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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큐

作 アンサンブル

제2부 기준의 충돌

제4화. 기준을 정하는 사람들

토요일 친선대회까지 나흘이 남아 있었다.

태성당구장 벽에 붙은 참가자 명단 아래에는 새 종이가 한 장 더 붙었다.

대회 방식과 점수 조정 기준을 정리한 안내문이었다.

태성이 전날 저녁 단골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작성한 것이었다.

민호는 큐 가방을 내려놓기 전에 안내문부터 읽었다.

참가자는 여덟 명.

경기는 3쿠션 방식으로 진행하며,

각자 평소 실력과 최근 경기 기록을 참고해 정해진 목표 점수를 적용한다.

경기 도중에는 점수 조정을 바꾸지 않는다.

심판은 별도로 두지 않되,

득점과 파울에 관한 이견이 생기면 당사자끼리 먼저 확인하고

해결되지 않을 경우 태성이 판정을 돕는다.

민호는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

‘당사자끼리 먼저 확인하고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당연한 원칙 같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당연한 일이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단과 불리한 판단은 사람의 눈을 다르게 만들었다.

민호도 처음 당구를 배울 때는 자기 수구가 어디까지 움직였는지보다

득점에 성공했는지부터 확인하곤 했다.

“어때요? 빠진 것 있습니까?”

뒤에서 태성이 물었다.

“큰 틀에서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목표 점수를 정하는 기준이 조금 모호하네요.

평소 실력이라고 해도 최근에 잘 친 한 경기만 보면 다르게 평가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한 경기만 보지 않기로 했어요.

본인이 평소 치는 점수와 여기서 치른 경기 기록을 같이 보려고 합니다.”

“그럼 한동안 안 나오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한 사람은요?”

민호의 질문에 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경우도 있죠. 예전 실력이 지금 그대로 남아 있는 건 아니니까요.

반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짧은 기간에 실력이 늘 수 있고요.”

“결국 정확하게 재기는 어렵겠네요.”

“그렇다고 아무 기준도 없이 할 수는 없잖아요.

일단 정해 놓고, 문제가 있으면 다음 대회에서 고치는 거죠.”

민호는 안내문을 다시 보았다.

기준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준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만 기준이 만들어진 뒤에도 그것이 실제 상황에 맞는지 살펴야 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업무 평가 항목은 분명했지만,

같은 항목을 놓고도 부서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달랐다.

계획을 지키는 것을 우선하는 부서가 있었고,

중간에 변수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빠르게 대응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부서도 있었다.

그는 예전 같으면 어느 쪽이 옳은지부터 따졌을 것이다.

요즘은 먼저 그 기준이 무엇을 평가하려는 것인지 생각해 보려고 했다.

“참가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동의하는 절차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민호가 말했다.

태성은 안내문 아래쪽에 작은 글씨로 한 줄을 덧붙였다.

‘대회 시작 전 참가자 전원이 경기 방식과 점수 조정 기준을 확인한다.’

“이 정도면 되겠어요?”

“네. 적어도 나중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하는 사람은 없겠죠.”

태성이 웃었다.

“사람이 여덟이면 생각도 여덟 가지니까,

종이 한 장으로 끝날 거라고 기대하지는 맙시다.”

민호도 웃었다.

그 말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들렸다.

***

오후가 되자 재식이 당구장에 들어왔다.

안내문을 읽은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점수 조정이 들어가는군요.”

“친선대회니까요.

실력 차이가 너무 크면 초보자들은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수 있잖아요.”

태성이 말했다.

재식은 안내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 취지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점수 조정이 지나치면 경기 결과가 실제 실력과 다르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는 민호를 보았다.

“가령 평소 스무 점을 치는 사람과 서른 점을 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앞사람에게 유리하게 점수를 조정해서 두 사람이 비슷한 조건에서 경기한다고 해도,

그게 두 사람의 실력이 같다는 뜻은 아니죠.”

“그렇죠.”

민호가 대답했다.

“그런데 대회에서 이긴 사람이 나중에 자기가 더 잘 친다고 생각하면 곤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친선경기라도 경기 결과가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모두 기분 좋게 끝내는 행사가 아니라,

각자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재식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승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상대가 초보자라고 해서 대충 치지 않았고,

자신이 앞서 있다고 해서 쉬운 공을 가볍게 넘기지도 않았다.

재식에게 경기의 의미는 상대를 이기는 것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판단과 기술이 어느 정도 통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가 점수 조정에 반대하는 이유가 모두 옳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그럼 점수 조정 없이 치는 경기도 따로 두면 어떨까요?”

민호가 제안했다.

재식이 그를 바라보았다.

“예를 들면요?”

“이번 대회는 점수 조정을 적용해서 진행하고,

대회가 끝난 뒤 원하는 사람끼리 조정 없는 경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참가 기회를 넓히면서도

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경기할 수 있잖아요.”

“경기를 두 번씩 하자는 겁니까?”

“전원이 다 할 필요는 없겠죠. 시간과 체력이 되는 사람들끼리요.”

재식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민호는 그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살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동의하는지보다

제안 자체에 빠진 것이 없는지 먼저 생각하려고 했다.

점수 조정이 있는 경기와 없는 경기를 따로 두면 목적을 구분할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고,

점수 조정이 없는 경기만 진짜 승부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었다.

“저는 괜찮다고 봅니다.”

재식이 말했다.

“다만 이번 대회의 우승을 실력 순위처럼 이야기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정해진 조건에서 가장 좋은 경기를 한 사람이 우승하는 거니까요.”

“그건 맞습니다.” 태성이 동의했다.

“대회 안내에도 그렇게 적어 두죠.

그리고 조정 없는 경기는 대회가 끝난 뒤 희망자끼리 하는 걸로 하고요.”

민호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같은 제도를 놓고도 재식은 경기 결과의 의미를 걱정했고,

태성은 참여 기회와 운영의 현실성을 걱정했다.

둘 중 한 사람만 옳은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어느 한쪽의 기준을 모두에게 그대로 적용하려 할 때 생겼다.

***

저녁 무렵 정호가 도착했다.

그는 안내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내용을 읽었다.

“형님, 저도 참가할 수 있는 거죠?”

정호가 민호에게 물었다.

“명단에 이름 있잖아.”

“그렇긴 한데요.

점수 조정이 있어도 제가 너무 못 치면

다른 사람들 경기까지 망치는 것 아닌가 싶어서요.”

“왜 그렇게 생각해?”

“제가 아직 경기 중에 실수를 많이 하잖아요.

연습할 때는 들어가는 공도 시합만 하면 안 들어가고요.”

정호는 웃었지만, 웃음 뒤에는 걱정이 남아 있었다.

민호는 처음 당구장에 왔을 때를 떠올렸다.

재식과 처음 경기하던 날,

점수 차이가 벌어질수록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볼지 신경이 쓰였다.

공을 놓치면 실력 부족이 드러나는 것 같았고,

어렵게 득점하면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한 듯했다.

그때는 한 경기의 점수가 자신의 능력을 통째로 평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호 씨가 참가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 경기를 망치는 건 아니죠.

정해진 방식대로 경기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제가 너무 오래 걸리면요?”

“그건 경기 진행을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하면 될 문제예요.

다만 시간에 쫓겨서 무조건 빨리 치라는 뜻은 아니고요.

자기 차례에 공을 살펴보고, 필요한 판단을 한 뒤 치면 되는 거죠.”

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는 우승까지는 생각도 안 해요.

그냥 다른 사람들하고 경기해 보고 싶어요.

연습할 때는 제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것 같은데,

막상 점수가 걸리면 제가 뭘 못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럼 이번 대회에서 그걸 확인하면 되겠네요.”

민호가 말했다.

정호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때 성철이 들어왔다.

그는 두 사람이 안내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이야기들 합니까?”

정호가 먼저 대답했다.

“제가 대회에서 너무 느리게 치면 민폐가 될까 봐요.”

성철은 잠시 정호를 보았다.

“그런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대신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다른 사람 경기 보면서

다음에 어떻게 칠지 생각해 두면 좋겠죠.

차례가 왔을 때 처음부터 공을 살피느라 오래 걸리지 않게요.”

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철은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점수 조정이 있다고 해도 경기 자체가 쉬워지는 건 아닐 겁니다.

초보자에게 점수를 더 준다고 해서 공이 저절로 들어가는 건 아니니까요.”

말투는 담담했지만, 정호는 조금 굳은 표정을 지었다.

성철은 그 변화를 알아차린 듯 덧붙였다.

“그렇다고 참가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실제 경기에서 뭘 놓치는지 알아야 연습할 때도 달라지니까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호가 대답했다.

민호는 성철이 정호를 무시하려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끼어들어 설명하려다가 멈췄다.

정호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라면 굳이 대신 해석해 줄 필요는 없었다.

성철은 안내문을 다시 읽었다.

“그런데 점수 조정 기준은 누가 정했습니까?”

“태성 사장님하고 몇 사람이 초안을 만들었어요.

대회 전에 전원이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민호가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경기 시작 전에 한 번 더 이야기하죠.

나중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준부터 문제 삼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성철은 말을 마치고 빈 당구대로 향했다.

정호가 민호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성철 형님은 가끔 무섭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럴 때가 있지.”

민호는 무조건 성철을 두둔하지도,

정호의 말에 맞장구치며 성철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나쁜 뜻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겠지.

불편하게 들렸다면 다음에 직접 물어봐도 되고.”

정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그건 좀 어렵겠는데요.”

“나도 아직 어려워.”

민호가 솔직하게 말하자 정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

그날 저녁, 민호와 인수가 연습 경기를 했다.

대회에서 적용할 점수 조정 방식을 시험해 보기 위한 경기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평소 경기 기록을 바탕으로

정해진 목표 점수를 확인한 뒤 자리에 섰다.

경기 도중에는 어느 쪽이 불리하다고 느껴져도 목표 점수를 바꾸지 않기로 했다.

“열심히 치겠습니다.”

민호가 인사했다.

“열심히 치겠습니다.”

인수도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초구 치기에서 민호가 먼저 수구를 보냈다.

첫 번째 목적구와 제2적구의 위치는 나쁘지 않았지만,

수구가 세 번째 쿠션을 돌아 나오는 길에서 속도가 조금 빨랐다.

목적구를 맞히기는 했으나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민호는 큐를 내려놓으며 방금 친 공을 돌아보았다.

예전 같으면 첫 샷부터 실패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인수는 수구의 위치를 오래 살폈다.

그는 한 번 자세를 잡았다가 다시 일어섰다.

수구와 제1적구 사이의 두께를 확인하고,

쿠션을 돌아 나오는 경로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듯했다.

잠시 뒤 인수가 큐를 내밀었다.

수구는 첫 번째 쿠션을 맞고 두 번째 쿠션으로 향했다.

세 번째 쿠션을 돌아 나온 수구가 제1적구를 맞혔지만, 제2적구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인수는 혀를 차거나 아쉬운 표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공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조금 짧았네.”

민호는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인수는 다음 차례에도 비슷한 형태의 공을 만났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긴 경로를 선택했다.

수구는 쿠션을 돌아 제1적구를 맞힌 뒤 제2적구까지 연결했다.

“나이스 샷입니다.”

민호가 말했다.

인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득점이 이어지자 인수의 표정도 조금 편안해졌다.

하지만 다음 공에서는 익숙한 경로를 고집하다가 수구의 속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공은 목적구를 비껴갔다.

민호는 그 모습을 보며 인수가 예전에 당구를 쳤다는 사실과

지금의 경기력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경험은 남아 있었지만, 감각은 매번 실제 공을 통해 확인해야 했다.

경기는 중반을 지나면서 팽팽해졌다.

민호는 점수 조정 덕분에 목표 점수까지 남은 거리가 인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경기 내용을 똑같이 만들어 주지는 않았다.

인수는 어려운 공에서도 익숙한 경로를 찾아냈고,

민호는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공에서 두께를 잘못 계산했다.

점수판만 보면 두 사람은 비슷하게 가고 있었지만, 각자가 겪는 어려움은 달랐다.

민호의 차례가 왔다.

수구와 제1적구의 위치를 확인한 그는 앞돌리기를 생각했다.

각도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수구가 목적구를 맞힌 뒤 얼마나 더 진행할 것인가였다.

세게 치면 제1적구를 맞히더라도 제2적구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약하게 치면 첫 번째 쿠션을 돌아 나오는 길이 짧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민호는 자세를 잡았다가 일어섰다.

다시 공을 살펴보았다.

그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얇게 맞히고,

큐의 속도를 조금 줄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자세를 다시 잡은 뒤 큐를 내밀었다.

수구가 쿠션을 돌아 나왔다.

첫 번째 목적구를 맞힌 수구는 방향을 바꾸어 제2적구로 향했다.

득점이었다.

민호는 작은 숨을 내쉬었다.

크게 기뻐하지는 않았다.

그 공이 들어간 이유를 기억하고 싶었다.

처음 생각했던 경로를 무작정 밀어붙이지 않고,

자세를 풀어 다시 확인했다는 점이었다.

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본 게 좋았네요.

처음 생각한 대로만 쳤으면 속도가 조금 빨랐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다만 다시 봐도 확신이 있는 건 아니더군요.”

“당구가 늘 그렇죠. 확신이 생겨도 공이 다르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두 사람은 잠시 웃었다.

경기는 마지막까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결국 인수가 먼저 목표 점수에 도달했다.

민호는 패배를 아쉬워했지만,

경기 도중 점수 조정 기준에 대해 불만을 느끼지는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시작 전에 정한 조건을 알고 있었고,

경기 중에는 그 조건을 바꾸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민호가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에 그 앞돌리기는 좋았습니다.”

인수가 답했다.

민호는 그 칭찬을 듣고도 자신의 실력이 갑자기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한 공을 다시 살펴보고 선택을 바꾼 경험은

다음 경기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경기가 끝난 뒤 태성은 참가자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 연습 경기에서 점수 조정 방식을 시험해 봤습니다. 실제로 해 보니 어떻습니까?”

성철이 먼저 말했다.

“기준 자체는 괜찮습니다.

다만 목표 점수 차이가 실력 차이를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겠어요.

기록이 더 쌓여야 합니다.”

“맞습니다.”

태성이 대답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임시 기준으로 적용하고, 대회가 끝난 뒤 다시 검토하려고 합니다.”

재식도 의견을 보탰다.

“점수 조정이 있다고 해서 경기 결과가 실력 순위와 같지는 않다는 점을

참가자들이 알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결과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해진 조건에서 누가 더 좋은 경기를 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우승자를 정하되, 실력 순위를 매기는 대회처럼 홍보하지 않는 걸로 하죠.”

태성이 말했다.

정호는 한참 듣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점수 조정이 있어서 참가하기가 조금 편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점수를 더 받는다고 해서 제가 잘 치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이번에 다른 분들과 경기하면서 제가 어디서 흔들리는지 알고 싶습니다.”

성철이 정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좋은 기회가 되겠네요.

경기에서 실수했다고 너무 오래 마음에 담아 두지는 마세요.

다음 공은 또 다른 공이니까요.”

정호는 뜻밖이라는 듯 성철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네.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그 말로 모든 어색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로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민호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은 모두 공정한 경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함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조금씩 달랐다.

재식은 결과가 실력의 의미를 잃지 않기를 바랐다.

성철은 기준이 분명하고 일관되기를 원했다.

정호는 자신도 경기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랐다.

태성은 그 서로 다른 요구를 한자리에서 성립시키고 싶어 했다.

모두 같은 말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던 셈이다.

민호는 회사에서도 이런 장면을 많이 보았다.

같은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회사의 성과를 이야기했지만,

어떤 사람은 일정 준수를, 어떤 사람은 품질을,

어떤 사람은 비용 절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누구의 말이 더 옳은지 따지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지키려는지 알아야 했다.

그렇다고 모든 요구를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간과 비용에는 한계가 있었고, 대회 참가자도 여덟 명으로 정해져 있었다.

어떤 기준을 선택하면 누군가는 만족하고 누군가는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기준을 숨기지 않고 설명하며,

문제가 드러났을 때 고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일이었다.

***

당구장을 나서려던 민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현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아빠, 오늘 교육과정 수료한 선배 한 명을 더 만나 봤어요.

실제로 일해 보니까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직접 해 보기 전에는 잘 모를 것 같아요.’

민호는 메시지를 두 번 읽었다.

예전 같았으면 곧바로 장단점을 정리해 주었을 것이다.

취업 전망을 찾아보고, 관련 직종의 평균 근무 조건을 알아보고,

어떤 선택이 더 유리한지 설명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우는 지금 당장 결론을 내려 달라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알아본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민호는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 직접 알아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겠구나.

힘든 부분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고, 네가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

더 이야기하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전송 버튼을 누른 뒤 그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현우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아들이 선택한 길이 자신이 생각하는 길과 다를 수도 있었다.

그때 자신이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당장 답을 정해 줄 필요는 없었다.

민호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당구장을 나섰다.

토요일 대회에서 누가 우승할지는 알 수 없었다.

점수 조정이 경기의 긴장감을 얼마나 바꿀지도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참가자들이 같은 기준을 알고 시작한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 기준이 충분한지는 경기를 치른 뒤 다시 살펴보면 될 일이었다.

민호는 걸음을 옮기다 문득 생각했다.

사람들은 결과를 보고 기준이 공정했는지 판단하곤 했다.

하지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기준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모두가 만족했다고 해서 기준이 완벽한 것도 아니었다.

공정함은 한 번 정해 놓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다.

공을 치기 전에는 길을 살펴야 했다.

공이 지나간 뒤에는 실제로 어떤 길을 갔는지 확인해야 했다.

처음의 판단이 틀렸다면 인정하고 다음에는 다르게 시도해야 했다.

그것은 당구대 위에서만 필요한 태도가 아니었다.

토요일까지 사흘이 남아 있었다.

민호는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마음먹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고 대충 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하고, 그 판단에 따라 한 공씩 치는 것.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잘못 본 것이 있다면 다시 살펴보는 것.

이번에는 그것을 경기 안에서 실천해 보고 싶었다.

당구대는 하나였지만, 그 위에서 사람들이 지키려는 것은 서로 달랐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부터 비로소 같은 경기를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