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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의 기차표 (2)

by 미야자와 겐지 · 2026-10-03

조반니가 지켜보는 동안 망루 위의 남자는 붉은 깃발을 연신 흔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붉은 깃발을 내려 등 뒤로 감추듯 하더니, 이번에는 푸른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에서 빗소리 같은 소리가 쏟아지고, 거무스름한 것들이 총알처럼 잇달아 강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창밖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름다운 도라지꽃 빛 하늘 아래로 수만 마리의 작은 새들이 쉴 새 없이 지저귀며 떼 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조반니: 새들이 날아가네.

조반니가 창밖에 몸을 내민 채 중얼거렸다.

캄파넬라: 정말이네.

캄파넬라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망루 위의 남자가 다시 붉은 깃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새 떼가 뚝 끊기듯 날지 않았고, 동시에 강 하류 쪽에서 철썩, 하고 무언가 뭉개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한동안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이윽고 빨간 모자를 쓴 신호수가 다시 푸른 깃발을 치켜들고 외쳤다.

“지금 건너라, 철새들아! 지금 건너라, 철새들아!”

그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에 맞춰 또다시 수만 마리의 새 떼가 하늘을 곧장 가로질러 날아갔다.

창으로 얼굴을 내민 가오루가 고운 뺨을 빛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오루: 어머, 새가 정말 많네요. 어머나, 하늘은 또 어쩜 이렇게 예쁠까요!

가오루가 조반니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조반니는 잘난 척한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꾹 다문 채 하늘만 올려다보았다.

가오루는 작게 한숨을 쉬고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캄파넬라는 조금 안쓰러운 듯 창에서 얼굴을 거두고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가오루: 저 사람이 새들한테 가르쳐 주는 걸까요?

가오루가 캄파넬라에게 가만히 물었다.

캄파넬라: 철새들한테 신호를 보내는 거야. 분명 어디선가 봉화가 오르니까 그러는 걸 거야.

캄파넬라는 조금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객차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조반니는 이제 그만 머리를 안으로 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환한 데로 얼굴을 내보이기가 괴로워서, 꾹 참고 그대로 선 채 휘파람을 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슬플까. 마음을 좀 더 맑고 넓게 가져야 해. 저 강기슭 훨씬 너머에 연기 같은 작고 푸른 불이 보여. 정말 고요하고 차가운 불이야. 저걸 가만히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자.

조반니는 뜨겁게 욱신거리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아, 정말 어디까지나 함께 갈 사람은 없는 걸까. 캄파넬라마저 저런 여자애랑 즐겁게 이야기나 하고. 나는 정말 괴로워.

조반니의 눈에 다시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은하수마저 멀리 가 버린 것처럼 뿌옇게 하얗게만 보였다.

그 무렵 기차는 차츰 강에서 멀어져 벼랑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건너편 기슭의 검은 벼랑도 하류로 내려갈수록 점점 높아졌다.

그때 커다란 옥수수나무가 언뜻 보였다. 잎은 빙글빙글 말려 있었고, 그 아래로 아름다운 초록빛의 커다란 껍질이 붉은 수염을 내밀고 있었다. 진주 같은 알갱이도 언뜻 비쳤다.

옥수수나무는 점점 늘어나더니 이제 벼랑과 선로 사이에 줄지어 서 있었다.

조반니가 저도 모르게 창에서 고개를 들이고 반대편 창을 보았다. 아름다운 하늘 들판의 지평선 끝까지 그 커다란 옥수수나무가 온통 심겨 있었다. 옥수수는 바람에 사각사각 흔들렸고, 멋지게 말린 잎끝마다 낮 동안 햇빛을 잔뜩 머금은 금강석 같은 이슬이 가득 맺혀 붉게, 초록빛으로 반짝반짝 타오르듯 빛났다.

캄파넬라: 저건 옥수수야.

캄파넬라가 조반니에게 말했다. 하지만 조반니는 도무지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저 들판에 눈을 둔 채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조반니: 그렇겠지.

이윽고 기차는 점점 조용해지더니 신호등과 전등 몇 개를 지나 작은 정거장에 멈췄다.

정면의 푸르스름한 시계는 정확히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람도 그치고 기차도 움직이지 않는 고요하디고요한 들판 한가운데서, 시계추만 똑딱똑딱 정확하게 시간을 새겼다.

그 시계추 소리 사이로, 저 멀리 들판 끝에서 실낱같은 선율이 희미하게 흘러왔다.

가오루: 신세계 교향곡이네.

맞은편 자리의 가오루가 혼잣말처럼, 그러면서도 이쪽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이지 객차 안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키 큰 가정교사도, 다른 누구도 모두 다정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렇게 조용하고 좋은 곳에서 나는 왜 더 즐거워지지 못할까. 왜 이렇게 혼자 외로울까. 그래도 캄파넬라는 정말 너무해. 나랑 같이 기차를 타 놓고 저런 여자애하고만 이야기하잖아. 나는 정말 괴로워.

조반니는 다시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반대편 창밖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맑게 비쳐 드는 듯한 기적 소리가 울리고 기차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캄파넬라도 쓸쓸한 얼굴로 별 순례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었다.

“네, 네. 이 근방은 워낙 험한 고원이라서요.”

뒤쪽에서 누군가 방금 잠에서 깬 듯 또랑또랑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옥수수도 막대기로 두 자쯤 구멍을 뚫어 놓고 거기에 씨를 뿌려야 겨우 싹이 납니다.”

“그렇군요. 강까지는 꽤 멀겠지요?”

“네, 네. 강까지는 이천 자에서 육천 자나 됩니다. 아주 깊은 협곡이 되어 있지요.”

맞아, 여기는 콜로라도 고원이 아니었던가. 조반니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가오루는 다다시를 가슴에 기대어 재우면서, 검은 눈동자를 꿈꾸듯 먼 곳으로 던지고 있었다. 무엇을 보는지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캄파넬라는 여전히 쓸쓸하게 혼자 휘파람을 불었다.

다다시는 비단에 싼 사과 같은 얼굴빛으로 조반니가 보는 쪽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옥수수가 사라지고, 끝없이 넓은 검은 들판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평선 너머에서 신세계 교향곡이 또렷하게 솟아올랐다. 그 새까만 들판 한가운데를 인디언 한 사람이 달려오고 있었다. 머리에는 하얀 새 깃털을 꽂고, 팔과 가슴에는 돌 장식을 잔뜩 둘렀다. 작은 활에 화살을 메긴 채 쏜살같이 기차를 뒤쫓아 왔다.

다다시: 저기 봐, 인디언이야! 인디언이 있어. 누나, 저것 좀 봐요!

검은 옷의 가정교사도 잠에서 깼다. 조반니도 캄파넬라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오루: 달려와요. 어머, 달려오네. 기차를 쫓아오는 걸까요?

가정교사: 아니에요, 기차를 쫓는 게 아닙니다. 사냥을 하거나 춤을 추고 있는 거예요.

가정교사는 지금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잊은 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선 채 말했다.

정말로 인디언은 반쯤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냥 달리기만 하는 거라면 발 딛는 품이 훨씬 알뜰하고 진지했을 것이다.

그때 갑자기 하얀 깃털이 앞으로 기울더니 인디언이 우뚝 멈춰 섰다. 재빨리 하늘을 향해 활을 당겼다. 그러자 학 한 마리가 비틀비틀 떨어져 내려, 다시 달려 나간 인디언이 활짝 벌린 두 팔 안으로 떨어졌다.

인디언은 기쁜 듯 우뚝 서서 웃었다. 학을 든 채 이쪽을 바라보는 그 모습이 점점 작아지며 멀어졌다. 전신주의 애자가 반짝반짝 빛나는가 싶더니, 창밖은 다시 옥수수 숲이 되었다.

이쪽 창밖을 보니 기차는 정말 높은 벼랑 위를 달리고 있었다. 저 아래 골짜기 바닥으로 강물이 환하게 흘렀다.

“네, 이제 여기서부터 내리막입니다. 이번엔 단숨에 저 물가까지 내려가야 하니 만만치 않지요. 이렇게 경사가 져 있어서 기차는 절대로 저쪽에서 이쪽으로는 못 옵니다. 보세요, 벌써 점점 빨라지지 않습니까.”

아까 그 노인 같은 목소리였다.

기차는 쭉쭉 내려갔다. 선로가 벼랑 끝에 걸리자 저 아래로 강이 환하게 내려다보였다. 조반니의 마음도 차츰 밝아졌다.

기차가 작은 오두막 앞을 지날 때였다. 오두막 앞에 아이 하나가 풀이 죽은 채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조반니: 어이!

기차는 쉬지 않고 내달렸다. 객차 안 사람들은 몸이 반쯤 뒤로 넘어갈 듯하면서도 좌석에 꼭 매달려 있었다.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캄파넬라와 마주 보고 웃었다.

은하수는 그동안 줄곧 기차 바로 옆을 거세게 흘러온 듯, 이따금 반짝반짝 빛나며 흘러갔다. 연붉은 술패랭이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기차는 이제야 진정된 듯 천천히 달렸다.

건너편 기슭과 이쪽 기슭에 별과 곡괭이를 그린 깃발이 서 있었다.

조반니: 저건 무슨 깃발일까?

조반니가 겨우 입을 열었다.

캄파넬라: 글쎄, 모르겠어. 지도에도 없는걸. 쇠로 된 배가 놓여 있네.

조반니: 응.

가오루: 다리를 놓는 곳 아닐까요?

가정교사: 아, 저건 공병대 깃발이군요. 다리 놓는 훈련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병사들이 보이지 않네요.

바로 그때였다. 건너편 기슭 가까이, 조금 하류 쪽에서 보이지 않는 은하수의 물이 번쩍 빛나더니 기둥처럼 높이 치솟았다. 쿠웅, 하고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캄파넬라: 발파다, 발파야!

캄파넬라가 펄쩍 뛰어올랐다.

기둥처럼 솟았던 물이 사라지자, 커다란 연어와 송어 들이 하얀 배를 반짝이며 공중으로 내던져졌다. 물고기들은 둥근 원을 그리며 다시 물속으로 떨어졌다.

조반니는 덩달아 뛰어오르고 싶을 만큼 마음이 가벼워졌다.

조반니: 하늘의 공병대야! 봐, 송어 같은 게 저렇게나 튀어 올랐잖아. 이렇게 신나는 여행은 처음이야. 정말 좋다!

다다시: 저 송어는 가까이서 보면 이만할 거야. 이 물속엔 물고기가 엄청 많은가 봐.

가오루: 작은 물고기도 있을까요?

가오루가 흥미로운 듯 물었다.

조반니: 있을 거야. 큰 게 있으니까 작은 것도 있겠지. 그런데 멀어서 작은 건 안 보였나 봐.

조반니는 완전히 기분이 풀려, 즐겁게 웃으며 가오루에게 대답했다.

다다시: 저거 봐, 분명히 쌍둥이별의 궁전이야!

다다시가 갑자기 창밖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오른쪽 낮은 언덕 위에 작은 수정으로 지은 듯한 궁전 두 채가 나란히 서 있었다.

조반니: 쌍둥이별의 궁전이 뭔데?

가오루: 전에 엄마한테 여러 번 들었어요. 정말 작은 수정 궁전 두 채가 나란히 있으니까, 틀림없어요.

조반니: 얘기해 봐. 쌍둥이별이 뭘 했는데?

다다시: 나도 알아. 쌍둥이별이 들판에 놀러 나갔다가 까마귀랑 싸웠잖아.

가오루: 그게 아니야. 있잖아요, 은하수 강가에서 엄마가 얘기해 주셨는데…….

다다시: 그리고 혜성이 끼익끼익 휘이, 끼익끼익 휘이 하면서 왔잖아.

가오루: 아이참, 다다시. 그게 아니야. 그건 다른 이야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