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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가장 평범한 행복

by 루시엘 · 2026-10-26

# 《두부참이슬》

루시엘 지음

## 29화. 가장 평범한 행복

“서하 씨.”

“네?”

“우리 하루만 평범한 부부처럼 살아 볼까요?”

윤서하는 손에 들고 있던 물티슈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강태준.

태성그룹의 대표이사이자, 두부김치 하나에 참이슬을 곁들이던 단골손님이자, 며칠 전 자신에게 대뜸 결혼하자고 말한 남자친구.

그 남자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얼굴로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뭐라고요?”

“하루만 부부처럼 살아 보자고요.”

“우리가 언제 결혼했는데요?”

“아직 안 했죠.”

“그런데 부부처럼 살자고요?”

“네.”

서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강태준 씨.”

“네, 사장님.”

“혹시 요즘 회사에서 너무 스트레스받아요?”

“왜요?”

“이제 별소리를 다 하시네.”

태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니, 진짜예요. 그냥 평범한 하루를 함께 보내 보고 싶어서요.”

“데이트하면 되잖아요.”

“데이트는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요?”

“데이트 말고요. 진짜 생활이요.”

태준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설명했다.

“같이 장 보고, 밥 해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하루 동안 서로의 생활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경험해 보는 거죠.”

서하는 팔짱을 꼈다.

“그러니까 제가 태준 씨한테 밥해 주고 청소해 주는 하루라는 거예요?”

“아니요!”

태준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왜 그렇게 무서운 쪽으로 해석해요?”

“그럼 뭐예요?”

“제가 밥도 할 거고, 청소도 할 거고, 설거지도 할 거예요.”

“태준 씨가요?”

“네.”

“설거지는 해 봤어요?”

“……컵은 씻어 봤습니다.”

“컵이요?”

“네.”

“그게 설거지예요?”

태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서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아, 진짜. 나 미치겠네.”

태준은 억울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배우면 되잖아요.”

“누가 가르쳐 준대요?”

“제 여자친구가요.”

“아직 결혼도 안 한 여자친구가요?”

“미래의 남편이 될 수도 있는 남자친구가 부탁드립니다.”

서하는 웃다가 잠시 멈췄다.

미래의 남편.

그 말이 여전히 낯설었다.

그런데 예전처럼 무섭기만 한 건 아니었다.

태준과 함께라면 어떤 모습일까.

아침에 눈을 뜨면 옆방에서 태준이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나오는 모습.

같이 밥을 먹다가 사소한 일로 투닥거리는 모습.

퇴근한 태준이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면 따뜻한 밥을 차려 주고, 자신이 힘든 날에는 그가 먼저 다가와 안아 주는 모습.

그런 평범한 하루를 상상하자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서하는 괜히 물컵을 들었다.

“……하루만이에요.”

태준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요?”

“네. 대신 조건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제가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돼요.”

“네.”

“비싼 식당 예약하지 말고, 비싼 선물 사 오지도 말고요.”

“네.”

“그리고 설거지하다가 접시 깨뜨려도 제가 뭐라고 할 거예요.”

태준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제가 접시를 깰 거라고 확신하는 겁니까?”

“네.”

“너무하시네.”

“싫으면 취소할까요?”

“아니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서하는 피식 웃었다.

“그럼 토요일에 봐요, 남편님.”

태준은 순간 굳어 버렸다.

“……네?”

서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방금 뭐라고 했어요?”

“토요일에 보자고요.”

“그다음이요.”

“남편님?”

태준은 천천히 입가를 올렸다.

“한 번만 더 불러 주면 안 돼요?”

“싫어요.”

“사장님.”

“안 돼요.”

“여보.”

“강태준!”

태준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서하는 얼굴이 빨개진 채 그를 노려보았다.

“진짜 얄미워!”

“죄송합니다. 그런데 오늘 잠은 다 잤네요.”

“뭐가요?”

“사장님이 저를 남편이라고 불러 줘서요.”

서하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 1. 장바구니를 든 남자

토요일 오전 열 시.

서하는 집 앞에서 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차에서 내린 태준은 평소보다 편안한 옷차림이었다. 깔끔한 셔츠 대신 회색 후드티를 입었고, 손에는 커다란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서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뭐예요?”

“장바구니요.”

“그건 저도 알아요.”

“오늘 장을 봐야 하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큰 걸 가져왔어요?”

태준은 장바구니를 들어 보였다.

“많이 담으려고요.”

“둘이 먹을 건데요?”

“혹시 부족할까 봐요.”

서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태준 씨, 우리 오늘 식당 차릴 거 아니에요.”

“……그렇네요.”

“그리고 차는 두고 가요.”

“네?”

“시장 갈 거잖아요. 주차할 데도 없고, 걸어가면 되는데.”

태준은 잠시 망설였다.

“걸어가요?”

“네. 설마 장도 차로만 봤어요?”

“아니요. 걸어 다녀 본 적도 있어요.”

“그럼 가요.”

서하는 태준의 손에서 장바구니를 빼앗아 들었다.

태준은 얼떨결에 그녀를 따라 걸었다.

평소 같으면 비서가 차량을 준비하고, 필요한 물건은 직원이 알아서 구매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두 사람은 나란히 골목을 걸어 동네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갓 튀긴 꽈배기 냄새와 따뜻한 어묵 국물 냄새, 생선가게에서 들려오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태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좋네요.”

“그렇죠?”

서하는 익숙하게 채소 가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머, 서하 왔네! 오늘은 웬일이야?”

“집에서 밥 좀 해 먹으려고요.”

채소 가게 주인은 서하 옆에 선 태준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

“어머나. 이 잘생긴 총각은 누구야?”

서하는 잠깐 멈칫했다.

태준이 먼저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서하 씨 남자친구입니다.”

“아이고, 남자친구?”

주인은 서하를 보며 웃었다.

“어쩐지 요즘 얼굴이 좋아졌다 했더니!”

“아, 사장님도 참!”

“총각, 서하가 성격이 좀 세도 마음은 따뜻해. 잘해 줘야 해!”

태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서하는 민망해서 태준의 옆구리를 찔렀다.

“뭘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해요!”

“중요한 말이잖아요.”

주인은 깔깔 웃으며 채소를 봉지에 담았다.

“둘이 참 잘 어울린다. 결혼해도 되겠네!”

그 순간 두 사람의 손이 동시에 멈췄다.

서하는 얼른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태준은 그런 그녀를 보고 작게 웃었다.

“그러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태준!”

“네?”

“조용히 해요!”

태준은 웃음을 참으며 채소 봉지를 받아 들었다.

시장을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생선가게 주인은 두 사람에게 생선 한 마리를 더 얹어 주었고, 반찬가게 주인은 서하에게 남자친구가 잘생겼다며 연신 웃었다.

태준은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었다.

서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태성그룹의 대표이사라는 이름표가 없어도, 값비싼 정장을 입지 않아도, 그는 충분히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아직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태준 씨, 두부는 그거 말고 이거요.”

“둘 다 똑같은 두부 아니에요?”

“아니거든요. 이건 찌개용이고 저건 부침용이잖아요.”

“……두부에 그런 차이가 있었어요?”

서하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두부김치 먹으면서 그것도 몰랐어요?”

“먹을 줄만 알았지,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 제대로 배우겠네요.”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두 사람은 웃으며 시장을 나왔다.

장바구니 안에는 두부와 돼지고기, 김치, 달걀, 파와 양파가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태준이 장바구니를 들고 걸었다.

서하가 물었다.

“무겁지 않아요?”

“괜찮아요.”

“힘들면 저 주세요.”

“아니요. 제가 들게요.”

태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오늘은 제가 서하 씨한테 잘 보이는 날이잖아요.”

서하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그럼 점수 잘 받아야겠네요.”

“몇 점 만점인데요?”

“백 점이요.”

“지금 몇 점이에요?”

서하는 잠시 생각하는 척했다.

“시장까지 잘 따라왔으니까…… 삼십 점.”

태준의 입이 벌어졌다.

“너무 짠 거 아닙니까?”

“아직 요리도 안 했잖아요.”

“그럼 요리하면 점수 올라가요?”

“망치면 깎여요.”

태준은 장바구니를 고쳐 들었다.

“오늘 꼭 백 점 받겠습니다.”

서하는 웃었다.

그런데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이 남자는 늘 자신에게 잘 보이고 싶어 했다.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살아갈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서하는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 2. 우리 집 첫 식사

서하의 집에 도착한 태준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크지 않은 집이었다.

거실 한쪽에는 작은 소파가 있었고, 창가에는 화분 몇 개가 놓여 있었다. 벽에는 작은 달력이 걸려 있었고, 식탁 위에는 서하가 읽다 만 책과 가게 장부가 놓여 있었다.

태준은 그 모든 것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서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대저택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편안했다.

“왜 그렇게 봐요?”

서하가 물었다.

“그냥요.”

태준은 웃었다.

“서하 씨가 사는 곳이니까요.”

서하는 괜히 민망해졌다.

“집이 별로죠?”

“아니요.”

“작잖아요.”

“작으면 어때요?”

태준은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여기서는 서하 씨가 편하게 쉴 수 있잖아요.”

서하는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자꾸만 마음이 깊어지니까.

“일단 손 씻어요. 요리해야 하니까.”

“네!”

태준은 욕실로 향했다.

잠시 후 주방에서 서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준 씨!”

“네?”

“왜 손만 씻고 있어요? 앞치마 해야죠!”

태준이 주방으로 나왔다.

서하는 앞치마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해요.”

태준은 앞치마를 받아 들었다.

“제가 이걸요?”

“그럼 제가 두 개 할까요?”

“아니요. 하겠습니다.”

문제는 앞치마 끈이었다.

태준은 앞치마를 몸에 두르고 끈을 뒤로 넘겼지만, 손이 잘 닿지 않았다.

서하는 한숨을 쉬며 다가갔다.

“가만히 있어 봐요.”

그녀가 태준의 뒤에 서서 끈을 묶어 주었다.

가까워진 거리.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하의 손길.

태준은 괜히 숨을 삼켰다.

“……서하 씨.”

“네?”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까 좋네요.”

서하의 손이 멈췄다.

“앞치마나 잘 묶어요.”

“네.”

“괜히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하지만 태준의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태준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평소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태성그룹 대표이사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서 있다니.

그런데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자신의 모습을 서하가 보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서하가 말했다.

“네. 뭘 하면 됩니까?”

“일단 파부터 썰어요.”

서하는 도마와 칼을 내주었다.

태준은 자신 있게 파를 집었다.

그리고 칼을 들었다.

서하가 황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요!”

“네?”

“손가락 그렇게 두면 위험하잖아요!”

“아…….”

“이렇게 잡는 거예요.”

서하는 태준의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정리해 주었다.

“천천히 썰어요. 급하게 하지 말고.”

태준은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파를 썰기 시작했다.

툭.

툭.

툭.

처음에는 두꺼웠던 파가 조금씩 얇아졌다.

태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도마를 내려다보았다.

“잘했죠?”

서하는 썰어 놓은 파를 바라보았다.

“……나름요.”

“몇 점이에요?”

“파 썰기는 십 점 만점에 오 점.”

“왜요?”

“크기가 다 다르잖아요.”

태준은 억울한 얼굴로 파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먹으면 똑같지 않아요?”

“요리는 정성이에요.”

“……네, 선생님.”

서하는 웃으며 돼지고기를 준비했다.

태준은 김치를 썰고, 서하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뒤 고기를 볶았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 가는 소리가 주방에 울렸다.

김치를 넣자 매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태준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냄새 좋다…….”

서하가 웃었다.

“먹고 싶어요?”

“네.”

“아직 안 됐어요.”

“조금만 먹으면 안 돼요?”

“안 돼요.”

태준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김치 한 조각을 몰래 집으려 했다.

찰싹!

서하가 그의 손등을 가볍게 쳤다.

“안 된다고 했죠!”

“뜨거운지 확인하려고…….”

“김치가 왜 뜨거운지 확인해요!”

태준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서하도 웃었다.

주방은 어느새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음식이 완성되기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렸지만, 두 사람은 서두르지 않았다.

태준은 파를 썰고, 달걀을 풀고, 식탁을 정리했다.

서하는 그 옆에서 요리했다.

그리고 마침내 두부김치와 계란말이, 된장찌개가 식탁 위에 놓였다.

“완성!”

서하가 말했다.

태준은 두 손을 모았다.

“잘 먹겠습니다!”

그는 두부김치를 한 입 먹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맛있다.”

서하는 웃었다.

“그걸 제가 만든 거잖아요.”

“알아요.”

태준은 다시 한 입 먹었다.

“그런데 오늘은 더 맛있어요.”

“왜요?”

“같이 만들었으니까요.”

서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 말이 참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혼자 만들어 먹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만들고 나누는 일은 조금 다른 행복을 주었다.

서하는 태준의 그릇에 계란말이를 하나 올려 주었다.

“많이 먹어요.”

태준도 그녀의 그릇에 두부를 올려 주었다.

“서하 씨도요.”

두 사람은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특별한 음식은 아니었다.

값비싼 식재료도 아니었고,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도 아니었다.

하지만 태준은 그날 먹은 식사를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든 첫 번째 식사였으니까.

### 3. 설거지 전쟁

식사가 끝난 뒤.

서하는 식탁을 정리하다가 태준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설거지하세요.”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는 접시를 들고 싱크대 앞에 섰다.

서하는 옆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았다.

태준은 먼저 물을 틀었다.

그리고 세제를 듬뿍 짰다.

서하의 눈이 커졌다.

“잠깐만요!”

태준이 놀라 돌아보았다.

“왜요?”

“세제를 왜 그렇게 많이 짜요?”

태준은 손에 든 수세미를 내려다보았다.

거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깨끗하게 씻으려고요.”

“그 정도면 접시가 아니라 세제를 먹겠어요!”

“……조금만 쓰면 되는 거였어요?”

서하는 이마를 짚었다.

“태준 씨.”

“네.”

“도대체 평소에 어떻게 살았어요?”

태준은 잠시 생각했다.

“……잘 살았습니다.”

“그게 아니라요!”

태준은 웃음을 참았다.

서하는 결국 그에게 세제를 조금 덜어 주고, 접시를 어떻게 씻는지 설명했다.

태준은 진지하게 따라 했다.

접시를 씻고, 물로 헹구고, 건조대에 올렸다.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두 번째 접시부터는 조금씩 나아졌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쨍그랑!

서하가 눈을 감았다.

태준은 그대로 굳어 있었다.

싱크대 안에 작은 접시 조각이 떨어져 있었다.

“……서하 씨.”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