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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梅月)

지은이 최서해 · 2026-03-20

박생이 돌아온 지 벌써 보름이 넘었다. 벼를 베는 농부들은 들판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잠자리는 시원한 바람에 휘휘 날아다녔다. 박생은 몸이 아프다고 느끼며 오늘로 사흘째 신음하고 있다. 구릿빛 가을 햇살이 드리운 서창 앞 처마에서는 새소리가 고요한데, 박생은 폭신한 요 위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중년이 다 되어가는 박생의 아내는 남편이 돌아온 것이 반가웠다. 하지만 돌아온 날 밤부터 몸이 괴롭다며 자리를 함께하지 않는 남편을 보며, 그녀의 이마에는 주름이 잡혔고, 가슴속에는 야속한 생각이 스쳤다.

그렇다고 그녀가 무어라 할 수는 없었다. 그저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누워 있는 박생의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팔이 아프긴 했지만, 시비를 걸지 않고 그저 주무르는 것이었다. 아마도 남편의 마음을 사려는 마음이었겠지. 그러나 박생에게 아내의 다리 주무름은 오히려 고통으로 다가왔다.

“팔 아픈데 그만두지, 매월이에게 좀 주무르라고 해……” 박생은 아내에게 가장 인정 있는 듯이 말했지만, 속은 전혀 다른 마음이었다. 아내가 속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월이에게’라는 말을 할 때마다 이상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마치 양심에 거리끼는 짓을 하지 말라는 도적의 심리처럼, 가슴이 찌부듯했다. 박생은 아내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해는 어느덧 져버렸다. 황혼이 지나고, 밤은 삼경에 가까워졌다. 물 같은 달빛이 세상을 흐르고, 뜰에서는 마른 잎이 소슬하게 흩날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 안에서는 촛불이 휘황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내는 팔이 아픈지 저편 시어머니 방으로 가고, 밀수를 들고 들어왔던 매월이가 박생의 다리를 주물렀다. 갸름한 연한 손이 다리를 지근지근 누를 때, 박생의 가슴에서 욕망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박생의 두 눈에는 흐릿한 핏줄이 서 있었다. 가슴은 꿈틀거리고 몸은 미세하게 떨렸다.

‘만일 거절을 당하면, 이 일이 아내에게 탄로가 되면……’ 박생은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와 모든 잡념을 없애고자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누를수록 정화의 반동은 더욱 심해졌다. 이제는 이해타산할 여지가 없었다. 절박한 상황이었다. 박생은 자신도 모르게 매월의 손을 꼭 쥐었다. 호흡은 높고 급해졌다. 매월이는 놀라서 박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박생의 얼굴은 촛불 아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매월이는 아무 말 없이 머리를 숙였다. 그의 하얀 얼굴에는 도화빛이 돌고, 귀 밑의 동맥은 팔딱팔딱 뛰었다. 매월이가 조용히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며 박생의 마음은 조금 따뜻해졌다. 자기는 상전이니 으레 복종해야 한다고 여기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박생의 호흡은 여전히 급했다. 그는 매월이를 자리 속으로 끌어당겼다. 매월이는 몸을 뒤로 젖히며 박생의 손을 뽑으려 하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불그레하던 매월의 얼굴은 푸른 기운이 돌고, 두 눈에는 굳센 빛이 어리어 박생을 응시하고 있었다.

박생은 흐릿한 눈알을 굴려 창밖을 바라보며, “얘, 왜 이러니? 누가 들어올라!”라고 낮고 급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몸을 반쯤 일으켜 매월의 허리를 안으려 했다. “헌헌대장부로서 어찌 천비에게 이런 짓을 하십니까?” 매월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또렷했다.

그때 저편 방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매월아.” 부르는 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박생은 매월의 손목을 얼른 놓고 부리나케 자리에 누워 여전히 아픈 척했다. 매월이는 슬쩍 일어나 옷깃을 바로잡고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갔다. 달빛이 가득한 하늘이 문을 열 때 박생의 눈에 언뜻 보였다. 고요하던 촛불은 잠깐 흔들렸다. 문 밖에 나선 시비는 “네―.”라고 낮게 대답하며 조용히 신발을 끌고 나갔다.

‘아아, 내가 이게 무슨 짓이냐? 단념해라. 철없는 저것이 말만 내면……’ 박생은 이렇게 후회와 공포, 불안으로 가슴이 조여오면서도 분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