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1
von 한용운
대철이 순영의 집에 머문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순영은 대철의 병을 고치기 전에, 우선 조금이라도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곰국을 시원하게 한 번 먹었으면 좋겠네….”
“연한 살코기나 염통 같은 걸 구워 놓고 실컷 먹었으면….”
“좋은 과자나 과일을 사다 두고 오래 먹으면 좋겠는데….”
그 밖에도 온갖 먹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대철의 입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순영은 모르핀을 구해다 주는 것은 물론이었지만,
대철이 먹을 것을 찾을 때마다 그동안 얼마나 굶주렸으면 저럴까 하는 가엾은 생각이 들어, 될 수 있는 대로 다 들어주었다.
그러나 대철의 요구는 갈수록 심해질 뿐,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하여 순영은, 대철이 먹을 것을 찾는 이유가 단순히 굶주림 때문이 아니라 아편장이의 버릇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해서 말할 때마다
안타깝고 마음이 상하여, 결국 사다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원기도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으니, 슬슬 병을 고칠 방법을 생각해 보셔야 하지 않겠어요?”
순영이 가끔 이렇게 말하면,
“원기가 완전히 회복된 다음에 차근차근 고쳐야지, 단번에 마른 나무 꺾듯이 하다가는 병도 못 고치고 사람만 망가지고 말아요. 그러니까 조금 더 지켜봅시다.”
대철은 태연하게 넘겨버렸다.
“의사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던데요. 보약도 먹고 약도 써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고요.
주사 맞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루 다섯 번 맞던 사람이면 처음에는 한 번 줄여 네 번으로,
그다음에는 세 번, 두 번… 이렇게 줄여 가다가
나중에는 한 번, 그리고 완전히 끊으면 병이 낫는다고요.
주사 횟수를 줄이지 않으면 약을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대요.
그러니까 오늘부터라도 주사 횟수를 줄이세요.
그동안은 몸이 너무 쇠약해서 원기부터 회복시키려고 말씀을 안 드렸지만,
이제는 전보다 나아지셨으니까 슬슬 병을 고칠 생각을 하셔야죠.”
순영이 진심으로 권했다.
그러면 대철은—
“가만히 있어 보시오. 조금 더 지켜봅시다. 나라고 생각이 없겠소? 내가 병든 사람이니까 더 절실하고, 고치는 방법도 더 잘 알지요.
이 병은 다른 병과 달라서 그렇게 갑자기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오.”
하고 대답했다.
말하기가 귀찮아지면, 팔로 얼굴을 가리고 그대로 드러눕기 일쑤였다.
“이것 보세요. 처음에는 한 달이면 고칠 수도 있고, 늦어도 두 달이나 석 달이면 충분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벌써 두 달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시작도 안 하셨잖아요.
이렇게 해서 되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고쳐서 정상적인 사람이 되셔야죠. 오늘부터라도 한 번씩 줄이세요.”
순영이 몇 번이나 이렇게 말해도,
대철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잘 따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보, 순영 씨.”
하고 정답게 불렀다.
“네?”
순영은 또 주사나 음식 이야기를 꺼내려는 줄 알고 가까이 갔다.
“내가 여기 와 있는 지도 벌써 석 달이 다 되어 가지 않소?”
대철은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듯 말했다.
“그렇지요.”
순영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이렇게 무한정으로 있을 수는 없지 않소. 나도 병을 고쳐야 할 텐데…
병을 고치려면 우선 몸을 보해야 하는데, 여기 와서 당신 덕에 예전보다야 많이 좋아졌지만, 음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소.”
말을 흐렸다.
“음식뿐인가요? 약도 드셨잖아요.”
“약도 먹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쉽게 몸을 보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말하기가 좀 그렇소.”
“어려울 게 뭐 있어요. 말씀하세요.”
“말이야 쉽지만… 돈이 드는 일이라 그렇소.”
“뭔데요? 많이 드는 거 아니면 어떻게든 해보죠.”
“많이 드는 건 아니오. 다만… 주사값보다는 좀 들지요.”
“그럼 말씀하세요. 할 수 있으면 해볼게요.”
“몸을 빨리 보하려면 ‘검은 약’을 먹어야 하오.”
“검은 약이 뭐예요?”
순영은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검은 약이라는 게 있소. 그게 진짜 아편이오.
지금 맞는 주사약은 진짜 아편이 아니라, 아편을 조금 섞은 것뿐이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사를 맞는 거지, 가능하면 진짜 아편을 먹어야 하오.
나도 처음에는 그걸 먹다가,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주사를 맞기 시작한 거요.”
“그럼 더 독한 거 아닌가요?”
“더 독하니까 약이 되는 거지요.”
“그럼 더 중독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기도 하지만, 계속 먹자는 게 아니라 잠깐 몸을 보하려는 거니까 괜찮소.”
대철은 말을 더듬으며 궁색하게 대답했다.
“그 약은 어디서 구해요?”
순영은 병을 쉽게 고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
“구할 데는 있소. 공개적으로 파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만 아는 거지요.”
“그럼 얼마나 사야 해요?”
“돈이 많으면 한꺼번에 사도 좋고, 아니면 하루에 이 원 정도면 되오.”
“하루에 이 원이요?”
“그렇소. 조금 덜 들 수도 있겠지요. 많이 쓰면 많이 들고, 적게 쓰면 적게 드는 거니까 정해진 건 없소.”
대철은 순영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돌렸다.
“그럼… 일 원 정도로는 안 될까요?”
“일 원으로는 안 되오. 최소한 일 원 오십 전은 있어야지요.”
대철은 애원하듯 말했다.
“일 원 오십 전 이상이요…?”
순영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했다.
그리고—
“그럼 그렇게라도 해보세요. 어쨌든 병은 고쳐야 하니까요. 오늘부터라도 다녀보세요.”
순영은 결국 허락했다.
십여 일이 지난 뒤였다.
“여보, 주인 계시오?”
퉁명스럽게 말하며, 어떤 사람이 순영의 집 안마당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안방 문 앞까지 바짝 다가섰다.
건넌방에서 바느질을 하던 순영은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자를 떨어뜨리며 밖을 내다보았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