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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숲》 제1부 — 죽은 친구의 남자 제4화. 죽은 여자가 남긴 사진

by SEINE · 2026-10-20

강태신에게서 온 마지막 메시지를 읽은 뒤, 김준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 유진이가 어떤 집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습니까?

우연일 수도 있었다.

유진이 살아 있을 때 강태신과 함께 여러 장소를 방문했을 테니, 그가 특정한 집에 관해 묻는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준은 휴대전화 화면에 떠 있는 사진을 다시 바라보았다.

깊은 숲.

커다란 저택.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

그리고 사진을 찍은 유진이 남긴 짧은 문장.

태신 씨가 데려온 곳이야.

준은 사진과 메시지를 번갈아 보았다.

어쩌면 강태신은 단순히 유진의 마지막 행적을 확인하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가 묻는 집이 바로 이곳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준은 답장을 입력했다.

어떤 집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읽음 표시가 사라졌다.

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일 분.

삼 분.

오 분.

준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대답하지 않는 이유를 추측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는 것보다,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확인하는 편이 훨씬 정확했다.

그녀는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유진이 보낸 사진을 확대했다.

저택의 외벽은 밝은 회색 석재로 마감되어 있었다. 넓은 유리창과 높은 지붕, 정원 한쪽에 놓인 조각상이 보였다.

건물의 일부는 나무에 가려져 있었지만 상당히 큰 규모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준은 사진에 찍힌 차량들을 살펴보았다.

검은색 세단 세 대.

흰색 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한 대.

그리고 건물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얼굴은 식별하기 어려웠다.

사진의 화질이 좋지 않았다.

준은 더 확대하려다 멈췄다.

픽셀만 커질 뿐, 새로운 정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화면을 원래 크기로 되돌렸다.

그리고 유진이 사진을 보낸 날짜를 확인했다.

한 달 전 금요일.

밤 열 시 사십삼 분.

준은 달력을 열었다.

그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났다.

대학원 세미나 발표 자료를 수정하느라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있었다.

유진에게서 사진이 왔지만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저 예쁜 집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준은 당시 자신이 보낸 답장을 확인했다.

좋네.

유진은 곧바로 답했다.

그치?

그리고 몇 분 뒤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근데 여기 좀 이상해.

준의 손이 멈췄다.

그 아래에는 자신이 보낸 답장이 있었다.

뭐가?

하지만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준아, 오늘 점심 뭐 먹어?

준은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유진은 왜 대답하지 않았을까.

단순히 다른 일로 바빴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사소한 침묵마저 마음에 걸렸다.

다음 날 오전.

준은 대학원 도서관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범죄심리학 관련 논문 세 편과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논문이 아니었다.

유진이 보낸 사진이었다.

준은 사진 속 건물의 특징을 정리했다.

높은 천장.

넓은 유리창.

외벽의 독특한 곡선.

정원에 놓인 조각상.

그러다 문득 건물 한쪽에 있는 작은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정원 끝에 세워진 조형물이었다.

가늘고 긴 금속 기둥 세 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준은 그것을 확대했다.

어딘가에서 본 것 같았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김준.”

준이 고개를 돌렸다.

지도교수 한서윤이었다.

“오늘도 일찍 왔네.”

“네, 교수님.”

서윤은 책상 위에 놓인 논문을 보았다.

“논문은 얼마나 진행됐어?”

“이론적 배경 정리 중입니다.”

“좋아. 그런데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네.”

서윤은 지나가려다가 준의 노트북 화면을 보았다.

“이건 뭐니?”

“유진이가 보내준 사진입니다.”

서윤의 시선이 화면에 머물렀다.

“어디야?”

“정확한 장소는 모르겠습니다.”

“별장 같은데.”

“네.”

서윤은 잠시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조각상…….”

준이 고개를 들었다.

“아시는 건가요?”

“어디서 본 것 같아서.”

서윤은 안경을 고쳐 썼다.

“잠깐만.”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첩을 확인했다.

화면을 몇 번 넘기던 서윤이 손을 멈췄다.

“아, 맞네.”

준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어디인가요?”

서윤은 휴대전화를 보여 주었다.

화면에는 고급스러운 초대장이 떠 있었다.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가을 실내악의 밤.

그 아래에는 음악회가 열리는 장소와 날짜가 적혀 있었다.

서윤이 말했다.

“다음 주에 초청받은 음악회가 있는데, 장소가 여기인 것 같아.”

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초대장 하단에는 저택의 전경 사진이 작게 들어가 있었다.

유진이 보낸 사진과 같은 건물이었다.

“교수님도 이곳에 가시는 건가요?”

“응. 예전에 공동연구를 했던 분이 초대해 주셨어.”

“어떤 분이신데요?”

“의료계와 문화재단 쪽에서 활동하시는 분이야. 이런 행사를 자주 여시더라고.”

준은 다시 초대장을 바라보았다.

음악회는 일주일 뒤 토요일 저녁에 예정되어 있었다.

“교수님.”

“응?”

“혹시 저도 참석할 수 있을까요?”

서윤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가?”

“네.”

“너 이런 행사 별로 안 좋아하잖아.”

“한 번 가보고 싶어서요.”

서윤은 준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마침 동반 한 명까지 가능하다고 했어.”

“그럼 괜찮을까요?”

“물론이지.”

준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서윤은 초대장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준아.”

“네.”

“유진 씨가 보낸 사진이랑 같은 장소라서 가고 싶은 거니?”

준은 잠시 침묵했다.

서윤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네.”

준이 말했다.

“그곳에 다녀온 뒤 유진이가 이상한 말을 했거든요.”

“무슨 말?”

“그 집이 이상하다고요.”

서윤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그게 전부야?”

“네.”

“준아.”

“네.”

“네가 그 친구의 죽음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건 알아. 하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일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시선은 여전히 사진 속 저택에 머물러 있었다.

같은 날 오후.

강태신은 검찰청 사무실에서 서류를 읽고 있었다.

책상 위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서민혁이었다.

태신은 전화를 받았다.

“왜.”

“이번 주말 시간 돼?”

“무슨 일.”

“골프나 치자고.”

“바빠.”

“넌 맨날 바쁘대.”

태신은 서류를 넘겼다.

“용건만 말해.”

민혁이 웃었다.

“다음 주 음악회는 올 거지?”

태신의 손이 멈췄다.

“무슨 음악회.”

“그 집에서 하는 거.”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

태신이 짧게 대답했다.

“초대장은 받았어.”

“이번에는 사람들 많이 온다더라. 교수들도 오고, 재단 관계자들도 오고.”

“그래서?”

“그냥. 네가 오면 좋겠다고.”

태신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창밖으로 회색 빌딩들이 보였다.

“생각해 볼게.”

“너 요즘 왜 이렇게 재미없냐?”

“원래 재미없었어.”

“유진이 일 때문에 그래?”

태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혁은 잠시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 경찰 조사, 별말 없었지?”

“없어.”

“정말?”

“민혁아.”

태신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같은 질문 두 번 하게 하지 마.”

상대방이 입을 다물었다.

태신은 다시 평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주에 보자.”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잠시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메시지 목록 아래쪽에 김준의 이름이 있었다.

어젯밤 자신이 보낸 질문.

혹시 유진이가 어떤 집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습니까?

그 아래 김준의 답장.

어떤 집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태신은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자신이 너무 구체적으로 물었나.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곧 미소를 지었다.

별일 아닐 것이다.

유진은 원래 사소한 일까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여자였다.

친구에게도 저택 이야기를 했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태신은 답장을 입력했다.

별장 같은 곳이요. 유진이가 가끔 친구들 모임에 참석했거든요.

전송.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기억나시는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러다 문득 김준의 얼굴이 떠올랐다.

경찰서 복도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던 눈.

거리가 가깝다고 말하며 물러서던 모습.

그녀는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태신은 잠시 상상했다.

아마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것이다.

그 생각에 웃음이 났다.

이상하게도 그 무심함이 마음에 들었다.

저녁 여섯 시.

준은 학교 근처 작은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있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강태신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별장 같은 곳이요. 유진이가 가끔 친구들 모임에 참석했거든요.

준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친구들 모임.

유진은 그곳에 누구와 함께 갔을까.

강태신의 친구들이라면 유진에게는 대부분 낯선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진은 왜 그곳을 이상하다고 표현했을까.

준은 답장을 보냈다.

정확히 기억나는 건 없습니다.

잠시 후 답장이 왔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준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그때 유진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준아, 태신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유진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런데 같은 날 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근데 가끔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준은 그 두 문장을 떠올렸다.

사람은 누구나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고, 두려운 사람을 떠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진이 강태신을 두려워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준은 식사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밤.

준은 유진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의 사진.

전시회에서 찍은 사진.

카페에서 찍은 사진.

유진은 언제나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었다.

반면 준은 대부분 무표정했다.

“넌 사진 찍을 때도 좀 웃어.”

유진이 자주 하던 말이었다.

준은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유진을 보았다.

이상했다.

살아 있을 때는 그토록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전화가 오면 귀찮기도 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때면 적당히 듣고 넘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준은 유진의 마지막 음성메시지를 찾아보았다.

몇 주 전, 유진이 전시회 준비를 하며 보낸 것이었다.

재생 버튼을 눌렀다.

“준아, 나 오늘 그림 하나 완성했어. 너한테 제일 먼저 보여 주려고 했는데 네가 전화를 안 받네.”

잠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무튼 나중에 보여 줄게. 이번 그림은 좀 이상해. 나도 왜 이렇게 그렸는지 모르겠어.”

음성메시지는 거기서 끝났다.

준은 다시 재생했다.

이번 그림은 좀 이상해.

유진은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준은 최근 유진이 보낸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완성된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작업실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캔버스는 천으로 덮여 있었다.

준은 화면을 확대했다.

천 아래로 그림의 일부가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

검은색.

짙은 녹색.

그리고 붉은색.

준은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림의 형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색감은 낯익었다.

숲속 저택 사진에서 보았던 색과 비슷했다.

준은 사진을 저장했다.

그리고 노트북에 새로운 폴더를 만들었다.

이유진 — 사진 및 기록.

그 안에 숲속 저택 사진과 작업실 사진을 넣었다.

다음 날 오전.

준은 유진의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실은 오래된 상가 건물 삼 층에 있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자 복도 끝에 작은 문이 보였다.

문 앞에는 아직 유진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붙어 있었다.

LEE YUJIN STUDIO.

준은 한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

유진은 생전에 이곳을 무척 좋아했다.

“준아, 내 작업실은 내 세상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작업실 열쇠는 유진의 어머니에게 미리 허락을 받고 전달받았다.

준은 열쇠를 꺼냈다.

철컥.

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익숙한 물감 냄새가 남아 있었다.

창가에 놓인 이젤.

바닥에 흩어진 붓.

물감이 묻은 앞치마.

그리고 벽에 기대어 놓인 여러 개의 캔버스.

준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멈춘 공간 같았다.

유진이 잠시 외출한 것처럼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준은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작업대 위에는 작은 메모장이 놓여 있었다.

전시회 일정.

물감 구매 목록.

갤러리 담당자의 연락처.

평범한 기록들이었다.

준은 메모장을 내려놓았다.

그때 방 한쪽에 세워진 커다란 캔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준은 걸음을 멈췄다.

휴대전화 사진에서 보았던 그림이었다.

유진이 이상하다고 말했던 그림.

준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천의 끝을 잡았다.

잠시 망설였다.

이 그림은 유진이 마지막으로 작업하던 작품일지도 몰랐다.

준은 천을 조심스럽게 걷어 냈다.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캔버스에는 깊은 숲이 그려져 있었다.

나무들은 검은색에 가까웠고, 하늘은 짙은 회색이었다.

숲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저택이 있었다.

바로 그 집이었다.

준은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저택의 창문마다 희미한 노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집이 아니었다.

숲 앞쪽에 그려진 작은 여자였다.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

여자는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그 앞에는 키가 큰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그려져 있지 않았다.

준은 그림을 바라보았다.

단순한 풍경화라고 보기에는 이상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불안한 분위기였다.

그림 속 여자는 저택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숲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준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캔버스 오른쪽 아래에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작품 제목인 줄 알았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보니 문장이었다.

유진의 필체였다.

『아무도 모르는 숲.』

준은 손끝으로 글씨 가까이를 짚었다.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물감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준은 휴대전화의 손전등을 켰다.

빛을 비스듬히 비추자 글씨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그날,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준은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날.

어떤 날을 말하는 걸까.

그리고 혼자가 아니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준은 그림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바로 그때.

작업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천천히.

한 계단씩.

준은 고개를 돌렸다.

발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두드리는 소리.

똑똑.

“누구세요?”

준이 물었다.

문밖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준 씨.”

준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안에 계시죠?”

강태신.

그가 문밖에 서 있었다.

준은 그림을 돌아보았다.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

얼굴 없는 남자의 그림자.

그리고 캔버스 아래 적힌 문장.

그날,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