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큐
作 アンサンブル
제2부 기준의 충돌
제2화. 같은 공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수요일 저녁, 민호는 퇴근하자마자 태성당구장으로 향했다.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일정 관리안이 최종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각 부서의 의견을 모아 수정한 기준은 큰 문제 없이 받아들여졌지만,
실제 업무에 적용하면서 조정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었다.
팀장은 민호에게 일정이 변경될 때마다 원인을 기록하고,
어떤 판단이 효과적이었는지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예전의 민호라면 그 말을 추가 업무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미 계획을 세웠는데 또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실제로 적용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만드는 것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이유를 확인하고 다음 판단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나았다.
물론 업무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퇴근 시간이 조금 늦어졌고, 집에 돌아가면 피곤했다.
그럼에도 민호는 당구장에 들르고 싶었다.
공을 치는 시간이 회사의 문제를 모두 잊게 해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당구장 문을 열자 안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성철과 정호가 나란히 서서 당구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재식이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지난번에 만난 박인수가 앉아 있었다.
인수는 큐 케이스를 옆에 놓고 당구대 위의 공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민호가 다가가자 인수가 먼저 인사했다.
“또 오셨네요.”
“네. 인수 씨도 자주 나오실 생각이십니까?”
“그러려고 합니다. 집에만 있자니 시간이 길더군요.
그렇다고 무작정 돌아다닐 수도 없고요.”
인수는 웃으며 당구대를 가리켰다.
“여기서는 공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민호는 그 말에 공감했다.
처음에는 공을 몇 번 치면 지루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공을 놓고도 생각할 것이 많았다.
같은 배치라도 어느 경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고,
득점에 성공한 뒤 수구가 어디에 멈추는지에 따라서 다음 공의 난도도 달라졌다.
정호가 민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오늘은 저랑 한 게임 하시겠습니까?”
“좋습니다. 요즘 연습은 어떠십니까?”
“아직 어렵습니다.
그래도 지난번에 배운 대로 한 가지씩 바꿔 가면서 쳐 보려고 합니다.
속도를 조절할 때와 두께를 바꿀 때를 구분해 보니까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은 그걸 실제 경기에서도 해 보시죠.”
정호가 웃었다.
“경기가 시작되면 연습할 때처럼 잘 안 되더라고요.”
민호도 웃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빈 당구대 쪽으로 이동했다.
“열심히 치겠습니다.”
서로 가볍게 인사한 뒤 뱅킹을 했다.
정호가 먼저 초구를 치게 되었다.
정호는 초구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수구가 제1적구를 맞힌 뒤 예상보다 짧게 멈췄다.
그는 곧바로 다음 공을 치려다가 잠시 멈추고 당구대 옆으로 이동했다.
민호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호는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 확인하려는 듯 공의 위치를 살폈다.
예전 같으면 실수한 뒤 서둘러 다음 공을 치려 했을 텐데,
이제는 적어도 한 번은 이유를 생각하려고 했다.
정호는 다음 공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속도를 조금 줄였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었습니까?”
민호가 묻자 정호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공을 맞히는 데만 신경 썼는데,
이번에는 수구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요.”
“그 차이를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민호는 자신의 차례를 준비했다.
첫 공은 무난하게 득점했다.
다음 공에서는 앞돌리기를 시도할 수 있었지만,
두께를 정확하게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민호는 잠시 각도를 살핀 뒤 자신이 익숙한 경로를 선택했다.
공은 제1적구를 맞혔지만 제2적구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민호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곧바로 공을 다시 놓고 연습하고 싶다는 생각을 억눌렀다.
지금은 정호와 경기를 하는 중이었다.
한 공을 놓쳤다고 해서 경기의 흐름을 모두 바꿀 필요는 없었다.
정호는 다음 차례에서 두 번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민호는 점수판을 바라보았다.
정호의 점수가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자신보다 초보인 상대와 경기할 때는
편하게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호가 조금씩 실력을 쌓으면서 그 생각은 더 이상 맞지 않았다.
정호는 아직 실수가 많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공에서는 진지하게 판단했다.
민호가 놓친 공을 정호가 득점하기도 했고,
민호가 쉽게 생각한 배치에서 정호가 더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민호는 다음 공을 앞에 두고 다시 각도를 살폈다.
이번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이 실행할 수 있는 경로를 선택했다.
수구는 제1적구를 맞힌 뒤 쿠션을 돌아 제2적구에 닿았다.
득점이었다.
민호는 기분이 좋았지만, 곧바로 다음 공을 살폈다.
정호는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큐를 잡았다.
한 공만 더 성공하면 점수 차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세를 잡았다가 풀었다.
다시 당구대 옆으로 이동해 공의 위치를 확인했다.
민호는 정호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득점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하던 동작도 어려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민호는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호가 자신의 판단으로 공을 선택하고 실행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정호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수구가 움직였지만 제2적구를 비켜 갔다.
정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 더 얇게 쳤어야 했나 봅니다.”
민호는 공을 살펴보았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다만 속도도 조금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공이 나오면 어느 쪽을 바꿔 볼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는 계속되었다.
민호가 이겼지만 점수 차는 크지 않았다.
정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민호 역시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공을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경기가 끝난 뒤 정호가 말했다.
“오늘은 졌지만 지난번보다 나아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예전에는 공을 놓치면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제가 무엇을 바꿔야 할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아직 잘 구분하지는 못하지만요.”
민호는 웃었다.
“저도 그걸 배우는 중입니다.”
그는 정호의 말을 듣고 자신이 처음 당구장에 왔던 날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득점에 성공하면 잘한 것이고, 실패하면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만으로 그 공을 전부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다.
정호가 실력을 쌓고 있다는 사실도 점수판만으로는 충분히 알 수 없었다.
***
두 사람이 당구대를 정리하고 있을 때, 다른 당구대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니, 그건 너무 돌아가는 거 아닙니까?”
민호가 돌아보았다.
인수와 성철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당구대 위의 공을 살펴보며 어떤 경로를 선택할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성철이 당구대 옆에 서서 말했다.
“제 생각에는 이쪽으로 가는 게 더 안정적입니다.
저쪽은 두께를 조금만 잘못 맞춰도 제2적구를 놓칠 수 있겠는데요.”
인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다른 쪽을 가리켰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으로 가면 수구가 너무 길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반대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성철이 다시 말했다.
“그렇지만 그쪽은 성공 가능성이 낮지 않습니까?”
인수는 잠시 공을 바라보았다.
“성공 가능성만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실제로 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성철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다만 표정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다.
재식이 다가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두 분 다 이유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까지 봐야 알겠지요.”
성철이 재식에게 물었다.
“재식 씨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재식은 당구대 옆으로 이동해 공을 살폈다.
“저라면 이쪽을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다만 인수 씨가 말씀하신 경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 스트로크로는 조금 까다로울 수 있지만, 인수 씨에게는 더 익숙할 수 있으니까요.”
성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직접 쳐 보면 되겠군요.”
인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가장 확실하겠지요.”
민호는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같은 공을 두고 세 사람이 서로 다른 판단을 했다.
누구도 무작정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지 않았고,
상대의 판단을 완전히 틀렸다고 단정하지도 않았다.
민호는 그 차이가 흥미로웠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각 부서는 자신의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했고,
민호는 전체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했다.
누군가의 의견이 틀렸다기보다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이 달랐던 경우도 많았다.
당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각도가 좋아 보이는 길이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익숙한 경로가 다른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었다.
반대로 어렵게 보이는 길이 어떤 선수에게는 가장 확실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호는 한 가지를 더 생각했다.
각자의 이유가 있다고 해서 모든 판단이 똑같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공을 쳐 보고 결과를 확인해야 했다.
자신의 선택이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 살펴야 했고,
다른 사람의 선택이 성공했다면 그 이유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는 당구대 위의 공을 바라보았다.
같은 공을 다르게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판단을 어떻게 확인하고 받아들이느냐였다.
***
잠시 뒤 인수와 성철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성철은 먼저 초구를 쳤다.
첫 공은 득점에 성공했지만, 이어진 공에서는 수구가 예상보다 길게 움직였다.
성철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공을 다시 살펴본 뒤 다음 차례를 준비했다.
인수는 첫 기회에서 자신이 앞서 이야기했던 경로를 선택했다.
수구가 제1적구를 맞힌 뒤 쿠션으로 향했다.
각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속도가 부족해 제2적구를 비켜 갔다.
성철이 조용히 말했다.
“조금 짧았네요.”
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했던 것보다 수구가 덜 움직였습니다.”
그는 공의 위치를 살펴본 뒤 큐를 내려놓았다.
민호는 인수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인수는 자신에게 익숙한 경로를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실행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선택이 반드시 잘못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경기 중에는 여러 변수가 있었다.
예상한 속도를 맞추지 못했을 수도 있고, 두께가 조금 달랐을 수도 있었다.
같은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실행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성철은 다음 공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공에서도 좋은 위치를 만들었다.
인수는 잠시 당구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번에는 제가 생각했던 길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성철이 웃으며 물었다.
“그럼 다른 길로 가시겠습니까?”
“네. 방금 공을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경로보다 반대쪽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인수는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수구가 예상한 경로로 움직였다.
제1적구를 맞힌 뒤 쿠션을 돌아 제2적구에 닿았다.
득점이었다.
성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잘 맞았네요.”
인수는 웃었다.
“공이 제 말을 들어 줬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민호도 미소를 지었다.
인수는 처음 생각했던 경로를 고집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첫 번째 선택이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당구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공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음 선택을 바꾸었다.
민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배워야 할 점을 발견했다.
판단은 한 번 내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달랐다.
경기는 계속되었다.
성철은 안정적인 경로를 선호했고,
인수는 자신이 익숙하게 실행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두 사람의 경기 방식은 달랐지만,
둘 다 매번 공의 위치를 살피고 최선을 다해 득점하려 했다.
성철이 좋은 공을 성공시키면 인수는 조용히 지켜보았다.
인수가 어려운 공을 득점하면 성철도 그 결과를 인정했다.
경기는 성철의 승리로 끝났다.
두 사람은 큐를 정리하며 서로 인사했다.
“잘 쳤습니다.”
인수가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조금 더 신중하게 쳐야겠습니다.”
성철이 대답했다.
“저도 몇 번은 운이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요.”
민호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당구대 옆에 서 있었다.
승패는 분명했다.
성철이 이겼고 인수가 졌다.
하지만 경기 내내 두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확인하고,
상대의 좋은 공을 인정하고, 실수한 부분을 돌아보았다.
그 모습이 민호에게는 점수 차보다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
경기가 끝난 뒤 태성이 민호에게 물었다.
“오늘은 무엇을 보셨습니까?”
민호는 잠시 생각했다.
“같은 공을 보고도 사람마다 다른 길을 선택한다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자기 판단에 이유가 있어도 실제로 쳐 보면 틀릴 수 있다는 것도요.”
“그럼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요?”
민호는 웃었다.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실제로 칠 수 있는 길인지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다시 살펴봐야겠지요.”
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히 생각하고 계십니다.”
민호는 당구대를 바라보았다.
아직 자신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하니 어려운 공에서는 할 수 있는 판단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배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아직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 중요했다.
“인수 씨는 예전부터 당구를 치셨다고 했지요?”
민호가 물었다.
“네. 한동안 쉬셨다가 다시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태성이 대답했다.
“그런데도 실수하시는 걸 보면, 오래 쳤다고 모든 공을 잘 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태성은 웃었다.
“당연하지요. 오래 쳤다고 해서 매번 좋은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경험이 쌓이면 실수했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될 수는 있겠지요.”
민호는 그 말을 마음에 담았다.
자신은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서 실수의 원인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반복해서 공을 치고, 결과를 살피고,
다른 사람의 판단을 지켜보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오늘의 경기를 수첩에 적어 두기로 했다.
***
집으로 돌아가기 전, 민호는 빈 당구대에서 몇 차례 연습했다.
오늘 경기에서 놓친 공을 떠올리며 비슷한 배치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선택했던 경로를 다시 시도했다.
수구가 예상보다 길게 움직였다.
민호는 공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속도를 조금 줄였다.
결과는 달랐지만 여전히 제2적구를 맞히지 못했다.
그는 당구대 옆으로 이동해 각도를 다시 살폈다.
두께를 조금 바꾸면 경로가 나아질 것 같았다.
세 번째 시도에서 수구가 제2적구에 닿았다.
민호는 기분 좋게 웃었다.
하지만 곧 공을 다시 놓았다.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완전히 익힌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배치에서 다시 시도해 보아야 했다.
두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세 번째 시도에서는 득점에 성공했지만 수구가 다음 공을 치기 어려운 위치에 멈췄다.
민호는 그 결과까지 살펴보았다.
득점에 성공하는 것과 좋은 다음 공을 남기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였다.
처음에는 공 하나를 맞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지만,
이제는 그다음에 무엇이 남는지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는 큐를 내려놓았다.
아직 배울 것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그 사실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공을 배우고 있었다.
오랫동안 쳐 온 사람도 다시 감각을 익혀야 했고,
이제 시작한 사람은 기본적인 동작부터 반복해야 했다.
각자의 출발점은 달랐지만, 당구대 앞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결국 자신의 공이었다.
민호는 수첩을 꺼냈다.
같은 공이라도 사람마다 선택하는 길은 다를 수 있다.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내 판단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지만, 결과가 다르면 그 이유도 다시 살펴야 한다.
민호는 글을 읽고 펜을 덮었다.
당구장 안에서는 아직 여러 사람이 경기를 이어 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점수를 쌓고 있었고, 누군가는 실수한 공을 다시 연습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민호보다 훨씬 잘 치는 사람도 있었고,
정호처럼 이제 막 배우는 사람도 있었다.
민호는 그 모두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누구도 처음부터 모든 공을 잘 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잘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서로의 차이를 이유로 상대를 무시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면 자신의 판단을 더 정확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면 되었다.
민호는 큐를 케이스에 넣고 태성에게 인사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당구장 문을 나선 민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오늘 자신이 만난 사람들은 같은 공을 놓고도 서로 다른 판단을 했다.
그중 어느 하나가 언제나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각자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려고 하면,
자신이 보지 못했던 길도 발견할 수 있었다.
민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내일 회사에서도 누군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낼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이 더 낫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그때도 오늘처럼 한 번쯤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왜 그 길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함께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민호는 아직 당구를 잘 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자신이 선택한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구대 위에는 언제나 여러 경로가 놓여 있었다.
그중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민호는 다음 경기에서 그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