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숲》 제1부 — 죽은 친구의 남자 제9화. 가까워지면 안 되는 사람
作 SEINE · 2026-10-20
새벽 한 시 십이 분.
김준은 세 번째 문자를 읽은 뒤에도 한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했다.
강태신을 믿지 마세요.
짧은 문장이었다.
마침표까지 포함해도 특별할 것 없는 문장.
그런데 준은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며칠 전 유진의 번호로 받았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그 사람 믿지 마.
두 문장은 비슷했다.
그러나 같지는 않았다.
첫 번째 메시지에는 이름이 없었다.
두 번째 메시지에는 분명하게 강태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준은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놓았다.
방 안은 조용했다.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와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녀는 다시 화면을 켰다.
발신 번호는 저장되어 있지 않은 휴대전화 번호였다.
준은 세 통의 문자를 캡처했다.
수신 시각을 확인하고, 기존 기록 폴더에 저장했다.
그리고 수첩을 펼쳤다.
익명의 경고 문자 수신.
발신자 신원 미상.
강태신에 대한 경고.
유진의 번호로 수신했던 메시지와 표현 유사.
여기까지 적은 뒤 펜을 멈췄다.
두 메시지의 발신자가 같을까.
그럴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 유진의 죽음에 대해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유진의 친구라는 사실을 아는 누군가가 장난을 치고 있는 걸까.
준은 다시 문자를 열었다.
잠시 생각한 뒤 답장을 보냈다.
누구십니까?
전송 표시가 나타났다.
준은 기다렸다.
일 분.
삼 분.
오 분.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메시지를 입력했다.
이유진 씨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이 있다면 경찰에 제보해 주세요.
이번에도 답장은 없었다.
준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때 강태신과의 대화창에 아직 답하지 않은 메시지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다음에는 조금 더 오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준은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불과 십여 분 전만 해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은 원래 불확실한 것이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알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강태신은 조금 달랐다.
그의 주변에는 유진의 죽음이 있었다.
숲속 저택이 있었다.
그리고 설명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있었다.
준은 대화창을 닫았다.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같은 시각.
강태신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커다란 통유리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펼쳐져 있었다.
탁자 위에는 마시다 만 위스키 한 잔이 놓여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았다.
김준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
다음에는 조금 더 오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읽음 표시가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났다.
하지만 답장은 없었다.
태신은 화면을 끄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상했다.
그는 원래 답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 연락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만나고 싶다고 했다가 거절당하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됐다.
그런데 김준에게는 자꾸만 한 번 더 말을 걸고 싶어졌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자신의 말을 읽고 무슨 표정을 지었을지 상상하게 됐다.
그는 그 감각이 낯설었다.
그리고 조금 불쾌했다.
누군가의 반응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자신의 기분을 맡기는 일이었다.
태신은 그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다시 집어 들었다.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참.”
그가 낮게 웃었다.
“사람 신경 쓰이게 하네.”
태신은 김준의 얼굴을 떠올렸다.
차 안에서 유진의 이야기를 하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던 순간.
그녀는 끝내 울지 않았다.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참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태신은 그 얼굴이 기억에 남았다.
처음에는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제는 울 때 어떤 얼굴을 하는지도 궁금했다.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그는 자신이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김준에게는 자신이 아직 보지 못한 얼굴이 많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위스키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문득 서민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여자한테 접근하지 마.
태신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민혁은 자신에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더구나 김준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자신이 결정할 일이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들어 민혁의 번호를 확인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놓았다.
오늘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김준과의 대화창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은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다음 날 오전.
준은 서울○○경찰서 형사과를 찾았다.
지난번 면담을 진행했던 형사에게 익명의 문자에 관해 알리기 위해서였다.
형사는 그녀가 가져온 자료를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발신 번호가 다르네요.”
“네.”
“이 번호로 연락해 보셨습니까?”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었습니다.”
형사는 화면을 넘겼다.
“강태신 검사 이름이 직접 나와 있군요.”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런 메시지를 받을 만한 이유가 있습니까?”
준은 잠시 생각했다.
“유진이가 생전에 강 검사님과 교제했다는 사실 외에는 모르겠습니다.”
“두 분이 따로 연락하고 계시고요?”
“네.”
형사는 고개를 들었다.
“어떤 이유로요?”
준은 잠시 침묵했다.
“처음에는 유진이의 마지막 행적을 확인하려고 연락하셨습니다.”
“그다음에는요?”
준은 형사를 바라보았다.
“개인적인 대화도 조금 나눴습니다.”
형사는 메모를 했다.
“혹시 위협을 받거나 강요받은 일은 없으셨습니까?”
준은 어젯밤 숲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여기서 사람이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녀는 그 말을 형사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형사는 펜을 멈췄다.
“그렇게 말했습니까?”
“네.”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준은 저택에서 큰길까지 걸어가던 상황과 태신이 차를 세웠던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가 농담이라고 덧붙였다는 사실도 말했다.
형사는 잠시 생각했다.
“그 말만으로 의도를 단정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다만 불편하거나 위협적으로 느껴지셨다면 그 사실도 기록해 두겠습니다.”
“네.”
“그리고 이런 문자가 추가로 오면 지우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준은 잠시 망설였다.
“형사님.”
“네.”
“유진이 휴대전화는 어떻게 됐나요?”
형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물건 말씀이시죠?”
“네.”
“확인 중입니다.”
“그 휴대전화로 제가 받은 문자와 전화가 실제로 발신된 건지는 알 수 없나요?”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결과가 없습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형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김준 씨.”
“네.”
“친구분 일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하려다가 위험한 상황에 들어가지는 마세요.”
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형사는 말을 이었다.
“누가 이런 문자를 보냈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경고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김준 씨의 행동을 유도하려는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준은 그 말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맞는 말이었다.
문자의 내용이 자신이 의심하던 방향과 같다고 해서, 그 발신자를 신뢰할 수는 없었다.
“네.”
준이 말했다.
“조심하겠습니다.”
경찰서를 나온 시간은 오전 열한 시 사십 분이었다.
준은 건물 앞 계단을 내려왔다.
가을 햇빛이 눈부셨다.
밤사이 내린 비 때문에 도로 가장자리는 아직 젖어 있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지도교수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준아, 오늘 오후 연구실 올 거니?
준은 답장을 보냈다.
네. 한 시쯤 도착할 것 같습니다.
전송 버튼을 누른 뒤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던 순간이었다.
“김준 씨.”
익숙한 목소리.
준은 고개를 들었다.
강태신이 서 있었다.
검은 정장 위에 짙은 회색 코트를 걸친 모습이었다.
한 손에는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발견하고 조금 놀란 듯 눈썹을 올렸다.
“여기서 또 뵙네요.”
준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경찰서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태신은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유진이 일 때문인가요?”
“네.”
“그렇군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침묵했다.
준은 그가 왜 이곳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검사인 그가 경찰서를 방문하는 일은 특별히 이상하지 않았다.
태신이 먼저 말했다.
“저는 업무 때문에 왔습니다.”
“네.”
“이제 가시는 길이에요?”
“네.”
“점심은요?”
준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입니다.”
태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럼 같이 드실래요?”
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신은 곧바로 덧붙였다.
“물론 불편하시면 괜찮습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날 밤의 문자들이 떠올랐다.
강태신을 믿지 마세요.
그녀는 지금 그를 경계해야 했다.
그런데 강태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다.
낮은 햇빛 아래에서 그는 조금도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단정한 옷차림.
부드러운 목소리.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는 여유로운 태도.
준은 문득 생각했다.
사람을 판단할 때 외모와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생긴 얼굴과 좋은 직업, 친절한 태도는 신뢰감을 만들기 쉽다.
하지만 신뢰감과 신뢰할 만한 행동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
준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그에게 느끼는 경계심이 조금씩 흐려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것이 불편했다.
“김준 씨?”
태신이 다시 불렀다.
준은 고개를 들었다.
“네.”
“제가 너무 갑작스럽게 말씀드렸나요?”
준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태신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그럼 간단하게 드시죠.”
준은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왜 거절하지 않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유진에 관해 물어볼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혹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준은 그 두 가지 이유 중 어느 쪽이 더 큰지 알지 못했다.
“네.”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태신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웃었다.
“좋습니다.”
그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준은 한 걸음 뒤에서 따라갔다.
그때 태신이 돌아보았다.
“김준 씨.”
“네.”
“오늘은 제가 먼저 거절당하지 않았네요.”
준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식사만 하는 겁니다.”
태신이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조금 전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식당은 경찰서에서 걸어서 오 분 거리에 있었다.
큰길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작은 일식집이었다.
태신은 문을 열고 준이 먼저 들어가도록 비켜섰다.
준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안쪽에는 두 사람이 마주 앉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태신은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었다.
준은 맞은편에 앉았다.
창가로 햇빛이 들어왔다.
그녀의 짧은 머리카락 끝에 빛이 닿았다.
태신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준이 메뉴판을 들었다.
“뭐 드실 거예요?”
그가 물었다.
“아직 못 정했습니다.”
“여기 생선구이가 괜찮습니다.”
“자주 오세요?”
“가끔요.”
준은 메뉴판을 살폈다.
“그럼 그걸로 하겠습니다.”
태신은 직원을 불러 주문했다.
그리고 물잔을 준 앞으로 밀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준이 말했다.
태신은 웃었다.
“김준 씨는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시네요.”
“그런가요?”
“네. 그런데 다른 말은 별로 안 하시고요.”
준은 물잔을 들었다.
“필요한 말은 합니다.”
“그렇죠.”
태신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게 마음에 듭니다.”
준의 손이 잠시 멈췄다.
“뭐가요?”
“김준 씨가요.”
짧은 정적.
준은 그를 바라보았다.
태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마치 날씨가 좋다고 말한 사람처럼.
준은 시선을 내렸다.
“저를 잘 모르시잖아요.”
“그래서 더 알고 싶은 거죠.”
그의 대답은 빨랐다.
준은 잠시 침묵했다.
“왜요?”
태신은 웃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준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들어왔어요.”
준은 물잔을 내려놓았다.
“장례식장에서요?”
“네.”
그 말이 떨어진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장례식장.
유진의 영정사진.
울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마주쳤던 두 사람.
준은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좋은 장소는 아니었네요.”
태신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
“그렇죠.”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신은 말을 이었다.
“유진이 장례식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으니까요.”
준의 가슴이 조금 답답해졌다.
그가 먼저 말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꺼내지 않았을 생각이었다.
태신은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목소리는 조금 작아져 있었다.
태신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창밖을 바라보았다.
준은 그가 화제를 바꿔 주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배려가 고맙기도 했고, 동시에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음식이 나왔다.
두 사람은 한동안 조용히 식사했다.
태신은 생각보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준이 먼저 질문하지 않으면 기다렸다.
그녀가 물을 마시면 자신의 잔도 들었고, 음식이 식기 전에 먹으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준은 그가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진이 왜 그를 좋아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들자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다.
준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태신이 고개를 들었다.
“입맛에 안 맞으세요?”
“아니요. 맛있습니다.”
“그런데 왜요?”
“잠깐 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생각이요?”
준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물었다.
“검사님.”
“네.”
“유진이와는 어떻게 만나셨어요?”
태신의 손이 멈췄다.
그는 준을 바라보았다.
“유진이요?”
“네.”
태신은 잠시 생각했다.
“지인 소개였어요.”
“처음부터 좋아하셨나요?”
질문을 던진 뒤 준은 자신이 지나치게 직접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태신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웃었다.
“김준 씨는 질문할 때 망설이지 않으시네요.”
“대답하기 어려우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아니요.”
태신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준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유진이는 밝았잖아요.”
“네.”
“말도 많고, 사람도 좋아하고.”
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신은 잠시 침묵했다.
“저랑은 많이 달랐죠.”
준은 그 말을 들으며 유진을 떠올렸다.
웃을 때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던 얼굴.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장난을 치던 손.
그리고 강태신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조금씩 붉어지던 뺨.
준은 조용히 물었다.
“행복했나요?”
태신은 고개를 들었다.
“누가요?”
“검사님이요.”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유진이 행복했는지를 물었다.
자신이 유진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물었다.
하지만 김준은 자신이 행복했는지 물었다.
태신은 잠시 생각했다.
행복.
그 단어는 그에게 언제나 조금 모호했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만족스러웠다.
계획한 일이 이루어지면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하면 편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