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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흔들리는 사람

作 앙상블 · 2026-10-22

# 《퍼펙트큐》

## 제1부 무너진 큐

### 제7화. 흔들리는 사람

월요일 아침, 민호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주말에 현우와 나눈 대화가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 아들이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들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회사에 돌아오니 익숙한 습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보고서에 빠진 항목이 보이면 곧바로 지적하고 싶었고, 후배가 설명을 시작하면 끝까지 듣기 전에 문제점부터 떠올렸다.

그는 모니터를 켜고 지난주에 수정한 사업 일정표를 열었다. 준호가 정리한 자료에는 변경된 납품 일정이 반영되어 있었다. 관련 부서의 확인도 끝나 있었고, 후속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목도 별도로 표시되어 있었다.

민호는 몇 군데를 확인한 뒤 자료를 닫았다.

“이 정도면 됐군.”

혼잣말을 하고 나니 문득 자신이 웃겼다. 지난주 같았으면 작은 오류 하나를 발견하고도 준호에게 직접 찾아가 이것저것 물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자료가 제대로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했다.

그렇다고 민호가 갑자기 너그러운 사람이 된 것은 아니었다. 오전 회의에서 다른 부서 직원이 책임 소재를 흐리는 듯한 말을 하자, 그는 준비해 둔 자료를 꺼내 정확한 날짜와 전달 기록을 짚었다. 목소리는 높이지 않았지만 상대가 말을 바꿀 여지를 남기지도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준호가 다가왔다.

“부장님, 오늘 설명하신 자료를 저도 참고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공유 폴더에 올려 둘게.”

“감사합니다.”

준호가 돌아간 뒤 민호는 잠시 생각했다. 상대의 실수를 덮어 주는 것과 문제를 정확하게 짚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필요한 말을 하되, 그 사람을 몰아세우는 방식까지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그 생각을 오래 붙잡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퇴근 후 민호는 태성당구장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익숙한 당구공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한쪽에서는 태성이 손님에게 큐를 건네고 있었고, 가운데 당구대에서는 재식이 낯선 남자와 경기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민호보다 조금 젊어 보였고, 자세가 단단했다. 큐를 잡는 손과 공을 살피는 눈길에서 당구를 오래 쳐 온 사람이라는 느낌이 났다.

민호가 가방을 내려놓자 태성이 다가왔다.

“오늘은 혼자 연습하시겠습니까?”

“네. 저 경기는 누가 치는 겁니까?”

“박성호 씨라고, 근처에서 당구장을 다니는 분입니다. 재식 씨와 가끔 게임을 합니다.”

민호는 당구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호는 수구의 위치를 살피다가 큐를 잡았다. 짧은 스트로크로 공을 보냈고, 수구는 제1적구를 맞힌 뒤 쿠션을 돌아 제2적구를 향했다. 마지막 각도가 조금 부족해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수구는 다음 공을 시도하기 나쁘지 않은 위치에 멈췄다.

재식은 자기 차례를 준비하기 전에 잠시 배치를 살폈다.

“좋은 자리 남겨 주셨네요.”

성호가 웃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하.”

두 사람은 편하게 말을 주고받았다. 민호는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경기 중에는 진지했지만 상대를 이겨야 할 적처럼 대하지는 않았다.

경기는 한동안 팽팽하게 이어졌다. 성호는 득점 기회를 놓치면 잠깐 아쉬워했지만 곧 다음 배치에 집중했다. 재식은 한 번에 여러 점을 이어 가는 능력이 뛰어났지만, 오늘은 공의 길이 자주 어긋났다. 예상보다 짧게 멈추거나 제2적구를 얇게 비껴가는 경우가 있었다.

민호는 재식이 실수할 때마다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연습할 때는 재식의 공이 늘 정확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재식도 매번 원하는 대로 치는 것은 아니었다. 차이가 있다면 실패한 뒤에 무엇을 하는가였다.

재식은 공이 빗나가면 잠시 수구가 지나간 길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성호가 좋은 득점을 하면 가볍게 큐를 두드려 인정하기도 했다. 자신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의 실력을 깎아내리지 않았다.

그때 성호가 비교적 쉬워 보이는 배치를 놓쳤다. 수구가 제1적구를 맞힌 뒤 쿠션으로 향했지만, 예상했던 길에서 벗어나 제2적구를 비껴갔다.

성호는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이건 놓치면 안 되는 공이었는데.”

재식이 말했다.

“그런 공이 더 어렵기도 합니다.”

성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런데 옆 당구대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 손님이 끼어들었다.

“그 정도 공도 놓치면 어떻게 이깁니까? 재식 씨가 너무 봐주는 거 아니에요?”

성호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대꾸하지 않고 큐를 잡은 손을 잠시 내려다봤다.

민호는 그 말을 듣고 불편해졌다. 경기하는 사람은 누구나 쉬운 공을 놓칠 수 있었다. 당구대 위에서 쉬워 보이는 공과 실제로 정확하게 쳐야 하는 공은 달랐다. 특히 한 번 실수한 뒤에는 다음 공을 의식하면서 몸에 힘이 들어갈 수도 있었다.

재식도 손님을 바라봤다.

“경기는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성호 씨도 진지하게 치고 있고요.”

“아니, 그냥 하는 말이지. 그 정도는 쳐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건 맞습니다. 그런데 놓친 공을 두고 계속 이야기하면 다음 공까지 치기 어려워집니다.”

손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물러났다. 하지만 성호의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다음 차례가 되자 성호는 당구대 주위를 돌았다. 평소보다 오래 배치를 살폈고, 큐를 잡은 손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스트로크를 시작했다가 멈추고 자세를 다시 잡았다. 결국 공을 쳤지만 수구가 예상보다 크게 움직이며 득점에 실패했다.

성호는 당구대에서 물러나며 짧게 숨을 내쉬었다.

재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호가 다시 차례를 준비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사이 민호는 성호가 조금 전보다 더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 놓친 공 하나보다 그 공을 놓쳤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이 더 커진 것 같았다.

민호는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 회의에서 작은 실수를 지적받으면 다음 설명까지 조심스러워졌다.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말도 틀릴까 봐 한 번 더 생각했고, 그러다 보면 오히려 말이 꼬였다. 실수 하나를 만회하려다가 다른 실수까지 만들기도 했다.

성호는 결국 몇 차례 더 득점 기회를 놓쳤다. 재식은 그 사이 점수를 벌렸다. 그러나 경기가 일방적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성호도 기회가 올 때마다 끝까지 집중했고, 재식이 놓친 공을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마지막 몇 공에서는 점수 차가 다시 좁혀졌다.

재식은 당구대 한쪽에 놓인 수구를 바라봤다. 제1적구와의 거리는 적당했지만 제2적구는 쿠션 가까이에 있었다. 무리하게 득점을 노리면 수구가 쿠션에 붙거나 다음 배치가 까다로워질 수 있었다.

재식은 한동안 생각하다가 큐를 잡았다. 스트로크는 안정적이었지만 공이 예상보다 조금 두껍게 맞았다. 수구는 쿠션을 돌아 나왔으나 제2적구를 맞히지 못했다.

이번에는 재식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성호는 큐를 들고 당구대 쪽으로 다가갔다. 민호는 그가 앞선 실수를 만회하려고 서두르지 않을까 걱정했다. 점수 차가 좁혀진 상황에서는 한 점이 더 절실해지기 마련이었다.

성호는 잠시 당구대 주위를 돌았다. 한쪽에서 보고, 반대쪽으로 이동해 다시 살폈다. 처음에는 곧바로 칠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자세를 잡았다가 다시 일어섰다.

재식은 조용히 기다렸다.

성호가 다시 큐를 잡았을 때는 어깨가 조금 풀려 있었다. 그는 힘을 과하게 싣지 않고 수구를 밀었다. 수구가 제1적구를 맞힌 뒤 쿠션을 돌아 제2적구를 향해 움직였다. 공은 마지막 순간 두 번째 목적구에 닿았다.

득점이었다.

성호는 짧게 숨을 내쉬고 큐를 들었다. 크게 기뻐하거나 상대를 향해 과시하지 않았다. 그저 다음 배치를 확인했다.

민호는 저도 모르게 큐를 가볍게 두드렸다. 재식도 고개를 끄덕였다.

성호는 그 뒤로도 차분하게 경기를 이어 갔다. 결국 재식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지만, 성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공을 제대로 치려 했다. 경기가 끝나자 두 사람은 당구대 앞에서 인사했다.

“잘 쳤습니다.”

성호가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공은 좋았습니다.”

재식의 말에 성호가 웃었다.

“처음에 놓친 공 때문에 한동안 정신이 없었습니다. 괜히 옆에서 한마디 들었다고 더 신경 썼네요.”

“그럴 때가 있죠. 저도 누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평소에 안 하던 실수를 합니다.”

재식은 그렇게 말하고 큐를 정리했다. 성호도 더 이상 자신의 실수를 변명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다음에 다시 게임을 하자는 말을 나누며 자리를 정리했다.

민호는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태성에게 물었다.

“저런 말을 들으면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겠죠?”

태성이 당구대 위의 공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오래 마음에 남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재식 씨는 잘 대처하는 것 같던데요.”

“재식 씨도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잘 풀리는 날에는 여유가 있고, 안 풀리는 날에는 본인도 조급해합니다. 오늘은 상대를 배려할 여유가 있었던 모양이지요.”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식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오늘은 경기가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상대를 불필요하게 몰아세우지 않았다. 그 태도는 공을 잘 치는 기술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저도 한 게임 해 볼까요?”

민호가 묻자 태성이 웃었다.

“좋습니다. 오늘은 누구와 치시겠습니까?”

민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사장님과 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좀 알고 싶네요.”

태성은 큐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럼 열심히 치겠습니다.”

민호도 자세를 바로 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치겠습니다.”

뱅킹이 끝난 뒤 태성이 먼저 초구를 쳤다. 공은 쿠션을 돌아 움직였지만 득점에는 이르지 못했다. 민호는 수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당구대 주위를 돌았다.

첫 번째 공은 비교적 쉬워 보였다. 민호는 큐를 잡고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스트로크를 시작하려는 순간, 조금 전 성호가 놓친 공이 떠올랐다. 쉬워 보이는 공일수록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어오자 손목이 굳었다.

민호는 큐를 내려놓았다. 다시 자세를 잡고 숨을 고른 뒤 공을 쳤다. 수구는 제1적구를 맞혔지만 쿠션을 돌아 나오는 길이 부족해 제2적구를 놓쳤다.

“아깝네요.”

태성이 말했다.

민호는 웃으려 했지만 입가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꼭 맞혀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가 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커지면 원래 하던 동작도 어려워지지요.”

민호는 큐를 세워 놓았다. 자신이 당구를 시작한 이유를 떠올렸다.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서였는지, 새로운 일을 배우며 다시 자신감을 얻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그저 퇴근 후 혼자 있을 곳이 필요했던 것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구장에 들어와서까지 누군가에게 자신이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한다면, 이곳에서도 마음이 편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경기는 계속됐다. 민호는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놓쳤고, 태성은 꾸준히 점수를 쌓았다. 점수 차가 벌어지자 민호는 잠깐 초조해졌다.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태성이 쉬운 공 하나를 놓쳤다.

민호는 순간적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상대가 실수했으니 따라잡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태성이 당구대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자 그 마음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태성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 공씩 치고 있을 뿐이었다.

민호는 자기 차례가 되자 서둘러 큐를 잡지 않았다. 먼저 배치를 살폈다. 득점 가능성이 높은 길이 보였지만, 수구의 이동을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다른 각도에서 한 번 더 살펴본 뒤, 자신이 연습해 온 방식으로 공을 보내기로 했다.

스트로크는 매끄럽지 못했다. 수구가 제1적구를 맞힌 뒤 예상보다 짧게 움직였다. 제2적구를 맞히지는 못했지만, 처음부터 무리하게 힘을 주지는 않았다.

민호는 공이 멈춘 위치를 확인하고 태성에게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네요.”

“멀죠.”

태성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민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보통은 조금 위로해 주시지 않습니까?”

“위로한다고 공이 더 잘 맞는 건 아니니까요.”

태성도 웃었다.

“대신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지금은 아까보다 공을 급하게 치지 않으셨습니다.”

민호는 큐를 바라봤다. 점수는 여전히 낮았고, 태성과의 실력 차이도 컸다. 그러나 조금 전에는 상대의 실수에 반가워했고, 자기 실수에는 조급해졌다. 지금은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배치를 살펴보려 했다.

그 작은 차이가 당장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민호는 그 차이를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민호는 태성과 인사를 나누고 큐를 정리했다. 당구장을 나서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현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오늘은 고마웠어요. 다음에 교육 과정 알아본 것도 이야기할게요.’

민호는 메시지를 읽고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아들은 고맙다고 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민호는 성급하게 조언하고 싶은 순간을 맞이할 것이고, 현우는 아버지의 말에 다시 서운해질 수도 있었다.

민호는 답장을 썼다.

‘그래. 네가 이야기하고 싶을 때 말해 줘.’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민호는 오늘 당구장에서 본 장면들을 떠올렸다. 성호는 한 번의 실수 이후 흔들렸지만, 끝내 자신의 공을 다시 치기 위해 자세를 고쳐 잡았다. 재식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순간에도 상대의 실수를 들춰내지 않았다. 태성은 민호가 잘못 친 공을 대신 고쳐 줄 수 없었지만,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민호는 자신이 아직 어느 쪽에도 충분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수하면 변명하고 싶었고, 누군가 자신을 인정해 주기를 바랐으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빨리 결과를 바꾸고 싶었다.

그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이기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문제는 그 마음이 너무 커져서 자기 앞의 공도, 자기 앞의 사람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민호는 걸음을 늦췄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실수한 뒤에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었다. 당구대 위에서도, 회사에서도, 가족 사이에서도 그랬다.

그는 아직 그 방법을 다 알지 못했다.

다만 다음에 공을 놓쳤을 때, 곧바로 자신을 탓하거나 다른 사람을 탓하기 전에 한 번 더 당구대를 바라보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지금 내가 놓친 것은 공 하나뿐인가, 아니면 그 공을 놓쳤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다음 공까지 놓치고 있는가.

민호는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손끝으로 만지며 집으로 향했다. 월요일은 다시 돌아올 것이고, 회사의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당구 실력도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 그는 조금씩 알아 가고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렸을 때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것.

민호에게는 아직 그 연습이 더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