 물었습니다.”

민호는 잠시 웃었다.

“중간에 점수판을 신경 쓰면서 판단이 흔들렸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경로를 선택하려고 했습니다.”

“그럼 얻은 게 있네요.”

“그렇다고 이길 수 있었던 경기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맞습니다. 이길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죠.

다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는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재식은 당구대를 바라보았다.

“저도 첫 경기에서 한 공을 놓쳤습니다.

평소라면 득점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공이었는데,

막상 경기에서는 수구가 예상보다 길게 나갔어요.

그다음 공에서 그 실수를 만회하려고 했더니 오히려 더 무리하게 됐습니다.”

민호는 조금 놀랐다.

재식은 늘 침착하게 경기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려운 공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고,

상대가 연속 득점을 해도 자신의 판단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재식 씨도 그런 경우가 있군요.”

“당연하죠. 저도 사람인데요.”

재식이 웃었다.

“다만 흔들리지 않는 것과 흔들려도 다시 돌아오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안 흔들릴 수는 없어요.

경기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하고, 예상하지 못한 공도 나옵니다.

그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겠죠.”

민호는 그 말을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

자신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회사에서도 그랬다.

오랫동안 책임감 있게 일해 왔으니 중요한 순간에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라면 답을 알고 있어야 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판단을 그르치지 않아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동안,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재식 씨는 오늘 우승할 자신 있습니까?”

민호가 물었다.

재식은 잠시 생각했다.

“자신은 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렇다고 우승한다고 확신하는 건 아닙니다.”

재식은 웃으며 덧붙였다.

“제가 잘 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결과를 미리 안다고 생각하는 건 다르니까요.”

민호도 웃었다.

재식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러 자리를 떠났다.

민호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감이란 반드시 결과를 확신하는 마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믿되,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결과까지 자기 뜻대로 될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

그 정도라면 자신도 배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대회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첫 경기에서 패한 정호는 탈락한 참가자들과 함께 다른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는 성철이 공을 치기 전에 잠시 멈추어

수구의 경로를 확인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인수는 어려운 공에서 익숙한 경로를 선택했다가 실패하기도 했지만,

다음에는 다른 방법을 시도해 득점을 올렸다.

성철은 상대의 연속 득점에 잠시 표정이 굳었지만,

큐를 잡기 전에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공을 살폈다.

재식은 한 번의 실수 뒤에 서두르지 않으려고 큐를 내려놓고 자세를 다시 잡았다.

누구도 완벽하게 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치는 사람도 없었다.

민호는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더 이상 계속 떠올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경기에서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많았다.

어떤 사람은 공을 읽는 능력이 좋았고,

어떤 사람은 어려운 공에서도 자신의 속도를 유지했다.

또 어떤 사람은 득점에 실패한 뒤 다음 공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실력은 하나의 능력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경로를 읽는 능력, 큐를 다루는 기술, 자신의 판단을 믿는 마음,

실수 뒤에 다시 집중하는 태도. 그 모든 것이 경기 안에서 조금씩 드러났다.

경기가 끝날 무렵 태성이 참가자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 첫 번째 대회를 치러 보니 어떻습니까?”

성철이 말했다.

“점수 조정 방식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됐습니다.

다만 참가자들의 실력을 정확히 반영했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태성이 답했다.

“오늘 결과만 보고 기준을 바꾸지는 않겠습니다.

기록을 모으고 다음 대회 전에 다시 검토하죠.”

정호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졌지만 참가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연습할 때는 몰랐던 문제가 경기에서 나왔어요.

다음에는 그 부분을 연습해 보려고 합니다.”

“좋습니다.”

태성이 웃었다.

“그럼 오늘 대회는 그걸로도 의미가 있었네요.”

재식은 아직 남아 있는 결승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우승을 원하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하지도 않았고, 이미 이긴 사람처럼 굴지도 않았다.

민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친선대회라고 해서 승부가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웠다.

문제는 그 마음 때문에 상대를 무시하거나, 자신의 실수를 외면하거나,

정해진 기준을 자기에게 유리할 때만 인정하는 것이었다.

경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결과에 매달리는 것은 달랐다.

민호는 큐 가방을 정리하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현우에게서 새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아빠, 다음 주에 그 교육기관에서 하루 실습을 해 볼 수 있대요.

일단 해 보고 결정하려고요.’

민호는 바로 답장을 썼다.

‘좋은 기회네. 직접 해 보면 더 분명해지는 게 있겠지.

다녀와서 네가 느낀 점도 이야기해 줘.’

이번에도 그는 어떤 선택이 옳은지 먼저 말하지 않았다.

현우가 실습을 마친 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아들이 무엇을 선택하든 자신이 모든 답을 대신 정해 줄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했다.

민호는 휴대전화를 넣고 당구장을 나섰다.

첫 번째 대회에서 그는 두 경기 모두 패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운 하루였다.

하지만 자신이 언제 흔들리고, 어떤 상황에서 서두르며,

실수 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조금 더 분명해졌다.

다음에 같은 상황이 찾아온다고 해서 반드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당구장 안에서는 아직 결승 경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공이 부딪히는 소리가 문밖으로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민호는 다시 걸었다.

첫 공부터 흔들리는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도 자기 공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가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는,

오늘보다 조금 더 일찍 그 사실을 떠올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