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마리화나
by Jayu · 2026-10-27
4화 마리화나
먼저 그날 인터넷에 남은 풍경부터 이야기해야겠다.
물론 내 텐트 주변은 구경꾼들로 넘쳐났다. 유준은 나의 요청에, 텐트 주변에 폴리스라인처럼 띠로 칸막이를 만들어주었고 경호원들을 세웠다.
그 사진이 찍힐 때까지만 해도 경찰차는 보이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내 앞에서 대놓고 욕하지는 않았다.
칸막이 역할을 하는 띠엔 자유컴퍼니라고 적혀 있었다. 그 자유컴퍼니 라인 뒤로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
나도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다. 공권력에 의해서 제압당할 가능성은 낮지만 누군가 불법적으로 나를 공격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내가 자는 동안에 텐트로 누가 침입할지도 몰랐다. 나는 많은 돈을 벌었기에 자력으로 경호원이나 청원 경찰을 세울 수도 있었지만 유준은 내가 그럴 필요가 없게 본사에서 사람들을 보내주었다.
처음에 비해서 조금은 더 커진 나의 텐트, 그 주변을 감싼 자유컴퍼니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띠, 그 띠 밖에서 웅성대는 사람들, 아무것도 모르는 듯 텐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마중 나가는 나의 고양이 첼시.
그것이 그날의 풍경이었고 인터넷에 떠도는 한 장의 유명한 사진이 되었다.
* * *
그보다 조금 전, 내가 잠에서 깨어날 때 첼시는 귀신같이 내가 깨어난 걸 알아차렸다. 때로는 잠에서 깬 건지 아직 자고 있는 건지 모를 만큼 비몽사몽일 때도, 내가 현실을 또렷하게 인식하도록 돕는 것은 첼시였다.
내가 잠에서 깨어나면 첼시는 내 배 위로 올라와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소리에는 민감하지 않았기 때문에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는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다만 내 배 위의 고양이의 무게가 나를 완전히 잠에서 깨도록 만들었고 그제야 나는 텐트 밖에 많은 이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텐트 문을 열고는 빼꼼히 사람들을 살폈다.
사람들은 더 크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유준에게 텐트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니 사람들을 보내서 보호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들을 수 있는 말들이 있었다.
“저놈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노름이니 여자니 그 정도까진 그러려니 했다만 이젠 아주 마약까지 손을 대네. 그걸 국가에선 봐주고 있으니 이게 다 국가까지 집어삼킨 자유컴퍼니 때문이지. 나도 키티코인 때문에 엄청나게 손해 봤는데 국가에서 이거 어떻게 처리 안 해주나? 한 기업이 국가보다 힘이 강한 거야?”
당시 사람들은 자유컴퍼니에서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 주는 조건으로 자유컴퍼니 본사의 치외법권을 인정해 준 걸 모르는 듯했다.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나도 떨 그거 딱 한 번 해봤는데 같이 했던 놈이 불어서 경찰한테 끌려가고 그랬지. 저놈은 인터넷 방송까지 하고도 아무 일 없는 거 보면 부럽긴 진짜 부럽네.”
또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들렸다.
“솔직히 유럽에서 잘사는 나라들은 대마초 정도는 허용하고 있고 미국도 주마다 다르지만 합법화하고 있던데 우리나라도 오락용 대마 합법화해도 되지 않을까요? 물론 순차적으로 천천히 사람들 의견을 한데 모아서 진행시켜야겠지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거 하면 취해서 범죄 저지르고 싸움질이나 하고 그러겠지.”
그러자 대마초를 피우고 처벌을 받았다던 사람이 상대의 말을 끊고는 이야기했다.
“대마초 피우면 그냥 사람이 엄청나게 인자해져요. 싸움하고 그런 게 아니라 아주 해탈한 것처럼 조용해지고 분노도 다 사라지고 그런 게 이 떨이란 겁니다.”
그러면서 자기 가방에서 담배같이 생긴 물건을 꺼냈다.
“내가 저놈만 자유롭게 하는 게 억울해서 이거 어렵게 구해왔습니다. 태어나서 딱 두 번째로 해보는 거예요. 세상이 공평하다면 나도 자유컴퍼니 앞에서 피우는 거니까 잡아가지 마쇼. 씨발 것!”
야구 모자를 쓴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남자 주위에서 멀리 떨어져서 사진을 찍어댔다.
그는 장소만 같으면 권리도 같아지는 줄 아는 듯했다. 하지만 자유컴퍼니 앞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치외법권을 얻는 것은 아니었다. 유준도 나도 그에게 그런 권리를 허락한 적이 없었다.
남자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아, 기분 좋다. 나 이거 한 대 빨고 집에 가서 잘 거니까 다 피울 때까지는 놔두쇼.”
남자가 대마초 한 대를 다 피워갈 때쯤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남자는 놀란 눈치였다.
“아니 씨발, 뭔 경찰차가 이렇게 빨리 와. 어떤 새끼가 신고한 거야. 어디 잡아가면 내가 가만히 있나 봐. 저 새끼는 아무렇지도 않게 피우는데 왜 나만 갖고 지랄이야?”
모자 쓴 남자는 경찰이 다가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마초를 피웠다. 경찰이 다가와서 체포하려고 하는데도 입과 코에서 연신 연기를 뿜어댔다.
“왜 나는 잡아가고 저 텐트 안에 있는 새끼는 가만히 놔두는데? 너희도 돈 먹었지? 이 씨발새끼들아! 여기 비리 경찰이 사람 잡아간다!”
2인 1조의 경찰관이 수갑을 채운 상태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데도 경찰의 얼굴에 연기를 내뿜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짭새들아, 니들은 이런 것도 못해봐서 이거 얼마나 좋은지도 모르지? 술이랑 담배는 합법인데 이게 왜 불법이야? 아니, 저 새끼는 합법인데 왜 나는 잡아가? 이 씨발년들아!”
하지만 이내 그런 발악도 끝났고 범인은 눈이 풀리며 기분 좋다, 내 마음대로 하고 잡혀가고 말지라고 중얼거리며 경찰에 제압되어 경찰차에 끌려갔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다음에도 사람들이 떠나지 않았다. 나는 원래 하던 인터넷 방송이나 뉴츄브 콘텐츠 진행도 하지 않고 그저 텐트 안에 누워 있었다.
‘어떡하지?’
아무리 윤유준이 뒤를 봐준다고 해도 여론까지 완전히 잠재울 수 있는 건 아닐 것이었다. 그때 사람들 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솜의 목소리였다. 나는 텐트 문을 열고 다솜이 온 걸 확인했다. 그러고는 유준이 보낸 경호원들에게 다솜을 보호 띠 안으로 들어오게 하라고 말했다.
“오빠, 아침밥 먹었어? 배고프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배달을 시킬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솜은 손에 초밥 도시락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서로 반말을 쓰는 사이였다. 다솜은 내가 걱정이 돼서 와본 것이었다. 그녀는 나와 다르게 대범한 구석이 있었다.
당시 여론이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돈의 힘 때문인지 내 편이 되어주었다. 사실 나와 함께 다솜도 욕을 먹는 건 마찬가지여서 동병상련의 마음 때문인지도 몰랐다.
나는 초밥을 먹으며 말했다.
“난 생선알은 안 먹어. 그리고 광어와 초새우 초밥을 제일 좋아해.”
“그래, 그럼 광어랑 초새우는 오빠가 다 먹어. 난 생선알 좋아하는데 그건 내가 다 먹을게.”
다솜은 그 말을 하더니 스마트폰을 꺼내서 실시간 방송 송출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전 지금 논란의 현장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먹방을 하고 있어요. 자용 오빠는 광어랑 초새우를 제일 좋아한다네요. 그리고 생선알을 안 먹는대요. 편식쟁이네요.”
그 말을 하더니 주변에 있는 인파를 방송에 내보냈다. 사람들은 자기가 방송에 나오는 게 싫은지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났다.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저년은 창녀가 당당하기도 하네. 방송에서 그렇게 붙어 있더니 밤에는 뭘 했겠어? 사람들이 모를 줄 알아? 사회의 도덕을 해치는 저 둘을 지금 당장 끌고 가서 두들겨 패도 모자랄 판인데 왜 다들 가만히 있나요?”
그가 본 것은 방송을 끄기 전의 짧은 장면뿐이었다. 그런데 추측은 어느새 모두가 목격한 사실처럼 부풀어 있었다.
다솜은 먹던 초밥을 물티슈에 뱉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밥맛 없게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 창녀? 당신도 아까 그 사람처럼 한번 경찰에 잡혀가 볼래요? 내가 무슨 창녀야? 난 엄연히 스폰녀라고. 부자들을 스폰서로 두면 장기적인 관계라면서 처벌 안 받는 거 몰라? 뉴스도 안 봐요? 지금 난 문자용이랑 첫날 만나고 계속 메시지도 주고받고 오늘은 도시락까지 싸왔는데 내가 창녀라고? 그러면 힘 있고 돈 많은 다른 남자들은 뭔데? 왜 안 잡혀가?”
나와는 다르게 그녀는 용감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저 옆에서 묵묵히 초새우 초밥을 입에 넣고 있었다.
다솜이 그 어떤 경호원보다 더 믿음직스러웠다. 물론 그녀가 그렇게 당당하게 행동하는 데는 내가 준 돈과 금괴가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거기다 내가 함께라면 그녀의 뉴츄브와 인터넷 방송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뉴츄브 광고 수익과 인터넷 방송의 시청자들이 주는 기부만으로도 그녀는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헉 소리 나는 외모로 이미 인기를 끌었으니 말이다.
그날 다솜은 처음 만난 날에 비해선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옷을 입는다고 해도 그녀의 엄청난 몸매를 가릴 순 없었을 것이다.
화장을 하지 않았거나 약간만 화장을 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어느 때보다 더 예뻤다. 화장을 하지 않으니 3살 정도는 더 어려 보여서 1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였다.
나는 그제야 혹시나 내가 너무 어린 여자를 상대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불법적인 게 허용되는 공간이라지만 여론의 무서움을 이미 경험한 상태였다.
너무 큰일을 벌이면 자경단이 행동할지도 몰랐다. 나는 초밥을 다 먹은 다음 캔커피를 마시다 조용히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