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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슬롯머신

by Jayu · 2026-10-27

2화 슬롯머신

일단은 돈벌이가 필요했다. 내가 얻었다는 자유가 실제로 통하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유준과의 면담을 마치고 텐트로 돌아온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본사 직원이 금빛 포장지로 싼 상자를 가져왔다.

상자 안에는 새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들어 있었다. 노란 봉투에는 현금 100만 원과 메모가 담겨 있었다.

“처음이니까 종잣돈이 필요할 거예요. 당신 재정 상태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100만 원을 일단 불려 봐요. 그리고 필요하면 새 스마트폰으로 연락하겠습니다. 웹소설 재밌던데요. 새 노트북으로도 써봐요. 잊지 말아요. 당신은 불법적인 모든 걸 살 수 있고 그걸 팔 수도 있어요.”

나는 유준의 마지막 말에서 힌트를 얻어서 무슨 물건이든 다 판다는 알라딘즈에 접속했다. 아니, 일단 배가 너무 고팠으므로 간짜장과 탕수육도 시켰다.

나는 간짜장을 먹으며 알라딘즈에서 산 다음 국내에서 팔 만한 물건을 찾았다.

그러다 한 가지 물건이 제법 싼 가격에 올라와 있는 걸 발견했다. 바로 중고 슬롯머신이었다. 한국에서도 허가받은 카지노에서는 합법적으로 도박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국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도 산골에 있는 곳뿐이었다.

그렇다면 첫 시작은 이거다. 중고 슬롯머신은 배송비를 포함해 60만 원이었다. 남은 돈은 손님에게 지급할 준비금과 생활비로 나눠두었다.

기계를 샀다고 바로 장사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먼저 작동과 정산 방식을 확인했고, 내가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을 넘는 이용은 받지 않기로 했다.

나는 뉴츄브를 통해서 나 스스로 슬롯머신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방송했다. 내 슬롯머신을 내가 가지고 노는 건 도박이 아니니 법과도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건 단지 홍보였다. 문제는 누군가 내 슬롯머신을 가지고 놀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처음 가졌던 슬롯머신은 손으로 당기는 막대기까지 달린 매우 오래된 물건이었다. 그러니 중고지만 60만 원이라는 돈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첫 손님은 호주에서 처음 카지노에 가봤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손님으로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텐트 안에서의 치외법권도 함께 허락했다.

그 사람도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방송 홍보와 콘텐츠 확장을 위해서 내 텐트를 방문한 것이었다.

그 사람이 내게 투자한 돈은 무려 5만 원짜리 10장이었다. 그것도 한 시간 만에 내 슬롯머신이 먹어버린 돈이었다.

다행히도 그는 별 항의 없이 씁쓸한 표정만 지으며 텐트에서 떠났다.

그것으로 나는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다. 나는 정해진 시간에만 손님을 받았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내 텐트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한 사람당 최대 50만원에 최대 1시간만 이용할 수 있는 제한을 뒀다.

손님이 잃은 돈이 그대로 매일의 수익이 되지는 않았다. 따고 돌아가는 손님도 있었다.

나는 들어온 돈과 지급한 돈을 따로 적었다. 몇 주가 지나자 준비금을 남기고도 이익이 쌓이기 시작했다. 새 기계와 생활비에 쓸 수 있는 돈은 그때부터 생겼다.

나는 순식간에 돈을 벌었다. 괜히 마카오의 카지노 업체들이 떼돈을 버는 게 아닌 듯했다.

무엇보다 초기 비용을 회수한 뒤에는 큰 노동이나 추가 투자 없이도 돈이 들어온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금고를 샀다. 그리고 고양이를 위해 말린 열빙어도 샀다.

너무 비싸서 한 번도 먹여 본 적이 없는 간식이었다.

나는 어두운 밤 텐트 안에서 현금 다발을 셌고 고양이는 찹찹거리면서 열빙어를 씹었다.

나는 약간의 투자를 해야겠단 마음을 먹었다. 낡아빠진 슬롯머신 기계를 좀 더 비싼 용 5마리가 등장하는 게임으로 바꿨다. 그것보다 비싼 최신 기계는 천만 원은 줘야 했기에 보류했다.

내가 새로 산 슬롯머신은 강완랜드 카지노에 가면 즐겨 하던 기계였다. 그 기계에 30만원을 순식간에 날린 뒤로 나는 다시는 카지노에 가지 않았다.

그런 내가 한 평만 한 카지노의 주인이 되어 돈을 벌고 있었다. 그냥 돈을 벌기만 할 수는 없었다.

돈을 써야 다시 더 벌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니 나는 스마트폰에 적은 위시리스트들을 그대로 실행했다.

우선 매끼 소고기 스테이크만 먹었다. 고양이에겐 큰 화장실과 자동 장난감을 사주었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샀다.

유준에게 받은 건 특별한 연락을 받기 위한 용도고, 물리 자판이 달린 스마트폰이라 좀 더 일반적인 풀스크린 터치 방식의 스마트폰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텐트 생활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손님이 오는 시간과 방송하는 시간이 정해졌고, 하루의 대부분을 불안하게 보내던 생활도 조금씩 바뀌었다.

그리고 무적의 텐트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나는 아령과 같은 간단한 운동기구를 마련한 다음 온라인 암시장에서 스테로이드를 구매했다.

그리고 전문가가 알려주는 방식대로 스테로이드 약을 먹었다. 몸의 변화는 서서히 나타났다. 운동과 식사에 시간을 들였고, 거울 속 모습이 달라지자 나는 그 변화를 약물 덕으로만 돌리고 싶어졌다.

물론 부작용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엄청나게 비싼 전문가를 고용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몸이 훨씬 가벼워지자 생각하는 것도 더 쉬워져서 웹소설을 더 잘 쓸 수 있었다. 조회수가 15에서 500으로 늘어났다.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

내게는 순식간에 남들이 손에 넣기 힘든 돈이 생겼다. 그렇게 돈이 생기고 나니 제대로 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단은 복잡하지 않게 딱 10가지의 계획을 적었다.

"웹소설로 유명해지기, 타인에게 선택을 맡겨서 인생을 살아가는 뉴츄버 되기, 뉴츄브에서 방송하며 소통하기, 외국어 배우기, 외국인 친구 사귀기, 나만의 인터넷 커뮤니티 만들기, 롤플레잉 게임 전문 스트리머 되기, 도박으로 큰돈 벌기, 글래머와 사귀기, 대마초 피워보기."

나는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운동을 했다. 돈과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가지게 되니 그걸 유지하고 싶은 욕망이 강해졌다.

나는 매일 웹소설을 써나갔고 뉴츄브로 게임 방송을 하거나 실시간으로 손님들이 슬롯머신을 돌리는 장면을 송출하기도 했다. 나의 일상들을 뉴츄브에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돈을 불려나갔다. 번 돈의 일부는 코인에 투자했다. 운이 좋게도 투자에 성공해서 2배 정도로 돈이 늘었다.

그런 식으로 돈을 벌면 최신 슬롯머신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최신 기계를 들여놓으려면 텐트가 비좁을 것 같았다.

나는 윤유준이 준 스마트폰으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텐트를 큰 것으로 바꿔도 괜찮을까요?”

그러자 유준에게 답장이 왔다.

“목적이 뭔가요?”

“큰 슬롯머신을 두기 위함입니다.”

“그러면 그 슬롯머신을 두기에만 적당한 사이즈의 텐트를 사면 됩니다. 너무 큰 건 아직 무리예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좀 더 큰 텐트를 샀다. 그리고 최신식 슬롯머신도 같이 주문했다. 그 기계에는 무려 스마트폰 무선 충전까지 가능한 공간이 있었다.

그전까지 쓰던 슬롯머신들은 자유컴퍼니 본사 건물에 마련된 공간 어딘가에 보관했다. 유준은 그 공간을 나를 위한 창고로 기꺼이 내주었다.

나는 가끔 부자 손님이 예전에 즐기던 슬롯머신을 찾으면 창고에서 오래된 슬롯머신을 꺼내서 장사를 하기도 했다.

내 슬롯머신 장사는 성공적이었고 나는 꿈에 그리던 캣타워를 둘 수 있는 큰 집을 사는 것과 세계일주라는 것을 실제로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자유컴퍼니와 계약된 이벤트가 끝나기만 하면 나는 집을 사고 고양이를 부모님에게 맡긴 다음 여행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때 나는 매일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는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루시드 드림이라고 부르곤 했다. 나는 꿈에서 내 욕망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꿈에서 운동을 하면 현실에서 비싼 운동기구를 산 다음 창고에 뒀고, 도서관에 가는 꿈을 꾸면 현실에선 책을 산 다음 대충 읽고 보관하기도 했다.

그날은 꿈에 몸매가 좋은 여자들이 나왔다.

나는 욕망을 충실히 따르고 싶었다. 나는 꿈에서 본 일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돈이 있었다. 그리고 내겐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자유가 있었다.

사실 거기다 단순히 현실 세계의 능력만 가진 게 아니었다. 예지몽을 꾸는 능력과 초능력까지 가지게 된 것 같았다.

나는 꿈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손에 넣으면 그것과 똑같은 스마트폰이 실제로 출시되곤 했다.

나는 예지력을 넘어선 불가능을 실현시키는 능력을 손에 넣은 것 같았다.

꿈과 닮은 일이 몇 번 이어지자 나는 그것을 능력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꿈 때문에 행동을 바꾼 것인지, 실제로 무언가를 미리 본 것인지는 증명할 수 없었다.

어쩌면 당시의 유준이 나의 욕망을 엿보고는 뒤에서 내가 모르게 힘을 쓰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런 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착각일 수도 있었다.

나는 띡똑이라는 짧은 영상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앱을 자주 썼다. 거기엔 내가 좋아하는 이상형의 여자들이 많았다.

돈으로 환산한다면 상당히 비싸 보이는 여자들이 그곳에서 춤을 추며 좋아요를 눌러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는 그들 여럿에게 지폐 다발을 보여주며 내가 큰돈을 줄 테니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정확히 그것이 성적인 것을 의미하진 않았다.

그녀들이 나를 상대하는 시간을 가지며 나에게 매력을 느낄 기회를 주고 싶었다.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을 통해 내 취향의 여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생각보다 많은 여자들이 내 말에 응답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나는 당시에 돈만 많이 가진 것이 아니라 띡똑, 뉴츄브 어느 곳 할 것 없이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였다. 나와 친해진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이슈가 될 만했다.

내가 선택한 그녀가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택시에서 내려서는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고 가슴이 잘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냥 큰 가슴인 거유를 넘어서 폭발할 것 같은 그녀의 가슴은, 어느 게임에서 마케팅용으로 사용하던 폭유란 단어가 어울릴 것 같았다.

그녀와 나는 엄연히 계약 관계였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함께 뉴츄브 콘텐츠를 만들거나 실시간 방송을 할 생각이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유명해지고 싶은 그녀에게도 도움이 되고 나는 즐거움이라는 보상을 얻는, 서로를 위해서 좋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