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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숲》 제1부 — 죽은 친구의 남자 제7화. 다정함의 온도

作 SEINE · 2026-10-20

숲을 빠져나오자 비로소 도시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준은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잠긴 나무들이 하나둘 뒤로 멀어지고, 드문드문 나타나던 가로등은 어느새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도로 위에는 다른 차들도 보였다.

그제야 준은 자신이 조금 전까지 어깨에 힘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폈다.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추우세요?”

옆에서 강태신이 물었다.

준은 고개를 돌렸다.

“아니요.”

“손을 계속 쥐고 계셔서요.”

준은 무릎 위에 놓인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그것까지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 불편했다.

“습관입니다.”

“그렇군요.”

태신은 더 묻지 않았다.

차 안에는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준은 그 선율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 저택에서 연주했던 곡이었다.

“음악회는 어떠셨어요?”

태신이 물었다.

“좋았습니다.”

“어떤 점이요?”

준은 잠시 생각했다.

“연주가 좋았어요.”

태신이 웃었다.

“음악회니까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요?”

“질문하셔서 대답한 건데요.”

“그러네요.”

그는 짧게 웃었다.

준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상한 사람이었다.

사소한 대화에도 웃었다.

마치 그녀의 대답 하나하나가 재미있다는 듯이.

준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은 특별히 재미있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태신은 자꾸만 웃었다.

그 웃음이 불편할 때도 있었고, 가끔은 생각보다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 차이를 아직 구분하기 어려웠다.

차가 신호등 앞에 멈췄다.

붉은 신호가 앞유리에 길게 번졌다.

태신은 운전대에서 한 손을 떼고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서민혁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는 화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준은 그 모습을 보았지만 묻지 않았다.

그때 태신이 말했다.

“아까 많이 놀라셨죠?”

“언제요?”

“숲에서요.”

준은 그를 바라보았다.

태신은 앞을 보며 말했다.

“제가 이상한 농담을 해서.”

준은 잠시 침묵했다.

“네. 조금 놀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담담하게 사과했다.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준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이상했다.

생각 없이 한 말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다른 말을 하려다가 잘못 나왔다는 뜻일까.

하지만 준은 굳이 따져 묻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그런 농담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태신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다음이 있습니까?”

준은 고개를 돌렸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아쉽네요.”

“뭐가요?”

“다음에 또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신은 그 침묵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김준 씨는 원래 사람을 이렇게 어렵게 대하세요?”

“어렵게 대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죠.”

준은 잠시 생각했다.

“굳이 가까워져야 할 이유가 없으면요.”

태신은 웃음을 멈췄다.

그녀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웃지도 않았고, 상대방이 서운해할까 봐 말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는 문득 궁금해졌다.

김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녀가 먼저 연락하고, 먼저 만나자고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게 된다면.

그 얼굴에는 어떤 표정이 나타날까.

태신은 신호가 바뀌자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그럼 이유를 만들면 되겠네요.”

준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이유요?”

“가까워질 이유요.”

준은 그를 바라보았다.

태신은 웃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검사님.”

“네.”

“사람은 이유를 만든다고 가까워지는 게 아닙니다.”

태신의 입가에 있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

“그럼 어떻게 가까워지는데요?”

준은 잠시 생각했다.

“시간이 필요하겠죠.”

“시간만 있으면 됩니까?”

“그것도 아니고요.”

“어렵네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요.”

태신이 웃었다.

“김준 씨한테는 쉬운가 봅니다.”

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건 늘 어려웠다.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이 떠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일.

준은 그런 관계를 오래 유지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유진을 제외하면.

그녀는 무릎 위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태신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조금 다른 대답이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큰 도로에 도착했을 때는 밤 열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태신은 차를 길가의 밝은 곳에 세웠다.

근처에는 편의점과 작은 카페가 있었다.

준은 안전벨트를 풀었다.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집까지 데려다드려도 되는데요.”

“괜찮습니다.”

“늦은 시간인데.”

“여기서는 택시가 잡힐 것 같습니다.”

태신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준은 가방을 챙겼다.

그때 무릎 위에 올려 두었던 휴대전화가 좌석 옆으로 미끄러졌다.

작은 소리와 함께 발밑으로 떨어졌다.

“아.”

준이 몸을 숙였다.

휴대전화는 조수석과 중앙 콘솔 사이의 좁은 틈에 끼어 있었다.

손을 뻗었지만 쉽게 닿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몸을 기울이려던 순간이었다.

“잠시만요.”

태신이 말했다.

준은 고개를 들었다.

“제가 꺼내 드릴게요.”

“괜찮습니다. 제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신이 몸을 기울였다.

그는 한 손으로 중앙 콘솔을 짚고 다른 손을 좁은 틈으로 뻗었다.

준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하지만 차 안은 생각보다 좁았다.

태신의 어깨가 가까워졌다.

은은한 향수 냄새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준은 숨을 멈췄다.

그가 자신에게 닿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휴대전화를 꺼내기 위해 몸을 숙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간이 갑자기 작아진 것 같았다.

“여기 있네요.”

태신이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준에게 건넸다.

준은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손끝이 닿았다.

아주 짧았다.

휴대전화를 건네는 동안 손가락 끝이 스친 것뿐이었다.

그런데 준은 순간적으로 손을 멈췄다.

태신의 손은 따뜻했다.

자신의 손은 차가웠다.

그 온도 차이가 이상할 만큼 선명하게 느껴졌다.

준은 휴대전화를 잡았다.

하지만 태신은 곧바로 손을 놓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주 짧은 순간, 두 사람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휴대전화의 무게가 두 사람의 손 사이에 걸쳐 있었다.

준이 먼저 손을 당겼다.

태신은 자연스럽게 손을 놓았다.

“감사합니다.”

준이 말했다.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휴대전화를 조금 세게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신은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손이 차갑네요.”

준은 그를 바라보았다.

“원래 그렇습니다.”

“많이 차가운데.”

“괜찮습니다.”

태신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따뜻한 거라도 마시고 가실래요?”

준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평소 같았다면 바로 거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그 짧은 접촉이 신경 쓰였다.

그의 손끝이 닿았던 부분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실제로는 그럴 리 없었다.

몇 초도 지나지 않은 접촉이었다.

준은 자신이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니요.”

그녀가 말했다.

“이제 가보겠습니다.”

태신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준은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태신이 다시 불렀다.

“김준 씨.”

준은 돌아보았다.

태신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늘 만나서 좋았습니다.”

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오늘은 좋은 날이 아니었다.

유진이 다녀간 저택을 보았고, 불편한 사람들 사이에 있었고, 깊은 숲길을 걸었다.

그리고 지금은 죽은 친구의 남자친구 차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아주 잠깐.

그의 손끝이 닿았을 때 느꼈던 온기가 떠올랐다.

준은 그 생각을 지우려는 듯 시선을 내렸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신은 미소를 지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준은 차에서 내렸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그녀는 문을 닫고 한 걸음 물러섰다.

태신은 창문을 내렸다.

“택시 타시면 연락 주세요.”

준은 고개를 돌렸다.

“왜요?”

태신은 웃었다.

“잘 들어가셨는지 궁금할 테니까요.”

준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태신의 미소가 조금 깊어졌다.

“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준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히 가세요.”

그녀는 뒤돌아 걸어갔다.

태신은 차 안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작은 체구의 여자가 가로등 아래를 지나갔다.

검은 원피스 자락이 바람에 조금 흔들렸다.

짧은 머리카락이 목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는 그녀가 편의점 앞에 멈춰 서는 것을 보았다.

휴대전화를 꺼내 택시를 호출하는 듯했다.

태신은 운전대를 잡았다.

출발하면 됐다.

그런데 시동을 끄지 않은 채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자신도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다.

그녀가 무사히 택시에 타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우스웠다.

그는 언제부터 남의 귀가를 걱정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태신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준이 휴대전화를 귀에 가져갔다.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가 잡힌 모양이었다.

그제야 태신은 차를 출발시켰다.

하지만 백미러를 통해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나 뒤를 확인했다.

준은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도심의 불빛이 흘러갔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화면에는 강태신과 나눈 대화가 남아 있었다.

준은 그 이름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이상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저 휴대전화를 건네받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그 순간이 자꾸 떠오르는 걸까.

준은 손가락을 천천히 폈다.

강태신의 손은 따뜻했다.

손가락이 길었고, 손등에는 희미한 혈관이 드러나 있었다.

그가 휴대전화를 건네며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도 기억났다.

아주 짧은 순간.

그는 웃지 않았다.

평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을 바라보았다.

준은 그 눈빛이 조금 낯설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었다.

사람의 손이 닿으면 촉각이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상대방이 가까이 오면 심박수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것이 반드시 호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긴장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랬다.

준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설명을 마친 뒤에도 마음이 완전히 편안해지지는 않았다.

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강태신이었다.

택시는 잡으셨나요?

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답장을 보냈다.

네.

곧바로 답장이 왔다.

다행입니다.

준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준 씨.

오늘 손이 많이 차가우시던데.

준은 손끝을 내려다보았다.

따뜻하게 하고 주무세요.

그녀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인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 전 손끝이 닿았던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준은 답장을 입력했다.

검사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전송 버튼을 누른 뒤 잠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먼저 그의 귀가를 걱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준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준아, 태신 씨는 정말 다정해.

그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준은 눈을 감았다.

유진이 느꼈던 다정함이 이런 것이었을까.

작은 것을 기억하고, 사소한 불편함을 알아차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걱정해 주는 것.

그녀는 문득 가슴이 답답해졌다.

자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유진이 죽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준은 눈을 떴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가방 깊숙이 넣었다.

강태신은 집에 도착한 뒤에도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량의 실내등이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검사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김준이 보낸 메시지였다.

태신은 그 문장을 몇 번이나 읽었다.

별것 아닌 인사였다.

하지만 김준이 먼저 자신을 걱정하는 말을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천천히 웃었다.

“조금은 달라졌네.”

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수석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김준이 앉아 있던 자리였다.

안전벨트는 제자리에 돌아가 있었고, 좌석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가 앉아 있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몸을 숙이던 순간.

자신이 손을 뻗자 조금 뒤로 물러서던 모습.

그리고 손끝이 닿았을 때 아주 잠깐 멈췄던 손.

태신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휴대전화를 건네는 동안 손가락이 스쳤다.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는 사실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눈이 미세하게 커졌고, 시선이 손끝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곧바로 평소의 얼굴로 돌아왔지만.

태신은 그 짧은 반응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을 불편해했다.

하지만 완전히 무관심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태신은 그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김준이 왜 손을 멈췄는지, 그것이 단순한 경계심 때문이었을 가능성은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신에게 반응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들어 메시지를 입력했다.

잘 들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바라보다가 지웠다.

그리고 다른 문장을 적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번에도 지웠다.

태신은 웃었다.

김준은 자신에게 먼저 만나자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연락도 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다가가야 했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시간은 충분했다.

그는 차에서 내렸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민혁이었다.

태신은 화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았다.

“왜.”

“너 아까 왜 전화 안 받았어?”

“운전 중이었어.”

“누구랑?”

태신은 잠시 침묵했다.

“그건 왜.”

“아니, 그냥.”

민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너 혹시 오늘 음악회에서 그 여자 만났어?”

태신의 표정이 멈췄다.

“누구.”

“유진이 친구.”

잠시 정적이 흘렀다.

태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준?”

민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이 태신의 신경을 건드렸다.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아?”

태신이 물었다.

“그냥 들었어.”

“누구한테.”

“태신아.”

민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한테 너무 관심 갖지 마.”

태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혁은 말을 이었다.

“유진이 친구잖아. 괜히 복잡해질 수도 있어.”

태신은 천천히 웃었다.

“뭐가 복잡해지는데?”

“그냥 여러 가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