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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2

von 한용운

“누굴 찾으세요?”

순영이 거의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집 주인 찾소.”

“왜 그러세요?”

“당신이 주인이요?”

“네, 제가 이 집에 사는 사람이에요.”

“나는 다방골에서 왔소.”

“다방골에서요?”

“네.”

“어디서 오셨든, 주인을 찾으려면 문밖에서 찾으셔야지요. 아무 말도 없이 남의 집 안방 문 앞까지 들어오세요?”

“그럴 듯한 말이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들어올 만해서 들어왔소.”

“어째서요?”

“다방골에서 왔다면 알겠지요?”

“저는 모르겠는데요.”

“몰라요?”

“네.”

순영의 기색은 불쾌했다.

“모르다니?”

그 사람은 험상궂게 생긴 데다가 눈까지 부라렸다.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지요. 그러면 당신이 나를 한 번이라도 보셨나요?”

“대관절 이 집이 누구 집이요?”

그 사람은 건넌방 문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왜 그러세요?”

순영은 그제야 그 사람이 무슨 일로 온 사람인지 알아차리고 기가 꺾였다.

“왜 그러다니? 이 집이 당신이 돈 주고 사서 사는 집이요, 셋집이요?”

“셋집인데요.”

“셋집이라도 여러 가지가 있지. 전세집이요, 삭월세집이요?”

“삭월세집이에요.”

“삭월세집이면 셋돈을 다달이 내기로 했소? 아니면 일 년이나 이 년 만에 한 번씩 내기로 했소? 삭월세는 삭월세라도 돈은 안 내고 거저 살기로 했소? 대관절 어떻게 된 셈이요?”

그 사람의 기색은 더욱 험악해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셋돈은 다달이 내기로 했지요.”

“다달이 내기로 했으면 다달이 냈소?”

“그동안은 늘 잘 냈는데, 몇 달 동안은 사정이 있어서 못 냈어요.”

“몇 달을 못 냈단 말이요?”

“아마 석 달 치를 못 냈나 봐요.”

“석 달 치는 왜 안 냈단 말이요?”

“안 내려고 안 낸 것이 아니라,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못 냈어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도 그건 당신 사정이지, 집 임자 사정은 아니지요. 요즘 세상에 삭월세를 한 달도 밀릴 수가 없는데, 석 달씩이나 안 내고도 뻔뻔스럽게 안마당에 좀 들어왔다고 말을 하오. 그렇게 경우가 바른 사람이 왜 삭월세 돈은 석 달씩이나 안 내나?”

“그렇게 말씀하실 일이 아니에요. 전에 삭월세 받으러 다니시던 분도 아니고, 처음 보는 분이 오셨으니 누가 알겠어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언짢게 생각하지 마세요.”

순영은 미안한 태도로 사과하듯 말했다.

“전에 다니던 김 선달 말이지요?”

“모르지요. 김 선달인지 누군지, 그저 얼굴만 알 뿐이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 사람은 당신네 집에 자주 다녀서 당신하고 꽤 친한 모양이더군요. 그 사람은 당신 사정만 봐주지 집세는 받아오지 않아서 내가 대신 왔소. 왜, 꼭 그 사람이라야 소용이 되오?”

“아이, 망측해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분이 저하고 친하긴 무엇이 친하며, 사정은 무슨 사정을 봐준다는 말이에요? 돈을 받으러 오셨으면 돈 이야기만 하시지,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없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업신여기지 마세요.”

순영의 기색은 조금 날카로워졌다.

“당신은 헛갓장이 모양으로 남의 말 트집만 잡기로 작정했소? 당신이 여러 말을 하니까 나도 여러 말 하는 거지. 당신 말마따나 돈 받으러 온 사람이 돈만 받아 가면 그만이지, 여러 말할 게 뭐 있소? 돈이나 내놓으시오. 나도 바쁜 사람이니 얼른 가야겠소.”

그 사람은 먼지도 묻지 않은 손을 털며 먼 하늘을 보았다.

“그렇게 말씀하실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만하세요. 집세는 속히 마련해서 드릴 테니 며칠만 참아 주세요.”

순영은 당장 돈을 내라는 말에는 어찌할 수가 없어, 그 사람에게 빌 수밖에 없었다.

“아니오. 당신같이 경우를 잘 따지는 사람이 왜 남의 집세를 석 달, 넉 달씩 안 낸단 말이요? 나는 더 참을 수 없으니 당장 내시오.”

그 사람은 마른기침을 하며 한 다리를 버티고 섰다.

“없는 돈을 당장 어떻게 내놔요? 세상 없어도 며칠 후에는 변통해서 드릴 테니 염려 마세요. 저도 구차하긴 해도 남의 집세를 떼먹을 사람은 아니에요. 전에는 한 달도 거른 일이 없었어요. 그믐날이면 꼭꼭 드렸지요. 요새는 피치 못할 일이 있어서 그렇게 된 거예요. 날마다 집세를 해드려야 할 텐데 하고 걱정하고 있는 중이에요. 미안하지만 며칠만 더 참아 주세요.”

순영은 애원하는 태도를 보였다.

“네, 우리도 대강 그런 줄은 아오. 그런데 당신, 전에는 혼자 살았지요?”

“네.”

“지금은 혼자가 아니지요?”

“지금도 혼자지요.”

순영은 이상한 눈으로 그 사람을 보았다.

“혼자가 다 뭐요? 세상이 다 아는데. 그리고 그걸 숨길 게 뭐 있소? 과부가 남편 얻어 사는 것이야 당연한 일인데. 그런데 남의 말을 할 것은 없지만, 허다한 남자들 중에 왜 하필 그런 하이칼라 양반을 골라 잡았단 말이요?”

그 사람은 웃는 듯한 기색으로 순영을 보았다.

“그게 다 무슨 말씀이세요?”

순영은 그 사람의 말투가 여간 창피하지 않아 당장이라도 책망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끓였다.

“그럼 그 이상 더한 하이칼라가 어디 있소? 모르면 몰라도 그런 하이칼라는 매일 적어도 몇 원씩은 써야 할 텐데, 그런 하이칼라가 또 어디 있겠소. 당신도 그 뒤치다꺼리하느라 집세도 못 내는 것 아니요?”

그 사람은 순영이 새로 아편장이 남편을 얻은 줄 알고 하는 말이었다.

순영도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처음 보는 남자가 남의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대단히 무례한 일인 줄 알면서도, 그 사람이 당장 돈을 내라고 조르는 처지일 뿐 아니라,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아 따져 말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은 여간 괴롭지 않았다.

순영은 어떻게 말해야 옳을지 몰라 얼굴을 붉히고 주저하고 있었다.

마침 그때, 아편을 먹으러 갔던 대철이 들어왔다.

대철과 그 사람은 서로 쳐다보았다.

“댁이 주인이요?”

그 사람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왜 그러우?”

대철은 마루로 올라가며 대답했다.

“물을 말이 있으니까 묻는 거요.”

“주인이라면 주인이고, 아니라면 아니오.”

“이게 무슨 말이요? 주인이면 주인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주인이라면 주인이고 아니라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그 사람은 시비를 걸 듯 말했다.

“아니, 여보. 내가 주인이든 아니든 댁에서 무슨 상관이 있으며, 물으려면 곱게 묻지 못하고 당장 시비라도 걸 듯이 달려드는 건 무슨 행동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